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에서 응원으로… SNL ‘인턴 기자’ 인기
장근욱 기자
2021.10.08.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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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웃음거리로 출발했던 사회 초년병 캐릭터들이 시청자들의 공감과 응원을 얻고 있다. 사회에 진출해 좌충우돌하는 2030세대는 물론, 기성세대도 이들의 성장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때 ‘여성 혐오’라는 비판까지 나왔던 SNL코리아 ‘위켄드 업데이트’ 코너는 놀림이 응원으로 이어진 대표 사례다. 배우 주현영(25)이 방송사 인턴 기자로 나오는 콩트로 ‘인턴 기자’라는 별칭으로 더 유명하다.
주현영은 앵커의 간단한 질문에도 ‘동공 지진’을 일으키며 ‘멘털 붕괴’해 떨리는 목소리로 리포트를 이어 나간다. 과도한 공손함으로 실력과 내용의 빈약함을 가리려 들고, 윗사람에게는 무조건 할 수 있다고 외친다. ‘의욕은 넘치지만 실력은 부족한 사회 초년병’의 전형적인 모습.
유튜브 영상 1회는 7일 현재까지 545만명이 봤고 매주 새 방영분이 유튜브에 올라올 때마다 조회 수 수백만 건을 기록하며 SNL코리아 대표 상품이 됐다.
흥미로운 것은 영상에 달린 댓글이다. 대다수가 주현영에게 응원을 보내는 내용이다. “한 번 울고 난 후 조금 더 단단해진 주 기자의 모습”이라는 댓글은 2회 영상에서 가장 많은 1만8000명의 공감을 얻었다. 그다음으로 많은 1만1000명이 공감한 댓글은 “당돌하면서도 유리 멘털(여린 마음)을 가진 주 기자를 응원합니다”라는 내용이었다. 3회에는 “마지막에 인턴 기자가 완벽하게 해내면 왠지 눈물 날 것 같다”는 댓글에 9600명이 호응했다.
일각에서는 이 코너에 대해 ‘20대 여성에 대한 혐오가 담겼다’ ‘회사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는 사회 초년병을 웃음거리로 삼는다’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회차를 거듭할수록 호평과 응원이 쏟아지고 있다. ‘가장 기운 내고 응원받아야 할 대상인 20대의 어려움을 표현하고자 기획했다’는 제작 의도가 인정받은 것이다.
지난 7월 시즌3를 마친 왓챠 드라마 ‘좋좋소’도 비슷한 사례다. ‘좋좋소’는 중소기업 내에서 벌어지는 촌극을 다룬 웹 드라마. 29세 중소기업 신입 사원으로 등장하는 조충범(남현우)이 주인공이다. 평소 뚱한 표정으로 있다가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을 내뱉고 간단한 업무 처리에도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인다. 청춘의 ‘웃픈(웃기지만 슬픈)’ 자화상을 담아낸 캐릭터다.
시청자들은 최종회에서 조충범이 발전한 모습을 보이자 “어눌했지만 그래도 당당히 성장했다” “내가 다 감개무량하다”며 박수를 보냈다. 제작자이자 배우로도 참여한 유튜버 ‘이과장’은 “중소기업에 계시는 모든 분들을 응원한다”고 밝혔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강자가 약자를 대상으로 우월감을 만끽하는 형태의 기성 코미디는 당장은 말초적인 재미를 주지만 ‘나도 약자가 될 수 있겠다’는 불편함을 남겨 결국 꺼리게 된다”며 “나와 비슷한 사람이 난처한 상황을 잘 헤쳐나가는 모습에서 ‘동병상련’의 즐거움을 얻게 되는 것이 최근 인기 코미디의 특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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