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길의 지하철은 등산길인가
김규태
인생의 삶이란 구름처럼 어디론가 흘러가고 또 물처럼 한 몸이 되어 흘러가는 인생길이다. 인생길을 걸어가다 보면 넘어지고,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 쉬지 않고 함께 걸어가야 한다. 어디로 걸어가는 것일까? 물처럼 바다를 향하여, 아니 험난한 인생학교 10학년을 향하여 지금도 힘차게 걸어가고 있다. 인생학교 입문하여 6학년에 들어서면서 온몸은 여기저기 허약한 체질로 변해 가려고 한다. 현상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체력은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인생길을 걸어가는 데는 목적지를 정할 수가 없다.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구름이 흘러가듯이 가고 싶지 않은 곳도 가야만 한다. 이번에도 인생길을 가려고 수서역으로 갔다. 역에 도착하여 탑승 시간을 보았다. 출발 3분 전이다. 시간이 촉박해 뛰고 또 달렸다. 숨은 가슴으로 차오르고 갑자기 무릎에서 통증까지 다리를 타고 전해 온다. 그래도 열차를 놓치지 않으려고 달렸다. 가까스로 부산행 열차에 몸을 싣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무릎 통증이야 하루 밤을 지새우고 나면 괜찮겠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몇 주일이 지나도 걸을 때 무릎에 시큰거리고 통증은 회복되지 않고 더 심해져 갔다. 다리를 오그렸다가 펴다 하면은 왼쪽 무릎관절에서 뚜 두둑 마찰 소리가 난다. 오른쪽 관절도 마찬가지다. 디스크가 깨지고 연골이 파손되었다고 생각을 하니 걱정이 되었다.
무릎에 통증을 느끼면서 인생길의 목적지에 도달할 수가 없다. 새라면 날아서라도 갈 수 있을 텐데, 날개가 없으니 날아다닐 수도 없다. 남은 인생길을 고통 속에서 살아 한다. 그런 생각을 하니 오히려 마음의 병이 되어 며칠간 밤을 설치다가 집 근처에 있는 정형외과를 찾아갔다. 진찰을 받고 무릎관절의 앞과 뒤 옆, 엑스레이를 여러 차례 찍었다. 의사가 엑스레이 검사 결과를 보면서 무릎 안쪽 관절 사이가 좁은 사람들이 통증을 호소한다고 했다. 관절에 뼈 주사 맞으면 안 된다면서 약 처방을 해줄 터니 약을 먹으면서 매일 물리치료 받으라고 하였다. 그날, 한 시간가량 물리치료를 받고, 그 근처 약국에서 처방전의 약을 제조 받아 일주일 동안 먹었다, 통증은 멎지 않았다. 먹던 약이 없어 다시 찾아갔다. 의사가 그동안 물리치료를 왜 받지 않았느냐고 묻기에 바빠서 못 받았다고 둘러댔다. 사실은 바쁜 게 아니라 물리치료를 받아도 효과가 없을 것 같아서 받지 않았다. 의사가 통증이 있을 때 뼈 주사를 맞으면 효과가 없다, 통증이 나으면 관절 주사를 맞으라고 하였다. 그날도 첫날처럼 물리치료를 받은 후 처방전을 받았다. 약국에서 처방전의 약을 제조 받아 또 먹었다. 물리 치료를 안 받아서 그러한지 약을 먹어도 효과는 없었다.
이전에 진찰실에서 의사가 엑스레이 사진 결과를 한 장면 한 장면 넘겨 볼 때마다 눈여겨보았다. 엑스레이 사진에 양쪽 무릎관절은 붓지 않았다. 그 양쪽 뼈를 받쳐주고 있는 연골디스크 부위가 하얗고 선명하게 보였다. 연골은 마모되지 않는 것처럼 보였는데 왜 통증이 있을까! 걸어왔던 인생길을 뒤돌아보기 시작했다.
등산이 관절에 영양을 주었을까! 산에 오르면,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폐활량과 근력 운동이 되어 관절은 튼튼해진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세상을 내려다본 것 같이 가슴이 탁 트인다. 봄에는 만물이 소생하는 초록색은 눈을 시원하게 피로를 풀어준다. 가을에는 오색찬란한 한 폭의 그림이다. 그래서 휴일에는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끼려고 등산을 자주 했다. 그런데, 산 정상에서 내려올 때, 문제가 발생한다. 무릎에 경미하게 시근거릴 때가 가끔 있었다. 등산은 관절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관절을 보호하려고 가능한 등산은 피했다.
만 보 걷기는 누구나 권하는 운동이다. 등산처럼 뼈가 튼튼해지고 건강에 좋다고 생각하여 평소 많이 걸으려고 노력한다. 매일 출근길을 걸었고 또 퇴근길도 버스를 타지 않고 걸었다. 출장길은 주로 대중교통으로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했다. 지하철 타러 갈 때는 보통 계단을 걸어서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한다. 에스컬레이터 이용 시에는 건강을 관리하면서 시간도 절약하려고 올라갈 때나 내려갈 때도 타고 걸어갔다. 이렇게 걷다 보면 하루에 만 보 넘는 것은 보통이고 이만 보 이상 넘을 때가 자주 있었다. 걷는 것은 돈을 들이지 않고 하는 좋은 운동이라고 생각했다.
만 보 걷기 생활한지 3년이 되었을 때다. 왼쪽 무릎의 뒤쪽 근육이 미세하게 땅기고 통증이 약간 느껴졌다. 신경외과를 방문하여 진찰을 받았다. 열 감지 엑스레이를 찍고 혈액순환 과정의 검사를 받았다. 물리치료하고 받은 처방전을 약국에서 제조 받아먹었다. 몇 주간 약을 먹었으나 효과가 없어 그냥 중단했다.
그 후로 지인들과 점심을 먹으러 갔을 때다. 식당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서 식사를 마치고 일어서려는데 왼쪽 다리 무릎근육 통증으로 다리를 펼 수가 없었다. 그래도 참고 서서히 펴고 겨우 일어섰다. 이런 증상은 자주 일어난다. 어르신들이 함께 식사하러 갈 때 식탁이 없는 식당을 피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나보다 더 나이가 많은 지인에게 이 증상을 이야기했다. 그분은 한술 더 떠서 밤에 자고 일어나려면 아파서 10분 정도 뒤적거리다가 일어난다고 한다. 아아! 나도 노인층에 들어갔나! 만 보 걷기만 열심히 하면 더 좋아질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4년 차에 들어서면서 두 무릎 관절까지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그 전조 증상이 있었는데도 모르고 노년 병으로 생각하며 관리를 하지 않았다.
지하철의 계단은 등산하는 것과 같은 것인가! 지하철 탑승하려 계단을 내려갈 때는 온몸의 무거운 체중을 무릎이 감당해야 한다. 처음에 내려갈 때는 아프고 올라 올 때는 괜찮았었다. 점점 증상은 더 악화하여 가는지 평지를 걸어도 시큰거리는 통증이 온다. 매일 만 보 이상 걷다 보니 피로가 축적되어 가는 것이다. 피로는 젊었을 때는 잠을 자고 일어나면 피로 해소가 잘 되었다. 이젠 인생학교 6학년에 접어면서, 몸은 회복되지 않고 피로가 축적되어 통증이 오고 있다. 앞으로 통증으로 걸을 수 없다면 세상의 모든 다 잊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의 무릎관절을 튼튼하게 한번 만들어보자, 그래도 안 되면 모든 일은 포기하고 다 내려놓자. 세상을 나의 몸으로 짊어지고 가자. 마음으로 다짐하면서 무릎관절 관리에 들어갔다. 먼저 건강에 좋다는 만 보 걷기부터 포기했다. 대중교통이 없는 길을 제외하고 웬만한 거리는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지하철 내려가는 계단은 가능한 피하고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했다. 보행 거리가 줄어들고부터 관절의 통증이 차쯤 완화되기 시작했다.
무릎관절은 혈관이 통하지 않아 영양 공급이 잘 안 된다고 한다. 무릎에 영양공급을 위해 좋다는 건강식품과 음식에도 관심을 같기 시작했다. 무릎이 아파서 휠체어 타고 다니다가 먹고 나았다는 지인이 알려준 관절튼튼, 무릎관절에 좋다는 MSM 건강보조식품도 구매해 먹었다. 단백질은 뼈를 재생해주고 근육을 튼튼하게 해준다고 하여 동해에서 직접 잡아 온 끈적끈적한 가자미로 식해도 만들어 먹었다. 뼈를 튼튼하게 해주고 피부에 좋다는 콜라겐이 많이 들어 있는 북어 껍질과 피쉬 콜라겐 분말도 우유에 타 먹기도 했다. 건강 관리하였는지 1년이 넘었을 때 어느 정도 호전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무리하면 걸을 때 무릎에 통증이 오고 완치가 되지는 않았다.
오징어는 무릎 통증이 완화될까! 올해 봄에 우연히 명동 항에서 맨몸으로 오징어 밤낚시 배를 따고 남해로 떠나게 되었다. 그날이 운이 좋은 날이었다. 배에서 지급한 10m 간격으로 매듭 되어있는 손 낚시채비 원줄에 7단 오징어 스틱 날라리가 달린 목줄을 연결했다. 그 끝에 추를 매달고 오징어 낚시채비를 바다에 내렸다. 오징어 낚시는 처음이라 배의 사무장이 가르쳐 준 대로 낚싯줄을 올리고 내리고 3번하고 기다렸다. 오징어 입질이 줄을 타고 손으로 전해 온다. 오징어는 밤새도록 끌어 올릴 때마다 한꺼번에 1마리에서 4마리까지 올라왔다. 오징어 입질이 없을 때면 30m에서 60m까지 바다 수심 층을 공략했다. 가끔 고등어도 입질할 때가 있다. 그냥 놓아두면 옆 채비에 엉겨 낚시를 방해한다. 바로 끌어 올려서 보면 시장 고등어보다 큰 오메가쓰리와 단백질 덩어리가 올라온다. 배 바닥에 놓아둔 고등어는 꼬리로 바닥을 치며 도망가려고 소란을 피운다. 자정이 넘자 대형아이스박스에는 오징어로 가득 찼다. 더 잡아도 오징어 담을 곳이 없었다. 낚시를 중단하고 잡은 오징어 손질을 하였다. 스티로폼 박스에 손질한 오징어가 가득 찼다. 박스를 들어보니 겨우 들 수 있었다. 너무 무거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가 없었다. 화물차에 오징어를 싣고 서울 가는 고속버스에 화물로 부쳤다. 집에 와보니 옥상에는 오징어 건조장이 되었고 동네잔치를 했다고 한다. 그 오징어로 반찬도 해서 먹고 반 건조된 오징어는 휴일에 구워서 군것질로 먹기도 했다. 오징어를 일주일 동안 먹었을 때 무릎에 통증은 없어졌다.
인생길의 만 보 걷기에 도전하다가 이렇듯 실패할 때도 있다. 그러나 실패는 곧 성공의 어머니라 했던가, 세월이 흘러가는 것은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자연의 이치다. 인생길은 세월 따라 흘러가면 되는 것이다. 체력도 자연의 이치에 따라가야 한다. 인생은 언제나 청춘은 아니다. 모든 기계나 동물은 수명이 정하여졌다, 기계는 사용 횟수로 정해졌다. 기계는 주인이 관리하기에 따라 사용 횟수 끝까지 사용할 수가 있다. 인간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우리의 삶에 일생에 먹는 음식도 양이 정하여졌다고 본다. 음식은 인생의 삶에 약이 될 수도 있고 무증상의 독이 될 수도 있다. 음식 먹는 양에 따라 병든 우리 몸을 스스로 치료할 수도 있고 닳아진 뼈도 재생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 역할로 무릎 통증을 오징어가 치료에 했다고 본다.
인생길은 오늘도 내일도 쉬어 갈 수가 없다. 세상을 내가 업고 가야지, 세상이 나를 업고 가면 불행한 일이다. 인생학교 입학하여 계속 배우고 익히고 경험하면서 꾸준히 연구해 가야한다. 언제 진학할지 모르는 인생학교 10학년을 향하여 우리 모두 함께 활기차고 씩씩하게 뛰어가자,
- 경력
. 한국문인협회·강동문인협회 회원
. (전) 좋은동네 편집위원, 강동문화원 사무국장
. 문에사조 수필등단, 행정사, 네티켓교육사(1급)
- 본명 김형양. 연락처 010-7227-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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