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카의 부탁으로 봉사활동을 대신 신청해준 적이 있다. 봉사활동을 하는 기관,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인증절차가 복잡해 어른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학교에서는 ‘1365 나눔포털(http://www.1365.go.kr)’을 활용할 것을 권장해 필자는 곧바로 조카의 알림장에 적혀있는 ‘1365 포털’ 주소를 주소창에 입력해 접속해볼 수 있었다.
오후 1시 포털 메인화면에 접속하는 데만도 15분이 넘게 걸렸다. 방학기간이라서 봉사활동을 하는 학생들이 많을 거라는 예상은 했지만 너무 하다 싶을 정도였다. 어떤 봉사활동이 있는지 실시간 조회도 해봐야 하고 회원가입도 해야 하는데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때마다 제동이 걸린다. 필자는 곧바로 포털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안전행정부에 전화해 상황을 설명했다. 담당자는 “포털 이용객 수를 한꺼번에 2,500명으로 설정해놨는데, 방학기간이라서 접속자들이 몰려 8,000명이 동시 접속하고 있다.”며 양해를 구했다.
‘나눔포털 1365(http://www.1365.go.kr)’ 메인화면. 자원봉사 및 기부문화의 활성화를 위해 안전행정부에서 만든 웹사이트이다. 방학기간을 맞아 이용자가 폭주해 접속이 지연되고 있다.
문득 어린 시절 나는 어떤 경로를 통해 봉사활동을 했는지 기억을 되새겨 보았다. 동사무소, 시청, 우체국 등에 수소문해 봉사활동 실시 여부를 확인한 후 실제로 기관에 가서 활동을 한 다음 봉사활동 확인서를 받아 학교에 제출하는 방식이었다. 봉사활동 기관을 수소문 하는 데만도 많은 시간이 걸렸고 인증된 봉사활동인지도 알아봐야 했으며, 확인서 또한 활동이 끝난 후 곧바로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사실상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이 같은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안전행정부는 2011년 ‘1365 나눔포털’을 개설해 봉사활동과 관련한 정보를 한 곳에 모아 서비스하고 있다. 지역별, 분야별, 봉사자 유형별로 정보를 나눠 봉사활동을 하길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눈에 띈다. 자신이 원하는 봉사활동을 찾은 후 신청한 다음, 활동이 종료되면 곧바로 포털을 통해 확인서를 발급받을 수 있어 매우 편리하다. 봉사활동에 관한 정보를 편리하게 비교·선택해볼 수도 있고, 신청에서 결과 확인까지 앉은 자리에서 가능해진 것도 특징이다.
화면 중앙에는 지역별, 분야별, 봉사자 유형별로 봉사활동이 분류돼있다.
지역별 봉사활동센터에서는 봉사활동이 시작되기 전 참가자들에게 ‘1365 포털’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기도 하는데, 필자는 홍릉문화복지센터에서 시행된 시각장애인 교육 및 체험 봉사에 참여해봤다. 이날 모인 봉사활동자들은 중학생들이었는데 ‘1365 나눔포털’에 가입한 학생도 있었지만 아닌 학생들도 더러 있었다. 시각장애 교육이 시작되기 전 포털에 대한 설명이 진행됐다.
동대문구 자원봉사센터 심정현 센터장은 “청소년이라면 1365 포털에 가입하기에 앞서 부모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실명 확인과 개인정보 약관 동의 후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설정한 뒤 봉사활동 희망 지역 및 종류 등을 최대 3지망까지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365 포털은 또한 교육정보시스템(NEIS)과 연계돼 봉사활동 확인서를 담임 선생님께 제출하지 않아도 곧바로 생활기록부상에 본인의 봉사활동 기록이 등재된다.
봉사활동 교육에 앞서 ‘1365 포털’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고 있는 심정현 교사
교육을 받으러 온 황지영(정화여중·3년) 양은 “예전에 내가 어떤 봉사활동을 했고 몇 시간 동안 했는지 기억이 잘 안난다.”며 “봉사활동은 순수한 마음으로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사이트를 통해 실적을 관리한다는 것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내가 그동안 해왔던 봉사활동 내역들을 되새기다 보면 앞으로 어떤 봉사활동을 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워볼 수 있어 오히려 더 유익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눔포털에 가입하면 보험 혜택도 받을 수도 있다. 안전행정부 윤덕중 주무관은 “보험 적용은 1365 포털에 가입해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라며 “좋은 의도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는데 몸을 다쳐 봉사활동을 이어나갈 수 없게 된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보험 혜택은 이 같은 경우에 대비해 동기 부여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교육 전 미리 포털에 가입했다는 정화여중 학생들. 어머니의 핸드폰으로 승인 문자를 확인했다고 한다.
필자도 직접 나눔포털을 통해 봉사활동을 신청해봤다. 안산자원봉사센터에서 주최하는 진도, 팽목항 자원봉사였다. 활동기간, 장소, 대상, 출발장소 등 활동과 관련된 자세한 정보들이 나와 있어 나에게 적합한 봉사활동인지 판단할 수 있었다. 신청하기를 누른 후 봉사활동 기간 중 자신의 스케줄에 적합한 날짜를 지정해 확인 버튼을 누르면 신청이 완료된다. 자신의 스케줄에 맞춰 활동 날짜를 지정할 수 있다는 점이 편리하게 느껴졌다.
자신이 원하는 날짜에 봉사활동을 신청할 수 있어 편리하다.
한편, ‘나눔포털 1365’가 안전행정부가 주관하는 자원봉사 포털이라면 ‘VMS’는 사회복지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보건복지부 주관 포털이다. 포털을 관리하는 주무 부처가 다르긴 하지만 둘 다 봉사활동이라는 주제로 만들어진 사이트이기 때문에 연동해 실적을 관리할 수 있다. 지난 7월 여성가족부가 개설한 청소년 자원봉사 포털 ‘두둘’ 또한 나눔포털과 연계되면서 서비스 범위가 더 확장됐다.
2014년 7월 기준, 나눔포털에 등록된 봉사활동자 수는 무려 1천만 명을 넘어섰다. 봉사활동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지역은 경기도였으며, 연령별로는 40~50대가 가장 높았다. 청소년 위주로 진행돼왔던 봉사활동이 이처럼 장년층으로 확대된 건 우리 사회에서 봉사활동에 대한 인식이 점차 확산돼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라 할 수 있겠다.
안전행정부는 1365 포털을 스마트폰에서도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또 봉사활동을 신청하면 이메일과 휴대전화를 통해 확인 메시지를 곧바로 받아볼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위치정보 시스템을 도입하면 국민들이 봉사 지역을 좀 더 쉽게 찾을 수 있는 날도 올 것이다. 기술강국 한국이 봉사강국 한국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모쪼록 이웃을 향한 따뜻한 온정의 손길이 더욱 활발해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