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시리즈-----제89편.개나리
후박/전원일
"나무가 너무 자라서 안되겠군요"
아파트 재개발 지역에서 무성하게 자라있는 나무를 공짜로 가져가든 일정금액을 주고 가던지 처분을 하기 위해서 나무를 필요로하는 사람을 불러서 나무 상태를 보고 흥정할때 나무를 구입해가려는 사람들의 입에서 흔히 나오는 말이다 나무의 쓰임새를 모르는 사람들은 나무가 무조건 커면 좋고 값비싸다고 생각할수 있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조경공사를 하기전에 설계도면을 작성하고 나무의키와 수관폭.줄기의 굵기를 정해서 그것에 준해서 나무를 심어주는데 보통 그런 설계에선 울타리로 심겨지는 나무에는 개나리를 비롯해서 쥐똥나무.광나무.꽃댕강나무.사철나무 등이 심겨지는데 그런 나무들의 키는 대부분 1미터 전후의 작은 나무로 설계가 된다. 그래서 재개발지역에서 자란 나무들은 대부분 많이 자란 편이고, 관리가 제데로 안된 나무들이 많다. 관목들은 쓰임새가 맞질 않아무참히 짓이겨서 폐기처분되고 만다. 어쩌다 나무장사나 조경업자들이 구입해가는 나무는 극히 일부로써 소나무류나 조형이 잘된 나무들이 고작이다 다행히 그런 관목중에서 수령이 오래되어 나무 줄기가 굵어서 독립수로써 쓰임새가 있거나 분재용으로써 가치가 인정 받는 나무가 한정적으로 선택될뿐이다
그렇다.나무 중에서 세월이 흘러서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주기를 희망하는 나무와 그렇지 않은 나무로 대별된다 그런 모습을 볼라치면 식용으로 사용하는 보신용 개는 사료를 먹고 빨리 살찌기를 바라는 반면 애완용 개는 오히러 너무 살이 찌고 클까봐서 걱정하는것과 같다고 봐야할것이다
그렇다면 무럭무럭 자라서 좋은 나무는 어떤 나무일까?
금목서나 금송. 선주목같은 고급수가 해당된다
그러나, 나무가 크면 외려 돈이 않되는 나무도 있는데 그 대표적인 나무가 개나리가 아닐까 싶다. 물론 조경수들은 해마다 봄과 가을 두번 정도 정지및 전정을 해줘야 하지만 말이다 개나리는 번식력과 성장속도가 다른 나무에 비해서 엄청 빠른 나무다. 그런 반면 사람들의 눈요기로 사랑을 받는것은 봄철 한때뿐이므로 그 시기가 지나고나면 추리한 모습으로 꼴볼견이며 수시로 손질을 해줘야 다소 보기가 유지되는 나무다. 그러므로, 나무의 수령이 오래되어 강전정을 해서 등나무처럼 대분재용으로 사용할수 있으면 좋은데 대부분의 덩쿨 성질을 가진 나무들은 그런 용도로써 사용되지 못하므로 뗄감용으로 전락하고 만다
몇해전 부산 토곡에 있는 어느 초등학교에 화단개조공사를 해준적이 있었다. 십여일 가량 작업을 한후 장비를 챙기고 있는데 교장선생님이 내일 모레께 관할 교육청에서 장학사가 환경관련 시찰차 학교를 방문한다면서 교문 입구 양쪽에 서있는 개나리를 보면서 개나리가 너무 자라서 느즈분하다고 손질을 좀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렇지 않아도 공사를 하면서 오가는 동안 개나리를 유심히보았는데 개나리는 마치 머리손질을 하지 않고 봉두난발한 거지꼴인것 같아서 정지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교장선생님이 부탁을 하니 직원들께 1.5미터 높이에서 가지런하게 잘라주라고 지시를 한후 나는 현장 을 떠났다. 그런데, 다음날 이른 아침에 학교를 방문했더니 어이없는 일이 벌어져 있었다
직원들은 내가 지시한데로 분명히 1.5미터 높이로 개나리를 잘랐다고했는데 누군가 잔디를 깍듯이 나무 밑둥치까지 싹둑 잘라버린것이다. 나와 직원들은 어이가 없어서 물끄러미 개나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누가 개나리하고 원수라도 졌단말인가하고 의아한 표정으로 잘린 개나리를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때 출근하던 교장선생님은 개나리 몸통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모습을 보고 노발대발 하셨다
"전사장요!당신들 회사가 정말 조경회사 맞소?!"
교장선생님은 두서도 없이 화를 내면서 고함을 냅다 질렀다
"그게 아닙니다...참 이상하군요?"
"이일을 어떻게 할꺼요?전사장이 장학사가 학교 화단을 보고 무슨 말이 나오면 책임지시요!!.....학교조경 전문업체라고해서 맡겼더니 영 형편없는 업체구먼.....어제 공사한 공사비도 받을 생각마세요..돌아들 가세요!!"
교장 선생님은 내가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속사포처럼 말씀을 하신후 팔을 뒷짐한체 개나리가 삭둑 잘려나간 곳을 안절부절하면서 오갔다
나는 말을 더이상 붙힐수 없다는 상황이라고 판단한후 한켠에가서"도대체 누가 이런짓을 했을까?하는 생각을 하면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때였다.
오십대후반으로 보이는 여선생님이 출근을 하면서 교장선생님께 인사를 했으나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표정을 하고 교장선생님이 대꾸도 하질 않자 무슨이유냐고 물었고 여선생은 교장에게 뭐라고 일러 바치는 표정이었다
"녜?김씨가요?그 사람 정신이 나간 사람이네..미친사람이가!!"
교장선생님은 욕찌꺼리를 반복하면서 말했다. 나는 그때서야 조심스레 다가가서 개나리 몸둥아리가 잘린 사연을 알아보니 다음과 같았다
학교 목공실에서 일하는 김씨는 학교의 책걸상 수리는 물론 여러가지 허드렛일까지 맡아하는 사람인데 십여년간 근무하면서 부임해오는 교장마다 개나리 손질을 당부 받았고 다른 나무는 전정가위로 손질을 잘했었는데 개나리는 부산시내 옹벽 위에 크게자라 너불거리는 것만 본터라 개나리는 전정을 하지 않는 나무라고 교장선생님한테 말씀을 드렸고 김씨의 말을 들은 교장은 그렇지 않다며 자르라고말하자 나름데로 교장선생님에 대해 반감을 많이 가졌던터인데 마침 우리 직원들이 1.5미 높이로 가지런하게 잘라놓고가자 우리 직원이 작업을 마치고 돌아간후 밑둥치를 싹둑 잘라버린것이었다 김씨는 난리를 예상했던지 그날 결근을 했었다
오해가 풀린 교장선생님과 나는 숙의 끝에 잘려나간 개나리를 1.5미터 길이로 잘라서 잘린곳에 삽목하듯이 꽃았다. 다행이 다른 나무들도 아직 잎이 나오지 않은 초봄이어서 표시가 나지 않았다
두달후 다시 찾은 학교엔 우리들이 꽂아둔 개나리는 노란 꽃을 송알송알 맺혀 있었다
개나리가 잘못이 있는것이 아니고 개나리를 법면이나 옹벽위 혹은, 외진곳에 심지 않고 교문 입구나 화단 정면에 심은 인간의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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