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 이어 10월 여행 후기를 쓸 수 있어 다행이다. 10월 초에 감기 몸살인지 코로나인지는 몰라도 갑자기 불청객이 찾아와 매월 1회 여행한다는 나의 결심이 무너질 뻔했다. 다행이 10월 중순에 일본 누님께서 친구들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오신다기에 급조하여 패밀리 모임을 하기로 했다.
코로나 이전에는 패밀리들의 화합과 결속차원에서 몇번 행사를 가졌지만 그 이후로는 한번도 만나지 못하고 근 5년만에 이루어진 것이다. 그것도 일본 누님께서 처음으로 패밀리 모임에 참석하여 6형제 모두가 함께하는 첫 이벤트였다. 6형제로부터 구성된 모든 식구는 50명 정도이지만 이번엔 16명이 참석했다.
코로나 이전에 약 30명의 패밀리가 모인적이 있었지만 이번엔 일본 누님의 일정에 맞추다 보니 1박 2일이 주말이 아니라 일요일과 월요일을 택해 조카들 식구들은 거의 참석하지 못하고 대표 주자들만 당일에 참석하여 16명이 된 것이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패밀리들이라 장소를 정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여태까지 패밀리 행사는 내가 주관을 해 왔지만 이번엔 몸 컨디션이 좋지 않고 해서 이참에 동생들에게 위임하는 것이 좋겠다 싶어 얘기를 했더니 흔쾌히 받아들였다. 나보다 활동적이고 특히 전국을 누빈 동생과 제부가 행사를 추진하다가 보니 일사불란하게 진행이 되었고 내가 추진할 때와 달라진 것도 많았다.
왕년의 패밀리 모임은 소풍가는 기분으로 음식을 준비해서 가는 것을 이번엔 음식 준비를 하지 않고 전적으로 식당을 이용하는 것으로 하고 놀이 문화도 먹고 마시는 분위기에서 여행하고 게임하고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기념 촬영을 많이 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1박 장소는 부산 해운대 한화 리조트를 선택했다.
일요일 아침 대구에서 출발하여 기장에 있는 횟집에 들어 아점을 겸했다. 이곳은 옛날엔 포장마차였지만 태풍으로 포장마차가 쓸려가 기장군에서 가건물을 지어주고 장사를 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고 했다. 때문에 인근 횟집에 민폐를 끼치면 안되기 때문에 회는 팔 수가 없고 구이와 해삼류, 전복죽들만 팔기로 약정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장어구이가 나오는데 이것이 메인 요리였다. 장어라고 해서 곰장어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아나고를 붕장어라고도 하기에 장어구이라고 한다고 했다. 난생처음 먹어 본 구이인데 맛이 괜찮았다. 식사가 끝나고 제수씨가 60번째 맞는 생일이라 환갑 파티를 열어주고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횟집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촬영했다.
환화 리조트의 체크인 시간은 오후 3시 이후에 가능해서 우선 인근에 있는 기장 죽성 성당을 들렀다. 이곳은 2009년 SBS 드라마 "드림"을 촬영하기 위해 지어진 드라마 세트장으로 바닷가를 배경으로 포토존도 설치되어 있고 많은 사람들이 오는 곳이었다. 성당 내부를 잠시 들러보고 포토존에서 끼리끼리 추억을 담았다.
그리고 나서 해가 가장 빨리 뜨는 울산 간절곶으로 갔다. 이곳은 년초에 많은 인파가 붐비는 곳인데 지금은 한산했다. 바닷가 주변엔 대형 카페들이 즐비했고 잠시 이곳에 들러 티타임을 가지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던 중에 조카가 이곳은 맛있는 서생 배로 유명한데 갈 때 한박스씩 선물을 하겠다고 했다.
카페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는 도로옆에 배 가게가 있었다. 40년간 농사를 지어 직판을 하고 있는 가게로 시식을 권해 맛을 보니 내 입맛에 딱 맞았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황금배는 철이 지나 없었고 만풍, 추황, 신고 3종이 있었다. 3개 모두 맛이 엇비슷했지만 그래도 신고가 맛이 부드러워 이것을 70 kg 사서 패밀리별로 분배를 했다.
과일을 워낙 좋아하고 또한 명절 직원 선물용으로도 주문할 수 있어 또하나의 좋은 정보 득템을 했다. 아직 숙소 체크인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부산 용궁사를 가기로 했다. 가는 길목에 찐빵 맛집이 있어 질부가 기어코 맛을 보여주겠다고 하면서 잠시 차를 멈추고 기다리라고 했다. 30분을 기다려도 오지 않아 상황 파악차 한컷을 찍고 낚아채듯 데리고 왔다.
이동하면서 맛을 보라고 했는데 영 내 입에는 맞지 않았다. 나도 초딩시절 6년간 장날이 되면 아버지가 찐빵을 사준 적이 있어 그 맛을 잊지 못한다. 다들 맛있다고 하는데 나만 맛없다고 해서 질부에게 미안했고 나의 독특한 취향을 반성했다. 대구에서 용궁사까지 차 안에서 보낸 시간은 3~4시간 정도였다.
이 시간 동안 잠시도 멈추지 않고 차 안에서 깔깔대며 웃고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마냥 즐거웠다. 아마도 내생애 가장 즐겁고 짜릿한 여행이고 생각된다. 그 배경에는 분위기 메이커인 질녀가 탑승한 것도 있지만 그동안 나에게 푸대접받은 9인승 스타리아도 한몫한 것이다. 내 출퇴근차가 이럴 때 풀로 태워 진가를 발휘하다니 앞으로는 절대 너를 처분하지 않기로 할 것이다.
어느덧 용궁사에 도착을 했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일요일 오후 3시가 넘었는데도 사람들이 많아 어느 코스에서는 정체되어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다. 워낙 돌아 다지지 않는 체질이라 왕년에 한번 와 본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처음이였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는데 입장료도 없이 무료라니 그것 또한 의아했다.
동생한테 물어보니 요즘엔 정부차원에서 사찰 등에서는 입장료를 받지 못하게 해 그것을 주차비로 둔갑되는 사찰들도 있다고 했다. 집사람과 함께 전체를 둘러 보고 나중에 시간을 내어 단둘이 조용히 와서 재음미하자고 했다. 숙소에 도착하니 오후 5시경이였다. 체크인을 하고 리조트 내부에 있는 부페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는데 시간이 많이 남았다.
그래서 모두가 모여 게임을 했다. 이 게임은 일본에서 만든 것인데 빙고게임이다. 복권 추첨을 할 때와 같이 진행자가 빙고 게임기 버턴을 누르면 숫자가 뜨고 이 숫자를 각 개인별로 나눠준 표의 숫자를 맞춰가는 것이다.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은 참가비를 내고 이를 다시 1. 2, 3등으로 상금을 걸고 시합을 벌인다.
동일한 숫자가 나올 때마다 "있다" 또는 "없다" 라고 외쳐야 하고 가로, 세로, 대각선으로 숫자가 맞아 4개가 일치하면 "리치(부자)" 라고 외치고 마지막 5개째 숫자가 맞으면 "빙고" 라고 하면서 승자가 된다. 가장 먼저 승리한 사람이 1등이고 쌓아 놓은 상금을 가져가고 그다음 순위로 계속 게임을 진행한다.
게임의 인원수는 제한이 없고 게임의 룰이 어렵지도 않다. 우리 고유의 윷놀이이나 고스톱보다는 훨씬 재미가 있고 쓰릴이 넘친다. 한국에도 이와 유사한 게임기는 있지만 일본에서 파는 것과는 다른 것 같다. 게임을 즐기려면 일본에서 판매하는 게임기를 구입하고 숫자표는 국내에서도 구할 수 있다. 게임기 사진을 찍지 못해 아쉽다.
보통 1게임 하는데 약 10~30분정도 걸린다. 식사전 4 게임 정도 하고 오후 6시반에 리조트내 있는 부페 식사를 했다. 이곳은 식사도 식사지만 해운대를 바라다 볼 수 있는 뷰의 자리를 잡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서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 한 테이블에 8명이 앉을 수 있고 그 이상이 되면 다른 테이블을 이용해야 한다.
투숙객에 한해서는 식대의 10%를 DC 해주고 가격이 5만원이라 가성비도 괜찮은 편이다. 식사를 끝내고 다시 룸에 모여 빙고 게임을 즐겼다. 이번 빙고 게임은 참가비를 대폭 올리고 1등이 독식하는 것으로 룰을 바꾸다 보니 쓰릴 만점이었다. 빙고 게임 말고도 윷놀이 및 화투도 준비했지만 시간 부족으로 하지 못하고 다시 얘기를 나누다 보니 새벽 1시가 되어 취침에 들어갔다.
새벽 1시면 나의 기상시간이라 좀체 잠이 오질 않아 3시간 정도 잠을 자고 일어나 야경을 즐기면서 난생 처음 해운대 바닷가를 달렸다. 잠을 3시간 밖에 자지 않고 새벽 6km를 달리고 낮잠을 자지 않은데도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즐거운 마음이 활력을 솟게 한다는 것을 느끼게 한 여행이었다.
아침 식사는 각자 간단히 하고 오전 10시에 체크아웃을 한 후 서울 동생가족과 헤어졌다. 일본누님과 부산누님 그리고 대구 형님과 경산 동생가족들은 내차를 타고 경산에 도착해 점심식사를 한 후 헤어졌다. 만남은 항상 설레이고 즐겁지만 헤어짐은 항상 아쉽고 서운한 감정이 올라온다.
앞으로 얼마나 이런 모임을 가질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패밀리 모두가 건강해야 한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50명의 패밀리 모두가 참석하여 이런 즐거움과 추억을 만드는 기회를 기대해 본다.
1. 패밀리 여행
-일자: 2023. 10. 15~ 10. 16(1박 2일)
-장소: 부산 해운대 한화 리조트
-참석자: 일본 누님외 15명
-코스: 대변 횟집=> 기장 축성 성당=> 울산 간절곶=> 부산 용두사=> 부산 해운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