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코스는 화성시의 전곡항에서 시작하여 안산시의 남부보건진료소 입구까지 북진으로 트레킹할 예정이다. 전곡항은 시화방조제가 1994년도에 준공될 때 시화호 이주민을 위해 전국 최초의 레저어항으로 조성된 테마어항이다. 전곡항 인근에 있는 탄도항에는 아름다운 풍력발전기의 바닷길이 놓여 있고 그 끝에 가면 등대가 있는 누에섬이 있다. 이 섬에 가기 위해 이번에는 북진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국립해양조사원의 제부도의 바다갈라짐 예보를 보면 오늘은 아침 6시부터 오후 3시까지 모세의 기적이 연출될 예정이다.
버스는 서해랑길 89코스 안내판이 있는 전곡항 입구에서 요트가 정박해 있는 마리나 클럽하우스 빌딩 앞까지 이동한 후에 정차한다. 처음 온 전곡항은 아침햇살을 받으며 감동으로 다가온다. 언덕배기 같은 고렴산 자락에 제부도까지 설치된 서해랑 제부도 해상케이블카 승강장이 바로 옆에 있고 제방 아래 해상계류장에는 수많은 요트들이 정박중에 있다. 제부도를 오고가는 케이블카 캐빈에는 날이 춥고 아침이라서 그러는지 이용객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바라보는 사람은 바다와 어울리는 모습에 반하고 만다. 이런 멋있는 전경을 보여 주기 위해 막독팀장은 이곳까지 차량으로 이동시켜 준 것이므로 그 배려깊은 마음에 고마움을 전한다.
붉은 색의 전곡항 방파제등대가 계류장 건너편에서 반짝인다. 일행들은 입구로 돌아가고 있지만 등대를 아니갈 수는 없다. 해양수산부에서 금년 8월에 '이달의등대'로 선정한 등대이기 때문이다. 등대는 건너편에서 있어서 가까이 보이지만 방파제 끝에 있기에 돌아가야 해서 가깝지는 않다. 방파제 길에 남아있는 얼음과 눈을 조심스레 지나며 다가간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선정 당시의 안내 포스터를 보면 등탑은 붉은 색깔만 있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지금 보이는 등탑에는 갈매기와 안전운항을 하는 선장이 그려져 있고 밑둥에는 파도가 넘실되는 풍경을 그렸다. 오히려 원색의 등대보다는 훨씬 멋있고 근사하게 보인다. 건너편을 바라보니 열린 바닷길에 풍력발전기가 돌아가고 누에를 닮은 섬이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실수가 있다. 버스에서 하차한 후에 스탬프투어 앱을 가동할 때 핸폰이 울리기에 등대가 인증된 것으로 보았으나 실은 화성시에서 실시하는 전곡항 방문 인증이었다. 결국은 등대 앞까지 가 보았으나 인증사진만 있고 스탬프는 획득을 못한 것이 되었다.
서둘러 전곡항 입구로 나간다. 멀리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일행들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이 들어오지만 곧 탄도방조제로 걸어 나간다. 안내판 앞에서 두루누비앱을 켜서 88코스의 인증을 받고 방조제로 들어간다. 우측으로 강같은 바닷물이 지나가고 있다. 시화호에 있던 물이 바다로 빠져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 물길이 대부도를 섬으로 만들어 주었다. 수문을 지나면 화성시에서 안산시로 진입한다. 현재의 대부도는 간척사업을 하기 전에 몇 개의 섬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탄도, 불도, 선감도가 그것이다. 이 섬들은 매립을 통해 대부도와 통합되어 이제는 흔적만 남아 있다. 방조제를 건넌 지금은 탄도항이다. 예전에는 이 지역이 탄도였음을 알려준다. 안산역과 오이도역을 경유하는 안산시의 123번 버스가 탄도항 종점에서 대기중이다. 안산에서 방아머리선착장을 갈 때 이용하던 버스라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누에섬으로 연결된 바닷길로 내려선다.
썰물로 갈라진 시멘트 바닷길은 아직 얼음과 물로 뒤범벅이다. 일행 일부분은 아이젠을 착용하지만 막독 팀장이 간단히 걸어가기에 그냥 따라서 조심스레 걸어간다. 길게 뻗은 길 위로 풍력발전기가 돌아가고 그 너머에는 누에섬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섬 위에는 4년전에 보았던 등대의 전망대가 살짝 보이기도 한다. 좌측으로는 조금 전에 보았던 전곡항과 케이블카 그리고 제부도가 햇빛을 받아 눈부시고 우측 갯벌 너머로는 얼마전에 다녀온 영흥도가 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후미에서 자주 만나는 김명자님이 누에섬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겨주고 있고 특히 길위에 흐트러져 있는 얼음덩어리를 찍어보라고 한다. 막상 심혈을 기울이며 찍어보면 이 또한 충분히 멋진 모습으로 태어난다.
누에섬에 있는 언덕 길을 따르면 등대 앞을 만나고 다시 계단을 타고 오르면 주변을 전부 아우르는 전망대를 만나게 된다. 최근에 영흥도를 다녀오고 조금 전에 전곡항까지 보게되니 전망대에서의 조망은 막힘이 없다. 전곡항에서 출발하는 케이블카는 제부도로 이어지고 그 사이로 안고렴섬, 새섬 그리고 까치섬까지 보이고 제부도 너머 바다 건너편으로 굴뚝에서 흰 연기가 솟아나는 당진화력발전소도 알아 보겠다. 잠시 주변을 좀 더 둘러보다 등대를 내려간다. 누에섬에 있는 등대는 2020년 12월에 이달의등대로 선정되어 인증판이 전망대 입구에 붙어 있다. 해양수산부의 아름다운등대 15경을 완주하면서 아름다운 경관에 등대가 살짝 비치면 좀 더 멋진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정해진 기간내에 스탬프투어를 완주하지 못하더라도 이렇게 바닷가를 거닐 때 나오는 등대는 찾아보고 사진으로 남길 필요가 있다. 이런 등대를 그냥 지나치면 나중에 다시 찾을 날이 올지도 모른다.
누에섬을 빠져나오며 도로를 건너 낮은 야산을 오르는데 팀장이 기다리면서 안내를 하고 있다. 후미를 맡고 있는 장 대장이 누에섬을 방문하지 않고 먼저 출발한 일행들과 함께 하고 있어서 이곳에 없기 때문이다. 팀장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받더니 아직 후미에서 오는 분이 있다고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누군지 이해가 간다. 누에섬에서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던 선배님이다. 우리 일행이 아닌 것으로 생각하여 마지막 후미를 챙기지 않고 도로를 건너 곧바로 야산으로 넘어온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짧은 계단을 오르며 전망대에 도착한다. 조금전에 지나온 전곡항과 제부도 그리고 누에섬이 한 눈에 들어온다. 바닷물이 빠진 갯벌위로 햇빛이 쏟아져서 아직도 눈이 부시다. 계단을 타고 내려 가려다가 옆으로 빠지는 데크길을 접어드는데 전망대가 나온다. 대부광산퇴적암층이 겹겹이 쌓인 지난 세월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다. 그 아래에는 에머랄드 빛이 나는 작은 호수가 있다. 그 너머로는 간척사업으로 논으로 변모한 대송단지가 아주 넓게 조성되어 있고 당초 대부도를 섬으로 만들었던 화성시 송산면과 대부도 사이를 갈라놓은 바닷물 줄기는 강처럼 흐르고 있다.
이 퇴적암층 지역은 2001년 까지 채석장으로 사용되다가 공룡 발자국 화석이 발견되면서 역사문화 공간으로 바뀌었다. 공룡발자국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호수와 퇴적암이 맞물리면서 언뜻보면 눈이 쌓인 백두산 천지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퇴적암층의 높이는 얼마일까. 자료상에 의하면 수심이 50m이고 높이는 50m라고 한다. 채석할 때 긁어낸 바닥에 물이 고이면서 호수를 만들었고 돌을 깍아내면서 드러난 절개지는 퇴적암층으로 거듭났다. 아마도 이와 좀 비슷한 곳이 서울 용마산의 용마공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곳도 채석장으로 쓰이다가 산을 깍아낸 곳이 보기 흉해서 나무를 심고 인공폭포를 만들어 공원화했다. 하산할 때 응달진 곳은 아직 눈설이 남아서 다소 미끄러운 편이나 전망대로 올라가는 어느 가족들을 보면은 무엇이 이들을 엄동설한에 이곳으로 이끄는지 궁금하다. 넓은 광장이 나온다. 절개지 앞에 가서 다시 한번 퇴적암층을 보고 싶지만 시간이 늦어서 길을 재촉한다. 대부도의 상징인 노랑부리백로의 길잡이 조형물에 누군가가 백로 눈 아래에 안경을 걸어 놓았다. 여름철새인 백로가 다시 월동지인 필리핀으로 돌아갈 때 이동경로를 잘 찾도록 하기 위한 배려일 것이다.
논경지 사이의 갈대 군락지를 지나면 도로변으로 길게 줄지어 있는 상가를 만난다. 여기서 점심을 매식하기로 한다. 이곳의 음식점은 등산화를 벗고 들어가야 한다. 친구와 함께 '모두다 와인주는 횟집'으로 정한다. 식당안에는 이미 선배님 일행들이 먼저 자리잡고 있다. 바다가 보이는 창가 끝자리에는 이희라님과 그 일행들이 있어서 그 옆 자리에 앉는다. 곧이어 팀장이 마지막 후미에 계셨던 선배님과 함께 들어오기에 우리 자리로 안내한다. 음식은 당연히 대부도하면 떠오르는 바지락칼국수로 주문한다. 그러나 희라님 일행은 연포탕으로 업그레이드한다. 막걸리는 장수 대신에 국순당의 쌀막걸리가 나온다. 약간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는 술이다. 옆집에서 연포탕에 있던 낚지가 일부 공수된다. 희라님과 그 일행인 선희님, 재연님, 유정님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한창 맛있게 식사를 하는데 주인장의 특별 선물이 나온다. 집에서 직접 빚었다는 와인이다. 예전에 어머니가 빚었던 포도주의 맛과 향이 전해온다. 맛이 당겨서 친구와 함께 몇 잔을 더 마신다. 이래서 와인주는 식당이다. 약간 술기가 오를 즈음에 자리에서 일어난다.
다시 불도방조제 위를 걷다가 삼거리에서 산길을 택한다. 이곳부터는 선감도로 들어간다. 바다향기수목원을 가르키는 이정표를 따르면 선감리공동묘지를 끼고 야산을 오르게 된다. 어느 묘지 옆을 지나며 약간 시야가 트인 곳에서 바라보니 조금 전까지 걸어왔던 불도방조제와 퇴적암층의 산줄기가 보인다. 식사를 같이했던 선배님이 천천히 올라오고 있는 것이 보인다. 친구가 앞서가고 있지만 후미를 살피며 천천히 오르면 2층 누각인 팔효정이 기다린다. 2001년도에 임창열 당시 경기도지사가 세운 초석을 보면 여덟가지의 효를 행하지는 뜻이 담겨있다. 2층에 올라 주변을 두루 살펴본다. 갯벌은 계속 햇빛에 반사되어 하얗게 보이고 누에섬과 제부도는 가까이에 떠 있다. 바다 건너편으로는 당진의 발전소가 흐릿하게 다가온다. 멀리 야산 아래에 골프장도 보이는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서해랑길은 그 인근을 지나가고 동주염전도 근처에 있다.
계속 산길을 걷는다. 선배님이 다소 늦게 올라온다. 경기창작센터의 갈림길인 팔효정사거리에서 잠시 기다렸다가 선배님이 보이면 다시 산길을 이어간다. 우측으로는 대송단지 앞으로 바닷물 줄기가 유유히 흐르고 있고 그 너머로는 화성시의 내륙이 뻗어간다. 정자가 있는 쉼터에 올라서니 막독팀장과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다. 선배님이 계속 지체되어서 일행들을 먼저 보내고 친구와 함께 선배님을 기다린다. 이렇게 반복하며 바다향기수목원 길림길을 지나면 상상전망돼를 만나게 된다. 수목원에서 설치한 안내판에 의하면 전망돼로 쓴 것은 오류가 아니라고 하며 상상이 전망되는 뜻을 담고 명칭을 재미있게 만들었다고 한다. 전망대 위에는 내로남불로 보이는 어느 중년 커플이 사진을 담고 있어서 잠시 대기한다.
상상전망돼를 빠져 나오며 친구가 화장실을 간 사이 선배님 앞을 천천히 앞서 나간다. 친구가 산 길로 들어온 것을 보고 계속 앞서 나간다. 그러면서 친구와 거리가 멀어져 간다. 중간에 친구와 전화를 하며 위치를 확인한다. 산길이 끝나가면서 마을이 조금씩 보일 즈음에 다소 생소한 것이 나타난다. 서낭당길, 선감약수터가 나오고 축사터을 알려주는 기둥 옆에는 선감학원 역사순례길이라는 안내판이 별도로 세워져 있다. 처음듣는 말에 자료를 찾아보니 국가폭력의 인권유린이 자행된 곳이었다. 지면의 한계가 있어서 자세히 쓸수는 없지만 소록도에서 발생했던 한센병 환자들의 애환과 오버랩 된다.
왕복 2차선 도로변에 내려서면 펜션타운과 보은용사촌이 나온다. 다시 친구에게 전화를 하니 선배님이 늦어서 버스를 대기해 달라고 한다. 팀장에게 연락을 하여 도로변에 버스를 대기 시키고 역사순례길인 선감선착장을 지나 대선방조제 끝에서 기다리며 친구에게 전화로 위치를 알려준다. 잠시 후 버스타고 오는 친구를 다시 만나 동주염전 방향으로 속보로 걷는다. 대부도펜션타운이 갯벌 맞은편에 잘 보일 때 길은 마을로 접어들고 포도밭과 풀바다농장도 지나가면 동주염전이 나온다. 안내판에 의하면 예전에는 옹기조각을 의미하는 깸파리를 갯벌위에 깔아 소금을 생산하였으나 지금은 타일을 쓰는 것 같고 아직도 재래방식으로 천일염을 채취한다. 그러나 광할한 염전 지대에는 앞서가는 일행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상당히 뒤쳐진 모양이다. 두루누비앱으로 서해랑길 코스를 살펴본다. 염전 지역을 돌지않고 직선으로 가면 거리가 단축될 듯한데 염전 사이의 좁은 길들을 이용한 적이 없어서 무사히 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그러니 빠른 걸음으로 리본을 보고 따라갈 수 밖에 없다. 바닷물을 막고 있는 둑방까지 가고 다시 그 길을 따라 한참을 가면 한옥카페 카르폰(Karpon)을 만나는데 시간이 늦어서 그냥 지나친다.
상동방조제 방향으로 진행하면 잠시 후에 대부도테마펜션시티를 만나게 된다. 여기는 규모가 대단하다. 4만평의 유럽풍 독채펜션단지가 있고 캠핑장과 카라반도 조성되어 있는 리조트다. 생뚱맞게 조각 수준이 다소 부족한 자유의 여신상이 세워져 있다. 리조트가 있는 상동방조제 반대편은 늪지대 같이 보이는 것이 자못 풍경이 눈에 띈다. 동주염전이 2.8Km 거리에 있다는 이정표를 만나고 거친 들판을 지나면 해솔길마을 전원주택을 스쳐가는 왕복 2차선 도로가 나온다. 차량들이 제법 다닌다. 팀장으로부터 전화가 없다. 아마도 아직 종착지에 도착하지 않은 듯하다. 앱을 다시 살펴본다. 300m 앞에서 대남초교 방향으로 우회전하면 2Km 정도는 단축될 듯하다. 그러면 후미 일행들과 시간차이를 많이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샛터삼거리에서 우측 도로를 따른다. 안내판은 이곳부터 대남초교 부근의 섬마을선생님 노래비까지가 섬마을선생님 해당화길로 알려준다. 그러나 남동보건진료소로 가는 동안 특별하게 보이는 것은 없다. 종이미술관 앞에서 좌측으로 작은 길을 따르면서 비닐하우스를 지나치고 눈이 쌓인 논을 가로 지르며 방조제길로 들어서니 그때서야 앞서가고 있는 팀장 일행들이 보인다. 늦지 않아 다행이다.
해는 이미 산 아래로 떨어졌지만 그 붉은 빛은 하늘을 물들이고 있고, 바다는 다시 그 빛을 받아 수면위를 붉게 적시고 있다. 아침에는 전곡항과 누에섬을 아름답게 보여 주더니 저녁에는 석양이 지친 심신을 은은하게 살포시 안아주고 있으니 오늘도 마음 뿌듯하게 상경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