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을 사기 친 그 놈이 구조 요청을 해왔다!
세탁소 화재로 인해 대출상품을 알아보던 생활력 만렙 덕희에게 어느 날,
거래은행의 손대리가 합리적인 대출상품을 제안하겠다며 전화를 걸어온다.
대출에 필요하다며 이런저런 수수료를 요구한 손대리에게 돈을 보낸 덕희는
이 모든 과정이 보이스피싱이었음을 뒤늦게 인지하고 충격에 빠진다.
전 재산을 잃고 아이들과 거리로 나앉게 생긴 덕희에게 어느 날 손대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는데…
이번엔 살려달라는 전화다!
경찰도 포기한 사건, 덕희는 손대리도 구출하고 잃어버린 돈도 찾겠다는 일념으로
필살기 하나씩 장착한 직장 동료들과 함께 중국 칭다오로 직접 날아간다.
'시민덕희'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부터 예감했던 줄거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덕희를 본 이유는 라미란이라는 배우, 그리고 이무생로랑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여성 원톱인 한국영화는 대체적으로 함께하는 여성들과 어려움을 이겨내고
행복을 쟁취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영화 역시 여느 한국 영화와 결을 같이 하였으며 특히 라미란이란 배우를 쓴 이유는
억척스러운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줌마를 연기하기 위함일 것이리라.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미란 배우가 가지고 있는 힘과 흡입력은
다른 영화배우와는 그 결을 달리 했기에 기대가 되는 작품이었다.
최근 한국의 탑배우 이영애씨와의 작품으로 전성기를 맞이한
이무생로랑(영화배우 이무생)의 출연도 반가움 그 자체였다.
원래부터 악역에는 도가 튼 사람이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중후함까지 더해져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악역중의 악역이다.
이 두 사람뿐만 아니라 모델출신 장윤주 배우와 연기력에서 밀리면 서러운 염혜란 배우,
최근 드라마 연인으로 전성기를 맞이한 안은진 배우까지 어떻게 보면
호화로우면서도 잘 어울리는 배우 캐스팅이었다.
시민덕희의 줄거리는 평범한 시민이 끈질기게 보이스피싱 총책을 잡는 내용이다.
이 문장에 모든 스토리가 담겨있다. 덕희가 평범한 시민이다보니
여느 주인공처럼 치밀하거나 똑똑하거나 철처한 계획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무기는 끈질김. 끈질긴 집념으로 찾아내고
결국 보이스피싱 콜센터인 칭다오까지 가는 주인공이다.
그래서인지 아쉽게도 스토리가 탄탄하다던가 통쾌하게 적을 이기고 응징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보는 내내 답답하고 파워J인 나였으면 하지 않을 행동들을 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게된다.
답답하긴 하지만 결국은 그러한 끈질김으로 총책까지 잡아내는 덕희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덕희였다면 이 이야기가 절대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는 않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하나의 평범한 포인트는 경찰 역시 너무나 평범하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분들이 보면 분통이 터지거나 실제로 저러지 않는데 하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그럼에도 '시민' 덕희와 그러한 시민을 상대하는 경찰은 평범함 그 자체였다.
처음 덕희가 손대리의 제보를 듣고 경찰을 찾아갔을 때 경찰은 덕희의 말은 믿어주지도 않은채
오로지 100억이라는 큰 돈을 피해본 다른 사건만 쳐다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나도 살다보면 숫자로만 판단할 때가 많이 있는데 경찰들도 그런 경우가 왕왕 있을 것 같다.
그야 말로 평범하자 답답한 모습이다.
이 영화를 처음 마주했을 때 관객으로 보는 첫 장면은 이 영화가 실화기반의 허구 영화라는 것이다.
처음에 저 말을 들었을 때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되었는데
바로 다음 장면에 실화를 기반으로 창작한 영화라고 하는 설명을 덧붙혔다.
실제로는 보이스피싱 총책을 잡은 사람은 세탁소를 운영하는 어떤 평범한 사람이었으나
영화에서는 극적인 긴장감을 더하기 위해 애 둘을 키우고 있는 이혼녀? 혹은 미혼모? 공순이 주인공이 나온다.
이처럼 여러 허구를 기반으로 만든 영화이나 생각보다
그 모습이 실제로 극적인 긴장감을 더하기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는 부분이었다.
그것보다는 손대리(송대리?)가 증거를 찾아서 몰래 보내려는 모습 등이 훨씬 극적 긴장감을 더했다.
이와같이 평범한 영화에서 출발했으나 의외로 긴장감이 넘치는 부분이 많았다.
그 부분에서는 이 영화를 쓴 작가의 필력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퍼 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