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이 가면 밤이 오는 건 당연한 이치.
그대는 낮조차 감싸 안았나요.
어둡기에 배척당하는 그대여
배척당하기에 숭배되는 그대여
아프지 않았나요? 슬프지 않은가요?
그대는 모두 받아들이고 있는 건가요?
그대는 빛을 품고 있기에 그토록 아름다운가.
그대는 빛의 쉼터이기에 그토록 고귀한가.
밤의 여신이여 그대의 그 고귀한 검은 베일로 우리를 감싸주소서.
밤의 여신이여 그대의 그 따뜻한 품으로 우리를 안아주소서.
9월의 싱그러운 바람이 항구도시 시나반을 잠시 휘감아 돌았다.
조용한 도시. 들리는 소리라고는 오직 끼룩끼룩 우는 갈매기 소리뿐.
작은 도시지만 언제나 시끌벅적하는 도시가 오늘만은 어째서인지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조용히 다물었다.
끼룩끼룩-
다시한번 갈매기가 울었다. 어제까지는 분명 사람들의 소리에 묻혀서 들리지 않던 소리.
파도가 모래사장을 치는 소리도 들렸다. 지금 이 시간에는 들려선 아니되는 소리.
바쁘게 뛰어다니던 선원들은 어디갔을까? 어부들은? 생선을 손질하던 아낙네들은?
모두 없다. 살아 숨쉬는 것들이 없다. 없다.
위화감. 그래 위화감이다. 이 도시를 감싸고 있는 것은.
철썩-
파도는 언제나 그랬듯이 오늘도 모래사장을 적셨다.
파도에 밀려 조개껍데기 하나 밀려들어왔고, 파도는 다시 모래 한움큼 집어 바다속으로 집어갔다.
하지만 달랐다. 오늘은.
파도는 모래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몸을 붉게 물들이고 돌아갔다. 붉게. 하지만 곧 사라질-
끼룩-
다시 갈매기는 울었다. 끼룩끼룩. 그 새는 울었다.
도시를 감싸 휘돌던 바람은 이내 도시를 빠져나와 바다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 바람은 싱그러운 바람이 아니다. 이제는.
혈향을 듬뿍 담은 후덕지근한 바람일뿐이다.
“ 멋진데? ”
붉은 고기들 사이로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어라, 살아남은 사람이 있었던가? 하고 도시는 생각했다.
빠르게 뛰어다니며 자신이 품은 것들에게 쇠로 만든 무언가를 쑤셔넣던 이들. 그러면 예외없이 모두들 이상하게 그 자리에서 쓰러지곤 했다. 그때 생각했다. 아 저렇게 해도 죽음이란게 오는구나. 그건 학살이였다. 말 그대로 일방적인 학살. 말로만 듣던 그런. 그가 품은 것은 어둠속에서 너무나도 약했다. 그저 죽어가는 일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들은. 그리고 지금, 이곳에는 그들 밖에 살아남은 자 없을터인데.
아니면 밖에서 이곳으로 들어온 자인건가.
아니면 ‘그것‘도 학살하던 이들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했다. 언뜻 보인 ‘그것‘ 이 입은 옷은 모두 검붉은 핏자국이 있었다. 아직 뚝뚝 피를 흘리는 곳도 있고, 이미 굳어버린 자국도 있다.
그는 ‘그것’도 학살자라고 생각했다.
상처가 없었다. 놀라울만치.
분명 어젯밤 그들은 굉장했다. 그래도 오랜 항해생활로 전투력이 웬만큼 있는 이들도 그들 앞에서는 뱀앞의 개구리처럼 픽픽 쓰러졌다. 마치 손쓸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으니까. 그들에게 허락된건 단지 그 자리에 쓰러져 다시는 일어나지 않는 일 뿐이였다. 다른 것은 용납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상처하나 없다는 것은, ‘학살자‘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어젯밤 그 일을 모두 생생하게 느꼈으니까. 그들은 모두 실력자였다.
그는 왠지모를 만족감이 들었다. 어젯밤 일을 말할만한 적당한 단어를 찾았기 때문일까. 그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 슬픔같은건 이미 가신지 오래다. 그런 것에 일일이 슬퍼해주려고 하면 눈물이 마를새가 없다. 죽는건 흔한일이였으니까. 적어도 여기에서는. 언제나 바다. 아름다운 그녀의 품에 영원히 잠들어 버린 자가 나오기 마련이였다. 잔인할지는 몰라도.
“ 그것 참 다행이군. 우리도 이걸 만드느라 힘좀 썼다고. ”
또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굵은 남자의 목소리.
그러나 그는 더 이상 신경쓰지 않았다.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 사람들의 일은 어짜피 이해하기 힘든 것 뿐이다. 그들의 손에 만들어진 자신조차도. 이해할 수 있는 존재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자신은 이해할 수 없으니까. 그러니까 별 관심 없다.
이윽고 그들을 보는 존재는 커다란 날개를 가진 작은 갈매기 한 마리로 줄어들었다.
갈색이 얼핏 섞인 검은 머리의 소녀는 생긋 웃었다.
그녀가 보고 있는 곳에는 역시 검은 복면을 쓴 건장한 남자 하나가 느긋하게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동료인걸까. 그들은.
“ 그렇지만 당신들까지 이 일을 도와줄 필요는 없었는데 말이야. ”
“ 그냥 우리한테 덤비는 놈들을 밟아줬던 것 뿐이니까 걱정마세요 ”
적..인걸까.
그들은 마치 소풍나온 것 같은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서로의 적 앞에서.
적 일텐데 그렇게 방심해도 되는 걸까. 특히 그 소녀는. 아마 그녀는 방금 전 이 도시에 들어온 여행객으로 보였다. 검은 옷을 입고있지 않았으니까. 분명 어젯밤 살아남은건 검은 복면들 밖에 없다. 그들은 여러명이였다. 아마도 그들은..
푸슉-
훈련을 받은 전문 암살자였던 것 같다.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피가 튀는 소리가 들렸다. 어젯밤 너무 많이 들은 소리라서 이제는 지겨운 소리.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 피는 누구의 피인 걸까. 소녀는 그 자리에 똑같이 서 있는데. 붉은 피를 흘리지 않고 계속. 똑같이.
“ 기습은 비겁하잖아? ”
소녀의 다리 옆에 한 꼬마가 슬며시 나타났다.
검은 망토를 입고 검은 원피스를 입은 온통 검은 꼬마여자아이였다. 피부는 유령이라고 착각해도 될 만큼 투명할 정도로 하얗지만.
그리고 그녀들에게 기습을 가했던 하나는 이미 새까맣게 타서 시체들 사이로 떨어져 있었다. 그것은.
소녀의 나이대는 그런 걸 보면 구역질이 날 텐데도, 무서워 할 텐데도, 그녀는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소녀의 눈동자는 흔들림이 없었다. 굳셌다.
“ 이런, 마법사인가? ”
건들거리던 남자는 그제서야 제대로 싸울 맘이 든 듯 했다.
약간 긴장된 것 같은 남자를 보며 작은 소녀는 나지막하게 읆조렸다.
“ 우리에게 덤비지 않으면 싸울 마음은 없어 ”
소녀는 검은 구두를 신은 작은 발을 움직여 괜히 딱딱한 바닥의 흙을 긁었다.
어디를 봐도 10살의 천진난만한 여자아이의 모습 그대로였다.
방금전 누군가를 죽인 소녀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그런 모습이였다. 하지만 17세로 보이는 여자는 그 모습을 보며 피식- 하고 웃었다.
“ 분위기 잡아봐야 소용없어요 타나스틴. 너 이미 아까 한명 골로 보냈잖아요? ”
반말과 존댓말이 미묘하게 섞여있는, 뭔가 비아냥이 잔뜩 담겨있는 말투였다. 무엇인가가 불만인듯한.
알게모르게 조롱하는 그녀를 타나스틴은 잠시 날카롭게 째려보았다. 마치 늙은이를 연상시키는 한숨도 잊지않고서.
“ 휴우.. 너무해 린. 내가 그렇게 평소에 이미지가 좋지 않았나.. ”
“ 설마 몰랐던 건 아니겠죠? 그걸 모르는 건 세상에서 제일가는 바보밖에 없어요. ”
“ ... ”
남자는 그저 허탈한듯이 미소를 지었다. 이건 완전히 무시당하는 상황이 아닌가. 저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지금 자기들의 목숨이 날아가도 이상할 것이 없는 이상황에서 말이다.
어찌보면 참 태평한 일행이다. 단 둘을 (게다가 한명은 꼬맹이)일행으로 쳐도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쩐지, 그 검은 꼬마아이가 자신을 째려보는것 같다고 그는 생각했다.
“ 잠깐, 당신! 지금 날 꼬맹이라고 생각했죠!!! ”
“ 겉으로는 꼬맹이예요 타나스틴. ”
갑자기 소리를 꽥 지르는 타나스틴의 말을 간단하게 보충해주는 린.
황당할만큼 자유분방한(?) 이들이였다. (어라 이말이 왜 나온거지..)
남자는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꼬맹이라고 직접적으로 내 뱉은 적은 없었는데. 생각을 읽었다는 걸까? ' 에이 설마.. '
남자는 떠오른 한가지의 가정을 지워버렸다. 하지만 자신은 분명 아무런 표정도 드러내지 않았을터인데. 그렇게 훈련 받았으니까. 어떻게 된 걸까?
남자는 결국 이 모든 것을 우연이라고 치부해버리기로 했다.
“ 어쨌든 말이야 당신 ”
타나스틴이 느닷없이 남자를 가르키면서 말을 내뱉었다.
“ 죽이는 것 까지는 상관 안하겠는데, 주위 미관이 이게뭐야? 할거면 좀 예쁘게 좀 하면 안돼?! ”
“ 타나스틴. 누군가를 많이 죽이면 다 이렇게 되니까 생각좀 하고 살아요. ”
남자는 쓴 웃음을 지었다. 뭘까, 항상 공포의 대상이 되어왔던 자신이 지금 이들에게는 그저 하나의 이야기거리밖에 안돼는 느낌이랄까?
암살자로서 이런 느낌, 즉 자만심은 언제나 주의해야할 대상이였지만 아직 자신은 미숙한 것인가 보다
뭐, 하지만 재미있으니까. 지금 이순간만큼은 괜찮을 것이다.
남자는 타나스틴이라 불렸던 여자아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귀를 귀울이기 시작했다.
“ 하지만 그래도 말이야, 보는 곳 마다 피천지에, 내장이 이곳저곳 흘러나오고 있고 또 뇌랑 뇌수까지 철철철 흘러나오는 걸. 그것도 아직 김이 모락모락 나면서 말이야. 죽일거면 좀 깔끔하게 죽일 것이지! ”
다시금 남자와 어느새 다가온 검은 복면들은 몸을 휘청거렸다. 도대체가, 저것이 과연 저 나이 또래의 여자아이의 입에서 나올 말이란 말인가. 역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뒤쪽의 몇 명도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것을 보니 자신이랑 같은 심정인 것 같다.
남자는 왠지 웃음이 나오는 것 같았다. 저들은 광대라고 해도 될 것 같다. 뭣하다면 그 자신이 보증을 서 줄수도 있다.
“ 킥킥.. 철수하자 ”
남자가 주위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곧, 남자의 명령이 내려지길 기다리며 두명의 여자아이를 경계하던 무리들이 재빠르게 정렬하여 뒤로 빠졌다. 원래는 자신들을 본 이들을 모두 죽여야 하지만, 저들은 지금 이 광경을 말하고 다닐 위인들로는 안 보이니. 그리고 강한 것 같으니까. 자신보다 더. 아, 저 린이란 여자애는 빼고.
“ 오호, 정말로 안 죽이네? 뭐 됐고.. 어이 이봐, 혹시 ‘카렌’이라는 녀석 알아? 오렌지색의 여자랑 같이 있던 앤데, 머리 삐죽삐죽하게 자르고, 머리색깔이랑 눈색깔은 검은색... ”
더 말을 이을 필요도 없었다. 자신이 잘은 아니더라도 어제 말을 나눠본 이였으니까.
도망치던 그들을 몇 명이 쫓아갔지만 어째서인지 모두 시체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지금 막 그를 찾아 죽이기 위해 쫓아가려는 중이고 말이다.
그런데 이들은 왜 그녀석을 찾는걸까? 그는 별다른 특징도 없는 녀석이였는데. 곱상한 얼굴과 꽤 희귀한 편인 약간 푸른기가 도는 검은머리와 눈동자는 빼놓고.
“ 어째서 그를 찾는가? ”
남자의 입에서 낮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린은 어깨를 으쓱했다. 별거 아니라는 얼굴이였다.
“ 아 뭐, 우리가 한 요정을 찾고 있는데 그 애가 실마리라서 말이죠. 주어진 단서가 너무 적어서 지금 우리는 개고생하고 있는중이라고요. 그런데 그렇게 묻는 걸 보니 역시 살아있나보네. 그는. ”
작게 툴툴거린 린은 이제 됬냐는 듯 남자를 빤히 쳐다보았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피식 웃었다. ' 어쩌다가 유도심문에 걸려버렸군. 내가 유도심문에 걸리다니 말야, 역시 세상은 오래 살아봐야 볼 일이야. '
“ 아참, 증거인멸과 완전범죄를 위해서 막을 거라면 그만두는게 좋아요. 그 애도 우리들도 이 일을 나불나불 떠들고 다닐 생각은 없으니까. 뭐 우리는 그곳에서 살아나왔다고 하면 둘뿐인 목격자다, 굉장한 실력자일 것이다 하고 말이 많아질 테니 귀찮아서라도 말하지 않을꺼고, 그 애는... ”
린은 잠시 뜸을 들였다.
“ 이 세상에 반 마족을 믿어줄 인간이 몇이나 있겠어요? ”
그는 잠시 눈을 크게 떴다. 반 마족이면 하프 블러드가 아닌가? 마족의 혼혈이라는 이유로 수도 굉장히 적지만 그에 반비례하여 많은 탄압과 고정관념에 매인 종족. 그게 사실이라면 그 녀석은 절대 이 일을 말하고 다니지 않을 것이다. 입을 열면 다치는 것은 자신 쪽일 뿐이니까.
“ ..그럼 괜히 개고생하지 않아도 되겠군. 생각같아선 철저하게 죽이고 가고 싶지만 그를 죽이려 한다면 당신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테니까. ”
타나스틴과 린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으쓱거리더니 이내 방금 전 자신의 부하들이 철수한 곳으로 이동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 그 전에 당신이름이나 말하고 가. 당신은 우리 이름을 다 알고 있잖아? ”
타나스틴이 재빠르게 자신이 할 말을 내뱉었다. 남자는 잠시 고민했다. 뭐 이것도 별 상관 없겠지. 어째서인지 아까부터 자포자기한 기분이다.
“ ...사나칸 ”
그 한마디만 남기고 그는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 버렸다. 아마 동료들을 뒤쫓아 가버린 것일 것이다.
잠시 린과 타나스틴은 멍하니 도시 한복판에 서 있었다.
“ ...뒤처리나 하고 갈 것이지 ”
타나스틴이 주위를 휙휙 둘러보며 작게 투덜거렸다.
도시는 이미 온기라고는 하나도 없이 싸늘히 식어있었다.
조금씩 무너진 건물들 사이에서 여기저기에 널려있는 붉은 고깃덩어리. 그 고기덩어리에서 흘러나온 붉은 핏물과 끈적끈적한 내장들. 그리고 노르스름한 뇌수까지.
이미 그들의 신발은 핏물과 떨어진 고기조각, 뇌수과 내장이 고루섞인 정체모를 액체에 의해 질퍽질퍽해져 있었다.
“ 뭐, 이왕 이렇게 된 거 바다나 한번 보고 가자고요. ”
린이 이마를 찡그리면서 중얼거렸다. 뭐 겸사겸사 러브리의 육체가 될 만한것도 찾아보고 라는 소리는 저 멀리 하늘에 묻어버린채.
말하면 분명히 시달린다. 그것은 너무나 당연하고도 지극히 상식적인 사실이였다.
그 것만큼 공포스러운 일이자 고문. 아마도 그것보다 더 한 것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적어도 자신에게 있어서는.
어째서인지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 이건 부가옵션인가. '
“ 살아있는 사람은 없는걸까? ”
“ 아마도요. 그 사람들 이런 일 한두 번 해먹어 본 것도 아닌 것 같으니깐. ”
지나가는 곳마다 시체가 널려있었다. 겸사겸사 그들은 어디선가 구한 나뭇가지로 시체를 꾹꾹 눌러보는 만행도 서슴치 않았다. 물론 꽤 멀쩡한 시체들만 골라서.
“ 진짜 살아있는 놈 없나? ”
“ 이 정도의 도시에서는 하나쯤 있을 것 같은데. 맞죠? ”
완전 소풍을 나온 듯한 평화로운(?) 모습이였다. 두렵지 않은걸까. 정말로 그들은.
이리저리 시체를 발로차고 손으로 뒤집고 이리저리 헤집던(인간도아냐. 아, 타나스틴은 원래 아니였지) 타나스틴은 마침내 한 여인의 시체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 오옷 생존자 발견! ”
“ 어라, 역시 이 도시를 그들만으로 다 처리하는건 좀 그랬나? ”
당신들이 쫓아냈기 때문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겁니까 당신들.
작가의 말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서, 타나스틴은 마치 나는 것처럼 사뿐사뿐 뛰어와서, 그 여인을 뒤집고는 무언가를 안고 있는 손을 뒤로 빼냈다.
여인의 품 안에는, 그녀의 딸인듯한 초록 머리의 한 조그만 여자아이하나가 가쁘게 숨을 색색거리고 있었다.
아마도 그녀의 어머니가 등을 칼에 관통당했을때 소녀의 등에도 그 칼이 찔린 모양이였다.
이미 가망은 없었다. 타나스틴이 나선다면 몰라도.
하지만 그녀는 나설 마음이 없어보였다. 그저 여전히 생글생글 거리는 얼굴로 흥미롭다는듯이 소녀를 관찰하고 있을 뿐이였다.
“ 곧 죽을꺼야, 린 ”
“ 네에.. ”
보통사람이라면 어떻게든 살려보자고 할 텐데, 그녀는 의외로 쉽게 납득해버렸다.
' 사실 사람이 죽은 것을 본 것은 이게 처음인데, 단념해 버린 걸까 나. '
왠지 린은 서글픈 느낌에 표정이 착 가라앉아 버렸다.
' 그렇지만 왠지 편안한 걸. '
그녀는 고개를 돌려 여전히 산만하게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있는 타나스틴을 바라보았다.
곧 다른 곳으로 걸음을 옮기려 하는 그녀에게 타나스틴이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몇마디를 더 중얼거렸다.
“ 근데 이 애, 러브리랑 에너지 파장이 비슷해. ”
“ 네? ”
“ 이 애의 육체를 러브리가 얻을 수 있다는 소리야. ”
순간 린은 귀를 막아버렸다.
' 이런, 귀를 막아봤자 어짜피 의지로 말하는 것 일 텐데. '
린은 표정을 일그러 트렸다. ' 귀가 터져버리겠어. '
그런 린을 잠시 쳐다보던 타나스틴은 볼을 부풀리고는 언뜻보면 투정부리는 것 같기도 하고 달래는 것 같기도 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앞에 잠시 하얀 빛무리가 언뜻 보인 것 같았다.
“ 에에 그렇게 화내지마 러브리. 이 애는 에너지파장이 내 육체보다 더 비슷하다구. 후유증이 거의 없을껄? 그걸로 만족해주라. ”
잠시 소리가 잠잠해졌다.
타나스틴은 씩 웃더니 한마디를 더 붙였다.
" 나보다 더 능력을 많이 사용할 수 있을거야. "
또다시 하얀 빛무리가 언뜻언뜻 비추어 졌다.
그것은 뭔가 고민하듯이, 그리고 불평하듯이 여기저기 산만하게 돌아다니다, 다시 사라져 버렸다.
그제서야 린은 귀에서 손을 떼고는 타나스틴을 보며 질문했다.
“ 할꺼야? ”
“ 응. 뭐 러브리도 지금 이 상태에 질릴대로 질린 것도 같고. ”
" 장난을 못쳐서 그런게 아니고요? "
갈매기는 울었다. 다시한번 울었다. 끼룩끼룩.
여전히 바다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파도가 친다. 철썩.
바위에 파도에 떠밀려온 여러 가지의 바다생물들이 따닥따닥 붙어있었다.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약간의 빛이 있었던 것을 빼면.
'어쩌면 그 아이는 살 수 있었을 지도 몰라'
린은 퍼득 든 생각에 피식하고 웃어버렸다. 아니, 어짜피 죽었을 거다.
우리가 여기 있는 건 인과율에 벗어난 행위이니까 말이다. 이런 시리아가 돌아오면 난리를 치겠군.
" 시리아를 휴가보내서 다행이야. "
그녀의 마음을 읽은 것처럼 타나스틴이 답했다. 그녀는 앞으로 손을 쭉 뻗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방향에는 이미 식어버린 소녀의 시체가 둥둥 떠 있었다. 라고는 하지만 솔직히 눈부신 빛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 솔직히 휴가라기 보다는.. '
" 그래도 돌아오면 인과율을 다시 고치는 거 다 시리아한테 넘길 거 잖아요. 빈혈 혹은 고혈압으로 쓰러질 지도 모르는데 "
" 말이 되는 소리를 해. "
" 하긴... 이라기보다 제가 그 피해를 받는단 말입니다!! "
퍼득 뭔가가 생각난 린이 소리를 꽥 질렀다. 분명히 벌어질 난동. 그 난동으로 인한 처참한 방안을 분명히 그녀 혼자 다 처리해야 할게 뻔하다. 그나마 평소같으면 시리아가 도와줄테지만 그녀는 아마 그때 난동을 부리고 난 뒤라 기분도 기분이고 체력도 바닥일 것이 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리아는 약 일주일간 서류에 파묻혀 지내야 할 테니까..
" 뭐, 이번 유희나 알차게 보내고 오기를 빌어야겠죠... "
" 그리고 그 여행이 끝나기 전에 한번 만나게 될꺼야. 아마도.. "
잡담이 끝났다.
노을빛 바닷가. 금빛 모래는 반짝인다. 마치 금가루 처럼. 그리고 그곳에.
소녀는 서 있었다. 누구보다 당당해 보였다.
분명 죽을것이라 하였는데. 어떻게 살아난 걸까.
아, 다른점이 하나 있었다.
갈색으로 그을렸던 소녀의 피부가 하얗게 변해있었다. 머리카락도 밝게 빛나는 은빛으로 변했다.
마치 백색증에 걸린 사람처럼 그녀는 희었다. 핏자국도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타나스틴은 그 소녀를 보며 빙긋 웃었다. 곧, 소녀가 감았던 눈을 떴다.
린이 조용히 말을 걸었다.
“ 반가워요 ‘리자엘’ 이제 육체를 얻었구나 ”
수려하고 누구보다도 성숙하고 가녀려 보이던 그녀는 빙긋 웃음을 지었다. 타나스틴만큼이나 장난기가 흘러 넘치는 웃음이었다.
걱정말고 푹 쉬어요 우리아가
저어기 별님 달님 지켜보잖니
새근새근 잠을 자렴 우리아가
엄마가 아가를 지켜줄테야
좋은 꿈만 잔뜩 꾸렴 우리아가
나쁜 꿈은 우리가 가져갈테니
따뜻한 검은 베일 감싸안고서
푹 쉬어요 우리아가 내일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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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돌이가 제정신으로 돌아왔습니다 축하해주세요 (초췌한 기색으로 짝짝짝)
자 이제 열심히 소설을!! 이라고 해도 시험기간이라서.. (긁적)
새로운 소설은 한 2개~3개 정도를 연재하게 될 것 같습니다.
..저 안 잊혀졌죠? 그렇죠오오~??? (애처로움)
댓글은 하나 달아주고 가셔요 (빙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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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 사라지시면 안돼죠오오 (뒹굴) <<
오랜만입니다! 님도 잠자는 바다의 러브리엔젤 님이 되셨군요!
언제나 잠수모드 풀 가동중입니다! <<
오랜만입니다아~ 재밌게 잘보고 갑니다~>ㅁ<!
꺄아~ 타묘 오랜만!! <
안녕허냐 ㅋㅋ 갈 매 기 는 흡 흡 님 인 가.
그러고 보니 적안이는 오랜만으로 시작을 안했..! <<< 아니 근데 흡흡님이 왜 나오는 거지(...)
읽느라 초 고생 -ㅁ-;; ㅋ, 맛있게 보고 가요~ <- 아- 배불러 ;ㅁ;
후후후 이것이 바로 지워질까 폭주할뻔했던 약 6~7쪽 분량의 소설!!! -_-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