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이 보고있는 세계가 정말 저렇게 아름다운가요? "
" 저렇게라니? "
" 저 <시냇가의 풍경>의 풍경처럼 말예요. "
한 눈먼 소녀와, 손으로 만져볼 수 없는 색채의 세계를 만지거나 더듬지않고 귀로 들을 수 있도록 그녀를 음악회에 데리고 간 어떤목사님의 대화입니다.
색과 빛은 다른것이며, 모든색에는 각기 그 진하고 흐린것이 있고 색과 색은 무한히 섞일 수 있다는 것을 이해시키기 위해 고민하다가
교향곡을 연주하는 악기와 자연계의 색깔을 비유하여 이 까다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중입니다.
'호른'이나 '트럼본'을 닮은 붉은색과 오렌지색, '바이올린'과 '첼로'를 닮은 노랑과 초록, 그리고 보라색과 파랑을 '풀륫'과 '오보에'로
연상시키는 설명의 방법.. 이때 이 자애롭고 헌신적인 목사님에게 선택된 곡이 바로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입니다.
여러분도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이 눈먼 소녀와 그녀의 목사님은 '앙드레 지드'의 소설 <전원 교향곡>에 나오는 주인공들 입니다.
이로써 베토벤의 교향곡이 얼마나 색채가 풍부하며 각 악기의 음색을 얼마나 뛰어나게 배합했는지, 또한 약하고 강한 음계의 조화를 어떻게 멋지게 이루어 냈는지를 알수 있을겁니다.
물론 앙드레 지드의 음악에 대한 놀라운 식견이 베토벤의 음악을 알아내고 선택한것 이기도 합니다.
고집과 편견과 우울과 질병과 놀라운 자존심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최고로 확대하고 최고로 만들었던 사람...그러나 그의 음악은 아름답고 장대하여 인격과 작품은 별개의 것일 수 있음을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그의 인격에 모자람이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예요. 어찌 그런 주제넘은 소리를 감히 할 수 있겠어요.
그의 음악이 대단히 선율적이고 아름다우며 더구나 낭만적이기까지 하니, 그의 외로움과, 세상과 소통할 수 없었던 고통을 빗대어 이야기 하는 거랍니다.
그는 스스로 자신의 작품에 작품번호를 썼던 최초의 작곡가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바흐나 모짜르트는 작품번호가 다릅니다. 헨델이나 하이든 그외 여러 베토벤 이전의 작곡가들은 후대의 음악학자들이 작품번호를 붙였구요.
바로 Op.입니다. 이는 '작품'을 의미하는 라틴어 Opus의 약자입니다.
K는 퀘헬번호이고 이는 모짜르트의 자품을 정리한 퀘헬의 이름자인건 다 아시지요.
BWV 는 바흐의 작품번호라는 뜻의 독일어 입니다. 바흐 사후 200년뒤에 바흐작품을 정리한 목록이 출판되었습니다.
Bach Werke Verzeneichnis의 이니셜을 따서 작품번호로 붙였구요.
딴소리가 길었네요 베토벤을 만나러 가지요.
1.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Sonata No.8 in c minor Op.13 <Pathetique>
특히 2악장은 '미드 나잇 블루'라는 팝송으로 유명하지만 전 1악장을 제일 좋아합니다.
2.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 Sonata No.14 in c sharp minor <Moonlight>
역시 1악장에서 한숨이 나올만큼 아름다운 느리고 낮은 선율이 우리를 사로잡습니다.
3.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 Violin Sonota No.9 in a minor <Kreutzer>
톨스토이는 베토벤의 음악을 유해하다고 했습니다. 그의 음악이 사람을 너무 흥분시키기 때문이라며 똑같은 제목의 소설
<크로이처 소나타>에서 파멸하는 불륜의 두남녀를 통해 자신의 금욕적 예술론을 펼쳤습니다.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세상의 소나타중 최고의 걸작이라는 이곡은 과연 사람을 흥분시키는 마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4. 교향곡 5번 <운명> Symphony No.5 in c minor
너무나도 유명하지만 너무나도 멋지고 너무나도 아름다운 곡입니다. 전악장 다 강추..
5. 교향곡 6번 <전원> Symphony No.6 in F Major <Pastoral>
디즈니 에니메이션 <판타지아>을 꼭 보세요. 조윤범의 말처럼 제우스가 번개를 던지다가 구름을 끌어 당겨 잠드는 장면에서 미처 못던
진 번개들이 작게 작게 구름속에서 터집니다. 베토벤의 악보에는 작은 팀파니로 표시되어 있지요..
6. 바이올린 협주곡 Violin Concerto in D Major Op.61
베토벤의 단 하나뿐인 바이올린 협주곡입니다. 그는 첼로협주곡은 아예 작곡하지도 않았지요.
다만 삼중협주곡이 하나 있을뿐입니다. 즉 바이올린과 피아노와 첼로를 위한 삼중협주곡입니다.
7. 피아노 협주곡 5번 Piano Concerto No.5 in E Flat Major <Emperor>
숨을 죽이고 기다립니다. 화려한 피아노가 구슬로 변해서 폭포를 이루는것을... 가장 좋아합니다. 이곡을 ...더말해 뭐하겠어요..
그외 현악사중주의 완성이라고 하는 16곡의 현악 사중주를 비롯하여 무수히 많은 그의 작품들이 있지만 저에겐 이미 그 곡을 들을 수 있는 음반이 없습니다. 그래서 예전의 기억만으론 자료를 올릴 수 가 없었기에 악성 베토벤의 음악이 적은양으로 소개되는 겁니다.
음악 평론가 하현상은 생수는 '바흐', 청량음료는 '모짜르트', 보약은 '베토벤', 뷔페는 '오페라'라고 하더군요.
그의 말에 공감하는건 아니지만 재미있어서 소개한거구요.. 이로써 클래식의 빅 3를 끝내게 되었습니다.
이제 공부해야 하니까 다음 학기 기말까지 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은건 우리의 대금이 특 트인 조용한 공간에서 10리의 거리를 뻗어간다는 것이며,
가야금 명인 김죽파는 남도 흥타령을 듣다가 '너무 좋아 바위에 머리를 짓이겨 죽고 싶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또 예전에 벌써 신촌의 레드 제플린이란 락 카페에선 인도의 라가를 들려주기도 했었고, 재즈는 요즘의 트랜드지요.
저는 조용필과 심수봉과 김현식의 노래를 여기에 더 보태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저 재즈 애호가 황덕호의 말씀 한마디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 클래식이 인류의 문화유산으로남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클래식이 인류의 보편음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어요....
첫댓글 그동안 정말 고마웠습니다. Piano도제수업을 받으며 음악 전체흐름과 시대적배경및 작가의곡에대한 상황까지도 파악 하며공부하지 않고, 입시위주의 기교나 테크닉에만 전전긍긍 했던 우리 음악교육의 현실을 감안 한다면 이번 클래식의 곡소개는 참으로 유익한 공개였습니다.그래서 나는 요즈음 Bach곡 이번소개됐던 Goldberg Variations BWV988 을인터넷으로구하여 잘듣고있으며 미경씨의 정갈한 글솜씨와 더불어 아름다운 겨울을 지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소개를 기대하며....
글을 읽고 있으면 마음속으로 사르르 녹아드는 듯한 느낌을 주는 글이네요. 음악은 잘 모르지만 듣고 싶어지게 만드시네요~ 소개된 음악을 들어 봐야겠어요. 글 잘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