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들녘에서
산들은 제 그림자까지 거둬들였다
시체의 체온처럼 싸늘하게 굳어지는 들판에
쓰게 웃으면서 흩어지는 공허가 그득하고
성긴 바람 굽이치는 가슴에 단풍이 시리다
간간히 갈잎 몇 낱 묵은 밭둑을 뒤척이자
억새의 붉은 잎들 메마르게 사운대고
목 없는 수수잎들 일제히 두런거리며
거의 잔고가 남지 않은 계절을 마감한다
가을은 철새들의 간난한 행보처럼
허공을 누비고 뒤집으며 감쳐들고
자투리 황혼 같이 한 줌 밖에 남지 않은
내 여심은 허무를 허무하게 앓는 중이다
이슥하도록 숙성되는 가을 들녘은
핏기 없는 빛과 그림자를 바꾸고
스러지는 하루를 멍하게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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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들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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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목 없는 수수잎들! 아마 추수가 완료된 후의 풍경이겠지요~~~
좋은 글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지영 선생님!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건강하십시오^^
이선생님♡
항상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