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와 함께 테크놀로지의 급속한 발전이 진행되면서 스마트 에이징이 화두다. 이제 더 젊고 더 세련되게 나이 들어가려면 청바지를 꺼내 입을 것이 아니라 테크놀로지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고 〈600만 불의 사나이〉, 바이오닉 우먼 〈소머즈〉의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 노년 공학에서는 테크놀로지야말로 노인에게 독립과 자유를 안겨줄 수 있는 진정한 중재자라고 말한다. 경험해 보지 못한 인간 수명 130세 시대를 향한 새로운 항로의 출발점은 첨단 기술로 노인의 능력을 확장해줄 스마트 하우스, 스마트 휠스, 케어로봇이다.
1. 노년 독립은 테크놀로지와 함께
몇 십 년 전만 해도 노년을 구분하는 마지막 기준은 100세였다. 100세 이상을 일괄적으로 센터네리언(centenarian)이라고 했다. 이제는 학술적으로 100세 이후를 세분화하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100∼109세를 센터네리언스(centenarians), 110∼119세를 센터디시네리언스(centedecinarians), 120∼129세를 센터벤터네리언스(centeventenarians), 130∼139세를 센터트렌터네리언스(centetrentenarians)라고 한다(Lesnoff-Caravaglia, 2007). 물론, 적절한 건강과 사회복지 서비스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단서가 붙어 있지만 말이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수명이 연장될 경우 지금까지 우리가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새로운 질병과 장애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짧디짧은 청춘을 보내고 실로 기나긴 노년을 살아가야 한다면, 눈을 감는 순간까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유롭고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노년의 독립은 요원한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나이가 들면 노화를 경험하게 된다. 노화는 신체의 구조와 기능, 지적 능력의 변화, 감각과 지각 능력의 변화, 성격 특성의 변화를 가져온다. 그래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 힘들어지고, 익숙하게 사용하던 도구나 시설을 사용할 때도 감각능력, 반응속도, 기억력 저하 등으로 불편함, 배제를 절감하게 된다. 누군가의, 무엇인가의 도움 없이는 과거와 같은 생활을 영위하기 힘들어진다. '고령화=경제 위기' 등식의 배경에는 그러한 노인을 돌봐야 하는 가족, 사회, 국가의 비용과 노력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그래서 떠오르는 대안이 바로 테크놀로지와 함께하는 셀프 케어와 셀프 헬프다. 노인 돌봄과 헬스 케어시스템을 컴퓨터와 네트워크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구축하면 노인 스스로 자신을 돌보고, 노인 스스로 자신을 돕는 것이 가능해진다. 마셜 매클루언(Mashall McLuhan)이 주장한 것처럼 자동차는 발의 확장이고 카메라는 눈의 확장으로 여기고, 각자가 취약한 부분을 돕는 테크놀로지를 받아들이는 것은 노화를 겪고 있는 신체의 또 다른 확장이요 강화다. 노인을 둘러싼 사람 못지않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의 네트워크가 노인을 보좌하는 시스템은 스마트 복지의 핵심이다.
2. 스마트 홈
역사적으로 초기의 노인 미디어 이용연구들은 미디어가 아닌 '집'에서 출발했다. 1960년대 미국에서 뜨거운 화두였던 여가 활동과 주거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노인들이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합리적인 주거를 위해 고려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가 연구됐다. 그 과정에서 노인들의 텔레비전 애호현상과 같은 미디어 이용 패턴은 주거·사회학 연구자들의 연구에서 부수적으로 발견된 의외의 성과였다. 그런데 21세기 노인 미디어의 미디어 라이프를 제대로 탐구하려면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일본의 경우 독거노인이 아침에 가정에서 텔레비전을 켜면 '하루 일과가 시작되었고 사망하지 않았다'는 메시지가 텔레비전 모니터링 시스템에 전달된다. TV 이외에 가스 이용량, 수도 사용량, 전기 사용량도 노인이 가족이나 사회복지 시스템에 자신의 안녕을 확인시켜 주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직장에서 은퇴하고 방대한 여가시간을 가진 대부분의 65세 이상 인구는 집에서 가장 많은 일과를 보내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노인들이 가장 노후를 보내고 싶어 하는 곳은 이전부터 살던 자신의 집이다. 그런데 현재의 주거형태는 중년기 이전에 적합한 형태로 구축되어 있어서 노인이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집+노인+테크놀로지'라는 공식을 적용하면 스마트 하우스라는 답이 나온다.
원래 스마트 하우스는 노인뿐만 아니라 장애인을 돕기 위해 개발되었다. 스마트 하우스의 원조 격인 어웨어 하우스는 살아 있는 실험실이다. 노인의 신체 특성, 체력, 생활패턴 등을 철저하게 측정하고 분석해 가구 디자인, 조도, 서랍의 위치, 욕조의 각도에 이르기까지 더 안전하고 편안하게 거주할 수 있게 구성했다. 스마트 복도에는 센서가 장착돼 노인의 동선을 파악하고 스마트 창문은 알아서 프라이버시를 유지시켜 준다. 스마트 전자레인지는 RFID 시스템을 통해 어떤 음식이 냉장고에 있고 어떻게 포장을 풀어서 조리하면 되는지를 보여 준다. 노인의 생체신호를 관리하는 가정 모니터링 시스템이 도처에서 가동되어 최적화된 환경을 만들고 노인에게 그러한 데이터를 노인의 가족, 사회복지인력, 의료 인력에게 전달해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는 네트워크된 환경을 만들어 준다.
3. 스마트 휠스
스마트 하우스가 노인의 주거 독립을 약속한다면 스마트 휠스(smart wheels)는 이동의 독립을 지켜줄 수 있는 장치다. 집 안팎에서 움직일 때 필요한 스마트 휠체어, 고령 친화형 자동차로 대표된다. 요즘은 보행 도우미 로봇도 이 범주에 들어간다. MIT 인공지능연구소에서 개발한 스마트 휠체어 '휠레스리'는 이제 고전적인 이동장치로 분류된다.
주거형태가 분산되어 있어서 고령자도 반드시 운전을 해야 하는 미국에서는 고령 운전자의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자동 운전, 충돌방지 시스템, 스마트 주차, 뇌졸중 운전자의 재활 시스템 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일본에서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운전석 또는 조수석, 뒷자리에 쉽게 앉을 수 있도록 좌석이 회전하거나 앞뒤로 움직이는 첨단자동차 기술을 소형 승용차부터 승합차에 이르기까지 적용하고 있다.
자동차 회사 혼다가 개발한 보행 도우미 로봇을 하반신에 부착하거나, 옷처럼 몸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하면 부축 없이는 걷기나 물건을 들고 다니기 힘든 노인도 혼자서 장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보행능력이 향상된다.
4. 케어 로봇
로봇의 어원은 체코어 robota다. 일한다는 뜻이다. 어원이 말해주는 로봇의 본질은 호모 파베르가 만든, 호모 파베르를 돕는 '노동자'라는 사실이다. 노인 케어에서 흥미로운 논쟁 중 하나는 하이 터치(high touch) 대 하이테크다. 즉 노인에게 사람의 손길이 더 많이 닿아야 한다는 견해와 더 첨단 장비로 돌봐주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견해다. 그러나 노인 인구가 급증함에 따라 노인을 돌봐줘야 할 인력의 수급이 뒤따르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하이 터치는 하이테크로 상징되는 기술의 도움 없이는 구현하기 힘들 것이라는 절충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젊은 노동력이 현격하게 줄어드는 고령사회, 초고령 사회에서 로봇은 새로운 노인 케어 노동력으로 등장했다. 로봇은 노인 자신은 물론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힘든 노인을 돌봐야 하는 가족과 사회복지 시스템을 돕는 제3의 노인 케어 노동력인 셈이다.
현재 노인 케어로봇 문화를 선도하는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의 간병 로봇은 환자 이동, 식사 보조, 목욕, 배설 등 전문 분야에 따라 특화되어 있다. 예컨대 환자 이동으로 특화된 RIBA의 경우에는 움직이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 있는 노인을 큰 팔로 안아서 전동 휠체어로 옮겨준다. 마치 간병인이 노인을 안아서 들어 올리는 것처럼 부드럽게 한 침대에서 다른 침대로, 침대에서 휠체어로, 침대에서 욕조로 노인을 이동시켜 줄 수 있다. 식사도우미 로봇은 팔 동작이 불편한 노인을 도와 음식물을 정확하게 입에 넣어 주어 간병인의 손을 덜어 준다. 우리나라에서도 로보케어(RoboCare)에서 2013년부터 노인·장애인 보호 로봇을 개발해 시판할 예정이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신체적, 정서적으로 도와주고 대화, 동작 인식, 표정 관리, 의료 보조 기능도 탑재해 치매 예방에 도움을 줄 계획이다(윤대원, 2012).
그러나 일본의 경우에도 케어로봇을 구매하거나 임대하는 비용이 엄청나서 개인보다는 사회복지 시설을 중심으로 이용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향후 고령자 폭증으로 인한 노인 케어 인력 기근을 우려해 2015년부터는 케어로봇에 대한 공적 보험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케어로봇 산업은 고령화되어 가고 있는 지구촌의 미래 성장 동력 산업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언제부턴가 노인 친화적인 기술 환경은 '노인용'이 아니라 스마트라는 단어와 단짝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스마트홈, 지능형홈은 최고급 주거시설에서나 경험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웬만한 실버타운은 최첨단 스마트홈을 부분적으로 혹은 전면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배우자와 사별한 일본의 여성 노인들은 언제나 변함없는 애완 로봇의 재롱을 보며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 이제 성공적인 노후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노후 연금을 드는 것 못지않게 기술 공포증을 버리고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가족으로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하는 시대가 왔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스마트 사회는 신체적 힘보다는 지혜와 경험이 풍부한 노인들에게 진정으로 유리한 환경인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테크놀로지 친화적인 노인과 사회를 만드는 일은 초고령으로 향하고 있는 미래 국가의 절실한 과제다. 핏줄에 테크놀로지가 흐르는 손주를 둔 대한민국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테크놀로지의 도도한 물결을 두려움 없이 접속하고 체화할 때, 도움을 주고 받으며 자연스럽게 네트워크 될 때, 대한민국의 고령화는 위기가 아닌 또 하나의 장밋빛 기회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참고문헌
- Lesnoff-Caravaglia. G.(2007년) Gerontechnology. Springfield. Illinois; Charles C Thomas Publisher. LTD.
온라인사이트
- 윤대원(2012. 9. 19.). 치매예방로봇 나온다. 《ETNEWS》, http://www.etnews.com/news/economy/education/2649563_1491.html(검색일: 2012. 9. 21.).
주제어
- 스마트 하우스, 스마트 휠스, 노인 주거, 케어로봇, 실버 로봇
- 출처 : 노인과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