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ther, mere, 어머니 혹은 mom, maman, 엄마”라는 표현들 어떤가?
mere 와 maman의 뜻을 모르는 사람들도 발음을 들어보면 대충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저 단어가 무슨 의미일지는. 나처럼 굳이 불어를 전공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위의 단어들은 아마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발음하게 되는 것들이 아닐까. 또 우리는 태어나서 거의 처음으로 배우는 말이며 입 밖으로 처음 내뱉는 말이며 가장 발음하기 쉬운 단어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우리 주위에 가장 익숙하게 가까이에 자리 잡고 있는 단어이자 존재이다. “마더”라는 존재는 우리 모두에게 있어서 의지하고 길잡이가 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소중하고 중요한 존재이다. 처음 봉준호 감독의 <마더>가 개봉 했을 때가 생각난다. 평소 봉준호 감독을 좋아했다. 그의 ‘툭툭’ 내던지는 겉으로는 심각하지 않지만 안으로 들어갈수록 사회 비판적인, 한마디로 나름의 메시지를 던져주는 그의 영화를 좋아했다. 만인에게 존재하는 ‘엄마’에 대해서 그는 어떤 생각을 가지며 그의 영화 특성상 한국적인“마더”를 어떻게 표현할지 너무 궁금했던 기억이 난다. 봉준호의 특이성은 최근 한국영화의 변화를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여전히 역사적 현실에 대한 고민을 견지하고 있는데 있다. 이것이 바로 봉준호를 사람들이 높게 평가하는 이유일 것이다. 즉 오락과 작품성의 두 마리 토기를 잡는 것이다. 홍상수, 김기덕 감독들처럼 해외에서 인정받는 감독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이들은 대중과의 접점을 만들지 못한다. 봉준호는 이들과는 다르게 대중과의 접점을 만들 줄 안다. 예전의 해외 영화제에서 상 받은 영화들은 한국적인 정서들, 오리엔탈리즘(서편제, 취화선)의 시각에서 인정받은 작품들이였지만 대중과는 소통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봉준호의 영화들은 한국적인 정서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도 좀 더 보편적인 정서들로 관객들에게 다가간다. 봉준호 감독은 <마더>에서 극중 엄마인 ‘김혜자’가 부모의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사랑과 집착의 경계를 넘나들며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메시지를 던져 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우리 엄마들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들여 다 보게 되면서 계속 무언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mother'는 우리에게 어떤 존재일까? 각자 나름대로의 해석은 있겠지만 아마 삶 속에서 가장 가까운 존재이고, 헌신적인 사랑과 그리고 가장 많은 영향을 받게 한 존재라는 것임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봉준호<마더>의 영화도 다를 바 없다.’정확하게 딱 맞다‘,’딱 우리 엄마의 모습이야‘ 라고 말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영화를 본 한국 부모의 자식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약간은 소름을 끼치며 ’우리 부모님들의 모습일 수도 있겠구나‘ 라고. 누구는 연민의 감정을 느끼거나 누구는 소름이 돋았을 것이 분명하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의 황금벌판과 <마더>의 첫 오프닝인 벌판은 비슷한 느낌을 가지게 했다. 황금벌판과 갈대밭이 주는 이미지는 풍요와 수확을 상징 하지 않을까? 그런 곳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이상한 표정의 아줌마가 춤을 추고 이상한 분위기를 풍기는 김혜자의 이중적인 느낌은 무서우면서도 왠지 서글픈 그런 느낌을 가지게 만들었다. 마치 아들에게 사랑이란 이름으로 병적인 집착을 보이는 우리엄마들처럼 말이다. 다시 영화 <마더>로 돌아가서, <마더>는 전체적으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감돌고 비가 자주 내리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김혜자의 복장은 붉은색 계통의 꽃무늬 옷들이 주류를 이뤘는데 주위의 인물들이 거의 회색이나 검은색 계열의 옷을 입어서 그런지 아주 튀지 않는 옷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그 주변인물의 옷 생각들 속에서 부각되어 느껴졌다. 그것은 영화를 아니 ‘엄마’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으로 하여끔 계속해서 슬픔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했다. 꽃이란 아름답고 미의 상징인데도 불구하고 우리의 엄마들의 모순되는 모습들이 영화와 대비되면서 생각나게끔 했다. 특히 꽃무늬 옷이지만 밝지 않고 우중충한 느낌의 꽃무늬 옷들은 괜히 나를 더 슬프게 만들었다.
영화 <마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화 장면이다.
교도소에 수감되어 지내던 중 ‘바보’라고 놀리는 사람과 싸운 직후의 면회 장면에서
“무시 하는 놈들 반드시 족치라며”(원빈)
“그래 무시하면”(김혜자)
“작살 낸다”(원빈)
“한대 치면”(김혜자)
“두대 깐다”(원빈) ...............“엄마가 나 죽이려고 했던 거 기억났어(농약 박카스)”
이처럼 원빈이 교도소에 수감되고 평생을 바보가 되어 살아가게 된 데에는 김혜자의 책임이 크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한국의 부모 자식 간의 관계는 무척 강하고 끈끈한 정이 있으면서 동시에 병적인 측면이 공존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는 순간 이였다. 참 씁쓸했다. 왜냐하면 나도 언젠간 부모가 될 것이니까. 여기서 던져야 할 질문이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는 무엇일까?”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