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뜨거운 햇볕과 땀방울에 지쳤던 피부. 선선한 가을바람이 부니 이제 좀 쉴 수 있으려니 했다면 오산이다. 한여름을 관통한 피부는 가을 문턱에서 그간의 고통을 쏟아놓는다. 환절기 피부 트러블의 유형과 원인, 관리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많은 여성들이 환절기가 되면 각질 고민에 휩싸인다. 각질은 피부에 충분한 보호막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극을 받았을 때 보호작용의 일환으로 생겨나는 것. 보습이 원활하면 각질은 제자리에서 피부를 보호하는 역할을 다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들떠 올라 푸석한 얼굴을 만든다.
환절기, 피부가 스트레스 풀어내는 때
뜨거운 수건, 증기 등을 이용하면 혈류 순환을 촉진해 피부 건조를 완화시킬 수 있다. 세안할 때는 억지로 각질을 밀어내지 말고 식물성 세안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마무리 단계에서 에센스와 보습제품으로 관리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한여름, 피지 분비의 증가는 모공에 피지 덩어리와 노폐물이 쌓이게 하고 모공이 넓어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피지나 노폐물 외에 각질도 모공을 막아 여드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특히 보습에 신경을 써야 한다. 콩기름이나 오일 등을 이용해 화장을 지우고, 세안시에는 저자극의 오일프리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피지 분비를 유발하는 인스턴트식품, 육류, 등푸른 생선, 과자, 빵, 술 등은 피하고 잡곡, 채소와 과일 등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
탄력을 잃은 피부는 실제 나이보다 늙어 보이는 인상을 만든다. 기온이 낮아지고 대기가 건조해지면 신체 대사기능은 저하되기 마련. 이는 피부에서 탄력을 앗아가는 원인이 된다. 정기적으로 마사지를 하고 팩을 이용하면 피부에 활력을 줄 수 있다. 특히 연약한 부위인 눈가는 집중 관리해야 한다. 보습 에센스를 묻힌 화장솜을 눈가에 얹어두는 것은 손쉬운 아이 케어법이다. 눈가와 입가에 아이크림을 바르고 잠들기 전에 젖은 수건을 널어두거나 가습기를 켜두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또 충분한 수분 섭취는 피부의 탄력 회복에 도움이 된다.
자외선에 장시간 노출됐던 피부에는 기미와 주근깨 등의 잡티가 생겨나기 마련. 이는 멜라닌 색소의 증가에 따른 현상으로, 개선 방법으로는 기능성 화이트닝 제품을 사용하는 것도 좋지만 천연팩을 이용하면 더 생기 있고 깨끗한 피부를 만들 수 있다.
두 아이의 엄마인 김명아(34) 씨는 계란형 얼굴에 큼직한 이목구비를 갖고 있어 평소 미인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보톡스 한번 맞은 적 없는 천연미인임은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그녀가 더 듣고 싶은 말은 ‘피부미인’이다. 김씨는 특히 환절기만 되면 가려움증이나 각질로 인한 고민이 많았다. 때때로 화장으로 가릴 수 없는 여드름도 그녀의 안색을 어둡게 했다. 고민 끝에 한의원을 찾은 김명아 씨는 자신의 피부 트러블이 겉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진정한 피부 개선은 속 다스리기에서 시작
진단 결과, 김명아 씨가 가진 피부 트러블의 원인은 원활하지 않은 배변 활동이었다. 촉진 결과, 위 양쪽에 돌덩이처럼 딱딱한 것이 잡혔는데 근육과 관절, 림프, 장 등이 꼬여 있는 것이었다. 말초 혈액순환 상태도 썩 좋지 않고 혈액도 탁한 상태였다. 진료를 담당한 박성배 원장은 문진을 통해 그녀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변을 보는 변비 환자이며 밀가루 음식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두 가지 모두 피부에 큰 적이 되는 요인이다.
▲ 1 내장기관의 문제를 점검하는 촉진 장면. 2 진맥을 하면서 김명아 씨의 생활습관에 대한 문진이 이뤄졌다. 3 체형 이상 여부를 알아낼 수 있는 장비로 자세 측정 중. 4 고주파 치료는 생체 열을 발생시키고 체내 독소를 배출하게 만든다.
김명아 씨의 피부 개선을 위해서는 우선 섭생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한식 위주의 식단을 차려 먹고 찬물을 먹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첫 번째 지침이었다. 육류, 인스턴트식품, 밀가루 음식, 메밀, 우유, 치즈, 두유 등은 그녀가 가까이하지 말아야 할 음식 리스트. 박성배 원장은 하체를 따뜻하게 유지하는 방법으로 뜨거운 수건을 배에 올려 찜질할 것, 발의 온도 유지를 위해 항상 양말을 신고 다닐 것을 권했다.
진단 결과에 따라 순차적인 의료 처방도 내려졌다. 우선 피부진단기를 통해 피부 상태를 더 정확하게 측정하기로 했다. 최대 200배까지 피부를 확대해 보여주는 피부진단기의 분석 결과, 그녀의 피부 탄력과 수분 상태는 보통 정도였다. 그러나 T존의 유분이 많고 모공이 넓은 복합성 피부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김명아 씨는 피부 진단 결과를 가지고 한의원 내 운동 처방실로 향했다. 이곳에서는 자세 분석을 통해 자세 교정 방법을 알려준다. 피부가 나빠지는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근본적인 원인이 되는 것이 바로 비틀어진 체형이다.
김명아 씨는 왼쪽 다리가 0.5cm 더 길어 골반의 밸런스가 깨진 상태였다. 그로 인해 등, 엉덩이, 대퇴부, 복부 근육의 왼쪽 부위가 뭉쳐 있었다. G.P.S라는 자세 측정 장비는 디지털 촬영을 통해 전신 자세, 족부, 좌우 체중 지지도, 밸런스 분석 등을 해준다. 면밀한 자세 분석 후 운동 처방실에서는 의식적으로 어깨를 뒤로 젖히고 체중을 발뒤꿈치에 더 실을 것을 주문했다. 김명아 씨의 체형 교정에 적합한 웨이트 트레이닝 방법들을 추천하기도 했다.
그 다음으로 복부의 온도를 높이는 심부온열 고주파 치료가 이어졌다. 심부온도가 높아지면 피부의 혈액순환량이 증가하고 그 혈액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 수분 등이 충분히 공급되므로 피부가 탱탱해지고 부드러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고주파 치료는 고주파 에너지를 심부에 전달해 생체 열을 발생시키고 체내 독소를 외부로 배출하게 만드는 원리다.
섭생 처방과 운동 처방, 심부온도 유지법, 그리고 무엇보다 ‘피부는 겉보다 속을 다스려야 한다’는 사실 등 피부 개선에 유익한 정보를 얻은 김명아 씨는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병원 문을 나섰다.
피부 탄력을 빼앗는 심부온도 저하의 8가지 요인
유전 | 부모의 심부온도가 낮으면 자녀의 심부온도도 낮을 확률이 높다.
나이 | 나이가 들수록 체온이 떨어진다. 70~80대가 되면 체온이 36°C 이하로 떨어지기도 한다.
임신 연령 | 30대 후반 또는 40대에 임신하면 자궁의 심부온도가 낮다. 그 결과 태아는 충분한 영양과 산소를 공급받지 못해 심부온도가 낮거나 아토피를 갖는 경우가 많다.
환경 | 낮은 온도에 장기간 노출되면 심부온도도 함께 떨어진다.
약물 | 진통해열제를 장기간 복용하면 체내 발열기전에 장애가 생겨 심부온도가 떨어진다.
찬 음식 | 찬물을 포함해 모든 찬 음식은 심부온도 저하의 주요 원인이다.
운동량 | 운동 부족은 심폐기능 약화와 혈액순환 장애를 가져와 심부온도 저하를 유발한다.
스트레스 | 과도한 스트레스는 신진대사 기능을 위축시키고 신체의 열 발생을 줄여 심부온도에도 나쁜 영향을 끼친다.
출처 여성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