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년 전북 임실 출생. 1957년 익산 남성고 졸업 뒤 군 입대, 1961년 육군 하사 제대 후 중앙정보부 인사과에 근무. 1964년 원광대 종교철학과 졸업 뒤 다시 중앙정보부에 근무. 이곳에서 고위 공무원(3급) 직을 역임했으나 전두환 신군부의 쿠데타로 강제 퇴직 당함. 이후 창업 밖에 길이 없다고 판단, 1983년 45세의 나이에 미래산업 설립. 그는 "21세기 미래산업…"하는 신문 제목에서 회사의 이름을 따왔고, 사업 아이템도 고심 끝에 첨단 업종인 반도체를 선택함. 다른 제품을 모방하고 나중에 기술을 배우는 회사가 아니라, 먼저 기술을 확보한 뒤에 고품질의 제품을 만들겠다고 결심함. 그리고 스스로 반도체를 만들어 다른 대기업들과 경쟁하는 것보다는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한 설비를 만드는 것이 낫다고 판단, 남들이 생각치 못한 “비주류” 시장으로 진출함. (사실상 이때의 미래산업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가장 크게 성공한 벤처 사업체였음.) 정사장은 일본 반도체 회사에서 은퇴한 기술자를 초청해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임금인 월2백 만원씩 주며 기술을 익힘. 이렇게 반도체 조립장비 “리드프레임 매거진”을 생산해 1년 만에 국내시장을 독차지했다. 다음에 도전한 것은 반도체 웨이퍼를 자동으로 검사해 주는 장치. 이때 벌어 놓았던 3억 원을 쏟아 붓고 신용보증기금 등에서 7억5천 만원을 빌려 씀. 이렇게 10억을 조달했는데도 모자라 집안의 패물 등을 처분하고 처남 집을 담보로 빌렸으며, 조카의 돈까지 꾸어다 썼다. 그렇게 기술 개발에는 성공했으나 상품화에는 실패한다. 누구도 느리기 짝이 없는 반도체 웨이퍼 자동 검사기를 사려 하지 않았다. 덕분에 온 일가친척의 재산이 날아가 버렸고, 정사장은 자살하기 위해 약을 사 모았다. 그는 그러나 “나를 믿고 돈을 빌려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죽을 수 없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상품화에는 실패했지만 기술은 남아 있다는 점에 착안, 그 기술을 가지고 팔릴만한 다른 제품을 만들기로 결심함. 결국 이런 생각으로 만들어 낸 상품이 “테스트용 핸들러.” 이 제품이 국내시장을 석권하면서 정회장은 재기했다. 그는 “그때 이후 사업의 결정적인 무기는 기술이라는 점을 늘 잊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후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미래산업은 한국 반도체 설비 업체의 독보적인 존재가 됐고, 사업 시작 13년 만에 매출 454억 원, 순이익 130억 원(1996년 기준)의 대기업을 키워 낸다. 미래산업은 한국에서 손꼽히는 우량 기업이기도 하다. 이 회사의 공식 부채비율은 4.5%인데, 이 비율도 직원들에게 매월 말 주는 봉급을 부채로 계산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며 실제로는 0%. 1997년과 1998년 두 해 연속 한국능률협회 최우량 기업 선정됐으며, 1999년엔 인터넷 사업에 진출, 라이코스 코리아 대표로 활동하며 다시 한번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 현재 정사장과 가족들이 보유한 미래산업 주식은 6만주 가량. 이 주식만으로 재산을 따져도 정사장 가족의 재산은 1800억 원이 넘는다. 정사장은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사업에 뛰어들어 차곡차곡 기술을 쌓은 것이 주효했다”고 말한다. 그의 또 다른 성공비결은 순수한 사업가 정신이었다. 그는 연구개발에 몰두하는 엔지니어들에게 매일 12시 넘어 통닭을 사다 나르며 밤늦게 근무하곤 했는데, 그는 아직도 이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회고한다. 그는 철저하게, 고지식할 정도로 실용주의 경영을 하는 인물이다. 미래산업의 핵심 엔지니어는 전부 고졸 출신이며, 회사가 아무리 커져도 사장 위에 회장 자리를 두지 않아 자신은 항상 사장에 머물러 있었다. 비용 절감을 위해 비서를 두지 않아 미국 비자가 만료된 지도 모르고 공항에 나갔다가 되돌아 온 적도 있었다. 대신 “매출액의 2%를 직원 교육비로 쓰는 것이 원칙”이라며 사원복지에는 상당한 투자를 한다. 그는 기업의 내실 있는 경영을 위해 자선 사업에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그의 철학은 그렇게 자선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것보다 미래산업을 내실 있는 세계적 기업으로 키우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2001년 회사의 모든 것을 전문 경영인들에게 맡긴 채 전격은퇴를 선언함. 그는 미래산업의 주인은 전 직원이라는 이념으로 자식에게 회사를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