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밤새 내린 비는 언제 그랬냐는 듯 일요일 아침은 맑았다. 13일 미수복경기도민들이 한데 모였다. ‘애향·화합·통일’의 슬로건으로 미수복경기도 중앙도민회가 주관한 ‘미수복경기도민의날’ 행사가 서울 정화여자상업고등학교에서 열렸다. 올해로 19회째.
미수복경기도 중앙도민회 윤일영 회장은 대회사를 통해 “행사가 5월 가정의 날을 맞아 열리는 만큼 그 의미를 되새기며 실향민 1세부터 4세까지 애향하는 마음으로 화합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개성·개풍·장단의 실향민과 그 후세들을 지칭하는 미수복경기도민은 한때 1만여명이 넘었다. 그러나 1세대들이 고령으로 작고하는 등 그 숫자는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
문제는 남북분단의 세월이 길어지면서 실향민들이 겪는 아픔과 애환도 옅어지고 실정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통일의지와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시점에서 미수복경기도민이 한데 어울리는 행사의 의미와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운동장에는 약 700여명의 도민가족들이 세군데 그늘막에 나뉘어 훌라후프 등 운동경기와 행운권 추첨 등 모든 행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했다. 이날 행사의 주인공은 역시 실향민 가족, 특히 다가족세대에게는 다양한 경품이 제공됐다.
연두색 운동복을 입은 개풍군민들은 늘 그렇지만 개성과 장단에 비해 많은 가족들이 참가했다. 개략 300여명 정도로 추산됐다.
삼삼오오 식사하며 담소를 나누는 가족들 틈에 잠시 들어가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각 면마다 자랑하거나 군민회에 바라는 조언도 있었다. 광덕면·청교면·중면 등 개풍군을 대표하는 면민회는 이날 행사에도 많은 분들이 참석했다.
중면에서는 방글라데시 출신 가족 4명을 초대해 주목받았다. 가깝고도 먼 고향을 그리는 것은 그들이나 우리 실향민 모두 비슷할 것이라는 느낌이다.
역시 면민회가 활성화된 곳은 군민회와 도민회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면민회장님과 명예면장님들의 탁월한 리더십이 한몫하고 있다.
한편 행사와 관련해 몇가지 고민도 엿보인다. 해마다 참가하는 도민 가족들이 줄다보니 대책이 시급하다. 행사 참가 인원을 적극 유치하고 통일의지를 다지고 결속하는 특단의 노력이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는 여론이다.
지금처럼 여는 체육대회는 가급적 지양하자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행사 당일 날씨가 좋았지만 우천에 따른 행사는 여러모로 힘들다는 지적이다. 학교운동장을 빌려하는 행사 또한 예전과 달리 소음 등으로 민원이 자주 제기돼 실내행사로 전환되는 추세다.
일부 이견도 있다. 지금처럼 야외행사를 추진하되 효도잔치나 효도관광이 고령과 시류를 감안한 적절한 대안이라는 지적이다.
행사에 참가하는 1세대 어르신 대부분 9순을 전후로 한 고령이다. 3~4시간 바닥에 있는 것조차 힘들어 의자를 미리 준비하는 등 고령자를 위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들린다.
이에 내년에는 보다 많은 도민이 참가하는 효율적인 행사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행사가 실내외를 막론하고 어디에서 개최하든 기본적으로 모든 세대가 함께 즐기고 공감하는 자리가 마련돼야 한다. 중앙도민회가 주관하는 최대행사인 만큼 도민가족들의 기대가 큰 것도 사실이다.
이날 도민의 날 행사는 청년회와 부녀회원들의 성심어린 봉사로 아무런 사고 없이 정해진 스케줄대로 오후 3시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경기도민의날 현장 사진은 별도로 포스팅하겠습니다.
첫댓글 도민행사에 대한 좋은글 감사합니다 ~^^
도민의 날 행사를 아주 적절하고 현장감있게 표현해주시고, 또한 문제점과 보완책에 대한 것도 잘 제시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