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칸느 니스 해변을 따라서
전명옥
깐느 니스의 겨울해변에는 덩그러니 벤치마다 비어 있었다.
누구를 기다리는지 임자 없는 벤치에는 바다를 자유로이 유영하는 갈매기도 쉬어가고
이역 만리 떠나온 사랑과 고국의 배경을 뒤로 하고 밀려오는 파도와 구름을 따라 이방
인이 되어 낮선 거리를 이리저리 방황하며 짚시처럼 걷고 또 걸었다.
니스에서 마티스의 미술세계는 만났지만 샤갈과는 인연이 없었는지 문 앞에서 서성이
다 돌아오고 말맜다. 마티스미술관을 나서서 니스의 마을 언덕을 걷고 또 걸으며 니스의 공기를 흠씬 마셨다
니스호텔의 창밖에는 샤갈의 그림이 연출하는 눈 내리는 오후의 한 장면이 연상되었다.
우리는 즐거웠다. 샤갈의 시절로 돌아 간듯이. 니스의 밤은 너무나 짧았다. 여류시인은
잠을 못 이루고 서울에 두고 온 봄소식에 귀를 기울였다.
인천공항에서 아시아나 항공에 탑승한 후 10시간 30분 가량 운항한 기내에서 두 차례의 식사가 제공되었다. 닭고기와 와인 때론 해물 등 기내식을 음미하며 오랜 비행에서 오는 지루함과 얼핏 이는 불안감을 안정시켰다.
칸느 어디를 가나 언어의 장벽에 힘들었지만 서로가 손짓 발짓으로라도 소통하려
무진 애를 쓰는 모습들 마저 아름다웠다.
어느 날 버스터미널에서 청바지를 입은 한국인을 만났다. 이웃집 사람을 만난 것 처럼 반가웠다. 길을 물으니 친절하게 버스표 사는곳까지 안내 해 주며 몇 마디 말을 건네곤 총총히 사라졌다.
칸느 시내에서 날아갈 듯한 밥알로 만든 인도음식을 찬은 별로 업었지만 맛있게 먹으며
한국에서 즐겨먹던 카레라이스를 떠올렸다.
프랑스엔 집안 구석구석 가장 후미진 욕실바닥 커튼무늬조차 예술적 감각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마지막 날엔 니스에서 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 규모가 대단히 커 보이는 공립박물관에 들려서 준비해간 시집을 누구나 볼 수 있는 로비 서간 앞에 기중하고 기념 인증 삿도 했다. 아마도 깐느에 온 가장 귀중한 추억이 될 것 같다.
공항 지하도는 고전적 그림을 그려 놓은 듯 부드러운 곡선으로 처리하여 눈이 호강스럽도록 정돈되어 있었다. 엇박자 속에서도 질서가 있어 보였고 다리는 깔끔하고 정돈되었으면서도 격양된 정서를 느낄 수 있었다.
들어서는 까페마다 평범한 서구적 양식집이지만. 겔러리를 방불케 하는 명화로 도배된 인테리어가 내 시선을 고정시켰다. 삶이 니스해변의 에메랄드빛 바다처럼 여유롭고 아름다워 보였다.
함께 간 일행들은 마티스를 만나고 나선, 바다새와 휴양지에서 자전거를 타고 시내 광장을 돌고 돌며 길을 익혔다.
샤갈미술관 언저리에서 머물다, 못내 아쉬운 발걸음들을 돌려야만 했다.
애초에 전시일에 매어서 몸과 마음이 지쳐, 잠시 니스의 바람을 등 뒤에
남겨 놓고 파리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전명옥 약력
한국문인협회 남북문학교류위원
국제PEN한국본부대외교류위원
수필과비평작가회회원
한국현대시인협회회원
한국여성문학회회원
원석문학회회원
오우회회원
중도문인협회편집국장
은평문인협회 이사
저서: 시집- 삶의 노래,
연가
수필{공저}- 우리 두바퀴 외 다수
수상: 황금찬문학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