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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 자료실 스크랩 금우태자전(金牛太子傳) - 작자 미상
스머패트 추천 0 조회 64 18.07.01 11:05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금우태자전(金牛太子傳) - 작자 미상

 

 

▣ 본문 학습 ▣ ☞ 작품 전문

 

화설, 상고 시대에 서역(西域) 땅에 파사국(婆娑國)이 있었으니, 지방이 광활하고 문물이 순후하며 사시로 초목이 무성하여 백화가 만발하니, 가위 별유천지(別有天地)더라.

차시 왕이 슬하에 남녀간 자손이 없어 주야로 근심하사 자손을 보시려 하고 세 왕후를 두었으니, 첫째는 정덕왕후(貞德王后)요, 둘째는 숭경후(崇敬后)요, 셋째는 보만후(普滿后)라.

왕이 3후와 금실이 화락하나 일점 혈육이 없어 주야 탄식으로 지내더니, 홀연 전각(殿閣)이 무너지거늘, 왕이 대경(大驚)하여 만조백관을 모으시고 하교(下敎) 왈(曰), “필연 국가에 무슨 재난이 날 듯하니, 어찌하면 재난이 소멸할꼬?” 제신이 주왈, “이제 폐하께서 피접(避接)을 나사 2, 3년간 처양산(處陽山)에 파천(播遷)하사, 부처께 정성을 드리시면 좋을까 하나이다.” 왕 왈, “짐이 무덕(無德)하여 이런 변괴가 남이니, 경등의 말대로 하리라.”하고, 영일관(寧日官)에 명하사 발행일을 택하라 하시니라.

차시 왕이 환궁하사 3후를 모으시고 왈, “짐이 장차 처양산에 파천하여 2, 3년간 부처에게 복을 빌어 국가 재변을 소멸하고 돌아올지니, 3후는 궁중에 있어 그 사이 종묘 사직을 받들어 평안히 계시며, 또는 짐이 돌아오는 날 3후는 각각 무엇으로 짐을 대접하여 마음을 즐겁게 하고자 하느뇨.”

정덕후 왈, “첩은 아무 재주 없사오나 실과를 잘 위업하오니, 좋은 실과를 두었다가 폐하 환궁하시거든 이로써 만세를 부르려 하나이다.”

왕 왈, “정덕후는 그러하거니와 숭경후는 무엇으로 대접하고자 하느뇨.”

숭경후 왈, “첩은 침재(鍼才)가 있사오니, 정성을 다하여 좋은 의복을 지어 두었다가 환궁하옵시거든 옥체에 입으시게 하여 만세를 불러 태평을 누리게 하리이다.”

왕이 보만후를 돌아보아 왈, “보만후는 무엇으로 짐을 위로코자 하느뇨.”

보만후 대왈, “첩은 이미 잉태함이 있는지라, 비록 덕이 없사오나 10삭을 무사히 지나 순산(順産)하매, 한 어깨에는 해가 돋고 한 어깨에는 달이 돋아 복덕(福德)이 구존(俱存)한 성자신손(聖子神孫)의 기남자를 생하여 폐하께 바쳐 천추만세(千秋萬歲)에 향화(香火)를 받들게 하리이다.”

왕이 대희 왈, “보만후가 족히 짐의 마음을 위로하리로다.”하시고 처양산으로 파천하시니라.

이후로부터 정덕후와 숭경후가 시기지심(猜忌之心)이 간절하여 서로 밀의 왈(曰), “만일 보만후의 말 같을진대 우리는 다 쓸데없을 것이요, 보만후만 홀로 천총을 받을지라. 이를 어찌하면 좋을꼬.”

하며 날마다 근심으로 지내더니, 일일은 정덕후가 한 계교를 생각하고 숭경후를 청하여 왈,

“보만후의 산월(産月)이 불원하였으되, 한 꾀를 생각지 못하였으니 어찌 민망치 아니하리요. 시비(侍婢) 채란이는 꾀가 무쌍하고 또 심복인이라, 불러 물어 보사이다.”하고 즉시 채란을 부르니, 채란이 들어와 문안하고 곁에 섰거늘, 정덕후 왈, “채란아, 근일엔 무슨 일로 볼 수가 없느냐.”

채란이 대왈, “요새 병이 나서 근일간 문안치 못한 죄는 만사무석(萬死無惜)이로소이다.”

숭경후 왈, “지금은 나으냐.” 채란 왈, “병세는 조금 감하였사오나 구기(嘔氣)를 잡지 못하였나이다.”

정덕후 왈, “요사이 우리 양인의 근심이 있음을 아느냐.” 채란이 대경 왈, “무슨 근심이 계시니이까, 소비는 전혀 모르나이다.” 정덕후 왈, “너 보만후의 일을 아느냐.” 채란 왈, “보만후께서 산월이 불원하신데, 무슨 병환이 나셨니이까.” 정덕후 왈, “병환아 나서 근심이 아니라, 실로 우리 양인의 큰 심복지환(心服之患)이 있노라.” 채란 왈, “무슨 심복지환인지 듣고자 하나이다.”

숭경후 채란을 가까이 오라 하여 귀에도 입을 대고 가만히 무엇이라 하더니, 채란이 다 듣고 한참 앉아서 무슨 생각을 하다가 왈, “실로 중대한 일이로소이다. 만일 일이 발각되는 날이면 소비는 구족(九族)을 멸할지니, 어찌 경솔히 행계(行計)하리이까.” 숭경후 왈, “우리 둘이 있으니, 어찌 너 하나 구치 못하랴. 좋은 방략(方略)을 생각하여 우리에게 근심을 덜게 하라.” 채란 왈, “한 계교가 있사오니 여차여차하면 가히 성사하리이다.” 양후(兩后) 대희하여 즉시 보만후궁으로 오니라.

보만후 산월을 당하매 자연 몸이 불편하여 자리에 누웠더니, 양후 이름을 보고 몸을 일어 맞는데, 정덕후 왈, “산월을 당하시매 몸이 과히 불편치 아니하시니이까.” 보만후 왈, “근일 몸이 자주 불편하여 양후께 문후치 못하였나이다.” 숭경후 왈, “산실에는 해산 구원에 익은 사람이 있어야 하나니, 시비 채란은 해산 구원을 잘 하니 갖다 두고 일을 보게 하소서.”

보만후 왈, “이처럼 근념(勤念)하시니 황감하외다.”하고, 채란을 머물러 두니라.

차설, 보만후 홀연 몸이 불편하거늘, 채란이 앞에서 해복하기를 기다리더니, 이윽고 보만후 몸을 움직이며 순산하니 과연 일개 옥동이라. 보만후 혼미 중 살펴보니 남자어늘, 마음에 대희하여 몸이 괴로우나 기쁨을 어찌 측량하리요. 정신을 수습지 못하여 잠깐 혼미하였더니, 차시에 채란이 아해를 내어다가 양후에게 주고 고양이 껍질 벗긴 고깃덩이를 가져다가 태중에 들어 치고 거짓 근심함을 마지아니하더라.

보만후 한참만에 정신을 수습하고 채란을 이윽히 보다가 왈, “네 어찌하여 저렇듯 근심하느냐.”

채란 왈, “낭랑은 이것을 보시옵소서. 아해가 아니라 핏덩이를 낳으셨으니 이런 변괴가 어디 있으리이까.”

보만후 혼미 중 대경하여 급히 몸들 들어 보니, 과연 아해는 간데없고 붉은 고깃덩이어늘, 혼비백산(魂飛魄散)하여 정신이 없는 중 가만히 생각하되, ‘내 아가 정령한 남자를 보았더니, 이 어찐 일인고. 지금 보건대 고깃덩이가 있은즉, 아까 잘못 보았던가. 잠깐 의지하여 조을 적에 남자로 보았던가.’

곡절을 알 수가 없어 의혹히 만단터니, 양후가 와서 위문하거늘, 미처 대답지 못하고 문득 기절하거늘, 양후 왈, “해산지사는 임으로 못 하나니 과도히 근심 마시고 몸이나 보중하소서.”

하고 국과 밥을 무수히 간권하니, 차시를 당하여 보만후 어찌 모해(謀害)에 빠진 줄 알리요. 다만 주루를 머금어 노심초사(勞心焦思)할 뿐이더라.

그날 밤에 양후가 아해를 무릎에 놓고 보니, 골격이 장대하여 용봉지자(龍鳳之姿)요, 천일지표(天日之表)라. 은은히 국왕의 모습이 많아 엄연한 군왕지상(君王之像) 이어늘, 양후 탄왈,

“이런 아해를 만일 해하면 천앙(天殃)이 어찌 없으리요. 만일 처치하다가 발각 곧 되면 우리 두 목숨이 죽을 뿐만 아니라 왕상의 씨가 없어질 것이니, 이를 장차 어찌하리요.”

무수히 생각하다가, “이미 내친 걸음이라. 주판지세(走板之勢)로 죽은들 어찌 그저 있으리요.”

하고, 악심이 대발하여 채란더러 문왈, “이 아해를 어찌 처치하면 좋을꼬. 계교를 생각하여 속히 처치하라. 날짜가 더디면 발설될까 두려우니라.” 채란이 대왈,

“이 궁 밖에 큰 산이 있으되, 사나운 짐승이 많이 있어 사람이 감히 그 근처에 가지 못하오니, 아해를 갖다가 산중에 버리면 짐승의 밥이 되리이다.”

양후 왈, “그러면 속히 행계하라.”

채란 왈, “오늘 밤중에 갖다 버리오리이다.”

하고, 이날 밤 사경에 채란이 아해를 싸 가지고 산중으로 들어갈새, 가슴이 두근거리고 몸이 사시나무 떨 듯이 하여 무서운 마음을 진정치 못하고 1리쯤 가서 아해를 산 언덕에 버리고 급히 돌쳐 올새, 홀연 공중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며 바람 소리 진동하는지라. 채란이 한 걸음에 급히 궁중으로 내려와 양후를 보고 왈, “아해는 아무 수리의 밥이 되었나이다. 막 버리고 돌쳐서서 오려는데 머리 위에서 이상스런 새 소리와 바람이 지날 적에는 독수리가 채 갔나 보이다. 사람이 죄는 못 질 것이오. 어찌나 무서운지 죽을 뻔하였습니다.”

양후 상을 후히 주며 왈, “명일 가서 보고 오라.”하더라.

이튿날 채란이 산중으로 들어가 보니 백학이 한 날개로는 땅에 깔고 한 날개로는 덮고 있다가 사람을 보고 달아나거늘, 나아가 자세히 보니 아해가 밤 사이에 더욱 장성함과 같거늘, 채란이 놀라며 어이없어 생각하되, ‘이 아해는 범상한 아해가 아니로다. 어찌 백학이 와서 호위할 줄 알았으리요.’

하고 급히 돌아와 양후에게 수말(首末)을 고하니, 양후 대경실색하여 왈, “그 아해를 그 곳에 두어 쓸데없으니 데려오라.”

채란 왈, “그냥 두면 짐승의 밥이 아니 되더라도 주려 죽을지니, 갖다가 무엇하려 하나이까.”

양후 왈, “짐승이 호위할 적에는 범상한 아해 아니냐. 필연 사람이 있어 구하리니 어찌 후환이 없으랴. 데려다가 달리 처치하여 뒤의 근심을 덜리라.”

채란이 수명하고 즉시 가서 데려왔거늘, 양후가 귀를 이어 서로 말해 가로되, “이제 남을 해하려다가 우리가 도리어 근심을 맡았도다. 이 일을 장차 어찌하면 좋을꼬.”하고, 채란더러 문왈,

“일이 이에 이르렀으니 다른 방침을 다시 생각하라.” 채란이 묵묵무언(黙黙無言)이다가 무릎을 치며 대희 왈, “묘하고 묘하다. 기특한 꾀 있어 귀신도 모르게 처치하리니 염려치 마옵소서.”

양후 급히 문왈, “무슨 꾀가 그같이 묘하냐. 급히 말하여 속이 시원하게 하라.”

채란 왈, “폐하께서 일찍이 후원에 밭을 갈아 사시로 천하 용형(用形)을 보시나니, 그 밭 가는 소가 병이 나서 다른 소를 개비하실새, 암소 하나를 사 왔는데, 암소가 사나와 사람을 보면 잡아먹으려고 달려들므로 사람이 가까이 못 하와 죽을 주려 하여 멀리 놓고 섰으면 사람을 쫓아 잡으려 하니, 쇠구유에 이 아해를 넣고 여물을 많이 넣어 주면 뼈도 남기지 아니하고 먹을 것이니, 아무 염려도 마옵소서.”하거늘, 양후 대희 왈, “이 계교 가장 신기하고 묘하다. 채란 아니면 우리 양인이 어찌 베개를 편히 하리요.”

하고, 무슨 경사나 당한 듯하여 밤 들기를 기다려 행사하려 하더니, 이윽고 날이 점점 저물어 인적이 조용하거늘, 채란이 양후와 같이 가서 아해를 쇠구유에 담아 놓고 위에다가 여물을 많이 덮고 멀리서 바라보니, 대저 천지간에 이런 몹쓸 무리가 어디 있으리요. 천지 무심치 아니하사, 이른바 귀인은 백신(百神)이 호위한단 말이 옳도다.

차시 암소가 여물을 헤치고 아해를 곱게 통으로 삼키고, 이후로는 여물도 아니 먹고 한옆에 가만히 있으니, 이 소는 하늘소로 태자를 위하여 내려와서 태자를 구하고 상천할 소더라.

이 때 양후와 채란이 바라보고 돌아와서 기꺼워함이 측량없더라.

각설, 왕이 처양산에서 재계하시고 정성을 드린 후 환궁하시니, 두 왕후는 실과와 의복을 만들어 전일 언약 대로 올리고 인하여 만세를 부르는데, 다만 보만후는 무엇을 올리리요. 한옆에 엎디어 죄만 청하거늘, 왕이 대소 왈, “보만후는 무슨 연고 있건데 죄를 청하느뇨.”

두 왕후 주왈, “보만후가 해복할새 생남하기를 바라옵더니 천만의 외에 남자가 아니요 한 핏덩이를 낳은지라. 이러므로 청죄하나이다.”

왕이 대로 왈, “보만후 전일 언약을 저버리고 그런 괴물을 낳았으니, 그 죄가 죽음직하나 아직 용서하거니와, 그저 잊지 못하리라.”하시고 정위(正位)에 하교하사 논죄(論罪)하라 하시니, 백관이 일시에 주왈, “폐하, 처양산에 행행하사 재앙을 소멸하시고 환궁하시니 그 경사 극하온지라, 보만후 비록 죄가 있을 지라도 사하심이 옳삽거늘, 어찌 이런 일을 다시 논죄하리이꼬. 이제 다른 죄인이라도 다 방석(放釋)하시고 대사천하(大赦天下)하사 천의(天意)를 순수하심이 마땅할까 하나이다.”

왕이 듣지 아니하시고 더욱 노하사 왈, “만일 백관 중에 막는자 있으면 일률(一律)로 시행하리라.”

하시니, 뉘 감히 막을 자 있으리요. 왕이 두 왕후더러 왈, “보만후를 궁중 후원에 가두고자 하나니 어떠하뇨.” 양후 대왈, “보만후의 죄는 죽음직하오나 폐하 이미 관전(寬典)을 쓰시어 성덕이 융융하시니, 마땅히 보만후를 궁중 후원에 가두시되, 한 간 방을 짓고 매일 밀 한 섬씩 갈게 하되, 만일 갈지 아니하거든 형벌을 시행함이 좋을 까 하나이다.”

왕이 종기언(從基言)하사 이에 보만후를 후원에 가두고 매일 밀을 갈라 하니, 보만후 눈물을 흘리고 한 간 방에 갇히어 밀을 갈새, 슬프다 보만후여. 몹쓸 모해(謀害)에 빠진 줄 모르고 신세를 생각하고 장탄(長歎) 왈, “팔자 기박하여 이 지경을 당한 중에 또 날다다 밀 한 섬씩 갈아 들이라 하니, 내 섬섬약질(纖纖弱質)로 밀을 갈아 본 일이 없거늘, 만일 갈지 아니하면 사나운 형벌이 몸에 미치니 생불여사(生不如死)라. 이를 어찌하리요. 목숨이 모질어 죽지 아니하고 형벌을 때때로 당하여 살점이 떨어져 아픔을 이기지 못하여 종종 기절하고, 또 구멍밥도 먹기를 가끔 궐하니 차마 설워 못 살리로다.”

하며 형벌에 못 이기어 밀을 가니, 손바닥이 또한 부르터 기운을 차리지 못한들 뉘라서 이 고생하는 줄알리요.

슬프다, 가련하다. 머리 위에 빗 얹어 본지 몇 날이며 몇 달인지, 반귀신이 되어 있어 배고프고 일신이 아파 못 살리로다.

차시 일일은 아해 먹은 암소가 점점 배가 부르더니 옆을 트고 한 송아지를 낳으니, 그 송아지를 볼작시면 오색이 영롱하고 몸뚱이는 황금빛이요, 눈이 노랗고 오색을 두러 선을 향하고 향내 촉비하는 금송아지라. 그 소가 아해를 온통을 삼켰으매, 그 아해 소 뱃속에서 보를 쓰고 한가히 앉았으매, 그 보가 가죽 모양이 되어 오색이 찬란하니, 거죽은 그러하되 속은 사람이라. 보는 사람이 어찌 사람이 그 속에 든 줄 알리요.

금송아지 점점 자라나니, 하루 한 치씩 일취월장(日就月將)하며, 오색이 더욱 영롱하고 향기 촉비(觸鼻)하니, 궁중 사람들이 기이히 여겨 인구 전파하여 모를이 없더라.

차시 왕이 들으시고 근시(近侍)를 명하사 바삐 오색 금송아지를 올리라 하여 감하시고 왈, “아무리 짐승이라도 이렇듯 절묘하니 마땅히 당상을 주라.”

하사, 귀에 금관자(金貫子)를 번듯하게 달고 주홍사(朱紅絲)로 굴레를 만들어 씌우고 누각에 올려 매어 두라 하시고, 매일 사랑하사 슬하에 두고 귀히 여기사 먹을 것을 주시되, 약과와 별식을 많이 주시니 사람같이 먹더라.

대체 이 송아지 근본을 말하면, 즉 석가 세존 말제자 금수 나한(金獸羅漢)이라. 하루는 세존이 중제자를 거느리시고 연대(蓮臺) 상에 앉아 설법하실새, 홀연 옥황 상제(玉皇上帝)께서 태백 금성(太白金星)을 보내사 전교(傳敎) 하시되,

“지금 손오공(孫悟空)이라 하는 돌잔나비가 천궁(天宮)에서 대요(大擾)한 지 오래되 막을 자 없더니, 태상노군(太上老君)이 잡아 팔괘 화로에 넣어서 5백년을 불에 사르되 죽지 않고 화로를 깨치고 나와서 작란이 무쌍하여 천궁이 요란하되 제어할 자 없으니, 원컨대 석가 세존은 법력을 내어 손오공을 제하여 천상을 평안케 하기를 바라노라.

하시었거늘, 세존이 들으시고 합장배명(合掌拜命)하시며 왈,

선재선재(善哉善哉)라. 손오공은 교래국과 화산에서 몇만 년을 천지조화(天地造化)와 일월정기(日月精氣)를 받아 돌 가운데서 생긴 자라. 장래 우리 교에 무쌍한 공이 있을지라, 어찌 경솔히 제어하리요. 우리 불교는 박애주의(博愛主義)를 가졌나니, 선도지(善導之)하여 착한 길로 나가게 하고, 법력으로 압제함이 불가의 본이 아니냐.“

하시고, 좌우 제자를 돌아보사 왈,

“제자 중 뉘 능히 나의 법지(法旨)를 받아 가지고 천궁에 가서 손오공을 제어할꼬.”

금수 나한이 곁에 모셨다가 연대 앞으로 나와 합장하고 고왈,

“제자 비록 무재하오나 법지를 받아 가지고 천궁에 올라가 손오공을 선도할까 하나이다.”

세존이 이윽히 보시며 왈, “선재선재라. 네가 능히 선도지하겠느냐.”

금수 나한 왈, “세존의 법력(法力)대로 하오면 어찌 제어치 못하오리이까.”

세존 왈, “너의 마음이 지금은 그러할 듯하나 가다가 중로에 마음이 변할까 하노라.”

이 때 관음 보살(觀音菩薩)이 곁에 오셨다가 합장하고 왈,

“이는 다 천지조화로 정한 바이라, 법력으로 막지 못하올지니, 보내 보심이 좋을까 하나이다.”

세존이 금성더러 이러 왈, “손오공이 비록 천궁을 대표하나 깊은 근심은 없을지니, 먼저 행하면 내 뒤미쳐 가리라.”하시고, 금수 나한을 다시 불러 왈, “나도 쫓아가리니 먼저 갈지어다.”

금수 나한이 합장수명하고 곧 행하니라.

차설, 금수 나한이 석가 세존의 법지를 받고 천궁으로 행할새, 오색채운을 멍에하여 정히 행하더니, 한 군데 이르러 보니, 일개 선녀 쟁기를 허리에 걸고 밭을 거는데, 섬섬세요(纖纖細腰)는 끊어질 듯하고, 얼굴은 창백하여 생기는 조금도 없고, 숨은 턱에 차서 당장 기절할 듯한지라. 금수 나한이 이를 보고 구름을 멈추고 이윽히 보다가 왈, “선재선재라. 불가는 대자대비(大慈大悲)를 힘쓰나니, 오늘 저러한 정경을 보고 어찌 그저 지나리요. 사람이 쟁기를 메고 밭을 갈 적에는 필연 사괴 있음이니 물어 보리라.”하고, 구름에서 내려 선녀를 향하야 합장 문왈, “너 보살이시여, 말씀 묻잡기는 미안하오나 쟁기는 우마(牛馬)에게 메고 경전하거늘, 보살님은 무슨 일로 귀여운 몸에 쟁기를 걸고 친히 기경(起耕)하사니나이까.” 선녀 한숨 쉬고 대왈, “이 사람은 벽도원(碧桃園)을 지키고 과실을 간검(看儉)하는 소임을 맡아 지내옵더니, 손행자(孫行者)라하는 잔나비 도원에 들어와 작란하여 도원을 횡폐게하고, 또 밭을 갈던 암소는 어디로 도망을 가고 없으매, 그 직분을 잘 못 한 죄로 오늘 상제의 명을 받자와 소의 소임을 대신하여 친히 도원을 기경하노라.”

금수 나한이 듣고 왈, “선재선재라. 우리 불가는 고해(苦海)에 빠진 중생을 건져 극락(極樂)으로 인도하는 것이 본지(本旨)라. 오늘 선남선녀의 저렇듯 고해에 빠짐을 보고 어찌 그저 지내리요.”

하고, 우문 왈, “이 밭을 갈고자 하면 얼마나 가리이꼬.”

선녀 왈, “전에 암소 있을 때에 갈면 3일은 가나이다.” 금수 나한 왈, “그러면 선녀는 며칠이나 되면 다 갈리이꼬.” 선녀 왈, “나의 힘으로는 3년이나 되어야 갈 터인데, 3월 안으로 갈라 하는 엄칙을 받자왔으매, 필경 다 갈지 못하고 3년 안에 죽기가 십상팔구로소이다.”

금수 나한이 다 듣고 왈, “내 오늘 이러한 말씀을 듣고 그저 지나가면 불가에 중생을 고해 중에서 건지는 본지가 아니라.”하고, 다시 선녀를 향하여 왈,

“우리 불가는 대자대비하시고 고해 중에 든 중생을 건져 주는 것이 본지라. 선녀를 대신하여 3일간 밭을 갈아 드리고 가리니 존의에 어떠하시니이꼬.”

선녀 왈, “소라야 3일에 갈거늘, 어찌 사람이 3일에 갈리이꼬.

금수 나한 왈, “불가의 조화는 이로 측량치 못하나니, 내가 소가 될 것이니 쟁기를 메어 주소서.”

하고 문득 소가 되어 섰거늘, 선녀 보고 놀라 왈, “부처님이시여, 과연 대자대비하사 이 천한 여자를 위하여 짐승의 허물을 쓰고 수고를 대신하여 주시니, 이 은혜를 어찌 갚으리요. 후생에나 갚으리이다.”

하고 쟁기를 등에 메이매, 소가 선녀의 시키는 대로 밭을 갈새, 금수 나한이 화하여 된 소라, 일호 차착없이 순종하여 전일 갈던 소보다 더 잘 갈더라.

차시 금성이 석가 세존의 말씀을 듣고 천궁으로 돌아와 옥황께 아뢴 후 금수 나한이 오기를 기다리되, 2일이 지났건만 소식이 없고 손오공의 작란은 더욱 심한지라. 옥제(玉帝) 다시 태백 금성을 서천에 보내사 세존의 실신(失信)함을 물으시니, 세존 왈, “이러한 일이 있을 줄 알았노라.”

하시고, 즉시 연대에 몸을 나리사 금성과 같이 천궁으로 향할새, 세존이 중간쯤 오시더니 금성을 돌아보사 왈, “우리 불가는 대자대비로 종지를 삼아 보도창생(保導蒼生)하나니, 금수재 천궁으로 가다가 벽도원 지킨 선녀가 소를 잃고 소 대신 노력함을 보고 불쌍히 알아 거짓 소의 허물을 쓰고 밭을 대경(代耕)하나니, 차역(此亦) 금수재와 선녀가 인간 연분이 있음이라. 어찌 인력으로 막으리요.”

하시고 벽도원에 이르니, 금수 나한이 소가 되어 벽도원 밭을 다 갈고 나니, 선녀 백배사례 왈,

“이 은혜를 무엇으로 갑사오리이까. 내게 짚초 한단이 있으니, 이 짚초를 먹으면 평생에 배고픔을 모르나니, 이 짚초로 은혜를 갚으리라.”

하고 짚을 썰어다가 주매, 금수 나한이 소가 되어 여물을 먹을 즈음에 세존이 공중에서 나한을 불러 왈, “금수 나한아, 나를 볼지어다.” 금수 나한이 문득 소 허물을 벗고 세존 앞에 합장 배복한데, 세존 왈, “네 저 선녀와 인간 인연이 좀 있나니, 인간에 내려가 고락을 겪고 돌아오라.”

하시고, 또 달아나던 소를 잡아다가 일러 왈, “네 아무리 짐승이라도 범상한 소가 아니라, 필연 앎이 있으리라. 금수 나한이 너로 하여 인간에 내치어 죽을 액이 있을 것이니, 너도 인간에 있다가 잘 구호하여 은공을 갚으라.”

하시고, 금수 나한과 선녀와 암소를 인간에 각각 점지하시고 천궁으로 가시니, 금수 나한은 보만후에게 태어나서 첫 번 죽게 된 때에는 세존이 학을 보내어 구하고, 두 번째에는 암소가 복중에 보호하였다가 낳으매, 소 허물을 쓰고 나옴도 또한 금수 나한이 잠시 소가 됨에 인함이니, 실로 불가의 법력을 측량치 못할러라.

각설, 왕이 금송아지를 자기 자손인 줄 모르되, 자연 천륜이 통하여 이렇듯 사랑하시고, 금송아지는 비록 소 허물을 썼으나 속은 사람이라, 천연의 지감이 있으매 왕이 자기 부친임을 알아보고, 말은 못 하나 머리를 들어 왕을 반기면서, 혹 앞에서 뛰어도 보고 온갖 재주를 다하여 매양 왕을 반가이 따르니, 왕이 더욱 사랑하여 매일 금송아지를 데리시고 주야로 소일하시더라.

금송아지가 모친 보만후를 후원에 있어 고초 겪음을 알고 마음이 비창하고 창감하여, 하루는 가만히 후원 초옥에 가서 머리로 방문을 받으니, 보만후가 밀을 갈다가 놀라 문왈,

“이 심야에 무엇이 와서 이다지 요란히 구는다. 무서워 견디기 어렵도다.”

하고, 문을 열지 아나하는지라. 금송아지 또한 문을 받으니, 보만후 더욱 놀라 왈,

“이 심야에 도적이 와서 요란히 구는다. 괴롭기 한이 없도다. 여기는 도적할 것이 없으니 다른 데로 가라. 여기 있는 것은 밀 한 섬밖에 없노라.

금송아지 또 문을 받으니, 보만후 생각하되, ‘도적이면 무엇을 탐하여 오리요.’

하고 문틈으로 내어다보니, 사람은 없고 광채 찬란하고 향취 촉비하는 금송아지어늘, 보만후 생각하되,

‘요사이 들으니 왕상께서 금송아지와 더불어 매일 소일하신다 하더니, 어찌 이 곳에 와서 작란을 하는고.’하고 문을 열고 보니, 송아지 방으로 들어와 두 무릎을 꿇고 앉아서 눈물을 흘리고 비창한 빛이 있으며, 입을 쭝긋쭝긋하며 무엇이라 하는 듯하거늘, 보만후 등을 어루만지며 왈,

“네가 아무리 미물의 짐승이나 무슨 소회가 있는 듯 하도다. 요새 들으니 폐하께서 너를 귀히 여기사 매일 너와 소일하신다 하거늘, 무슨 소회가 있어 이 심야에 와 이같이 하느냐. 나는 사람이나 도리어 너만 못하도다. 너는 정전에서 왕을 모시고 한가히 놀며 좋은 음식을 먹되, 나는 이 초옥 중에 홀로 있어 평행에 못 해 보던 밀 한 섬씩 갈아 손이 부르트고 사지가 아니 아픈 데가 없고 의복은 남루하고 머리 빗어 본지 몇 해며 세수 한 지는 몇 달인지 알 수 없고, 이 중에 배는 고파 피골이 상접하여 반귀신이 되었으니 뉘라서 이 불쌍한 신세를 알리요. 미구에 죽으리로다.”

하면 눈물이 비오듯 하니, 금송아지는 고개를 숙이고 위로하는 듯이 앉았더라. 보만후 일어나 메를 잡으며 한탄 왈, “이 밀을 오늘 밤에 다 갈지 못하면 악한 형벌을 당하리니, 장차 어찌 다 갈꼬.”

하며 밀을 갈고자 하는데, 금송아지 일어나서 앞발로 메를 잡고 갈거늘, 보만후 희한이 여겨 금송아지를 어루만져 왈, “나의 고생은 사람이 다 모르되, 천지신명이 아시고 너를 보내사 나의 수고를 대신함이냐.”하고 연하여 밀을 먹여 주니, 순식간에 한 섬을 다 갈아 놓았는지라. 보만후 만심환희(滿心歡喜)하여 하늘게 축수하고 금송아지를 대하여 은근히 사례함을 마지아니하니, 금송아지 머리를 쪼아 하직하는 뜻을 보이고 도로 나가거늘, 보만후 등을 어루만져 보내고 속으로 생각하되,

‘이상하도다. 금송아지가 무엇을 알기에 이같이 와서 내 수고를 대신하여 주는고. 오늘은 금송아지 덕으로 잠이나 좀 자리로다.’하고 자리에 의지하여 잠깐 졸더니, 사몽비몽간(似夢非夢間)에 한 부처 와서 이르되,

“금송아지는 즉 그대의 아들이다. 그대의 액운이 차차 진하여 오매, 송아지가 대신 수고하여 고생을 덜게 함이니 그리 알라.”

보만후 대경 왈, “사람이 어찌 송아지를 낳으며, 또는 나의 소생이 없사오니 자세한 말씀을 이르사 의혹을 풀게 하소서.”

부처 왈, “천기(天機)를 누설치 못하나니 미구(未久)에 자연 알리라.”

하고 홀연 간데없거늘, 깜짝 놀라 깨니 침상일몽(枕上一夢)이라. 속으로 생각하되,

‘괴상도 하다. 내 어찌 송아지를 낳았으리요. 허무맹랑한 꿈도 많도다. 그러나 송아지가 와서 밀을 갈아 주고 가는 것을 보면 필연 사괴 있음이라. 나의 액운은 얼마 아니 남았다 하니, 어느 날이나 이 고생을 면하고 좋은 세계를 보리요.’하고, 의혹을 정치 못하더라.

이후로 금송아지가 매일 밤이면 와서 밀을 갈고, 또 좋은 음식을 정히 물어다가 앞에 놓으니, 보만후 몸이 편하고 좋은 음식을 먹으매, 불승다행(不勝多幸)하여 금송아지를 애휼무마(愛恤撫摩)하며 금송아지는 정성껏 모친을 받들더라. 이러하므로 궁중에 소문이 파다하여 모를 사람이 없이 다 신기히 여겨 왈, “금송아지는 보만후의 복송아지로다. 미물의 짐승이 무엇을 알아서 매일 보만후의 고생함을 알고 밀을 대신 갈아 주며, 좋은 음식은 먹지 않고 물어다가 보만후를 봉양하니, 대체 이 무슨 조화인고.”하며 서로 이야기삼아 지껄이매, 채란이 이 소문을 듣고 불승의아(不勝疑訝)하여 두 왕후를 보고 왈, “근일 궁중에 이상한 일이 있음을 아시나이까.”

양후 왈, “심궁에 들어앉았으니 무슨 소문을 들으랴. 전혀 모르나니 말하라.”

채란 왈, “근일은 보만후가 밀 한 섬을 날이 밝기 전에 다 갈아 놓기에, 그 동안 재주가 늘어서 그렇게 쉬 밀을 가나 하였더니, 금송아지가 밤이면 가서 밀을 갈고, 또 폐하께서 좋은 음식과 실과를 주시면, 먹지 아니하고 물어다가 보만후를 봉양한다 하니, 이런 희귀한 일이 어디 있사오리이까. 이 송아지를 오래 두면 화근이 될지니, 실로 적지 않은 걱정이로소이다.”

두 왕후 듣고 대경 왈, “이 일이 심상치 아니한지라. 어찌하면 금송아지를 없이할꼬.”

채란 왈, “두 분 낭랑 중에 어느 낭랑이시든지 거짓 칭병하사 여러 날 누워 계시면 상감마마께서 의원에게 전지하사 약을 쓰실 것이라. 이 때에 여차여차하면 금송아지를 없앨까 하나이다.”

양후 채란의 등을 두드려 왈, “너의 꾀는 귀신도 측량치 못하리로다.”

하고, 즉시 정덕후 자리에 누워 일어나지 않고 채란더러 행계하라 하니라.

차시 왕이 정덕후 여러날 자리에 누워 일지 않음을 보시고 근심하사 태의(太醫)에 명초하사 약을 쓰게 하라 하시니, 태의 들어와 진맥 후 물러나오자, 왕이 문왈,

“병세가 어떠하더뇨.” 태의 주왈 “심화로 난 병이라, 그러하오나 확실히 짐작은 못 하였사오니, 나가서 자세히 생각한 후 약을 쓸까 하니이다.”

하고, 집으로 돌아와 병증을 아무리 생각하여도 알 수가 없어 노심초사하는 중에 홀연 하인이 보하되,

“왕후궁에서 시비 채란이 와서 뵈옴을 청한다.”

하거늘, 급히 불러들이니 채란이 왕후의 밀지(密旨)를 올리거늘 떼어 보니 대강 하였으되,

‘나의 병은 아무 약을 써도 효험이 없을지요, 오직 세상에 희귀한 금송아지의 간을 먹어야 나을지니 경은 깊이 생각하고, 또 다른 일은 채란더러 물으되, 이런 말을 발설치 말라.’

하였더라.

태의 보기를 다하고 만단 의아하여 좌우를 물리치고 채란더러 가만히 문왈, “이 일이 사괴 있음이니 자세히 말하라. 들은즉 금송아지는 황상께서 애지중지하신다 하거늘, 무슨 일로 없애고자 하느뇨.”

채란 왈, “이는 비밀한 일이라. 경솔히 말하기 어려워하노라.”

태의 왈, “내 왕후의 밀지를 받았나니, 나에게 말 아니 하면 어찌 이를 도모하리요.”

채란 왈, “보만후의 일을 아시나이까.”

태의 왈 “내 아노니 어찌 모르리요.”

채란 왈, “아신다 하시니 다시 말할 필요는 없사오나, 대개 보만후 고생은 서로 시기심에서 생긴 일이온데, 근일 금송아지가 매일 밤이면 보만후에게 가되 여차여차하오니 실로 희한한 일이라. 뒤에 무슨 후환이 있을까 하여 이같이 함이니, 태의는 명일 입궐하여 금송아지의 간이 아니면 치료키 어렵다 하고, 금송아지를 죽여 없이하면 중상이 있을 것이니 부디 명심하소서.”

하고, 궁의로 돌아가니라.

태의 채란을 보내고 생각하되, ‘보만후같이 현덕이 있는 이가 오늘 저 고생함은 정덕과 숭경 양후의 투기지심으로 말미암음이라. 어진이는 백신이 호위한다더니, 미물의 송아지도 보만후의 고생을 불쌍히 알고 그 수고를 대신하니, 이는 신명이 가르쳐 보만후를 보호함이라. 내가 만일 금송아지를 해치면, 즉 보만후를 해침이나 다를 리 없으니,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꼬.’

무수히 생각하다가 밤이 이슥한 후 자리에 잠깐 누웠더니, 사몽비몽간 하늘에 금신이 내려와 이르되, “송아지를 해하면 천벌이 있을 것이니, 금송아지는 서땅으로 놓아 보내고 다른 간을 대신하여 약을 쓰고 조심하여 발설치 말라. 장래에 너에게 큰 복이 있으리라.”

하거늘, 깜짝 놀라 깨니 침상일몽이라. 속으로 생각하되, ‘이 일이 심상치 아니하여 장래 무슨 일이 있으리니 내 이리이리하여 금송아지는 살려 보내고, 개를 잡아 간을 내어 쓰리라.’

이같이 마음을 정하고 이튿날 입궐하니, 왕이 문왈, “후의 병은 무슨 약이라야 가히 치료할꼬.”

태의 왈, “이 병은 금송아지의 간이 아니면 치료치 못할까 하나이다.”

왕 왈, “금송아지는 나의 사랑하는 것이라. 다른 약을 쓰라.”

태의 우주(又奏) 왈, “금송아지의 간이라야 쾌복하시려니와, 그렇지 못하면 회순치 못하리이다.”

조정 모든 대신이 합주 왈, “폐하, 한 금송아지를 아끼사 왕후 병환을 구치 아니심은 불가하오니, 깊이 생각하사 나라의 웃음을 취치 마소서.”

하며 무수히 간하니, 왕이 마지못하여 이에 하교 왈, “금송아지를 잡아 간을 내어 쓰되, 만약 효험이 없으면 태의는 정법하여 죽이고, 또 금송아지를 멀리 갖다 죽이라. 차마 애증하던 것을 목전에 맞게 하니 가탄가탄이로다.”하시며, 비창함을 마지아니하시더라.

태의 금송아지를 집으로 데리고 나와 일러 왈, “네가 비록 짐승이나 심상치 아니한지라. 말은 못 하여도 사람의 말은 들을지라. 이 길로 곧 서땅으로 달아나 몸을 피하라. 나는 개를 잡아 간을 드리리라.” 금송아지는 무수히 사례하고 즉시 서땅으로 가니라.

태의 금송아지를 보내고 개를 잡아 간을 내어 바치니, 정덕후 가만히 땅에 묻고 일어나 병이 쾌차하다하고, 금송아지 없앰을 좋아하여 채란으로 금은을 태의에게 보내어 상 주고, 또 채란도 상을 주니라.

차시 금송아지 목숨을 도망하여 서땅으로 향하며 속으로 생각하되,

‘만일 내가 없으면 모친께서 어찌나 부지하시며, 또 내가 죽은 줄 아시면 오직 비참해하실까.’

하고, 산중으로 차마 가지 못하더니, 홀연 산 위에서 일위 보살이 내려오며 왈,

금수 나한아, 너는 무엇을 저리 생각하느냐. 고인이 오되 어찌 몰라 보느랴.”

금송아지는 고개를 들고 보니, 즉 관음 보살이라. 고개를 조이며 아무리 반가우나 어찌 말을 하리요. 눈물을 흘릴 따름이라. 관음이 버들가지로 머리를 세 번 치면서 무슨 주문을 하시며 언문(諺文) 속가(俗歌)를 부르시니, 홀연 몸은 송아지나 사람의 말을 능히 한다. 금송아지 머리를 조아려 왈,

“제자 전생의 죄로 인세에 적하였으나, 어찌 이 허물을 벗기지 아니하시나이까.”

관음 왈, “아직 때가 못 되었나니, 조금만 더 있으며 자연 허물을 벗으리라. 그러나 그대 모친이 그대가 죽은 줄 알면 기절하리니, 이 길로 그대 모후에게 가서 살았음을 알게 하고, 서쪽으로 가면 자연 인도할 사람이 있으리니, 우전국(于闐國)에 가면 짚북을 걸어 놓고 사람들이 치니, 그대로 짚북을 치라. 좋은 일이 생기리라.”

하고 남으로 향하거늘, 금송아지 관음을 배별하고 밤들기를 기다려 보만후에게 오니라.

차시 보만후 풍편에 금송아지 죽었다는 말을 듣고 대경실색하여 장탄함을 마지아니하더니, 야심 후 금송아지 문 밖에서 문을 받으며 들어오거늘, 보만후 대경대희하여 어루만지며 왈,

“네가 죽었다 하더니 죽은 혼이 왔느냐, 죽지 않고 살아왔느냐.”

금송아지 두 무릎 꿇어 고왈,

“소자 불초하와 모친의 원굴(寃屈)하심을 신원치 못하오니 죄사무석(罪死無惜)이로소이다.

보만후 대경 왈, “네가 내 자식이라 하니 어찌한 곡절이며, 또한 내 자식이 없고, 설혹 자식이 있을지라도 사람을 낳았을 것이어늘 짐승을 낳을 길이 없는지라. 내 죄악이 심중하여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네 자세한 말을 하여 나의 마음을 해혹(解惑)케 하라.”

금송아지 눈물을 흘리며 왈,

“소자 어찌 모친의 자식이 아니리이꼬. 자초지종을 말씀하올 것이니 들으시옵소서. 모친께서 해복하실 때에 두 왕후가 채란으로 하여금 소자를 잡아 내고 고양이를 잡아 가죽을 벗기고 고기를 가져다가 산실에 넣고 아해는 산에 버렸더니, 백학이 와서 나래로 덮어 주매, 다시 가져다가 큰 암소 구유에 넣고 여물을 덮었더니, 천상 나한의 소가 내려와 온통으로 삼켜 9삭만에 옆을 트고 나오매, 소허물을 쓰고 있어 속은 사람이요 거죽은 송아지 모양이라. 허물 벗을 때까지 모친을 모시고 지내고자 하였더니, 두 왕후와 채란이 눈치를 채고 소자를 없애고자 하여 거짓 병들었다 하고 송아지 간을 먹어야 낫는다 하고 태의에게 밀지를 전하매, 태의 알고 소자를 구하고 개를 잡아 간을 내어 바치매, 소자가 죽은 줄 알고 있사오니, 오래 여기 있다가는 화가 또 있을지라. 소자는 이 길로 우전국으로 가오니 복망 모친은 과도히 슬퍼마옵소서. 잠깐 고생을 하옵시면 좋은 때가 있으리이다.”

하고 모친을 배별하니, 보만후 이 말을 듣고 달라들어 송아지를 안고 송아지는 모친을 안고 우니, 그 정상을 어찌 다 기록하리요.

차설, 금송아지 모친을 배별하고 서쪽으로 행하더니, 일위 백발 노인을 만나 물어 왈,

“노인은 어디로 가시나이까.” 그 노인이 대경 왈, “나는 우전국으로 가거니와, 너는 어디로 가며, 짐승이 어찌 말을 하느뇨.” 금송아지 대왈, “내 몸이 비록 짐승이나 사람과 다름이 없나이다. 이제 노인 가시는 곳에 데려다 주옵소서.” 노인이 심중에 생각하되, ‘이 짐승이 사람과 같이 말하니, 필경 연고 있으리라.’하고, 인하여 같이 행하여 우전국에 다다르니라.

차설, 이 나라에도 태자 없고 공주 하나뿐이라. 공주의 옥모화용(玉貌花容)과 섬섬세요와 옥수염장(玉手艶裝)이 휘황찬란하여 천승국모지풍(千乘國母之風)이며, 일세국색(一世國色)이라. 왕이 극히 애중하여 저와 같은 부마(駙馬)를 간택하여 쌍루함을 보려 하시더라.

하루는 공중 일몽을 득하니, 하늘에서 금신이 내려와 이르되,

“너의 배필은 천정한 연분이 따로 있으니, 종로 네거리에 짚으로 북을 만들어 걸고 사람이고 짐승이고 짚북을 쳐서 소리는 내는 것이 즉 너의 배필이니, 부디 명심하여 천정가우(天定佳偶)를 잃지 말라.”

하거늘, 공주 깨어 생각하되, ‘괴상하도다. 짚북이 어찌 소리나며, 사람이고 짐승이고 쳐서 소리 내는 것이 즉 가우라 하니 몽조가 이상치 아니한가.’하고, 부왕께 주왈,

“여자의 말할 바가 아니오나 이상한 꿈을 얻었사오니, 소녀의 배필을 구하고자 하실진대 종로에 짚으로 북을 만들어 달고 사대문에 방을 부쳐 물론귀천(物論貴賤)하고 짚북을 쳐 소리 내는 자로 배필을 삼고, 그렇지 아니하면 규중에서 늙으리로소이다.”

왕이 노왈, “짚북을 쳐 소리 내는 사람이 어디 있으리요. 연이나 네 소원이 그러하니 그대로 시행하리라.”하시고, 즉시 짚북을 만들어 종로 네거리에 달고 여러 문에 방을 부쳐 부마를 구하실새, 전국 인민이 모여 짚북을 치되 소리나지 아니하는지라. 혹 실없이 와서 한 번씩이라도 아니 치는 자 없어 사람이 인산인해를 이루어 소문이 파다하더라.

차시 금송아지 노인을 따라 우전국에 이르니, 노상 행인들이 서로 웃으며 일러 왈,

“나중에는 별일도 다 많도다. 짚북에서 무슨 소리가 나며, 부마를 뽑으려면 재상가에 어진 신랑감이 많거늘, 하필이면 짚북을 쳐 소리 내는 사람이라야 부마를 삼을꼬. 허무맹랑한 일도 많도다.”하거늘, 금송아지 속으로 암희(暗喜) 왈, ‘관음 보살이 이르되 짚북을 치면 자연 좋은 일이 있다 하시니, 과연 허언이 아니로다.“하고, 노인과 같이 종로에 이르러 보니, 사람이 겹겹으로 짚북을 에워싸고 각기 한 번씩 쳐서 보는지라.

금송아지 사람을 헤치고 들어가 두 발로 구르며 껑충 뛰어 짚북을 치니, 소리 웅장하여 장안이 진동하는 지라. 좌우 다 놀라 자세히 보니 오색이 영롱하고 향취가 촉비한 일개 금송아지인지라. 모든 사람들이 백발노인을 향하여 값을 불계하고 팔라 하며, 또한 송아지 말한다 하여 크게 요련하더라. 공주 누상에 앉았다가 북 소리를 듣고 본즉, 사람이 아니오 한 송아지라. 속으로 생각하되, ‘몽중에 사람이고 짐승이고 북을 쳐 소리를 내는 것이 즉 배우라 하였으니, 이는 하늘이 정하신 배필이라.’하고, 누에서 내려 금송아지를 데리고 공주궁으로 가는지라. 사람들이 대소 왈, “짚북을 걸어 놓고 부마를 구한다 하시더니, 송아지 사위를 얻었구나.”하며, 거리거리 웃음 소리에 귀가 아프더라.

국왕이 이 말을 듣고 대경 차탄 왈,

“내 말년에 무남독녀를 두었다가 저와 같은 쌍을 얻지 못하고 송아지 사위를 얻을 줄 꿈에나 생각하였으리요. 송아지를 죽여 인국의 부끄러움을 씻으리라.”하다가, 다시 생각하되, ‘하여간 이상한 일이로다. 짚북에서 소리나는 것은 심상치 아니한 일이니, 둘을 다 쫓아 내 눈으로 보지 아니하는 것이 상책이라.’하고, 급히 시신으로 하여금 공주와 금송아지를 국경 밖으로 내어쫓아 내 눈에 보이지 말라 하니, 시신이 왕의 뜻을 공주에게 전달하자, 공주 통곡 왈,

“이제 부왕의 명령을 거스리지 못할지라. 우리는 산명수려(山明水麗)한 산으로 가서 도나 닦사이다.”

금송아지 왈, “인국에 학림(鶴林)이라는 산이 가장 명산이라 하니 그리로 가사이다.”

공주 대궐을 향하여 일장통곡 후 송아지를 데리고 여러 날 만에 학림산에 이르러, 물을 의지하여 초막을 이루고 풀을 베어 자리를 삼고 나물도 캐어 먹고 산과도 따서 먹고 세월을 보내더라.

일일은 공주가 나물을 캐러 산중으로 들어가고 송아지 혼자 초막에서 뛰어놀더니, 홀연히 운무자욱하고 일위 선관이 내려와 이르되, “그대는 본시 세존의 말제자 금수 나한이라. 상제께 득죄하여 인간에 적강하였으매, 세존이 옥제께 주하여 죄를 사하시고 환골단(換骨丹)을 주시고 이 약을 먹여 축생의 허물을 벗기고 오라 하시매 왔나니 약을 먹으라.”하고, 보를 벗기고 공중으로 올라가니 문득 금송아지 변하여 일개 미남자 되었으니, 불가의 법력은 이로 측량키 어렵더라.

차시 공주 나물 캐어 가지고 오니, 송아지는 간데없고 선풍도골(仙風道骨) 같은 일세 기남자가 있거늘, 공주 대경하여 문왈, “그대는 누구관대 금송아지는 얻다 가두고 여기 있느뇨.”

금독 왈, “내가 금송아지라. 아까 천상에서 선관이 내려와서 여차여차 이르고 환골단 일 첩을 먹이고 허물을 벗겨주고 갔노라.”

공주 이 말을 듣고 미칠 듯 기꺼움을 못 이겨 하느님께 백배축수하고 금독을 돌아보아 왈,

“낭군이 이제는 축생의 허물을 벗고 저러한 일세 기남자 되었으니, 이런 만행이 어디 있으리요. 우리 고국으로 다시 돌아가 부왕께 이런 말씀을 고하면 오죽이나 좋아하시리이까.”

금독(禽犢) 왈, “공주 말씀도 그러할 듯하오나, 왕이 곧이듣지 아니할까 두려우노라.”

공주 왈, “벗으신 허물이 즉 증거물이 아니고 무엇이 되리이꼬.”

하고, 우전국으로 발행코자 하더라. 차시 인국왕이 일몽을 얻으니, 학림산 중에 청룡․황룡이 뒤틀어져 뵈거늘, 즉시 근시로 하여금 학림산에 가서 사람이든지 짐승이든지 이상한 것이 있거든 불러 대령하라 하시니, 시신이 수명하고 바삐 산중에 가 보니, 선관과 선녀 같은 사람이 초막 짓고 있거늘, 시신 왈,

“그대는 어떠한 사람이관데 이 산중에 초막을 짓고 둘이 있느뇨.” 금독 , “나는 파사국 사람으로 이 산 경치가 좋다 하기로 잠시 구경차로 와 있노라.” 시신 왈, “우리 왕상께서 데려오라 하기에 왔으니, 같이 감이 어떠하뇨.” 금독 왈, “귀국 왕이 나를 보신 적이 없거늘 무슨 일로 부르시느뇨.” 시신 왈, “나도 모르나니 가 보면 자연 알리라.”

금독이 마지못하여 공주와 같이 시신을 따라 궐중에 들어가니, 왕이 바라보시니 천승국왕지상(千乘國王之象)이요, 여자는 국모지상(國母之象)이라. 일견에 대희하여 급히 전에 오르게 하사 좌를 주시고 문왈, “너를 보매 본국 사람이 아니니 어느 나라 사람인가.”

금독이 주왈, “외신은 파사국 태자 금옥이옵고, 이 여자는 우전국 공주로, 둘이 가연을 맺고 귀국 학림산이 좋아 하기로 유람차로 왔나이다.”

왕 왈, “파수국 태자요 우전국 공주로 어찌 이같이 초초히 둘이서 유람을 나서리요. 필연 곡절이 있을 것이니, 실상을 말하여 과인의 마음을 해석케 하라.”

금독이 하릴없어 모든 지낸 바 사실을 일일이 다 고하자, 왕이 다 듣고 탄왈,

“국가나 사가나 왕왕이 그런 일 있음을 통탄하노라. 과인이 나이가 늙고 후사를 이을 자 없어 매양 조야를 두루 살펴 위(位) 전할 자를 얻고자 하되 얻지 못하더니, 이제 그대를 보매 가히 과인의 뒤를 이어 창생을 건질지라. 너로 수양자를 사고 위를 전하노니 창생을 구하라.”

금독이 사양 왈, “귀국 조야에 현인 군자 많아 족히 대위를 이음직한 사람이 많은지라. 하필 타국 천총을 불고하시고 보위를 전코자 하시나이까.”

왕 왈, “부득기인(不得其人)이면 국가 안위와 창생의 고락이 달렸나니, 어찌 경솔히 하리요. 요임금은 아들이 있으되 도산(陶山)에서 순(舜)을 구하여 천하를 전하였나니, 과인은 이제 아들이 없는지라, 태상왕이 될지니 사양치 말라.”하 조야에 반포하시니, 금독이 마지못하여 대위에 올라 만조백관의 조회를 받고 만민을 다스리니, 우순풍조(雨順風調)하여 강구(康衢)에 격양가(擊壤歌)를 불러 백성이 낙업하여 만세를 불러 즐기더라.

차시 금독왕이 공주를 대하여 왈, “오늘 우리가 천만 의외에 왕이 되니 귀함이 극한지라. 본국에 이 패문을 올려 부왕은 회개하시고 모후 낭랑은 신원을 하사 하루 바삐 고생을 면하시게 하고, 또한 귀국에 이런 사연을 고하여 알게 하면 오죽 신기히 아시고 즐겨하시리이까.”

공주 왈, “때가 오히려 늦었사오니 하루 바삐 행하소서.”

왕이 즉시 본국에 패문을 올려 보하되,

‘소자 금독은 인국왕이 되어 부왕께 현알차로 사신을 보내어 패문을 올리옵고 자세한 사연은 현알하옵고 아뢰겠나이다.’

하였더라.

파사왕이 보고 대경 왈,

“내 아들이 없거늘 자칭 아들이라 하고, 또 이름을 금독이라 하니 괴상치 아니한가. 금독은 금송아지니, 내 전일 금송아지를 귀히 하다가 죽였는데, 알 수 없는 일도 많도다. 우리 나라 정형(政刑)을 정탐하고자 함인가.”하 의아 미정터니, 차시 금독왕이 본국에 이르러 뵈옴을 청하자, 왕이 좌우 제신더러 문왈, “인국왕이 거마며 추종이 얼마나 되더뇨.”

좌우 대왈, “다만 두 낱 교자에 추종은 불과 10여 인에 지나지 못하더이다.”

왕이 추종의 경미함을 듣고 즉시 청하여 들이매, 금독왕이 들어가 전하에 엎드려 현알 통곡하자, 왕이 즉시 붙들어 일으키며 왈, “그대가 인국왕이라 하면서 나의 아들이라 하되, 그 곡적을 모르나니, 속히 말하여 의혹을 풀게하라.” 금독왕이 처음 갓 낳을 때에 두 모후와 채란이 죽이려 하던 말부터 태의가 살려 보낸 말이며, 우전국에 가서 짚북을 쳐서 공주 취한 말이며, 공주와 쫓기어 인국 학림산에 갔다가 선관이 내려와 허물 벗은 말이며, 인국왕이 데려다가 수양자로 삼고 왕위를 전한 말씀을 고하고, 허물 벗은 금송아지 껍질을 왕의 앞에 놓으며 왈, “이것을 보시면 아시리이다.”

왕이 몽중인지 생시인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묵묵히 앉았다가, 또 금송아지 껍질을 자세히 보니, 전일 귀애하던 금송아지 껍질이라. 오색이 영롱하고 향내 오히려 감하지 아니하였거늘, 왕이 금독을 안고 대성 통곡 왈, “짐이 불명하여 너로 하여금 고생케 하였으니, 아비의 마음인들 어찌 편하랴.”

하고 말할 즈음에 공주 앞에 와 배알하자, 왕이 문왈,

“너는 어찌 짚북을 달았으며, 하필 송아지를 배우로 정하였느냐.”

공주 공손히 주왈, “몽중에 부처 와 이르기로 알았나이다.”

왕 왈, “짐이 불명한 탓이나 차역 천수라. 궁중에 그런 풍파 없으면 어찌 공주를 취하였으며, 또 인국왕이 되었으랴. 그러나 죄 지은자는 불가무벌(不可無罰)이라.”

하시고, 즉시 형구를 차리고 두 왕후와 채란을 엄형신문(嚴刑訊問)하라 하시고, 시녀에 명하여 보만후를 모셔오라 하시자, 궁녀 즉시 보만후에게 고하니, 보만후 이 말을 듣고 꿈인가 생시인가, 어린 듯 취한 듯 기쁨이 측량없어 머리와 의복을 단장할 새 없이 나오니, 그 형상은 귀신도 아니요 사람도 아니라, 차마 보지 못할러라.

금독이 모후를 붙잡고 대성통곡하니, 뉘 아니 슬퍼하리요. 왕이 계하에 내려 사죄 왈,

“짐이 불명하여 두 왕후 간계에 빠져 보만후 고생을 시켰으니, 내 죄는 비할 데 없어 보만후 보기 부끄럽도다.”

보만후 아무 말도 못하고 통곡하기를 마지아니하더라.

이 때 형구를 차리고 두 왕후와 채란을 잡아 내려 엄형국하니, 어찌 일호나 기망하리요. 개개 초복(招伏)하니, 왕이 더욱 노왈,

“두 후는 기름 가마에 넣어 졸여 죽이고, 채란은 네 거리에서 처참하라.”

하시니, 금독왕이 주왈, “소자의 모친이오니 어찌 자식이 되어 모친의 죽음을 보리이꼬. 채란은 죽이시고 두 모친은 살려 주옵소서.” 부왕이 마지못하여 양후는 살리니라.

이에 왕이 보만후에게 재삼 사과하시자 보만후 왈, “일월이 명랑한데 흑무(黑霧) 가리옴이나 다름이 없사오니, 이제 첩의 몸이 이 곳에 돌아옴도 대왕의 덕이로소이다.”하더라.

인국왕이 부왕께 고왈, “소자 남의 나라 임금이 되어 오래 있지 못하올지라. 이제 하직하고 모친을 모시고 가고자 하나이다.”

부왕 왈, “네 말이 옳도다.”

하시고 즉시 위의를 차려 보낼새, 태의를 불러 상사를 후히 주고 대대로 현관을 그치지 않는 패문을 주며, 부왕을 하직하고 모후를 모시고 우전국에 다다르니, 차시 우전국왕이 공주를 내치고 주야 설워함을 마지아니하더니, 인국왕 패문을 보고 경희하여 내전에 들어가 공주에게서 온 서찰을 보고 왈,

“우리 지감(知鑑) 없으므로 자식을 내쳤더니 금송아지 허물을 벗고 일쌍 가우가 되어 타국왕과 후가 되었으니, 이런 전무후무한 희귀한 일이 어디 있으리요.”하고, 공주 오기를 기다리더라.

인국왕이 공주와 더불어 우전국에 들어오니, 우전국 왕이 10리에 나와 맞아들일새, 연로에 구경군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더라. 우전국 왕이 한 손에는 인국왕을 잡고 한 손에는 공주를 잡고 급히 내전에 들어가 전사를 말씀하고, 내연을 배설하여 3일을 즐기고, 인하여 본국에 돌아와 치국안민하여 세계에 태평국이 되니라.

차시 공주 3남 1녀를 생하여 장자는 파사국 왕이 되고, 차자는 인국왕이 되고, 삼자는 우전국 왕이 되어, 세 내라가 솔밭같이 서서 서역 천지를 응시하더라.

금독왕이 왕위를 차자에게 전하고 공주와 후원 연화루에서 한가히 지내더니, 하루는 천상에서 일위 노인이 내려오며 청려장으로 난간을 치며 왈, “금수 나한과 벽도 선녀는 인간 재미가 어떠하뇨.”

하거늘, 금독왕이 왈, “선인의 말씀을 아옵나니, 자녀에게 이별이나 하고자 하나이다.”

노인 왈, “때가 늦었나니 지체 말지어다.”하고 홀연 간데없거늘, 놀라 깨달으니 한 꿈이라. 세상에 오래 머물지 못 함을 알고 삼국왕에게 유세하여 치국안민을 부탁하고, 홀연이 공주와 같이 연화대로 가니라.

 

♣ 핵심 정리 ♣

▣ 작자 미상

▣ 갈래 : 고전소설. 국문소설

▣ 주제 : 금우태자의 효행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감상의 길잡이

 

작자·연대 미상의 고전소설. 1책. 국문필사본·활자본. 이본으로 필사본 〈금우태자전 金牛太子傳〉·〈금독전 金犢傳〉·〈금우전 金牛傳〉·〈오색우전 五色牛傳〉, 그리고 활자본 〈나한적강 금송아지전〉 등이 현전한다.

19세기 필사본을 중심으로 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서역왕의 첫째 왕비인 보만부인이 태자를 낳았으나, 이를 시기하는 두 왕비가 태자를 산중에 버리고 대신 가죽을 벗긴 새끼고양이를 가져다 놓는다.

그러나 버려진 태자가 맹수와 백학의 보호를 받자 다시 데려다가 궁중의 사나운 암소에게 준다. 보만부인은 두 왕비의 흉계로 작은 방에 갇혀 하루에 밀 한 섬씩을 가는 형벌을 받는다. 태자를 삼킨 암소는 금송아지를 낳게 되고, 왕이 자식처럼 사랑한다.

어느날 밤, 금송아지는 보만부인을 찾아가 모자상봉을 하게 되자, 두 왕비는 금송아지가 태자의 변신임을 알게 된다. 그리하여 그들은 거짓 칭병하여 금송아지의 간을 먹어야 낫는다고 하여 금송아지는 백정에게 보내지나, 백정은 개의 간을 바치고 금송아지를 풀어준다.

금송아지는 한 노인의 안내로 우전국에 가서 짚으로 만든 북을 머리로 받아 소리나게 하여서 부마가 되지만, 다시 공주와 함께 쫓겨나게 된다. 금송아지는 천상선관(天上仙官)이 주는 신약을 먹고서 인간으로 변신하게 되고, 인국왕의 뒤를 이어 왕이 된다.

그 뒤 금우태자는 본국을 예방(禮訪)하게 되며, 전후사실을 안 부왕은 두 왕비를 극형에 처한다. 태자는 보만부인과 함께 인국으로 돌아와 지극히 봉양하며 선정을 베풀다 천상으로 올라간다.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보충 학습 ♠

문제풀이

 

첨부파일 금우태자전(金牛太子傳) - 작자 미상.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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