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의 ‘건설감정실무’를 토대로 몇 분과 같이 감정에관한 책을 썼다. 2013년 펴낸 ‘건설감정-하자편’이 그것이다. 그 직후부터 하자 외에도 각종 공사대금 감정을 비롯하여 유익비나 설계비감정까지 큰 틀의 정리가 필요함은 느끼고 있었다. 부족하지만 이왕하자 감정에 관한 책도 썼던 터라 약간의 책임감도 있었다. 그래서 지난 10년 동안 수행했던 감정서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주변의 감정인에게도 부탁하여 자료도 많이 구했다. 논문이나 책도 많이 봤다. 그런데 지난 감정서들을 보다보니 얼굴이 후끈거린다. 누구보다 많은 경험이 축적되어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시 보니 오자는 왜그리 많은지. 띄워 쓰기는 왜 그리 안 맞는지. 개념정리도 명확하지않고 대충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많았다. 뭔가 올바르지 않다는느낌이 드는 것도 있었다.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깔렸다. 일만시간의 결과 치고는 너무 보잘 것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자괴감도 들었다. 어떻게 헤쳐 나온 것 같았지만 과오도 많았던 것이다. 그냥 잊고 살았던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이 책은 하자 외에 공사대금과 기타 감정을 다루고 있어 지난 2013년에 펴낸 ‘건설감정-하자편’에 이은 2편이라고 할 수도 있다. 앞서 하자편이 건설감정실무를 근간으로 만든 것이라면 이 책은 감정인마다 축적된 자료를 모아 정리하고 분석한 것이다. 이를 통해 뭔가 올바른 감정방법을 논할 수 있는 틀을 만들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서 출발하였다. 아직 미완이지만 이제 감정분야도 고도의 객관성과 공정성, 과학적 사고를 요구하는 전문화된업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 만큼 감정인의 전문적 역할과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이러한 자료와 논리를 정리하여 다른 감정인들과 공유할 수 있다면 보람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이 책을 쓴 가장 큰 이유이다.
돌이켜보면 감정의 성패는 감정사항을 정확히 이해하는데 달려있는 것 같다. 감정사항은 감정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정서에 감정사항을 기재해야 한다. 마치 판결문에 청구취지를 기재하는것과 같다. 문제는 감정인이 감정의 신청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만약 감정인이 감정사항을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한 채 감정에 착수하였다면 그 결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다. 또한 건설분쟁에서 발생하는 정보량과 그 수준이 감정인의 이해능력을 추월할 때마다 감정인은 벽에 부딪힌다. 이 추세를 막을 수 없다. 현재 국내 건설산업은 설계나 시공의 품질,성능이 급속히 선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때론 불가피하게 실수도 있기 마련이다. 미처 확인하지 못한 오류도 일어난다. 그렇다면 그 감정결과는 증거로서의 가치가 상실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통찰력을 가져서 감정의 실수나 오류를 줄이고 더 잘할 수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떻게 하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가. 올바른 감정방법은 무엇인가. 이 책은 이런 물음에 대한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