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본 한국 영화 중에 가장 속도감있고, 예측할 수 없는 다음 행동 때문에
재밌게 본 영화다.
이 영화의 플럿을 작가보다 먼저 맞춘 사람은 몇이나 될까.
구성도 좋았지만 인물 설정이 돋보였다.
형사인 도진광의 욕망(스타니슬랍스키 용어로 초목표)은 형사로서 능력을 인정 받는 것,
마약딜러 이상두의 욕망은 이 바닥에서 성공하는 것,
상두의 아버지 이택근의 욕망은 자신의 과거를 (마약딜러)용서받고 아들을 이 위험에서 보호하려는 것.
작가는 이 인물들의 강렬한 욕망을 설정하고 분명히 이해했다.
그리고 그런 순간 인물들이 살아나온다.
극의 중심은 마약딜러인 상두이다.
돈을 벌고 인생을 즐기려는 상두를 방해하는 반대세력은 형사 도진광이다.
특히 도진광의 욕망은 미친 사람처럼 강렬하고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어서 상두가 이루고자하는 욕망에 계속해서 대립한다.
극중 김지영으로 나오는 추자현의 역할은
여성의 시각으로 보기에는 소도구다. 여자, 특히 벗겨져 벌거숭이가 된 몸둥이는 남성의 욕구에 의해 마음대로 겁탈되고 싫으면 버려지는 기계 뿐 특별한 의미를 갖지 못한다.
하지만 마약과 술, 돈과 여자 하나라도 빠지면 부족한 남성영화에서
추자현은 ‘여자’의 역할 말고 하나 더 중요한 임무를 띠고 극중에 투입된다.
바로 못된 이상두가 극을 주도하는 인물임을 나타내기 위한 것.
상두는 깡패고 악한 구석이 있는 인물임에 틀림없지만 마약에 중독된 상태인 지영을 버리지 못하고 아버지의 집으로 데려와서 보살펴 달라고 부탁할 정도로 따듯한 마음도 가졌다.
선의 중심이 상두에게로 모아지는 순간이다.
“이 녀석이 겉보기엔 개망나니 같아도 속은 인간적이네..”
첫댓글 오랜만에 재밌게 봤던 영화였어요. 종종 이런 장르의 영화가 구성이 탄탄하지 못하여 저를 실망시키는 경우가 있는데, 이 영화는 구성도 참 괜찮았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