갈마재~감성고개~말치~봉화산~노산봉~응봉~번화치
한밤의 길이가 계절상 가장 짧은 여름철이라고는 하지만, 비는 한숨도 멈추지 않고 밤새 퍼부은 모양이다.어쨌거나 이른 새벽, 오늘 치르기로 예정이 되어 있는 성수지맥 세 번째 구간의 산행을 위하여 집을 나선다.아직도 밤이 지새도록 내리고 있는 비는 그칠 기색이 없이 주룩주룩 퍼붓고 있는 거였다.산악회의 전세버스와 약속이 된 고속도로 졸음쉼터를 가려면 20분쯤의 발품이면 넉넉한데, 비가 지악스레 퍼붓고 있는 게 아닌가.택시를 잡을 참이다.그러나 집 근처 택시승강장에 언제나 대여섯 대 정도는 늘 손님을 기다리고 있던 택시들이 한 대도 눈에 띄지 않는다.콜을 하면 간단하지만 007이 잘못되면 008이 있잖은가.마침 목적지 주변을 경유하는 버스가 008번처럼 재빠르게 모습을 드러내는 거였다.
전세버스의 차창 밖은 어둑발이 서린 것처럼 어스름하다.멀리 보이는 동물이 개인지 늑대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차창 밖은 개와 늑대의 시간이나 다를 게 없다.충청지역에 접어드니 비는 좀더 거세지고 함지박으로 물을 들이 붓듯 퍼붓고 있다.오늘 산행이 온전하게 진행될 수 있을지 다들 걱정스러운 눈치다.이러구러 오늘 산행의 들머리인, 임실나들목에서 1km쯤 상거의 갈마재에 득달한 때는 버스에 오른지 얼추 3시간쯤이 흐르고 난 뒤다.갈마재 고갯마루 남쪽 도롯가의 지난 번 두 번째 구간의 베이스캠프였던 (舊)제일휴게소에서 임실나들목 방향으로 1km쯤 발걸음을 하면 도로 좌측으로 난 임도가 들머리다.
갈마재/ (구)제일휴게소
우묵하게 파인곳마다 빗물이 가득 찬 임도는 복숭아밭과 자드락 사이를 벗어나면 이내 어스름한 숲 속으로 산객을 안내한다.신갈나무를 비롯한 참나무 식솔들과 잣나무들이 어우러진 숲길은 곧바로 소나무와 신갈나무 등이 엄부렁하고 붕긋한 해발333m봉으로 이어지고, 그곳에서 좌측 9시 방향으로 급커브를 그리는 산길은 이내 지맥을 가로지르는 임도로 꼬리를 드리운다.임실읍 갈마리 우치부락과 고개너머 동쪽의 월평리 사이를 잇는 등하행 임도가 넘나드는 고갯길,우치고개다.거추장스럽고 답답하여 우비를 걸치지 않은 까닭에 행색은 진작에 물에 빠졌다 나온 것처럼 전신은 후줄근한 상태다.
우비를 걸친 산우들이라고 멀쩡하지는 못하다.빗물은 연신 바깥에서 흘러들고 몸은 후끈 달아올라 진땀이 솟아나고 있으니 우비 걸친 축이나 안 걸친 주제나 도긴개긴이다.어둑발이 가시지 않은 어스름한 숲길은 해발 367m봉에 이르면 우측 3시 방향으로 급선회를 하며 꼬리를 잇는다.그런데 367m봉 못미친 지점에서 좌측이 지맥의 방향인데 부지불식간 맞은 쪽으로 발걸음을 하는 바람에 알바를 겪게 된다.그런 시행착오를 거치고 나면 이내 안부사거리다.임실읍 감성리와 그 반대 쪽인 고개너머 동쪽의 오류리 사이를 넘나드는 고갯길, 감성고개다.
감성고개
감성고갯마루까지 거지반 차지하고 있는 농가에서 개 두어 마리가 악다구니처럼 짖어댄다.초로의 부부가 개 짖는 소리에 바깥을 살피러 나왔다가 우리 일행을 보더니 어느 산에 가느냐고 묻는다.봉화산 쪽이라고 답하니 혀를 끌끌차는 기색이 역력하다.그러한 감성고개를 뒤로하면 산길을 가로막는 전기울타리를 넘어야 한다.마침 전류는 흐르고 있지 않는 전기 울타리다.등성이 좌측으로는 몇 해전에 벌채를 하고 난 뒤인지 한길 높이로 자란 잡목들이 무성하다.산길은 이윽고 수렛길처럼 널찍한 산길을 거쳐 치받잇길을 한 차례 올려치면 길쯤한 꼴의 해발 428.1m봉이다.
바람을 동반하지 않은 탓에 쏟아지는 빗줄기는 험악스럽지는 않은 편이지만 내리받잇길은 매우 미끄럽다.조금만 한눈을 팔다가는 엉덩방아를 각오해야 한다.두어 차례의 고만고만한 멧부리를 넘어서고 가파르고 미끌거리는 비탈을 벗어나면 지맥을 가로지르는 양회임도로 지맥의 산길은 슬며시 꼬리를 드리운다.임실읍 소재지 쪽과 그 반대 쪽인 고개너머 남쪽의 오수면 봉천리 방면 사이를 넘나드는 고갯길 말치다.짓궂은 심술을 여전하게 거두지 않는 빗줄기의 기색은 여전하다.주위 환경이 이러하니 잠시라도 쉴 형편은 아니다.얼른 마른 목을 축이고 다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말치
말치를 뒤로하는 오르막 산길은 군부대의 울타리를 우측으로 바짝 끼고 이어지는 산길이다.오르막은 좌측으로 2층 높이의 산불감시초소의 곁으로 이어지고,군부대 울타리 곁의 산길은 잡목과 잡풀로 희미하다.예전의 첫 번째 산행 때에는 울타리 곁을 2m쯤 폭으로 울타리 안팎으로 제초작업을 하여 이동의 어려움을 겪지 않았었는데, 그 이후로는 제초작업을 거의 하지 않은 모양이다.그러나 그러한 이유도 있겠지만 산객들의 발걸음도 뜸했던 것이 원인일 테다.어쨌든 이후의 산길은 형극의 가시밭길처럼 기억에 남아 생생하다.
잡목과 잡초는 앞을 가로막고 가풀막진 치받이 오르막은 빗물을 잔뜩 머금어 미끄럽기가 바나나 껍질이다.이러한 허접한 울타리 곁의 산길은 게다가 빨랫판처럼 들쭉날쭉거리며 산객을 몰아세운다.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처럼 끊임 없이 이어지는 군부대 울타리 곁의 산길은 붕긋한 해발456m봉으로 이어지고,그곳에서 좌측 9시 방향으로 꼬리를 잇는 산길은 두어 차례의 고만고만한 멧부리를 허위단심 거치고 나면 비로소 오르게 되는 길쯤한 꼴의 멧부리가 해발 467.6m의 봉화산 정상이다.
신갈나무를 비롯한 참나무와 무성한 잡목들로 조망은 언감생심인 봉화산 정상에서 지맥의 산길은 좌측 9시 방향이다.여전하게 산길은 무성하게 우거진 잡목들에게 묻혀 희미하다.그러한 행색의 산길을 따라 10분여의 발품이면 넙데데한 해발 545.8m의 노산봉 정상이다.말치에서부터 GPS와 사진촬영을 도맡고 있는 스마트폰이 주인 말을 전혀 듣지 않고 있다.빗물에 익사를 한 모양이다.빗물에 결딴이 날 것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비닐 방수팩에 고이 보관된 것인데, 비닐 팩
안에 습기가 너무 많이 차서 봉변을 당한 것일 테다.
노산봉을 뒤로하고 10분여의 발품이면 수렛길처럼 널찍한 산길이 기다린다.임실읍 정월리 방면과 그 반대 쪽인 고개너머 동남 방향의 오수면 오산리 방면 사이를 넘나드는 등하행의 고갯길 되재다.말치에서부터 줄곧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산길은 험상궂은 산길로 기분이 엉망이었는데, 잠시 숨을 고를 여유의 산길을 오랫 만에 만난 것이다.이러한 행색의 수렛길을 따라 25분여의 발품이면 해발 608.5m의 응봉 정상에 득달하게 된다.봉긋 솟구쳐 잇는 정수리 한복판에는 삼각점(임실11)이 번듯하고 무인산불감시 철탑이 우뚝하다.
쏟아지는 빗줄기는 하염이 없고 시야를 거스르는 운무조차 가실 줄 모른다.응봉 정상에서 지맥의 산길은 우측 3시 방향으로 급커브를 그리며 꼬리를 잇는다.그 반대 쪽인 좌측 9시 방향은 이곳에서 1.5km쯤 동떨어져 솟구쳐 있는 해발 540m의 노산 정상으로의 산길이다.예전의 종주 때는 지금보다 산길이 좋아서 그곳까지 다녀왔었는데 작금에 이르러서는 산길도 잡목으로 나아진 게 아니고 좀더 거칠고 짓궂어 시간상 허락이 되지 않는 거였다.응봉 정상을 뒤로하는 미끄럽고 가파른 내리막을 조심스레 내려서면 등성이 좌측으로 광범위한 벌목지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벌목은 몇 해전에 이루어져 한길 높이로 자란 잡목들만이 무성하다.대개 이러한 벌목지 곁의 산길은 험상궂고 허접하기 마련이다.미상불 완만한 오르막이지만 산길은 이미 무성하게 우거져 있는 잡목들로 모습을 감춘 행색이다.맨 앞에서 만두 대장과 세연,그리고 리치웨이 산우가 길을 뚫고 있는데,세연은 한 자 반쯤 되뵈는 정글도를 들고 잡목들의 가지를 치고 리치웨이는 전지가위로 연신 가지치기를 하며 길을 내는 거였다.산행은 늘보처럼 꾸무럭거릴 수밖에 없다.뒤에서 쫓아가는 축이 힘이 드니 앞 길을 내는 산우들이야 오죽하겠는가.
애면글면 '길없는 길'을 모진 고생을 다하여 올려치면 해발 566m봉이다.566m봉에서 지맥의 산길은 좌측 9시 방향으로 급커브를 그리며 꼬리를 잇는다.그러나 허접하고 심술궂은 산길의 행색은 여전하게 꼬리를 잇는다.다만 조금 전의 오르막보다는 좀 나은 편이다.응봉 정상을 뒤로하는 지맥의 산길은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벌목지대를 좌측으로 끼고 시계 반대방향으로 꼬리를 잇는 셈이다.비는 여전하게 내리고 있지만 운무는 상당하게 벗겨진 듯하다.좌측 벌목지대 건너 조금 전 올랐던 응봉이,그리고 예전에 올랐던 노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동안 시야를 거스르던 운무도 상당히 걷히고 온종일 고집을 꺾지 않고 쏟아붓던 빗줄기도 눈에 띄게 다소곳한 행색이다.해발 527m봉을 넘어서면 지맥의 산길은 머지않아 임도와 한데 어우러진다.내처 임도와 동반을 하는 지맥의 산길은 이윽고 지맥을 가로지르는 왕복 2차선의 차도 고갯마루로 슬며시 꼬리를 드리운다.임실읍 정월리 쪽과 그 반대 쪽인 고개너머 님쪽의 삼계면 후천리 방면 사이를 교통하는 745번 지방도로가 연락부절하는 고갯길,오늘 산행의 날머리 번화치다.(오늘 산행기에 곁들인 대부분의 사진은 5년 전 산행 때의 갤러리에서 뽑은 스틸이다.우중산행으로 인하여 사진촬영을 맡은 휴대폰이 빗물에 익사하였기 때문이다). (산행거리;15km.소요시간;6시간) (2022,8/11)
성수지맥 3구간[감성고개-봉화산-매봉(鷹峰.609.8m)-번화치(745도로)].지도 1.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성수지맥 3구간[감성고개-봉화산-매봉(鷹峰.609.8m)-번화치(745도로)].지도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