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보며 조심조심..."그래도 재밌어"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은 골프를 어떻게 접했을까. 골프 실력은 별로 뛰어나지 않았지만 골프에 대해서는 대다수 우호적이었다. 그동안 정치가 골프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었던 만큼 대통령도 골프를 즐겼지만 서민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던 게 한국 대통령들의 특징이었다.
전 노무현 대통령의 핸디캡은 28 정도로 1백타를 넘나드는 수준이다. 취임첫해 4월 대통령 전용 휴양지인 청남대 개방을 앞두고 각 정당 대표를 초청해 재임 후 첫 라운드를 가졌는데 이날 9홀짜리 골프 회동에서 53타를 쳤다.
대통령비서실 참모진과 일부 장관과 함께 태릉CC에서 가진 두 번째 라운드에서는 17번 홀에서 난생 처음 버디를 기록하며 94타의 스코어를 냈다.
노 대통령이 골프를 배운 것은 2000년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이다. 스승은 골프를 먼저 배웠던 부인 권양숙 여사. 보기 플레이어 수준인 권 여사는 외부에 100타 안팎의 실력이라고 낮춰서 얘기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취임 후 라운드를 가진 것도 권 여사의 권유 때문이었다.
권 여사는 '제자'였던 노 대통령에 대해서 "골프 책과 비디오를 보면서 근육의 각도까지 연구할 정도로 집요했다"고 평했다. 또 "가르치기는 내가 가르쳤는데 배우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고 골프에 대한 노 당선자의 열의에 감탄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골프를 배운 뒤 첫 라운드를 마치고 "참 재미있는 운동"이라며 골프 예찬론을 폈다고 한다. 그러나 몇 달에 한 번 나가는 정도에 그쳐 더 이상 심취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는 얘기와 취임 후 1,2년동안 무척 많은 라운드를 했다는 얘기가 있지만
골프를 상당히 좋아했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노 대통령은 당선 이후 골프에 부정적인 인상이 많은 것처럼 여겨졌다. "공무원은 원칙적으로 회원권 없이 골프를 쳐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도 해 공직 사회에서는 골프 금지령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그의 취임 초에는 국세청장이 기업의 골프 접대비를 손비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놔 한동안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노대통령자신은 상당히 골프를 즐겼으며 청남대를
반환하게되자 계룡대에 골프장과 별장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국방부예산 중 군사시설 보수나 개선용 자금을 도용한 것으로 드러나 시끄러웠던 사건도 있었다. 자주 계룡대골프장을 이용하면서 골프장 관리인이 과로로 사망하는 사건까지...
'대통령 골프' 만든 전두환 전대통령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골프를 애호한 사람은 전두환 전대통령이 곱힌다. 앞뒤 홀을 하나씩 비우게 한 뒤 라운드를 해 '대통령 골프'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낸 당사자이기도 하다.
전 전대통령은 요즘도 자주 골프장을 출입하는데 재산이 24만원밖에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골프를 치느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부인 이순자 여사가 강남300 클럽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는데 고가의 나무를 기념으로 심었다가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전 전대통령은 대단한 장타자로 소문나 있다. 보통 230미터 이상을 날린다는 게 수원CC 한 캐디의 전언이다. 전 전대통령은 라운드를 하면서 잔디를 보수하거나 청소하는 일꾼들을 만나면 흰 봉투에 소액의 돈을 담아 건네주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특유의 보스 기질이 라운드 도중에도 나타나는 셈이다.
지금도 라운드하기 전이면 당시 5공 사람들이 미리 골프장에 도착해서 전 전대통령을 맞을 채비를 한다. 골프도 2~4팀씩 단체로 즐긴다. 그와 관련해 입으로 전해지는 유명한 일화 가운데 하나는, 언듈레이션이 심한 아시아나CC를 돌다가 6번 홀을 마치고 "무슨 이런 골프장이 다 있냐"며 짐을 챙겨 돌아간 적이 있다고 한다.
80타대 중반의 실력을 보유한 전 전대통령은 예전에 <골프 다이제스트>와 인터뷰에서 대통령 재임 시절에도 라운드 하기 전날에는 소풍을 앞둔 초등학교 학생처럼 맘이 설레어 잠을 설쳤다고 회고한 바 있다.
청남대에 1983년에 간이 골프장을 만든 이도 전 전대통령이다. 이 골프장은 보통 골프장의 파4 홀 2개 정도에 불과한 곳이다. 길이 350미터, 폭 150미터 가량의 직사각형에 가까운 형태로 조성됐다. 그린은 5개뿐이지만 9홀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티잉 그라운드가 각각 마련돼 있다. 벙커도 10개가 있고 그늘집도 있다. 9번홀(파3, 140미터)을 빼고는 2홀씩 짝을 지어 그린 1개를 공동으로 이용한다.
대부분 대통령 일행만 치는 골프이므로 샷이 홀을 교차해도 관계없도록 방향을 정해 파5 홀(353미터 5번 홀과 355미터 8번 홀)이 2개,파3 홀이 2개, 그리고 파4 홀이 5개다. 9홀 전체 거리가 2646미터나 돼, 일반 골프장에 비해 손색이 없다.
전 전대통령은 재임 시절 그다지 자주 골프를 즐기지는 않았다. 그러다 보니 고위 장성, 공무원이 눈치보며 골프를 즐기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한 인사가 전 전대통령에게 공무원이 눈치보며 골프를 친다고 전하자 전대통령은 "내가 언제 골프 치지 말라고 그랬나. 내가 한 번 나가면 경호비용까지 400만원이나 든다고 해서 난 재임 중에 안 치겠다고 한 게지"라고 말했다.
전 전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청와대 주최로 골프대회를 열기도 했다. 이때 군 출신 인사들은 혹시 대통령에게 "일은 안하고 골프만 쳤나"하는 소리를 들을까봐 스코어를 조절해 가며 일부러 못치는 웃지 못할 풍경도 있었다고 한다.
노태우 전대통령은 소리 소문 없이 골프를 즐긴 스타일이다. 청와대 골프연습장을 무척 애용했고 부인 김옥숙 여사도 상당히 재미를 붙였다. 특히 청남대 골프장에 가면 아침부터 해가 질 때까지 애용했다고 한다. 노 전대통령은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서 서너 달에 한번 꼴로 골프를 나갔다. 골프 핸디캡은 18~20 정도.
'1퍼팅 OK' 만든 박 전대통령
골프와 인연이 깊은 대통령으로 박정희 전대통령을 빼놓을 수 없다. 박정희 전대통령은 최고회의 의장 시절인 1962년 5월 한장상 프로에게서 골프를 배웠다. 당시 장충동 공관에 길이 15미터, 폭 10미터 되는 간이 연습장을 만들고 본격 입문했다. 그러나 레슨은 자주 받지 못했고 청와대에서 조금씩 연습하는 수준밖에 못됐다.
박 전대통령은 볼을 치고 나면 골프채를 바로 캐디에게 주지 않고 총을 메듯이 어깨에 둘러메고 볼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그는 걸으면서 "골프는 푸른 잔디 위를 걷는 재미가 좋구먼"하면서 감탄을 자주 했다.
특히 그린에 올라가면 딱 한 번만 퍼팅을 하고 끝냈다. 말 그대로 '1퍼팅 OK'였다. 국가 원수가 고개를 숙이고 1미터 정도 되는 거리를 넣으려고 신경 쓰는 게 품위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아니면 주변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않도록 알아서 기브를 했든지. 박 전대통령의 골프 실력은 1퍼팅 OK를 감안하고 스윙 등 전반적인 실력을 평가해보면 핸디캡 20 정도였다.
태릉골프장 건설을 지시하면서 각홀당 1개씩의 사단이 맡으면서 1966년 4월 착공 1966년 11월 완공이라는 놀라운 군인정신을 보였으며 지금도 태릉골프장의 각 홀은 각 사단의 마크로 표기돼어있다 . 또한 박정희의 드라이버샷이 슬라이스가 심하자 모든 홀의 오른쪽을 넓히는 공사를 다시 하게된다,
박 대통령이 라운드를 하면 경호가 상당히 엄했다. 군자리골프장이나 뚝섬골프장에서 라운드를 할 때 페어웨이 좌우측 숲 속에는 성동경찰서 소속 형사들이 계속 잠복하며 따라왔다. 또 박 대통령 바로 옆에는 꽤 직급이 있어 보이는 경호원이 그림자처럼 붙어 다녔고 조금 거리를 두고 2명의 경호원이 그늘처럼 서 있었다. 페어웨이 좌우로는 경호원 10여 명이 호위를 하고 있었다니 그늘 속이 아니라 장막 속에서 골프를 친 셈이다
당시에는 대부분 남자들이 캐디를 두고 있었으나 67년부터 군 골프장인 태릉CC가 처음으로 여자 캐디를 고용했다. 거기에 박 대통령이 나오면 제일 예쁘고 센스 있는 여자 캐디가 선발돼 나갔다. 그 캐디는 이후 '각하 전용 캐디'가 됐다. 박 대통령은 여자 캐디를 보고 "오늘은 예쁜 처녀가 동행하게 돼 기분이 좋다"며 즐거워했다고.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대통령은 국내 골프장의 효시라 할 수 있는 군자리(현 어린이대공원) 코스를 복원시키면서 국내 골프 발전에 한 몫을 담당했다. 2차 세계대전 여파로 당시 평양, 부산, 원산, 대구 골프장이 모두 비행장이나 신병 훈련장으로 변해버렸던 시절이었다. 이승만 대통령은 정부수립 1주년 기념일인 1949년 8월 15일 이승만 대통령은 대통령배 한국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를 창설, 직접 시상하기도 했다.
주장과 시책 엇갈린 두 김 전대통령
골프에 대해 이중적인 모습으로 비춰진 대통령은 김영삼 전대통령이다. 김 전대통령은 국내 정치 사상 큰 정치협상 중 하나로 꼽히는 '3당 합당'을 골프장에서 일궈냈다. 1989년 10월, 통일민주당 총재이던 김영삼 전대통령은 경기도 안양CC(현 안양베네스트)에서 신민주공화당 총재이던 김종필 현 자민련 명예총재와 27홀을 도는 골프 회동을 가졌다. 두 사람은 연이어 골프 회동을 했고, 필드를 걸으면서 노태우 당시 대통령과 접촉 정보를 교환했다. 결국 이듬해 1월 22일 여당인 민자당을 포함한 3당 대통합으로 이어졌다.
김 전대통령은 집권하는 과정에서 골프 덕을 봤지만 대통령이 된 뒤에는 공직자 골프 금지령을 내리는 등 골프와 담을 쌓고 지냈다. 재임 기간중 골프를 안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으며 청와대 경내에 설치된 골프연습장까지 철거토록 조치했다. 청남대 간이골프장도 김 전대통령 시절에는 무용지물이어서 관리가 전혀 안 됐다.
김 전대통령은 전임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 부부가 애용한 청와대 연습장의 공 줍는 일을 경호 경계 업무 중인 수방사 30경비단 사병들이 한다는 보고를 받고 무척 언짢아하며, 즉각 연습장을 없애도록 했다고 한다. 당시 군사문화 청산을 국정과제로 삼았던 김 전대통령은 "공사를 가리지 않고 군인 병사는 아무렇게나 부려도 된다고 생각하는 군 출신의 사고방식 청산이 바로 군사문화 청산"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기 전 골프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재임시에는 오히려 골프에 누구보다 우호적이었다. 김 전대통령은 야당 총재 시절 "골프장을 갈아엎어 논밭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골프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 1997년 대선 당시 보수층 끌어안기 차원에서 골프 대중화를 강조했었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 본인은 고문 후유증으로 몸이 불편해 골프를 즐길 수 없었다.
** 결론적으로 골프는 너무너무 재미있다,,, 하지만 골프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이 두렵다.. 그래도 포기는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