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의 바다/ 박수원
추분이 어제, 오늘 아침 7시는
소소한 안개의 바다
바다도 없는 이 이안의 아침은,
이미 태풍의 눈 속에 들어간 고요의 바다이다
해안가 스치는 해무가 너울너울 올라와 날개깃을 펼치다가 일렁이다가
슬픔보다 진한 몽환의 안개
이안을 감싸더니 금시에 삼켜버린다
재 너머 성황당 삼신할매 전설도
이안교의 나즈막한 난간도
벼이삭 여물어가며 내뱉는 소리도
상주 옹기장네 빛바랜 팻말도 첫 가마 든 옹기마냥 낯가리며 숨는데
흐늘대는 해조에 감긴 개 짖는 소리만이 컹컹컹,
버뮤다 삼각지대로 근접하는 중일까
그 괴물이 삼켜버린 해저동굴엔
동네를 담가 놓은 벽화가 울음을 참고 서있다
무르익는 광란의 바다처럼
머지않아 소용돌이 칠 폭풍우 맞으며 퍼 올릴 난파선 몇 척, 아마도 한 배엔 작년 여름 배나무 가득 달렸던 하이얀 고깔이 폭락한 배 값처럼 나뒹굴지라도, 아마도 한 배엔 허리 굽혀 일하다 결국은 드러눈 공검댁 머리맡, 함께 아파하는 황구만이 웅크려 지킬지라도 슬픈 낭만의 으스름 저녁, 냥이들 애절한 울음이 누구 집 갓난애 울음이라 착각해 반색할지라도
아픈 이야기도 묻혀서 아름다운 때 이때든가
표류하며 파도 다독이며 되돌아올 지친 이들이여,
타국살이 서러워 훌쩍였던 베트남 새댁 앙티엔도 싣고 지난 추석, 애비 통장에 돈 몇 푼 덜렁 부치곤 비행기여행 떠난 용구네도 싣고 동구 밖 400년째 지키는 느티나무 그 쓸쓸함에 통곡하던 김초시네 장손 내외도 싣고 역마살 끼었는지 사방 떠도는 삼태 녀석도 싣고
용총 찾아 닻을 올려라, 이안의 아침바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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