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송재상 세무사입니다. 제가 작년 12월 말에 겪었던 일에 대해 말씀을 드릴 사항이 있어 키보드를 두드리게 되었습니다. 다 쓰고 나니 내용이 꽤 길더군요. 그래도 한 번 읽어봐 주세요.
선배 중에 식당(삼겹살집)을 운영하시는 분이 있는데, 세무서로부터 안내문을 하나 받았다며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해 상담을 받았습니다. 예전부터 세금을 너무 많이 낸다며 이래서는 장사할 맛이 나지 않는다고 늘 안타깝게 생각하시는 분이었습니다.
세무서로부터 받은 안내문의 내용은 과세자료에 대한 소명 또는 수정신고 권고문이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자면, 2004년 7월 1일부터 12월 31일(제2기 과세기간)에 대해서 신고한 매출액 중 신용카드 매출액이 1,000만원이었는데, 금융기관으로부터 파악된 신용카드매출액은 4천만원이라는 것입니다.(금액은 편의상 수정했음) 따라서 신고 매출액에 3천만원의 차이가 있다는 것인데, 그 차이에 대해 소명하던가 아니면 수정신고하고 세금을 추가로 납부하라는 것입니다.
대략 계산컨대 수정신고와 함께 내야하는 세금은 3천만원의 10%인 300만원의 부가가치세와 그에 따른 가산세, 그리고 매출액 증가에 따른 종합소득세 추가납부액 등을 합치면 약 500만원 정도를 더 내야합니다.
세무사인 본인이 그 내용을 볼 때 부가가치세 신고시 이러한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부가가치세 신고시 가장 먼저 확인하는 내용이 신용카드매출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정확한 금액은 신용카드가맹점 관리회사로부터 신용카드승인건수와 금액을 일일이 확인하게 되므로 일부러 틀리지 않는 한 오류가 발생하기 어려운 항목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그 당시 신고한 부가가치세 신고서를 팩스로 받아보았습니다. 신고서를 검토한 결과 참 쉽게 신고서를 작성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식당의 경우 반드시 들어가야 할 의제매입세액공제를 반영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 식당은 삼겹살집이므로 기본적으로 돼지고기에 대한 매입 내용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매입내용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약 70만원 정도의 의제매입세액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제는 문제가 파악되었으므로 해결점을 찾아야 합니다. 우선 신용카드매출누락분에 대해서는 수정신고를 피할 수 없습니다. 불행 중 다행스럽게도 의제매입세액공제를 추가로 받게 되어 추가로 납부해야할 세금이 적어진 것을 위안 삼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책임소재를 따져 볼일인데, 가산세를 누가 어느 정도 부담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입니다. 가산세의 부담은 금전적인 부담이므로 민감한 사항일 수 밖에 없습니다.(가산세는 약 90만원 가량으로 기억됩니다.)
그래서 처음에 신고서를 작성했던 00지역 음식업협회 직원에게 수정신고를 해야하므로 이에 대해 일정부분(본인 생각에는 100%)에 대해 부담을 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그러자 어느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강한 반발이 있었습니다. 음식업협회 직원의 말은 “나는 단지 식당 사장님으로부터 부가가치세 신고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도움을 주었을 뿐이다. 그런데 왜 내가 잘못 신고된 것에 대해 책임을 줘야하는 것인가?” 말을 들어보니 그럴 듯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지 도움을 주었을 뿐인데... 책임까지 부여한다는 것이 도의적으로 문제가있지 않을까?
그런데 문제의 본질은 도움을 주고 받은 것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음식업협회 직원은 분명 ‘세무대리행위’를 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법률적으로 따진다면 위법행위를 한 것입니다. 근거 법령은 세무사법입니다. 세무대리행위는 세무사(세무사로 등록한 공인회계사 및 변호사 포함)만이 할 수 있는 것이고, 이를 위반한 경우 상기 법에 의해 처벌(심하게는 구속 및 실형선고)을 받게 됩니다.
그렇다면, 법률에 의해 세무사만이 세무대리행위를 할 수 있다고 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세법에 의해 전문적 지식을 갖은 자로 하여금 세무대리행위를 하게 하고, 만일 세무대리행위로 인해 의뢰인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 정당하게 손해배상책임을 지라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법률적인 책임에 대한 관점에서 살펴본다면, 음식업협회 직원이 한 행위는 명백한 세무대리행위이고, 이에 대해서 두 가지 책임이 따르는데, 그 첫째가 손해배상책임이고, 둘째가 세무사법 위반에 대한 책임인 것입니다.
이러한 내용을 설명했더니만 음식업협회 직원은 이제부터 저에 대한 호칭이 ‘당신’으로 바뀌었고, ‘인생을 그렇게 살지 말라’는 훈계를 들었습니다.(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제 나이 30대 중반, 음식업협회직원의 나이는 20대 중반이었습니다.)
말이 더 이상 통하지 않아 협회 부장님과 통화를 했습니다. 직원에게 얘기했던 동일한 내용을 설명했었는데, 결과는 동일한 대답을 들었습니다. 단지 협회에서는 도움을 주었을 뿐인데 책임을 지라는 것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 역시 위법행위를 한 것에 대해 언급했더니만 고발을 하던지 말던지 알아서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참고로, 제가 통화한 협회 직원 두 분은 모두 부가가치세의 가장 기본 개념인 공급가액과 공급대가의 개념조차 구분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간단히 설명드리면, 식당손님이 22,000원의 식대를 신용카드로 결제하였다면, 그 중에서 20,000원이 본래 식사대이고 2,000원은 부가가치세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부가가치세가 포함된 금액인 22,000원을 ‘공급대가’라고 하고, 부가가치세가 제외된 순수한 식사대 20,000원을 ‘공급가액’이라고 합니다. 세무서로부터 받은 안내문에서 3,000만원 매출누락분에 대해서 분명 ‘공급가액’이라는 표기가 있었음에도 두 직원은 그 금액을 공급대가로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즉, 본래 수정신고 해야 할 부가가치세는 3,000만원의 10%인 300만원인데, 3,000만원에 부가가치세가 포함되어 있다고 봐서 2,727,272원을 내야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지요.)
제가 이런 에피소드에 대해 장황하게 말씀드리는 취지는 단순합니다. 무엇보다 어떤 행위를 한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분명히 져야한다는 것입니다. 그 행위의 이유가 영리이건 비영리이건 간에, 좋은 취지건 아니건 간에 상대방에게 손해를 끼쳤다면 응당 손해배상책임에 임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자신이 한 행위인 ‘단순한 도움’이 민사 및 형사상 책임을 져야할 ‘세무대리행위’인지 조차 모른 채 이제 와서 나 몰라라 하는 식의 태도는 온당치 않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음식업협회는 비영리 단체입니다. 하지만, 협회는 회비를 받고 있으며, 회비를 받는 조건으로 협회 원이 부가가치세신고서 작성을 대행해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기서 협회의 의견은 협회비는 부가가치세 신고서 작성에 대한 수수료가 아니라고 주장하므로써 세무사가행하는 업무와는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수수료의 수수여부와 세무대리행위에 해당하는 지에 대해서는 상관관계가 없습니다. 따라서 이는 분명 불법인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쓰는 제가 세무사이기 때문에 혹 자기 영역을 침범한 00음식업협회에 대해 타격을 입히기 위함이 아닌가 오해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또한 배부른 세무사가 음식업협회에서 그리 많지 않은 수수료를 받고 세무업무를 봐주고 있는 것에 대해 이마저 뺐어갈려는 것이 아닌가 오해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이에 대해서 100% 부인하지는 않겠습니다.
제가 이번 에피소드를 통해 전하고 싶은 사항은 어떻게든 자신이 의뢰한 사항으로부터 손해를 입으신 경우에 대해 정당하게 구제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대리 행위를 형식적인 자격증(세무사, 공인회계사 등) 소지자에게만 위임해야한다는 당위가 아니라 대리 행위에 대해 실질적인 책임을 질 수 있는 자에게 위임해야한다는 것입니다. 만일 저와 같은 세무사에게 업무를 의뢰하여 이와 같은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세무사 개인 지갑에서 가산세를 부담하거나 별도로 가입한 ‘배상책임보험’을 통해 손해에 대해 책임을 질 것입니다. 이는 마치 자동차를 운전하기 위해서는 자격사항으로 운전면허를 소지해야하고, 자동차보험에 가입을 해야 운전자 본인에게는 교통사고시 무면허 운전에 대한 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고, 교통사고의 피해자는 보험회사로부터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과 동일한 이치인 것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PS.
혹 본인 또는 주변에 이와 유사한 사례를 통해 피해를 본 분이 계시면 저에게 이메일로 연락을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구제받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드리겠습니다.(참고로 저는 세무사이지 이상한 방법을 동원하는 해결사는 아닙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첫댓글 전엔 대부분 협회에서 세무대행을 해주는 경우 많이 봤어요. 미용협회가 특히그랬어요. 회비를 받아가니까 그런거 해준다며 아예 사업자 등록증 원본까지 협회에서 보관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런데 전문 지식이 없다보니 많은 문제점이 있었고 엄청난 세금을 추징당하는 것도 많이 봤어요.요즘도 협회에서 그러나?
아는게 힘이죠...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