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청산 작업은 잘못된 과거를 바로 잡고 민족정기를 바로 세워 정의로운 현재와 미래로 나아가고자 하는 국민들의 여망이 담겨있다.
이 역사적인 작업은 결코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형식적인 해결의 모습으로 희석화 될 수도 없다.
그러나 9월 22일 연합뉴스 등의 언론에 발표된 열린우리당 문병호 의원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 과연 집권여당이 과거청산의 진정한 의지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과거청산에 대한 철학이나 의지도 없이 정치적 부담으로만 회피하려는 태도, 옳지 못한 야당의 정치적 공격에 타협적인 태도는 누더기 친일청산법과 뭐가 다르단 말인가
열린우리당은 언론을 통해 동행명령권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 삭제, 3000만원의 과태료에 대한 상한액 대폭 삭감, 국가기관의 자료 제출 거부시 제재 조항 없음, 금융거래자료제출요구권과 통신자료제출요구권의 삭제, 공소시효 정지 삭제 등 대폭적인 조사 권한의 삭제를 이야기하였다.
최소한의 이러한 권한없이 진상규명이 가능하다고 열린우리당은 생각하는가
지난 1, 2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활동을 우리는 보아왔다.
핵심 조사대상자의 조사회피와 더불어 동행명령장에 대한 거부, 동행명령과 실지조사 거부에 대한 과태료에 대해 납부 거부, 국가기관들의 ‘보안상의 이유로 공개할 수 없다’는 편의적 이유나 ‘보존기한이 넘어 폐기되었다’는 이유로 자료제출을 거부했던 일, 이러한 조사권한의 한계로 인해 많은 사건들이 여전히 풀리지 않고 불능으로 남아있다.
그런데 지금 과거청산을 공언하는 열린우리당은 의문사진상규명위보다 훨씬 더 많은 사건을 다루고, 오래된 역사적 사건을 다룰 조사 기구에 1,2기 의문사진상규명위가 가졌던 최소한의 자료제출권, 동행명령, 통신자료제출, 공소시효정지등의 조사권한마저 없애려는 것은 열린우리당이 과거청산에 의지가 없다는 말에 다름아니다.
가해자로서 국가는 인권침해나 생명박탈 등 국가가 밝혀야 할 최소한의 범위를 밝혀야 한다. 그러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진실을 밝힐 수 있는 권한이 조사기구에 주어져야 한다. 이러한 진실규명의 선행 노력없이 화해만을 강조한다면 그것이 한나라당이 이야기하는 ‘학술적 과거청산’과 다른 것이 무엇인가.
과거청산을 통해 누가 누구를 처벌하자는 것은 아니다. 과거청산을 통해 현실에서 과거사가 더 이상 발목을 잡지 않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철저한 과거청산을 실현할 법적, 제도적 장치를 하루 빨리 마련해야 한다.
우리는 더 이상 과거사청산법이 갈기갈기 찢기어 누더기 된 법안을 지켜만보고 있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