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부.
혹시나 싶어 다이소에 다시 들어가 봤는데 거의다가 생활용품들이고 선물로 할 만한건 몇가지 없었다. 조그마한 동전지갑이 보여서 영권이 여친에게 하나 사 줄까? 했었지만 이내 영권이가 비싼 지갑을 사서 놀랐다는 얘기가 떠올라 그마저도 접어 버렸다. 다시 나왔다. 선물 살 만한 가게가 있나? 이리저리 둘러보며 걷다가 흑인들이 호객행위를 하는걸 봤다.
힙합의류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가게에서 나온 것 같은데 호객행위라고 해봐야 별거 없었다. 그냥 힙합패션을 입고 가는 사람이 보이면 그에게 다가가 힙합특유의 몸짓으로 아는척 하는게 전부였다. 궁금해서 슬쩍 들어가 봤더니 온통 외국인들뿐. 동양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전날 맛있는 크레페를 먹었던 마리온 크레페엔 맑은 날씨 때문인지 길게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전날 비가 오는 바람에 찍지 못했던 마리온 크레페 모습을 담고선 다시 길을 따라 걸었다.
그러다 우연찮게 코카콜라 전문 팬시점을 발견했다. 전날엔 이런 가게를 못 봤는데 그 날은 운이 좋았던지 고 작은간판이 보였다. 다케시타도리 내 가게들이 모두 그렇지만 이 가게도 물건은 많은데 너무 비좁다. 옷가게엘 들어가도 사람들이 서로 비켜주느라고 옷구경도 제대로 못 할 정도였다. 코카콜라 가게도 사람들에 치여서 지긋하게 구경하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괜찮은 물건이 많아 나가지도 못하고 계속 물건을 골랐다. 디자인 괜찮은 몇 개를 골라 누구에게 어떤걸 선물할까?를 고민했지만 해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문제는 오직 하나. 영권이랑 동연이한테는 좀 더 비싼걸 사주고 싶은데 나머지 눔들이 계속 걸렸던 것이다.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누구는 비싼거 주고 누구는 싼 걸 줄 순 없었다. 그렇다고 영권이랑 동연이만 따로 불러 주기도 뭣하고...거기에 봉규랑 남훈이까지...지금 이 순간부터 선물을 고르는 그 순간까지 정말 머리 터지게 고민을 했다. 두가지 디자인을 놓고 고민을 하다가 이 가게에 지하가 있다는걸 발견하게 됐다.
이야~ 정말 비좁은 가게에 정말 알찬 구조로 만들어 놨구나...지하에도 윗층 못지 않은 많은 물건들이 있었다. 물론 손님도 많았다. 다른 사람들에 치일까 걱정해 가며 여기저기 둘러 보던 중 가격 적당하고 모양도 괜찮은 휴대폰 고리를 발견했다. 방울소리가 좀 거슬리긴 했지만 그래도 오성이,영진이 커플에겐 어울리지 않겠나 싶어서 우선 4개를 집어 들었다. 그런데 그 때부터 맘에 드는 휴대폰 고리가 막 보이기 시작한다.
배트맨, 슈퍼맨, 드라큐라등....작고 귀여운 모양이 참 괜찮다 싶었는데 그것도 잠시, 한국에서도 쉽게 살 수 있는 모양이라서 다시 놓아 버렸다. 그래도 일본에 다녀 오면서 산 물건인데 일본냄새가 나는 제품이 좋지 않겠나? 싶었던 것이다. 계속 고민을 했더니 머리가 아파오고 짜증도 밀려온다. 그래서 일단은 오성이,영진이 커플 선물로 방울소리나는 휴대폰 고리로 결정!! 사실은 너무 골치 아파서 정해 버린거였다.
다시 그 곳을 나와 내가 찾아간 곳은 GAP매장이다. 엄마 여름 옷을 한 벌 사려고 갔다. 아까 코카콜라 매장에 비하면 수십배 큰 매장이지만 일요일이라 그런지 쇼핑을 즐기는 사람들로 매장이 만원이엇다. 엄마에게 어울릴만한 옷이 뭐가 있나? 1층 여성복 매장을 쭉 둘러봤다. 괜찮은 옷이 참 많았는데 나의 여행자금이 달려서 선뜻 집어들기가 힘들었다. 다행히 가격 적당하고 여름에 입기에 적당한 스타일의 옷 한 벌이 보인다. 디자인이 같은 다른 색상의 옷 두 벌을 들고 이리저리 재 보다가 연두색 옷이 엄마와 어울릴 것 같아 그 옷으로 골랐다.
그런데 이 사이즈가 엄마랑 맞을지 모르겠다. 옷을 들고 엄마의 신체 사이즈와 번갈아가며 생각해 봤는데 도저히 모르겠다. 맞을거 같기도 하고 안 맞을거 같기도 하고....전화를 해서 물어보려고 해도 옷 사이즈가 우리나라 표기 방식이랑 달라서 물어볼 수도 없었다. 그러기를 약10분. ‘그래 맞겠지’ 나 혼자만의 믿음을 갖고 옷을 집어 들었다. 엄마선물은 해결이 됐고 온 김에 형 선물을 사기 위해 2층 남성복 매장으로 갔다. 형은 T나 셔츠를 살 수 없다.
왜냐하면 ‘만섭이형이 준 옷도 많은데 왜 또 샀어!’하고 벼락이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난 것이 여름에 일하면서 입을 반바지를 골랐다. 와~ 근데 가격이 장난 아니다. 괜찮다 싶은 디자인으로 몇 개를 골라 봤더니 뭐, T와는 비교가 안되는 가격이었다. 그래서 그냥 엄마 옷만 사고 GAP을 빠져 나왔다. 다시 다케시타 도리로 돌아와 형이 입을만한 반바지를 사기위해 여기저기 옷가게를 찾아갔다.
제 13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