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술 답사기] 보리수 더했을 뿐인데 달콤해진 여름밤
농민신문 : 2021-07-28 백제명가주조 대표 제품들, 왼쪽부터 ‘매화깊은밤’ ‘보리수헤는밤’ ‘한산소곡주(살균주)’ 250㎖와 100㎖(파우치). 제품 앞쪽에 놓인 빨간 열매는 보리수 열매. 서천=김병진 기자
[우리 술 답사기] (16) 충남 서천 백제명가주조 할머니 때부터 ‘한산소곡주’ 빚어 용량 다양화·살균주 출시로 차별화 2030 겨냥 ‘보리수헤는밤’ 개발 여름 제철 보리수 수확해 청 만들어 밑술과 100일 숙성 … 달콤·새콤 조화 밤 시리즈로 약주 ‘매화깊은밤’도 내놔 보리수의 계절이 있다면 바로 여름이다. 여름이면 손톱 크기만 한 새빨간 열매가 가지가 휘청거릴 정도로 주렁주렁 열린다. 흔히 ‘보리똥’이라고 불리는 이 열매로 술을 만드는 곳이 있다. 바로 충남 서천의 ‘백제명가주조’다. 무더운 여름에도 백제명가주조의 이정아 대표(32)와 남편 김지영씨(32)는 보리수 열매로 술을 빚느라 여념이 없다.
과실약주인 <보리수헤는밤>(8도)이 첫선을 보인 건 올해 1월. 수년 전 이 대표의 아버지인 이원직씨(59)가 집 앞에 심은 보리수 50그루를 가리키며 “저것으로 뭐라도 좀 해봐라”고 말한 게 시작이었다.
“보리수 열매는 맛이 시고 달고 떫은 데다 잘 물러져요. 처치 곤란한 보리수 열매를 소비할 방법이 있을까 궁리하다가 술을 빚기로 했어요. 마침 새로운 술을 내야겠다고 생각하는 참이었어요. 다양한 술 개발에 도전해봤지만, 그중에서 약주로 빚은 게 가장 맛이 좋았죠.”
이 대표 부부는 30대지만 술을 빚은 경력은 10년 가까이 된다. 이 대표의 할머니와 아버지가 일찍이 가양주로 서천 명물인 <한산소곡주>를 빚어왔고, 이 대표는 이를 이어받아 2012년 백제명가주조를 세웠다. 하지만 서천에 <한산소곡주>를 만드는 양조장이 워낙 많아 경쟁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보리수헤는밤>의 출시는 가뭄 속 단비 같았다.
“서천에 <한산소곡주>를 빚는 양조장만 60곳이에요. 각각의 매력이 있지만 대중의 눈에는 모두 비슷하게 보이죠. 우리만의 특색 있는 술이 필요했어요. 가장 가까이 있는 농산물인 보리수를 활용하면 되겠다 싶었죠. <한산소곡주>가 4050세대를 위한 술이라면, <보리수헤는밤>은 2030세대를 위한 술이에요.”
<보리수헤는밤>의 첫맛은 달콤하다. 약간의 산미와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술에는 붉은누룩곰팡이를 접종시켜 빨간빛이 나는 <홍국쌀>이 들어가는데, 붉은빛이 감도는 투명한 황금색 술을 만드는 비법이기도 하다. <보리수헤는밤>을 빚으려면 밑술에 보리수청을 넣어 100일 정도 숙성과정을 거쳐야 한다. 청을 만들 때는 작고 단맛이 강한 토종 보리수 열매와 과육이 많은 개량종 보리수 열매를 반반 사용한다. 100일간 숙성하는 데도 이유가 있다. 보리수 열매의 떫은맛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서다. 이 대표 부부는 <보리수헤는밤>과 함께 매실로 만든 약주 <매화깊은밤>(8도)도 내놨다. 이 두 술은 ‘밤 시리즈’라 불린다.
부부는 <한산소곡주>(16도)의 차별화에도 공을 들였다. 용량을 100㎖·250㎖·750㎖·1500㎖로 다양화하고 살균주로 내놓은 것. 보통 <한산소곡주>는 생주와 살균주 두가지로 빚는데, 생주는 냉장 보관해야 한다. 하지만 살균주는 실온에 보관해도 문제없다.
“언제나 편하게 먹을 수 있는 <한산소곡주>를 내놓고 싶었어요. 100㎖ 용량으로 만드니 주변에서 휴대가 간편하다며 칭찬했죠. 저온살균법을 써 생주와 맛 차이가 크지 않으면서 보존성을 높인 것도 장점이에요.” 이정아 백제명가주조 대표(왼쪽)와 남편 김지영씨. 부부는 앞으로 수출 등 판로 확대와 체험프로그램 운영으로 백제명가주조의 이름을 널리 알릴 예정이다. 또 색다른 과실로 새로운 술 개발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한모금 마셨을 때 눈살이 찌푸려지는 술보다는 ‘맛있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술을 만들고 싶어요. 지금도 맛있는 술을 만들려고 전국 양조장을 돌며 술 공부를 하느라 바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되면 서천을 찾는 관광객에게도 좋은 체험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싶어요.”
가격은 <보리수헤는밤> <매화깊은밤> 375㎖ 기준 1만6000원이다. <한산소곡주> 가격은 100㎖ 10팩 기준 2만3000원, 250㎖ 6500원, 750㎖ 1만4000원, 1500㎖ 2만2000원이다. 백제명가주조 누리집에서 구매할 수 있다. 서천=박준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