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일이다. 요즘에는 건물 내 흡연 금지법이 생겨 일 년 365일 쾌적한 분위기로 흡연 문제로 다투는 일은 없다.
그때만 해도 흡연은 어느 건물에서도 가능할 때였다. 신축건물 3층으로 이사를 했다. 신축이다 보니 빈방이 많았다. 하루빨리 빈 방 없이 계단 오르락내리락 발소리도 들리고 코흘리개 아이들 징징대는 소리도 들렸으면 좋겠다. 들리는 소리라곤 공원에 모여 앉아 술 취한 아저씨들 흥얼거림뿐 고요함이 무섭기까지 했다. 다행히 아래층 총각 둘이 이사 들어왔다. 인사 나눌 겨룰도 없이 첫날부터 담배를 어찌나 피워 대는지 하루 이틀 살집도 아니고 문 꼭꼭 닫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기쁨보다 앞날이 걱정스러웠다.
담배 연기에 시달리기를 일 년여만의 아래층 총각들은 엎드려 절할 만큼 고맙게 이사를 했다. 이젠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겠구나! 창도 모두 열어 놓고 새소리도 듣고 공원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재잘되는 소리도 듣고 ,참 다행이다. 한 달쯤 지났을까? 이번에는 위층에 다른 총각 둘이 이사 온 것이다. 이사 들어오는 날 부모님까지 동원한 걸 보면 멀리에서 온 모양이다. 형제라고 했다. 큰아들은 삼성 작은 아들은 대학생 어머니는 두 아들에게 이런저런 충고의 말을 끊임없이 했다. 두 아들은 듣기 싫었는지에! 예~외마디뿐이었다. 요 총각들은 설마 담배 안 피우겠지.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아래층과 똑같이 이사 첫날부터 피워대는데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일이었다.
내 아들도 담배를 피운다. 혹 이웃들에게 인상 찌푸리는 행동을 할까 봐 노심초사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주의를 주었다.
“꽁초를 제발 아무 데나 버리지 마. 옥상에 올라가서도 벽돌을 대 여섯 장 타고 올라서 하늘이랑 가까이에서 피워라.”
억수같이 비가 내리는 날이거나 함박눈이 펑펑 날리는 날에 상관없이 한 뼘도 안 되는 처마 밑에 쥐포처럼 벽에 붙어 니코틴의 쾌감에 빠져들어 가는 모습을 볼때마다 우라통이 터지지만 곱게 타일러야 하는 내 자신이 싫었다 .
해가 지고 어둠이 짙어지면 위층에선 쉴 새 없이 번갈아 가며 피워댄다. 꽃향기 가득한 5월에도 아스팔트가 녹아내리듯 더운 여름에도 위험한 발암물질 섞인 담배 연기는 끊임없다 .
문 여는 닫는 소리가 밤이 새도록 들렸다
새벽 두 시 청소차 지나가는 소리가 윙윙 날 때까지 그놈의 문 여는 소리는 끝이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통로마다 꽁초 없는 날이 없다. 또 혹시 해서 큰아이 불러 버려진 장소에 끌고 가선 ‘네가 버렸니? 인마, 또?’하며 살점을 쥐어 띁곤했다.
어제 아침에도 꽁초 다섯 개를 줍고 내려갔다. 주인이 청소하러 왔다가 내 아들 버렸다고 욕할까 봐 그 바쁜 시간 쪼개어 봉사했다.
통근 차 도착 시간은 다 되가는데 또 문이 열리자, 그 문제의 총각이 얼굴 빼꼼히 내미는 것이다 .
오른손 엄지와 지재 손가락 사이에 낀 담배를 입에 대고 있었다. 그걸 본 순간, 발밑에 고였던 피가 꺼꾸로 서기 시작했다,
“어이 총각 ! 꽁초를 여기에 버리면 어떻게 해요? 지금 헤아려 보니 13개비네요. 버리지 마세요!”
그 총각들은 오리발을 내밀며 자기들이 절대 안 버렸다고 발뺌하는 게 아닌가?
‘버리는 걸 두 눈으로 봤는데, 왜 오리발 내미냐.'고 따져 물었다.
그 총각의 언성이 높아지면서 갑자기 두려운 마음이 엄습해 왔다. 아들이 그 소리를 듣고 놀라 내다보고 혈기 왕성한 총각들과 부딪혀 충돌할까 봐 더 단호하게 따지려다가 말을 멈추었다. 통근차가 도착하고 아들에게 눈빛으로 들어가라는 신호를 보내자, 끝이 난 것이다.
이만큼이라도 해 두었으니 안 버리겠지. 내일부터는 주위가 깨끗하리라
저녁 일곱 시쯤 되어 안경 찾으려고 집 나서는데 1층 입구에서 그 총각이랑 눈을 마주쳤다. 총각은 퇴근길이었고 담배를 한 개비 피며 올라오는 중이었다. 안경을 찾고 초인종을 누르려는 순간, ‘이럴 수가 있나? 이 못된 놈!’ 욕이 저절로 나왔다.
그 총각이 피던 담배꽁초를 우리 집 앞에 떡 버리고 간 것이다.
무조건 올라갔다. 초인종 소리와 빼꼼 내다보는 형제 내 눈동자는 총각둘이 사는 현장이 궁금해서 슬쩍 탐색했다.
옷과 이불로 꽉찬거실 술병과 생수 빈 패트병이 한쪽 벽에 아무렇게나 쌓여 있고 꽁초 가득 담은 꿀병을 들어 보이면서 큰소리 친다. 우리가 피는 담배 꽁초는 여기 있습니다 . 알지도 못하면서 생사람 잡는 다고 되려 큰소리 친다.
내 아이도 식구 모두 나가고 없을때 낙하되는 꽁초에 주인공은 아닐까 뒤늦게 의심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