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의 사례: 이미지와 감각 따라가기
2)분석
앞으로 기술할 사례 분석은 다음의 두 가지를 기준으로 분석한다. 첫째, 치유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는가. 둘째, 신체적 반응, 신체적 표현과 정서적이고 인지적 감응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전개되는가를 분석한다. 이상을 기준으로 프로그램 실행 결과를 분석하고자 한다.
①치유 메커니즘 분석
②세 가지 수준의 상호작용 분석
발견에서 성장에 이르기까지 각 국면을 세분화하여 각기 해당하는 세 가지 수준으로 나누었다.
①'흘러가는 모습이 아름다운 노을' 이미지 ②한쪽 팔을 들고 서 있는 조각상 ③나른함, 애매함 ④왔다 갔다 기웃기웃하는 동작과 움직임으로 표현 ⑤흐릿한 감각, 답답하고 초조함, 따분함, 공허함 ⑤길을 잃었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 ⑥노을이 텅 빈 하늘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추가됨 ⑦이를 벗어나기 위한 방어로서의 스트레칭 동작 ⑧'텅 빈 거리에서 길을 잃고 허무하게 서 있는 나를 발견' 이미지 ⑨정처 없이 돌아다님 ⑩너무 멀어서(찾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못 찾음) 지쳤음을 인식, 발목이 무엇인 가에 묶여 있는 느낌 발견 ⑪발목에 묶인 것을 끊어내려는 동작 ⑫끊어내고 밖으로 나가고 싶은 생각 ⑫밖으로 나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답답함 생김 ⑬'내 눈은 없잖아!' 이미지. 말뚝과 그곳에 동여매진 끈, 수많은 눈(目)의 이미지 생김 ⑭사실 아무도 묶은 적 없는 끈, 의심스러운 말뚝의 실체, 남의 눈이 그렇게 중요해? 나를 봐주는 진짜 내 눈은 어디에? 라는 생각들 ⑭평판에 대한 두려움, 비관, 자신 없음, 허무함 등의 감정 ⑮싫다는 표현, 벽을 미는 동작, 벽에 귀를 대고 무엇인가 듣는, 밖을 엿보는 동작 ⑯묶어 놓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묶인 척하면서 의존, 밖이 궁금한데 스스로 묶은 끈을 풀 용기가 없다는 생각 ⑰'벽이 아니라 문'의 이미지 그림 ⑱그동안의 두려움이 허탈함, 자유에 대한 설렘, '과연'..이라는 작은 두려움 ⑲CCTV를 통해 나를 보고 있는 느낌
이를 다시 상호작용의 도표로 만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A는 신체적 감각에서 인지로 작용하는 횟수가 가장 많고(열 번) 그 다음이 인지적 자각을 통해 신체적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많았다(다섯 번). 신체감각 작용이 사고와 정서를 자극하는 경향이 우세하고 그에 비해 정서를 통해 신체적 움직임과 인지작용으로 가는 과정은 상대적으로 원활하지 못함이 보인다. 이는 인지작용이나 정서적 흐름보다 신체가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가설을 가능하게 한다. A의 경우 발을 묶었다고 생각했던 끈을 끊어버리고, 벽을 미는 동작 직후 막혀 있다고 생각했던 벽이 열려 있는 문이었음을 이미지를 통해 발견하면서 해소의 순간이 일어났다. 이는 신체 동작과 동작이 주는 정서, 이미지와 생각들이 통합되면서 자기 문제에 대한 총체적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즉, 해소와 동시에 일어나는 통찰은 세 가지 수준의 통합과 동시에 일어난다고 보인다.
③평가
주로 신체감각으로 움직임과 정서와 사고의 변화를 나타내던 A의 실행과정을 평가해 보면 다음과 같다. A는 처음 나른하고 애매한 느낌을 그대로 시각적으로 표현하였고, 그 느낌을 간직한 이미지를 통해 몸의 감각을 표현하였다. 주로 시각화된 이미지를 통해 동작과 사고가 확산되는 양상을 띠었다고 할 수 있다.
발견 단계는 신체적 이완을 통해, 억압된 신체 부분을 감각적으로 느껴 이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활동을 담고 있다. 이미지를 신체로 표현하면서 제목과 달리 모호한 이미지는 그가 반응한 움직임에서 더 분명히 파악된다. A에게 발견 단계는 신체적 이완을 통해 억압된 부분을 발견하게 했다기보다, 그 부분으로 들어가기 위한 입구를 더듬어 확인하는 정도로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무의식적 불편함의 정체를 좀 더 선명하게 발견하는 일은 다음에 이어지는 직면 단계에서 이뤄졌고 직면 단계에서 발견과 직면을 동시에 하게 된다. 즉, 텅 빈 그림을 그려, 노을 뒤의 자신이 사실은 텅 비어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A에게는 시각적 표현인 이미지의 창조가 앞선 과정의 처음 이미지와 움직임과 생각을 통합해 주는 기제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A의 사례에서 직면 단계는 '그리기-움직이기'라는 직면 활동의 반복적 사용으로 '발견'이라는 기능을 성취하였다. '발견'의 성취는 내면의 감추어졌던 이슈가 지금-여기의 이미지 표현과 즉흥적 동작을 통해 외현화되면서 알아차리기와 마음챙김이 작동한 덕분이다. '내가 -를 느끼는구나, 내가 -한 행동을 하고 있구나, 내가 -라는 생각을 하고 있구나'가 반복되면서 자기 통찰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점이 심신 통합예술치료의 효과라 할 수 있다. A는 해소의 움직임으로 스트레칭을 해보았지만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과 오히려 무언가 적절치 않고 삐걱대는 느낌을 감지했다. 몸을 사용한 치료 과정은 치료자의 개입 없이도 스스로 무엇인가 일치하지 않고 있음을 본인의 느낌과 감각에서 찾아낼 수 있다는 점이 커다란 장점이다. 생각, 정서, 감각, 움직임이 일치하지 못하고, 불협화음을 일으키고 있음을 감지함으로써, 참여자는 자신의 문제에 집중하게 된다. 좀 더 자신의 상태를 표현하는 움직임을 모색하면서 무엇인가를 찾아내고 이를 다시 그림으로 표현하게 된 것이다. A가 보이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신체, 인지, 정서가 통합되어 작동하면 실제로 어떤 결과물이 나타나는지를 잘 보여준다. 인지와 정서가 동의하지 못하면 신체는 움직이지 못했고, 인지와 정서가 함께 적절한 신체적 움직임을 찾아내는 식으로 진행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세 번째 그림은 굵은 나무 밑 둥우리에 자신을 묶은 무엇인가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꽉 들어찬 그림을 그렸다. 자신의 공허는 자기 안에 자기는 없고 타인의 시선들만 꽉 차 있다는 것과 관련이 있고, 자신이 그 시선에 묶여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이런 경우 발견은 곧 직면이 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여러 움직임을 시도하면서 A는 사실 자신을 묶은 것은 허상이고 얼마든지 '문 너머'를 탐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자기 스스로 일상에 자신을 묶고 다른 사람들에게 의존해 왔었음을 깨달으면서 자신이 느끼는 공허의 정체를 확인했고 두려움은 설레임으로 바뀌었다. 중요한 점은 A가 자신이 벽(문)을 미는 동작과 묶인 발을 끌며 벗어나려는 동작, 그리고 그 줄을 끊어버리려는 움직임을 하기 전에는 자신이 이런 그림을 그릴 줄 몰랐다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가능한 것은 동작과 움직임으로부터 정서적이고 인지적 감명이 일어나고 각각의 수준이 조화를 이룰 때 알아차림과 창조적 표현의 수준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변화가 늘 즉각적으로 자기의 의식 안에서 자각되는 것은 아니다. 의식은 변화보다 한 걸음 늦게 오기도 한다.
해소, 발견, 성장의 단계는 '해소'가 적절하게 이뤄짐으로써 연속적으로 성립되었다. 그리하여 해소, 발견, 성장의 단계는 '해소'가 어느 정도 이뤄지느냐에 따라 연속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A의 경우, 해소의 단계에서 움직임을 통해 실마리를 잡음으로써 그 뒤의 과정까지 이어지면서 치유적 효과를 가져왔다.
A의 사례에서 심신 통합예술치료 프로그램은 신체, 정서, 인지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견, 직면, 해소, 변화, 성장의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함께, 프로그램이 작용하는 방식에 있어 발견과 직면 단계가 세 차례 반복되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이는 신체의 움직임을 통해 통찰이 점점 더 깊어진다는 점과 여기에 알아차림과 마음챙김이 큰 역할을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후 해소, 변화, 성장 단계는 해소 단계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뤄졌느냐에 따라 연속적으로 반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A의 사례는 움직임과 이미지 그리기 그리고 대화가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도 보여준다. 몸의 움직임을 통해, 무의식의 정서나 생각을 탐색하고 이를 이미지 그리기와 대화를 통해 다시 선명하게 포착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미지 그리기는 움직임을 통해 감정이나 생각으로 외현화된다. 이러한 과정이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이렇게 심신 통합예술치료에서 움직임과 동작. 이미지 그리 기, 대화와 글쓰기는 상호작용하면서 무의식적 어려움을 규명하고, 이를 해소하게 한다.
<심신 통합예술치료의 치유 메커니즘에 관한 연구/ 민주원 용인대학교 대학원 예술치료학과 박사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