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에서 제2 외국어 응시가 필요하고 시험을 봐야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이전에 작성한 글이 있다.
"수능에서 필수로 제2 외국어·한문을 응시해야 하는 곳은 서울대 수시모집(지역균형 전형)과 정시모집에서 지정된 모집 단위에 지원하는 경우에 해당된다. 그 외로는 배재대, 부산외국어대, 성균관대, 성신여대, 한국교원대 정도가 있다고 한다. 나머지 수능 응시생들에게는 이 과목이 전혀 필요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실제적으로 경합을 벌이는 곳은 서울대 응시생들이고 그 인원은 1만 명 정도라고 한다. 1만 명이 제2 외국어·한문 과목에 응시해서 유의미한 점수를 내려면 4등급 이상을 받아야 된다고 한다."(2022년 11월 18일 작성글)
이 학교들이 없었다면 제2 외국어를 공부하는 수험생들은 정말 더 감소할 것으로 본다. 입학 자격 기준에 제2 외국어 점수가 있어야 하니 울며 겨자 먹기로 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자신이 앞으로 대학에 입학하여 공부할 전공이 제2 외국어라면 정말 다행이겠다. 더욱 전공 공부에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문' 과목만 떼어서 본다면, 이는 정말 서울대 입학을 원하는 학생들이 제2 외국어 9과목 중에 그나마 쉽게 접근 가능한 과목으로 한문을 정하여 그들만의 경합이 벌어지는 곳인듯하다. 한자와 한문의 지경을 넓히고 명맥을 이어가게 하는 곳이 서울대와 서울대 응시생이다. 그들이 먹여 살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본다.
다시 말하지만, 서울대에는 '한문학'과가 없다. 동양 철학과 사상, 인문 교양을 기르기 위해서 '한문'이 제2 외국어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다. 좋은 머리를 가졌기에 몇 달 안에 한자 공부를 한다면 '한문'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도 있을 것이다.
아래에는 고3 <6월> 모의고사에 나온 '한문' 시험지를 직접 풀어 보았다. 한문학과를 졸업하였고, 지금도 한문을 업으로 삼고 있는 나에게는 그렇게 어려운 수준의 시험이 아니었다. 하지만, 한자를 전혀 모르고, 한문을 전혀 접해 보지 못한 사람에게 이 시험은 정말 최고 난이도 시험이다. 최소 급수 자격증 한자 시험에서 2급 정도는 소지해야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해하고 풀고 그런 유가 아니라 그저 번호를 운에 맡겨 선택해야 하는 시험이다. 알면 굉장히 쉬운데 모르면 한없이 어려운 그런 시험이다. 단순 암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래도 한문 시험 출제 위원들이 호락호락할 리가 없다.
한문 영역을 준비하는 이가 있다면 한문 영역 출제 경향과 한문 공부의 요령 몇 가지를 말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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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기출문제지를 계속 풀어 본다면 조금의 요령은 늘겠지만 한문이라는 것이 언어이기 때문에 똑같은 구조나 수학 문제를 풀 때처럼 길이 딱 보이지 않는다. 언어라는 것이 글자의 의미와 뜻이 아주 다양하게 변하기 때문에 이걸 찾아내기가 참 어렵다. 한문학과가 그냥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기타 제2 외국어 역시 굉장한 공부가 필요한 것이다. 한문에서는 그나마 '말하기'와 '듣기'가 없다. 그리고 '쓰기'도 없다고 본다. 오로지 문서화되어 있는 글들을 해석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양이 너무나 방대하여 죽을 때까지 보더라도 다 볼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아직도 고문서 중에 해석되지 않은 것이 많다고 한다.
4. 한문 원문 공부를 한자 급수 시험 준비와 병행하면서 기초 수준의 책을 한 두 권 읽어 본다면 '한문' 시험을 치는데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 '推句(추구)', '명심보감', '동몽선습', '격몽요결' 등의 책을 한문 원전으로 공부하면 적은 시간에 높은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리고 논어, 맹자, 대학, 중용은 원문과 해석이 같이 있는 책을 보면서 공부한다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 혼자서 읽으면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겠지만, 강독을 듣거나 유튜브 강의를 본다고 하면 시간이 매우 걸릴 것이다.
5. 역시나 최고로 좋은 공부 방법은 학원이나 과외, 선생을 찾아서 직접 지도를 받는 게 가장 지름길이라고 본다. 공부 요령과 방법을 바로 실시간으로 지도해 주기 때문이다.
서울대 응시생으로 한문을 시험을 선택했다면, 단 시간에 고득점을 얻길 원한다면, 혼자 하는 것보다 1~2달 시간을 내어 한문 전공자에게 직접 배우길 추천한다.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필요한 부분을 빨리 채워 줄 수 있을 것이다.
*6월 모의평가 한문 시험지를 내가 푸는데 걸리는 시간은 10분 남짓이었다. '영어' 영역과 비교한다면 그 난이도가 7~9등급 수준의 문제들이다. 물론 모의고사 한문 시험과 급수 자격증 시험은 문제 유형이 매우 다르다. 조금만 공부하면 절반은 쉽게 맞힐 수 있다. 수능 시험에서 제2 외국어로 아랍어를 많이 응시한다고 한다. 절대평가로 바뀐 현재 가산점을 위해 더 공부를 하겠지만, 대다수 응시생들이 찍고 나온다고 한다. 한문 역시 모르면 아랍어와 비슷한 현상이라고 본다. 생소한 아랍어보다는 '한문'이 공부하기에도 덜 낯설고 공부해 두면 삶에 도움이 더 될 거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