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빨래집게·둥근 톱·태엽·탈곡기·스크루 추진기·회전식 써레·터빈 수차는 누가 발명했을까요? 최초로 씨앗을 포장해 판 이들은 누구일까요? 그 답은 ‘셰이커 교도’입니다. 지금부터 이 낯선 단어에 집중해야 합니다. 간결미, 기능성, 정직한 장인 정신을 통해 미국 디자인계에, 아니 세상의 기능주의 탄생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이들이니까요. 셰이커 교도는 원래 영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퀘이커의 일파로, 동부 해안에 터를 닦고 그리스도의 재림을 신봉한 신앙 공동체라고 합니다.
기도를 할 때 몸을 심하게 흔든다고 해서 ‘셰이커Shaker’라고 불리게 됐다는군요. 독신주의, 재산의 공유, 금욕을 생활신조로 삼았다고 합니다. 그들은 ‘미와 선은 하나이고 미는 유용성有用性이다’라는 사상을 맘에 새기며 불필요한 장식은 모두 없앴습니다. 그 결과 간소하고 기능적인 가구와 생활 용품이 탄생하게 됐지요. 조립식 테이블, 벽에 부착하는 선반이나 옷장, 책꽂이·책상·옷장을 하나로 합친 다목적 가구, 벽에 걸 수 있는 의자 등이 그것입니다. 면의 분할과 비율 그리고 반복되는 패턴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그들의 가구는 ‘셰이커 스타일’이라는 고유 명사로 남게 됐습니다.
셰이커 정원 안에는 역시나 ‘실용적인 아름다움’이라는 미덕이 들어 있습니다. ‘좋은 토양을 먼저 만들 것, 심미적인 화려함을 위해 너무 애쓰지 말 것, 언제 어디서든 정결하게 정돈할 것’은 셰이커 정원이 지켜야 할 3계명이었습니다. 이 계명 아래 그들은 관상용 식물보다는 그들의 가정에 ‘건전한’ 음식을 공급할 수 있는 열매 식물, 허브, 먹을 수 있는 꽃, 과실수 등을 주로 심고 가꿨지요. 작은 땅에 많은 종류의 식물을 가꾸기 위해 그들은 땅을 여러 개의 반듯한 부분으로 구획했는데 마치 기하학적인 퍼즐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미리 식물의 자리를 정하고 그 규칙에 맞게 식물을 심었는데 이는 식물이 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탐구한 끝에 나온 ‘질서’이지요. 예를 들자면 딸기를 약탈하러 온 새들을 쫓기 위해 딸기 옆에는 꼭 향이 강한 민트와 레몬을 심는 것처럼 말입니다. 또한 식물이 만들어내는 컬러의 조합에도 관심을 기울였기 때문에 그들의 네모난 정원은 한 폭의 아름다운 패치워크 작품 같았습니다. 그들은 남는 시간을 곧바로 다른 일에 쓰기 위해 기술혁신에도 관심을 가져 앞에서 말한 수많은 도구를 발명하기도 했지요.
건강을 해치는 저속한 음식으로 가득한 이 시대, 셰이커 교도들의 가드닝 기술은 눈여겨봐야 할 것입니다. “셰이커 교도들은 자연의 생산물을 즐기고 자연이 허락하는 한도의 수확물을 얻고 그것을 통한 안락을 누렸다. 사치스럽게 살지 않고, 안락하게 살았다. 낭비하지 않고 충분하게 말이다.”( 중에서) 낭비하지 않고 충분하게 사는 삶을 꿈꾸는 <행복> 독자들에게 셰이커 스타일의 가드닝 기술을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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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정원 가꾸기
‘높인 화단’을 만들라
셰이커 가드닝의 제1계명은 ‘좋은 토양을 먼저 만들 것’. 하지만 그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건 좋은 정원 자리를 찾는 것. 셰이커 교도들은 남쪽이나 동쪽으로 약간 경사져 구석구석 태양빛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곳을 정원으로 삼았는데, 이는 우리에게도 유용한 정보다. 땅을 여러 개의 반듯한 부분으로 구획했던 셰이커 가드닝의 방법은 작은 땅에 많은 종류의 식물을 가꾸는 데 효과적이다. 그렇게 미리 정해진 자리에 따라 식물을 심으면 미적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셰이커 교도들은 땅 위에 사각형의 나무 틀을 둘러 주변의 땅과 구분지어주는 방법으로 ‘높인 화단’을 만들었다. 틀 안의 땅은 처음엔 주변 땅과 같은 높이지만 퇴비와 비료 등이 더해지면서 틀 안의 토양 높이가 점점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틀 주변으로 배수로가 생겨 물 빠짐이 원활해진다. ‘높인 화단’의 크기는 꼭 정원 크기만큼 클 필요는 없고, 정원의 일부분을 높이거나 미니 정원을 만들 때 활용하면 좋다. 또는 서양 호박처럼 다른 식물의 생장을 방해하는 식물을 단독으로 키울 때도 좋은 방법. 가드닝용 땅을 만들고 나면 울타리나 보도(돌이나 벽돌, 목재 등을 바닥에 깐 통행로) 같은 시설물을 설치해야 하는데, 울타리는 내구성이 뛰어난 삼나무나 방부 처리된 소나무로 만들면 좋다.
셰이커 교도의 방식처럼 위아래가 긴 오각형 기둥을 만들면 근사한 셰이커 스타일의 울타리가 될 듯. 셰이커 정원의 보도는 극도의 정결함을 추구하는 생활신조 덕에 정갈한 방수성 보도로 만들어졌다. 셰이커 스타일과 동떨어져 보이는 콘크리트 보도보다는 벽돌이나 자갈로 된 길이 그럴듯하다. 바구니 엮는 모양으로 벽돌을 깔면 근사한 셰이커 스타일 보도가 만들어진다.
보도 사이사이나 화단을 두르는 가드닝 주변으로 다년생 잡초가 자리 잡는 걸 예방하기 위해서 셰이커 교도들은 기발한 방법을 썼다. 먼저 잡초 방지막을 깔고 5cm 두께로 고운 모래를 한 켜 깐다. 그 위에 다시 벽돌을 얹으면 모래에 뿌리 내리는 1년생 잡초를 쉽게 제거할 수 있다. 잡초 방지막 대신 두꺼운 신문지 켜를 깔아도 똑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다음엔 식물이 자라기 좋은 토양을 만들어야 하는데, 과거와 달리 도심에서 밭흙을 구하기 힘든 데다 정원이나 화분같이 한정된 공간에서 식물을 키우는 요즘에는 특히 토양에 신경 써야 한다. 이 경우엔 다양한 성질의 토양이 적절히 배합된 배양토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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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금련화 2 보리지 3 백리향 4 베르가못 5 마조람 6 세이지
먹을 수 있는 꽃을 심으라
셰이커 교도들은 가정에 ‘건전한’ 먹을거리를 공급해주는 식용 꽃을 주로 심었다. 꽃식물을 심기 2~3주 전 흙 위에 원예용 양털을 덮어 놓으면 잡초가 싹을 틔우는데, 잡초를 제거한 다음 그 땅 위에 꽃식물을 심었다. 우리나라 꽃 중에서는 국화*진달래*호박꽃*민들레꽃*장미*제비꽃 등이 식용으로 쓰이고, 서양 꽃에서는 베고니아*보리지*캐모마일*팬지*데이지*베르가못*세이지*금련화*백리향*마조람 등이 요리용으로 쓰인다. 꽃잎 자체에도 영양소가 들어 있지만 특히 꽃가루는 효소와 호르몬, 미량 원소가 많이 들어 있어 면역 기능을 높이고 노화를 지연하는 효과도 가지고 있다. 셰이커 교도들은 꽃을 식물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꽃망울을 터뜨리면 재빨리 수확해 건조시켰다. 꽃잎은 이른 아침에 땄는데, 태양열이 식물 속 오일 성분을 사라지게 하기 때문이었다.
한련이라고도 하는 금련화는 배수가 잘되는 토양에 덩굴을 잘라 꺾꽂이를 하면 뿌리가 잘 내린다. 장미 묘목은 양지바른 곳에 비료를 많이 준 후 심는데, 물을 좋아하므로 일주일에 한 번씩 물을 흠뻑 주어 습기를 유지해 준다. 장미는 진딧물 같은 해충이 많이 생기므로 정기적으로 스프레이형 약품을 분사해줘야 한다. ‘유리지치’라고도 하는 허브 식물 보리지는 건조에 강하고 습기에는 매우 약하므로 물이 잘 빠지는 토양에 심고 여름철의 아주 건조할 때를 제외하고는 물을 자주 주지 않는다. 세이지는 물이 잘 빠지고 영양이 풍부한 흙에 심으면 크게 자란다.
채소류와 열매 식물은 짝을 만들라
셰이커 교도들은 채소류와 열매 식물을 키울 때 서로 도움을 주는 식물끼리 짝을 지어 함께 심었다. 해충은 쫓고 이로운 곤충을 불러들이기 위해서였고 어떤 식물은 공생 효과를 위해서였다. 금송화라고도 하는 마리골드와 토마토를 함께 심으면 마리골드의 강한 향이 토마토에 쉽게 끼는 진딧물을 억제해주는 효과가 있다. 양배추와 감자를 함께 심으면 감자의 성장에 피해를 주는 선충을 쫓을 수 있다. 당근과 양파, 감자와 옥수수, 주키니 호박과 완두콩도 마찬가지 경우다. 이로운 곤충을 끌어들이는 방법도 있는데 마리골드에 잘 꼬이는 말벌은 금잔화의 수분을 돕는 식이다. 보리지는 딸기와 함께 심으면 좋은 공생식물이고, 사탕옥수수와 감자는 함께 심으면 수확량이 증가하는 공생식물이다. 처빌(파슬리류 식물), 상추와 함께 래디시를 심으면 래디시의 매운맛이 더 강해진다. 서양자두 나무 아래 토마토 종자를 심으면 바구미가 끼는 걸 예방해 실한 토마토 열매를 얻을 수 있다.
배양토로 좋은 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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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2 밭흙 배양토의 주재료가 되는 흙으로, 병균이나 해충의 알이 함유되지 않은 흙을 써야 한다. 2., 10 버미큘라이트 질석을 1100도의 고온에서 처리해 만든 인공 토양으로 배양토의 통기, 물 빠짐, 보수성을 향상시킨다. 입자가 너무 작은 것은 건축용으로 물빠짐이 원활하지 않으므로 주의한다. 3, 13 물이끼 습지대의 물이끼를 말린 것으로 착생식물(다른 식물체의 표면이나 암석 위에 부착하여 생활하는 식물로 이끼나 난이 대표적이다)이나 토피어리, 석부작, 목부작 같은 실내용 식물의 장식으로 많이 쓰인다. 겉흙이 쉽게 마르지 않게 하는 효과도 있다. 4, 11 피트모스 부엽토에 비해 청결하기 때문에 일반 배양토의 기본 재료로 많이 사용된다. 단, 강한 산성을 띤 흙이기 때문에 버미큘라이트 같은 토양과 섞어 산성도를 조절해야 한다. 또 피트모스 자체가 거름기를 함유하고 있지는 않으므로 배양토를 만들 때는 별도로 밑거름을 충분히 섞어주는 것이 좋다. 채소나 꽃 식물을 파종할 때 사용하면 좋은데 밭흙과 1:1로 섞어준다. 5 부엽토 활엽수의 낙엽이 썩어서 된 흙으로 가볍고 부드러우며 유기질 거름 성분이 많다. 하지만 해충 알이나 유충, 식물의 종자 등이 섞여 있어 소독하고 사용해야 한다. 6, 8 마사토 암석이 풍화작용을 통해 잘게 부서진 상태가 마사토로 입자가 굵고 세균이 거의 없어 종자를 파종할 때 사용하면 발아에 도움을 주는 토양이다. 분재나 난류 식물의 배양토로 쓰기도 한다. 7 바크 침엽수의 겉껍질을 잘게 부순 것으로 배수성과 보수성이 탁월하다. 화분에 키우는 대부분의 식물, 특히 서양란이나 관엽식물에 사용하면 좋은데, 겉흙으로 쓰면 잡초를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9 유기질 비료 동물성과 식물성 유기질 원료를 혼합한 비료로 토마토, 오이 같은 열매 식물이나 엽채류에 뿌려주면 좋다. 발아용으로 쓸 때는 흙 40%, 배수가 잘되는 마사토 40%에 유기질 비료 20%를 2~3일 전에 골고루 혼합해두었다가 사용하면 된다.
‘높인 화단’에 심은 식물은 1번에 심은 식물부터 시계 방향으로 상록침엽수인 스트로브잣나무, 정원수로 적합한 에메랄드 골드(‘에메랄드 나무’의 한 종류로 잎사귀가 푸르면 ‘에메랄드 그린’, 이 나무처럼 누런 빛이 돌면 ‘에메랄드 골드’라고 부른다), 별 모양 선인장과 역시 선인장류인 꽃기린, 측백나뭇과의 진백나무, 소나뭇과인조선적송나무, 배추, 동양풍란(13번에 심은 식물), 정원수로 사랑받는 꽝꽝나무(9번의 식물), 석혹, 선인장, 딸기, 별베고니아.
Tip 마당을 가꾸고 싶다면
마당에 ‘높인 화단’ 방식으로 정원을 만들고 싶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는 ‘치료 정원’ 전문가인 이성현 씨가 이끄는 ‘푸르네’(02-529-2030, www.ipurune.com), ‘조경’ 대신 정원만을 위한 ‘가든 디자인’을 표방하는 ‘정원 로담’(031-767-5431, www.rodam.co.kr)이 있다. 좀 더 큰 규모의 정원을 계획 중이라면 타워팰리스·교보빌딩의 조경 설계와 유명 인사들의 주택 조경을 맡았던 조경 작가 이교원 씨의 ‘이원조경’(02-595-8266)에 문의할 것. 또한 한국종자나눔회(http://cafe.daum.net/seedshare)에 들어가면 종자나 묘목 심기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오래된 유럽 시골 마을의 정원과 모던한 집이 어우러진 풍경을 둘러보고 아이디어를 얻고 싶다면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유니스의 정원’(031-437-2045, www. eunicesgarden.com)에 들러볼 것.
Shaker Herb Garden
by Carole McC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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