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목소리가 들려] 07 -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1. 강변 공원 (D - 어슴푸레한 새벽녘)
안개가 자욱한 공원. 뭔가 으스스한 분위기,
운동복을 입은 혜성, 핸드폰으로 혜성모와 이어폰으로 통화하면서 걷고 있다.
혜성 : 찜질방 아들타령 좀 고만해. 나 당분간 결혼 안할거야.
왜긴. 돈 악착같이 벌어서 우리 어춘심 여사 호강시켜줄려구 그러지.
그런 혜성을 쫓는 누군가의 시선컷.
혜성 : (뭔가 시선이 느껴져서) 잠깐만..(뒤를 본다. 아무도 없다. 다시 통화) 아냐. 아무것도. 누가 따라오는 줄 알았는데 아니네.
(하다 운동화 신발끈 풀어져 묶는데) 통장번호나 문자로 찍어줘. 월급타면 통 채로 넣어줄테니까..
(누군가 혜성의 등을 밀어 물에 빠트리고 도망간다) 아아아악!!!
혜성모 : (떨어진 전화기 속에서/E) 혜성아!! 혜성아! 무슨 일이고!! 혜성아!!!
혜성 : (어푸푸 거리며) 살려줘. 나.. 수영 못.. 엄마.. 엄마..
#2. 물 속 (D)
허우적 거리며 물 속으로 끝없이 가라앉는 혜성.
혜성 : (E) 엄마.. 엄마... 살려줘..
혜성 의식을 잃는다. 그때 누군가 물에 풍덩 뛰어든다. (관우인지 수하인지 모르겠는)
의식잃은 혜성을 끌어안아 물 위로 올라간다.
#3. 물 밖 (D)
밖에 떨어진 혜성의 전화기 속에서 혜성모의 외침이 애타게 울린다.
핸드폰 뒤로 혜성을 안고 나온 남자, 인공호흡을 해보며 살리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프레임 아웃되서 보인다.
(남자 누군지 모르게)
혜성모 : (E) 혜성아!! 장혜성이!!! 대답해라. 혜성아!!
#4. 혜성모방 (N)
혜성모, 사색이 되어 깨어난다. 눈물까지 고인 채.
혜성모 : 혜성아!!! (꿈이다. 불안하고) 하.. 무슨 꿈이 이래 생생하노. 와 이런 꿈을 꾼기고..
# 타이틀 -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5. 버스 정류장 근처 (D)
혜성, 꽤 많은 서류를 양 팔에 끼고 가고 있다.
교복 차림에 가방 멘 수하, 양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앞서서 걸어간다.
혜성 : 진짜야. 우리엄마 꿈은 한번도 틀린 적이 없다니까..
수하 : (좀 한심해서) 원래 미신같은거 믿는 스타일이야?
혜성 : 전혀 아냐. 내가 제일 싫어하는게 점 보는건데 오죽하면 믿겠냐? (하다 째려보며) 야! 근데 너 이거 좀 안들어줄 거야?
수하 : 내 가방도 무거워. (하다) 근데 꿈이 얼마나 용하길래 그래?
혜성 : 내가 엄마 꿈에서 코피를 욕조에 한가득 흘렸대. 피를 흘리면 엄청난 길몽이라드라구.
그 꿈꾸고 나 대학에 추가합격했거든. 앞니 빠지는 꿈꾸고 할머니 돌아가셨고!
아 그리고 엄마 돼지꿈 만원에 샀었거든. 그러고 나 국선전담 뽑혔잖아.
수하 : (슬쩍 신경 쓰이지만) 우연이야.
혜성 : (한숨 폭) 그래. 나도 우연이었으면 좋겠다. (정류장에 서며/E) 진짜 이번꿈은 누구한테 안좋은걸까? 난가? 엄만가?
수하 : (그런 혜성 속마음을 읽으니 신경 쓰인다) ...
혜성 : (버스 오고) 어? 내 버스부터 오네. 나 먼저 간다. (버스에 오르는)
#6. 버스안 (D)
혜성, 버스에 타서 손잡이를 잡아보려고 서류를 한쪽 팔에 모느라 애를 쓰는데 누군가 서류 뭉탱이를 쑥 빼간다.
놀라 보면 수하다.
혜성 : 뭐야? 니 버스 이거 아니잖아.
수하 : 사무실까지 같이 가자.
혜성 : 왜? (하다 알겠다는 듯) 너 혹시 우리 엄마 꿈 때문에 그러냐? 걱정돼서?
수하 : (무뚝뚝하게) 서류 들어달라며. 싫어? 그냥 내릴까?
혜성 : 아니 그런건 아닌데.. 너 학교 지각할까봐 그러지.
수하 : 이번주부터 시험기간이야. 좀 늦게 가도 돼.
혜성 : (걱정해주는 맘이 기특하고 고마워서, 수하를 잠시 보다가) 너 신세 안갚아도 돼.
수하 : 무슨 소리야?
혜성 : 너 나한테 신세진거 갚자고 내 옆에 있는거라며. (네일케어 된 손 보이며) 성빈이가 이거 해주면서 그러더라.
니가 나한테 빚지고 사는거 같아서 찜찜해한다고..
수하 : 그 기집앤 쓸데없는 소리를 하냐.
혜성 : (창밖보며) 신세진거 없으니까 갚을 필요도 없어. 너 아니고 딴 사람이었어도 똑같이 증언 했을거고,
생색내자고 한 일도 아니니까..
수하 : (혜성 보며) 신세 갚자고 옆에 있는게 아냐.
혜성 : (수하 보며 ?) 그럼 뭔데?
수하 : (시선 피하며 머뭇하다가 얼른) 어? 저기 자리 났다.
혜성 : (돌변해 두리번거리며) 어디 어디 어디? (자리 발견하고 기민하게 달려가는)
수하 : (그런 혜성 보고 픽 웃는) ...
#7. 법조타워 앞 (D)
서류 든 수하, 혜성 가는데
멀리서 관우(머리도 말끔하고, 안경도 벗고, 옷도 괜찮게 입었다) 이들을 보고 부른다.
관우 : (달려오며) 짱변! 짱변!
혜성 : (반색해서) 어? 차변이다. (자기도 모르게 반색하는 얼굴로 돌아보다가 얼른 수습하며/E) 아니지. 너무 쉽게 보이면 안돼.
차도녀. 차도녀 컨셉!! (관우 달려오면 차분히 평소 혜성의 도도함으로) 일찍 왔네요?
관우 : 네. 오늘 사건들이 빡빡하거든요.
혜성 : (관우의 모습이 의외다) 오늘 전반적으로 스타일이 준수하네요?
관우 : 아.. 신경 좀 썼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미용실 갔구요, 렌즈도 끼고 (구두 보이며) 봐요. 오늘은 흰양말도 안신었어요.
혜성 : (좋지만 새침히) 그건 자랑할게 아니라 상식이죠.
관우 : 그런가요? (하다 수하 보고) 어? 박수하! 우리 구면이지? (혜성에게) 얘가 혹시 어제 아는 동생이에요? 사고쳤다는 그?
혜성 : 아.. 네. (E) 혹시 이상한 오해하면 어떡하지? (ON) 내가 좀 쓸데없이 책임감이 있는 편이라 얘 보호자로 엮였거든요.
수하 : (얼굴 굳는다) ...
관우 : (격의없이) 마! 너 때문에 어제 짱변하고 약속 깨졌잖아.
(수하 머리 쓰다듬으려 손 뻗으며) 다음엔 사고치지 말고 얌전히..
수하 : (그 손을 탁치며 서류 혜성에게 넘기며) 간다. (가는)
관우 : (민망하지만 호기롭게) 짜식.. 시크한데. 하하.. (혜성의 서류 들어주며) 이리줘요. 내가 들고 갈께요.
(하다) 아참! 이거요! (하며 초콜렛을 준다)
수하 : (가다가 관우와 혜성을 돌아본다) ..
혜성 : (같이 걸어가며) 이게 뭐에요?
관우 : 초콜렛이에요. 어제 주려고 산건데, 오늘 주네요.
혜성 : (받으며) 애도 아니고 무슨 초콜렛이에요. (먹어보니 맛있고) 음.. 차갑네. (하나 찍어주며) 같이 먹어요.
관우 : 네. (하다 혜성의 입가에 묻은 초콜릿 가루 떼어주며) 그러고 보니까 우리 둘이 꼭 맞춰입고 온거 같은데요? 커플룩처럼..
수하 : (다정한 커플처럼 보이는 두 사람을 보고는 자기 옷을 본다) 교복 말고 딴거 입고 올걸..
(다시 갈길 가다가 괜히 깡통을 찬다)
#8. 국선전담 사무실 (D)
상덕과 관우, 각자 자리에서 일을 하고 있다.
혜성, 사건서류를 읽고 있는데 유창이 생수를 건넨다.
유창 : 이대송 할아버지 접견 오신답니다. 알고 계시죠?
혜성 : 네. (생수보고) 이건 뭐에요?
유창 : 그 할아버지 접견하려면 이게 필요할거에요.
혜성 : 그 할아버지 아세요?
유창 : 네. 그럼요. 예전에 신변호사님이 그 분 맡고 병원에 한참 다녔죠.
혜성 : (의외고) 신변호사님이요? (좀 껄끄럽지만 상덕에게) 병원엔 왜요?
상덕 : (서류 보면서) 겪어보면 압니다. 검사, 판사도 다 병원신세를 졌어요.
관우 : (걱정되서) 왜요? 혹시 그 피고인 조폭입니까? 아니면 마약사범?
혜성 : (서류 보면서 도리도리) 그냥 상습절돈데요? 무가지 절도.
관우 : (의외라는 듯) 무가지? 그 길거리에서 공짜로 나눠주는 신문이요?
혜성 : 네. 폐지 수집을 하는 분인데, 너무 실적이 적어서 무가지를 삼백부 훔치셨대요.
유창 : 그런걸 훔쳐도 절도죄가 되요? 어차피 공짜잖아요.
상덕 : 무료 신문이라도 엄연히 돈 들여서 발행한 신문이야. 하나씩 골고루 가져가라고 놓은건데
그걸 통째로 가져가면 당연히 절도지.
그때 이대송 할아버지(80대/남/삐쩍 마른 체형의 남루한 옷차림) 들어온다.
대송 : (꼬장꼬장한 느낌) 나 이대송이요. 장혜성 변호사가 누구요?
혜성 : (일어나) 접니다. (서류 든 채 생수 챙겨 면담실 쪽으로 안내하며) 이리로 오시죠.
대송 : (상덕을 알아보고는 고개 까닥 인사하고는 혜성을 따라간다) ...
관우 : (면담실 들어가는 두사람을 보며) 저 할아버지 사람 좋아보이는데요?
상덕 : (일어나며) 우린 나가서 커피나 한잔 할까? 좀 있으면 여기 시끄러워질거야.
관우 : (영문 모르겠어서) 네?
#9. 면담실 (D)
혜성 서류를 보면서 대송과 이야기 중이다.
혜성 : (서류 넘기며) 벌써 16번째 절도네요. 상습절도로 감옥도 갔다 오셨구요.
작년에 나왔는데 또 일을 치신거에요? 이번에 징역 또 사셔야겠네..
대송 : (차분히) 안들려.
혜성 : (좀 크게) 이번에 징역을 피하기 어렵다구요. 피해자랑 합의를 꼭 해오셔야..
대송 : (차분히) 안들린다니까..
혜성 : (아주 크게) 징역 산다구요. 감옥이요. 감옥!!!
대송 : (발끈) 감옥을 왜 또 가? 공짜 신문지 훔쳤다고 감옥가?
혜성 : (크게) 네, 공짜신문도 훔치면 감옥가요! 그러니까 꼭 합의를 해오세요. 합의를 해와야 감형을 받든가 하죠!
대송 : (다시 차분히) 안들려.
혜성 : (핏대 세우며 크게) 합의를 해와야 뭐든 할거 아니에요!
#10. 커피전문점 (D)
음료 마시는 관우, 유창, 상덕.
관우 : (놀라) 성대결절이요?
상덕 : 귀가 많이 나가신 분인데 보청기도 안하고 안들린다고만 하니까, 재판 내내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야했지.
유창 : 그때 판사, 검사, 신변호사님까지 단체로 이비인후과 한달 넘게 다녔죠?
관우 : 자식은 없으시대요?
상덕 : 아들 하나 있는데 죽어도 연락 안한대. 자식이 있으니 기초생활수급자도 안되니까, 폐지 줍는걸로 살아오신거지.
그때 결핵도 걸렸었는데 다 나으셨나?
관우 : (혀 끌끌 차면서) 아이고.. 안됐어라..
유창 : 누범기간에 범행을 한데다 상습절도라 이번엔 꼼짝없이 징역 받겠죠?
관우 : 그럼 안되죠. 어떻게든 상습떼고 그냥 절도로 결론 내야죠. 인정에 호소도 하고..
상덕 : 글쎄 짱변이 그 할아버지를 감당할 수 있을까?
관우 : 할 수 있습니다. 짱변 무시하지 마세요.
유창 : 짱변호사님을 무시하는게 아니라 그 할아버지 때문이죠.
그 할아버지.. 무죄를 해주고 싶은 마음을 싹 달아나게 하는 그런 마력이 있거든요.
관우 : 네에?
#11. 면담실 (D)
혜성, 열받아서 고래고래.
혜성 : (소리 지르며) 신문이 왜 없어요. 왜!! 지하철 가면 쎄고 쎈게 다본 신문인데!!!
그걸 주우면 되지 왜 가판대 있는 걸 가져가요!
대송 : 신문이 없다니까.. (혀 끌끌) 이러니 국선이지..
혜성 : (발끈해서 버럭)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대송 : 공짜인데 다 이유가 있는거야. 실력이 있었으면 진작에 국선전담 말고 돈 많이 버는 사선 변호사로 빠졌겠지.
혜성 : (입으로 앞머리 후 분다. 열이 슬슬 오르고) 말이 안통하시네.
(고래고래) 다음에 아드님한테 연락할테니까.. 아드님하고 같이 오세요!!
대송 : (노려보며) 연락하지마.
혜성 : (지지않고) 말이 안통하잖아요. 말이!! 아드님한테 합의 받아오라고 할거에요!!
대송 : (책상 탕치며) 하지말라니까!!!
혜성 : (열받아 생수 벌컥벌컥 마시는) ..
#12. 혜성집 거실 (N)
혜성 냉장고에서 물이 담긴 패트병을 꺼내며 수하에게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수하는 식탁에서 시험 공부 중, 식탁에는 쟁반에 물컵이 단정히 엎어져 있다.
수하 : 그래서? 아들한테 연락했어?
혜성 : (쉰목소리로 씩씩대며 뚜껑따는) 아니. 아직. 내일 가자마자 할거야. (입에 대고 마시려 하면)
수하 : (일어나 패트병 뺏어서 컵에 따르며) 할아버지가 알면 가만 안있을거 같은데? (컵 건네는)
혜성 : (컵받으며 쉰소리) 몰라. 나도. 이제 더 이상 그 할아버지랑 얘기 안해. 더했다간 내 목 완전 망가질걸?
(물 마시며 식탁에 앉는)
수하 : (혜성과 마주앉아 눈 맞추고) 목 아프잖아. 말로 하지 말고 생각으로 말해.
혜성 : (손가락 튀기며/E/쉰소리 아님) 그래.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좋네.
수하 : 근데 어머니 꿈은 어떻게 된거야?
혜성 : (흥분/E) 이번에도 귀신같이 들어맞은거지. 그런 진상 피고인이 걸렸는데..
수하 : 이 정도면 악몽치고 준수한거 아냐?
혜성 : (E) 준수하긴! 지금부터 시작인데. 재판가서 얼마나 깽판을 부리실까..
(몸서리치며/E) 으유! 짜증나. 말끝마다 국선 국선..
수하 : 국선이 뭐?
혜성 : (화가 나 앞머리 후 불며/E) 내가 국선이라 성의없고 형편없대. 결혼도 국선이라 못한거랜다.
수하 : (픽 웃고) 뭐어?
수하, 마음으로 수다떠는 혜성을 바라보며 응대하며 보면서 미소 짓고..
둘이 오순도순 얘기하는 모습 점점 줌아웃되는.
#13. 치킨집 (D)
혜성모, 옷가게 김씨부부와 함께 스티로폼 박스에 혜성에게 보낼 반찬들을 꼼꼼히 싸고 있다.
김씨부인 : (같이 넣으며) 연주시에 전쟁이라도 난대? 이걸 언제 다 먹어?
혜성모 : 냉동실에 넣어놓고 먹으면 한달은 먹지 않것나? 거 아이스팩 좀 주이소..
김씨 : (아이스팩 건네며) 혜성이 결혼해도 이렇게 해줄겁니까?
혜성모 : 그라모예! 두 배로 해줘야쟤~
준국 깨끗하게 씻은 찬합과 보온병을 들고 들어선다.
김씨부인 : 그나저나 혜성이는 연애는 안한대? 좀 있으면 서른인데..
혜성모 : 아직 아인거 같긴 한데, 자꾸 물어보는 남자는 있다.
김씨 : 누군데요?
혜성모 : (좋아서) 차변호사!
준국 : ?!
김씨부인 : 오메! 혜성엄마 소원 풀었네? 섬세한 작전이니 뭐니 하면서 그 둘을 엮을려고 기를 쓰더니..
혜성모 : (미소로) 그라게. 지남철맨치로 저절로 땡길 인연인가부다.
준국 : (이들의 대화 듣다가 찬합 건네며) 사장님 이거 잘 먹었습니다.
혜성모 : 왔나? 으땠노? 짜지 않드나?
준국 : 전혀요. 아주 맛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제대로 영양보충 했어요.
혜성모 : 오야. 나중에 또 말해라. 언제든 해줄게.
준국 : 감사합니다. 아직 주문 들어온거 없죠? 전단지 좀 돌리고 오겠습니다.
혜성모 : 응. 그래라. 조심해 다녀온나.
김씨 : 요즘 사람 답지 않게 바지런하네? 우리집하고 따블 뛰라고 그럴까?
혜성모 : (박스를 꼼꼼히 테잎으로 말며) 그러시든가.
#14. 치킨집 앞 (D)
준국, 전단지 가방에 넣으며 오토바이 오르려는데 문자 알림음이 들린다.
핸드폰 열어보면 ‘친구가 촬영한 내 여친, 다운받기 주소 http://sdff.XXX.XX’
준국 : (별 생각없이) 요새 왜 이렇게 스팸 문자가 많이 오는거야.
(인터넷 주소를 클릭하지 않고 그냥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은 채 출발한다)
#15. 명일사 작업실 (D)
침침하고 지저분한 작업실 핸드폰과 여러대의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주인.
주인 : (핸드폰을 보며) 아~ 의심많은 새끼..웬만하면 걸려줘라. 쫌! (답답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뭘 보내면 걸려들거냐.
#16. 법조타워 앞 (D) + 명일사 작업실 (D)
혜성과 수하 두툼한 서류를 나눠들고 함께 걸어가고 있다. 수하는 사복.
혜성 : (사복입은 수하가 이상해서) 오늘 교복 안입고 가도 돼?
수하 : (얼버무리는) 오늘은.. 사복의 날이야.
혜성 : (의아) 그런 날이 있어?
수하 : 어. (괜히 말 돌리는) 이런거 좀 집에 갖고 오지마. 맨날 읽지도 않고 자면서 짐만 되고 이게 뭐냐?
혜성 : 읽고 잤거든.
수하 : (그때 전화온다. 핸드폰 보면 ‘위치추적’이라고 뜬다)
혜성 : 누구야? (하며 슬쩍 보려는데)
수하 : (얼른 전화기 가리며) 먼저 들어가. 금방 따라갈게.
혜성 : (뭐지 싶고) 어? 그래. (갸우뚱 하며 가며) 여자친군가?
수하 : (혜성 가면) 여보세요.
주인 : 기다릴까봐 전화했어. 내가 놀고 있는걸로 오해할까봐.
수하 : 언제쯤 확인할 수 있는겁니까?
주인 : 나도 모르지. 그쪽에서 한번은 문자를 눌러줘야 추적을 시작하는데 영 낚여주질 않네.
수하 : 빨리 좀 부탁합니다. 급해요.
주인 : 알았어. 걸려들면 새벽에라도 바로 문자 쏠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수하 : (전화 끊고 생각이 많다) ...
#17. 엘리베이터 앞 로비 (D)
수하 서류 들고 가다 엘리베이터 문 닫히려는데 달려가며.
수하 : 잠깐만요. (하다 문 다시 열리면) 감사합.. (그 안에 관우가 혼자 있는걸 보고 멈칫. 젠장)
관우 : 안타?
수하 : (할 수 없이 타는) ...
#18. 엘리베이터 안 (D)
관우, 수하를 보며.
관우 : (속없이 말갛게) 오늘도 짱변 데려다주려고 온거야?
수하 : (무시) ...
관우 : 매번 고맙다야. 요즘같은 위험한 세상에 짱변 챙겨주고. (하며 어깨 짚는데)
수하 : (그 손을 건조하게 내리며) 왜 그게 그쪽이 고마워야되죠?
관우 : (기막혀) 그쪼옥? 얌마 너 몇 살이야? 어른한테 쬐끄만게..
수하 : (큰 키로 내리깔아보며) 그쪽보단 어리겠죠. 나이는 알아서 뭐하게요?
관우 : (도발적인 수하의 모습에 살짝 주눅 들어서) 그냥.. 소개팅 시켜주려고 그러지.
내 사촌동생이 고2거든? 외고 다니는데 공부도 잘하고, 길거리 캐스팅 들어올만큼 늘씬하고 이쁜게..
수하 : (자르듯) 좋아하는 여자 있어요.
관우 : (슬쩍 궁금해진다. 살피듯) 그래? 그게 누군데?
수하 : (거슬려) 얘기해야 합니까?
관우 : !? (신경 쓰인다. 감정 섞여서) 전부터 느낀건데 너 나를 싫어하는거 같다.
수하 : (관우 똑바로 보며) 네, 싫습니다.
관우 : 왜? 내가 너한테 실수한거라도 있냐? (E) 이 자식 내가 짱변이랑 엮일때마다 까칠하게 구는거 같은데,
혹시 좋아하는 여자가 짱변인가?
수하 : (대답처럼) 네.
관우 : (흠칫) 뭐?
수하 : 실수한거 있다구요. 지금 그쪽이 내 발 밟고 있어요.
관우 : (놀라 보면 수하 발을 밟고 있다. 얼른 떨어져) 아 미안.
문 땡하고 열리면 수하 나간다.
관우 : 아.. 저 자식 은근히 사람을 긁네. (나가는)
#19.국선전담 사무실 앞 복도 (D)
수하, 관우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걸어가는데 사무실 쪽에서 혜성의 비명소리 들린다.
관우 : (수하 따라가며) 얌마! 고딩 주제에 그쪽이 뭐냐 그쪽이. 아저씨, 아니 형이라고 해!
혜성 : (날카롭게/off) 악!! 이게 뭐하는 짓이에요!!
관우 : (놀라) 이게 무슨 소리야?
관우와 수하, 놀라 달려간다.
#20. 국선전담 사무실 (D)
관우, 수하 달려가 들어가보면
혜성, 겁에 질린 채 책상 쪽에 있고
머지 않은 곳에 대송이 음식물 쓰레기가 들어있는 양동이를 든 채 위협적으로 서있다.
혜성 : (뒷걸음질 치며) 저리로 가요! 당장 그거 내려놓지 못해요!!
대송 : (다가가며) 넌 해고다! 이 쓰레기 변호사야!!
대송, 혜성에게 음식물 쓰레기를 뿌리려는 순간
수하는 혜성을 향해 달려가고 관우는 대송을 향해 달려간다.
관우, 대송을 제지하려 잡아보지만 이미 음식물 쓰레기는 뿌려졌고
혜성, 피하다가 삐끗하며 넘어지자 순간 수하, 혜성의 머리를 오른팔로 감싸며 안으며 함께 넘어진다.
혜성의 머리 대신 수하의 팔이 모서리(책상이나 컴퓨터본체)에 찍힌다.
수하 등판에 음식물 쓰레기가 뿌려지고.. 사무실은 아수라장이 된다.
수하 : (안았던 팔을 풀며 혜성을 살피는) 괜찮아?
혜성 : 어? 어..
관우 : (대송에게 버럭) 지금 제정신이에요!
혜성 : (지금껏 보지 못한 정말 화난 관우의 모습이다) !!! 차변..
수하 : (수하에게도 역시 의외의 모습이다) ..!
관우 : (할아버지 어깨를 잡고 사납게)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사람이 다칠뻔 했잖아요!
상덕 : (뒤늦게 나타나 무섭게) 너야말로 뭐하는 짓이야. 이게 변호사가 할 짓이야!
관우 : (열받아) 신변호사님!
유창 : (이미 전화로 신고를 하고 있다) 여보세요. 거기 경찰이죠?
상덕 : 최유창! 전화 끊어!
관우 : (상덕을 보며) 유창씨! 신고해요! 이건 엄연히 업무방해에 폭행입니다.
상덕 : (어쩔 줄 모르는 유창쪽으로 가 차분히 수화기 내려놓으며) 다들 가만있어.
(겁을 먹은 듯 보이는 대송을 끌며) 저랑 얘기 좀 하시죠. (데리고 나가는)
관우 : (원망스레) 신변호사님!
혜성, 이 상황이 너무 혼란스럽다. 관우 역시 충격이다.
수하 일어나려고 손 짚고 일어나려다 윽! 하고 비틀, 팔을 다쳤다.
혜성 : (놀라) 뭐야. 너 다쳤어? (수하 오른팔 잡자)
수하 : (아파서 반사적으로 빼는) 아! (얼른 대수롭지 않다는 듯) 괜찮아. 그냥 멍든거야.
혜성 : (열받아) 이씨!! (상덕을 따라 달려나간다)
관우 : (그런 혜성과 수하가 신경 쓰인다) ...
#21. 법조타워 앞 (D)
상덕, 화단(혹은 계단)에 앉아있는 대송에게.
상덕 : (온화하게 마주보며 큰소리로) 어르신. 아마 법원에서 장혜성 변호사 말고 다른 변호사로 배정을 해줄거에요.
대송 : (끄덕끄덕) ..
상덕 : (큰소리로) 억울하고 화나는거 잘 아는데요. 이러시면 큰일납니다.
누가 다치기라도 하면 꼼짝없이 상해죄로 잡혀들어가요. 아시겠어요?
대송 : (미안해서 끄덕)
그때 입구 쪽에서 혜성이 나온다. 그 뒤로 수하(음식물 쓰레기 묻은 셔츠는 벗어 손에 쥔)도 따라 나온다.
(상덕만 이들을 볼 수 있고 대송과는 등진)
대송 : (담담히) 나 그럼 또 경찰이 잡아가는건가?
상덕 : (대송에게 말하지만 혜성을 보며 들으란 듯 큰소리로) 아니요. 아까 그 여자 변호사가요 보기보다 관대한 사람이에요!
기품있고 인격이 아주 훌륭해요. 아마 용서하고 신고 안할겁니다! 그러니까 다시는 그러지 마세요! 네!!
대송 : (끄덕) ...
혜성 : (기막혀 혼잣말) 웃겨. 누구 맘대로 용서야.
상덕 : (혜성에게 다가온다) 들었죠? 저 할아버지 짱변한테 많이 미안해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고소하지 말고 조용히 묻읍시다. 합의봤다 생각하고..
혜성 : (단호히) 합의요? 싫은데요. 업무방해에 상해까지 얹어서 고소 할겁니다.
상덕 :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분한테 그렇게 가혹하게 해야겠어요? 그래야 맘이 편하겠습니까?
혜성 : 네. 그래야 편해요. 전요. 뭐든 법대로 하는게 맞다고 생각해요! (가려는데)
상덕 : (끄덕이며 여유) 그래요. 법 좋죠. 그럼 나도 법대로 해야겠네요.
혜성 : (돌아보며 무슨 소린가) ?
상덕 : 변호사 윤리 위원회 가서 지난번에 짱변이 검사랑 짜고 피고인을 속인거..고발하겠습니다.
혜성 : !!
수하 : !!
상덕 : (혜성말을 고대로 받아서) 편하게. 법대로.. 그게 맞으니까..
혜성 : (열받아 주먹 꽉 쥐는) 지금 이거.. 협박입니까?
상덕 : 협박까진 아니고.. 합의의 기술이라고 해둡시다. (의뭉스런) 어떻게? 법대로 할까요?
혜성 : (원망스레 노려보다 욱해서) 좋습니다. 법대로..
수하 : (왼팔로 혜성 팔잡아 돌리며 막 듯 차분히) 그만해.
(상덕에게 인사하고) 저 할아버님한테 고소 안할거니까 걱정마시라고 전해주세요.
혜성 : (열받아) 시끄러! 니가 다쳤잖아.
수하 : 그래! 내가 피해자야. 피해자인 내가 합의한다고! 됐지?
혜성 : (그런 수하가 야속해 잡은 팔을 확 빼며 간다) ...
#22. 법조타워 앞 거리 (D)
혜성, 걸어가면 수하 따라오는.
혜성 : (걸어가며 차갑게) 따라오지마!
수하 : (앞서 달려가서 혜성의 안색 살피며 뒷걸음질 하며) 삐졌구나? 내가 그쪽편 안들어줘서?
혜성 : (멈춰서 정색) 유치한 사람으로 만들지마! 이럴 때 입바른 소리 하는거 진짜 짜증나! (밀치고 가는)
수하 : ... (진심으로) 미안해.
혜성 : (멈춰서고) ..!
수하 : 정말 미안해. 다음부턴 안그럴게.
혜성 : (누그러졌지만 여전히 건조하게) 팔은 괜찮아?
수하 : (끄덕) 응.
혜성 : (돌아보며) 학교 늦겠다. 빨랑 가봐.
수하 : (미소로) 응.
#23. 국선전담 사무실 (D)
유창, 숨이 막히는 듯 세 변호사의 눈치를 보고 있다.
살벌한 사무실 분위기, 혜성, 관우, 상덕 각자 자기 자리에서 굳은 얼굴로 조용히 서류를 넘기고 있다.
서류 넘기는 소리, 시계 째깍 가는 소리, 그리고 유창의 침 꼴깍 넘기는 소리마저 크게 들린다.
그때 따르릉 울리는 전화소리에 유창 거의 의자에서 떨어질 정도로 놀란다.
유창 : 엄마야. (하다 얼른 전화를 받는) 여보세요. 네.. (놀라) 네?
(하며 관우를 보고 난감한 표정)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끊고는 난감한 얼굴로) 차변호사님..
관우 : 네.
유창 : 이대송 할아버지 사건 국선이 차변호사님으로 변경됐답니다.
관우 : (서류 넘기다가 멈칫) !
혜성 : (관우를 보는) !!
상덕 : (계속 서류보는) ...
관우 : (서류 다시 넘기며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네, 알겠습니다.
유창 : (숨막히는 분위기를 피하고자 얼른) 그럼 전 기록 복사해 오겠습니다. (일어나 도망치듯 나가는)
#24. 법원 옥상 (D)
공숙, 배석판사들과 함께 커피잔을 들고 마시며 걸어온다.
공숙 : (음미하며) 낚지볶음을 먹은 다음에 마시는 바닐라라떼!
뭐랄까..캡사이신으로 달아오른 입 속을 달콤하게 진화시켜주는 느낌이랄까.. (하다 뭔가를 보고) 어? 저 사람은?
멀리 관우 고민이 많은 듯 한손을 머리에 얹고 생각 중이다.
우배석 : 차관우 변호사 같은데요?
공숙 : (흡족한 얼굴로) 저 친군 내가 뽑았지만 진짜 괜찮은 친구야.
성적에 성격까지 두루두루 좋아. 국선전담변호사의 모범이랄까..
그때 관우, 욱해서 옆에 커다란 쓰레기통을 발로 꽝 차서 넘어뜨린다. 쓰레기 쏟아져 나온다.
공숙, 얼어붙는..
관우 : (발까지 구르며) 왜 나야! 왜!!
좌/우배석 : (공숙을 본다. 대체 어디가?) ...
공숙 : (궁색하게) 모범적이었어. 그때는..
관우 마인드 콘트롤이 된 듯 심호흡, 구차하게 다시 쓰레기통 세우고 주섬주섬 쓰레기를 담아 넣는다.
공숙 : (궁색하게) 봐! 얼마나 모범적이야.
#25. 국선전담 사무실 (D)
사무실에는 혜성과 상덕이 앉아있고 정적과 긴장이 흐르고 있다.
유창, 멋모르고 기록 가지고 들어오다가 얼른 다시 나가려는데.
상덕 : (서류 넘기며 보면서) 유창아. 장변호사님한테 이대송씨 기록들 차변한테 넘기라고 전해라.
유창 : 네. (난감해서) 저기 장변호사님, 이대송씨 기록..
혜성 : (컴퓨터 자판 치면서) 유창씨! 차변도 이대송씨 사건, 사임신청할꺼니까 그럴 필요는 없을거 같다고 전해드려요.
유창 : (난감해서) 아.. 저..신변호사님..
상덕 : (서류 더 사납게 넘기며) 차변이 누구처럼 국선전담변호사 신분 망각하고 피고인하고 싸울 종류가 아니니
걱정말라고 전해줘.
유창 : (둘 사이에서 난감해서 쩔쩔매는) ..저..
혜성 : (유창에게 버럭) 국선전담변호사도 싫은 사건을 억지로 맡을 의무는 없다고 전해줘요.
상덕 : (유창에게 버럭) 사건을 가리는건 국선전담변호사가 아니라고 전해줘!
유창 : (울거 같은데) ...저한테 왜들 그러세요.
그때 관우가 들어온다. 예전처럼 활달한 얼굴이다.
관우 : (예전의 씩씩한 관우로) 유창씨! 이대송씨 사건기록 복사해왔죠?
짱변, 기록들 좀 넘겨줘요. 신변호사님! 아깐 죄송했습니다. 혹시 이대송씨 사건자료갖고 계신거 있나요?
혜성 : (기가 막혀 관우보면) ...
상덕 : (혜성의 보며 승리의 미소로) 있지 그럼. 기다려. 뽑아줄테니까..
유창 : (관우 팔을 잡고 고개 어깨에 기대며 울먹) 왜 이제 와요. 나 숨막혀 죽는 줄 알았단 말이에요.
관우 : (질색하며 뿌리치는) 왜 이래요. 징그럽게..
#26. 몽타쥬 (D)
# 면담실 (D)
큰소리로 열심히 대송과 접견을 하는 관우 ‘탄원서 써주실 분 있어요?’ 등등을 묻는..
# 카페 (D)
상덕과 사건자료를 보면서 조언을 구하는 모습
# 고물상 (D) - 폐신문 수집하는..
고물상 사장과 이야기를 나누며 뭔가를 적는 관우의 모습
# 국선전담 사무실 (N)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기록을 열심히 보는 관우
# 무가지 신문사 사장의 집 (D) - 2층짜리 단독주택
관우, 인사 꾸벅하면서 이대송씨 변호인입니다. 라고 하는 순간 사장(30대 후반/남)이 바가지로 물을 끼얹는.
#27. 국선전담 사무실 (D)
혜성, 유창 일하고 있는데, 관우, 옷과 머리 젖은 채로 들어선다.
유창 : (놀라서) 왜 그렇게 젖었어요? 밖에 비와요?
관우 : (대수롭지 않게 휴지로 머리 닦으며) 아뇨. 피해자 만나러 갔다가 물벼락을 맞았어요.
혜성 : (답답해서) 국선이 왜 피해자까지 만납니까? 전 오바라고 봅니다.
관우 : (밝게) 합의를 받아내면 판사님이 좀 선처해주실까해서.. 하하..
혜성 : (그런 관우가 답답한) ...
#28. 혜성집 거실 (N)
혜성 평상에 앉아 사건기록들을 놓고 있다.
수하 시험공부 중. (수하 반팔에 오른팔에 다친 곳에 붕대)
수하 : 차변이 그렇게 열심히야?
혜성 : (포스트잇을 꾸겨 아무데나 버리며) 어. 아주 인권의 수호자 나셨어. 노벨 평화상이라도 받을 기세야.
수하 : (버려진 포스트잇 쓰레기통에 던져버리며 픽 웃는) ..
혜성 : (기록 탁 덮으며) 야! 막말로 나한테 테러까지 한 사람이잖아.
동료로서! 어! 의리로서! 그렇게 열심히 하면 안되는거 아냐!? 넌 어떻게 생각해? 너라면 차변처럼 할거 같애?
수하 : (별 생각없이 음료 뚜껑 따며 입바른 말하는) 그래도 변호사라면..(하다 혜성 눈치보고) 아니. 난 무조건 의리지.
(하는데 다쳐서 잘 안따지는)
혜성 : (자연스레 수하 음료 가져와 대신 여는) 솔직히 내가 요즘 차변을 괜찮게 생각했었거든. 많이는 아니고 진짜 코딱지만큼.
(수하에게 건네는)
수하 : (슬쩍 신경쓰여) 그랬어? (음료 받아 마시는)
혜성 : 어 근데 내가 눈이 썩은거였어. 그런 인간 뭐가 멋있다고. 차. 앞으로 그 인간이랑 상종하면 내 성을 간다. 성을..
수하 : (좋고) 그나저나 어머니꿈 진짜 용하든데? 쓰레기 테러사건을 맞추신거 아냐.
혜성 : 그런건가?
#29. 옷가게 (N)
혜성모, 새 옷을 입고 거울을 보며 전화를 하고 있다. 옆에 김씨부인이 혜성모의 옷을 봐주고 있다.
혜성모 : 그 정도로 끝났으니 다행이지 뭐가 이상하다 그러노.
혜성 : (E) 악몽 규모치고 너무 무난해서 그러지.
혜성모 : 무난해? 니 아주 입으로 똥을 싸라. 똥을 싸! 됐고! 니 이번주에 월급 나오재? 으짤기가?
혜성 : (퉁명스레/E) 뭘 어쩌긴 어째! 차압 할거라며?
혜성모 : 해야지 그라모. 어떻게 줄기가? (사납게) 통장으로 싹퉁바가지 없이 쏠기가?
아이면 여 찾아와가 봉투에 곱게 너어가 (애교있게) 어무이~ 잘 쓰이소.. 하고 절하고 줄기가?
혜성 : (E) 뭐야. 직접 가서 바치라고 협박하는거네. (퉁명스레) 이번 주말에 갈게.
혜성모 : 그래라. 그럼.. 이번 주말에 보자! (끊는)
김씨부인 : 딸래미 월급 갖고 뭐할려고?
혜성모 : 차 살라꼬. (옷 벗으며) 다른 색은 없나?
김씨부인 : (다른 옷 건네며) 혜성 엄마 면허 없지 않아?
혜성모 : (받아서 입어보며) 없다.
김씨부인 : 그럼 왜 차를.. (하다) 아~ 딸래미 차 사줄라고 그러는구나. 난 또..
혜성모 : 이거 곱네. 44사이즈로 하나 싸봐라.
김씨부인 : (어이없고) 44? 66도 모자랄거 같은데? (하다 알겠다는 듯) 이것도 딸래미거구만. (44사이즈 옷 고르는)
혜성모 : (전화하며) 가가 옷보는 눈이 두더지맨치로 까막눈이거덩..
길동이가? 이번 주말에 우리 딸래미가 온다카그든? 니 지금 마트 가가 갈비 좀 사온나.
#30. 치킨집 (N)
준국 무표정한 얼굴로 전화를 받고 있다.
혜성모 : (E) 가스나 갈비 좋아하는데 오면 갈비 좀 재워가 들려보내야것다.
준국 : (의미심장한 표정) 네, 알겠습니다. 이번 주말에 온다는거죠?
혜성모 : (E) 오야. 니도 송사문제 있으모, 내 딸한테 상담해라. 공짜로 해줄기다.
준국 : (뭔가를 보며) 네, 알겠습니다.
준국의 시선, 집 밖의 전봇대에 달린 CCTV를 향한다.
#31. 치킨집 앞 (N) - CCTV 화면 시점으로..
CCTV 화면으로 치킨집 앞에 준국 나선다.
전봇대 쪽으로 걸어가 사라지는 준국.
잠시 후 CCTV 화면이 꺼진다.
#32. 법조타워 전경 (D)
#33. 국선전담 사무실 (D)
혜성 들어서면 관우, 의자에서 고개 젖히고 입 벌린 채 자고 있다. 밤을 샌 모양으로 머리나 옷이 엉망이다.
혜성, 그런 관우가 짜증나, 책상에 가서 일부러 서류를 탕 놓는다.
관우 : (화들짝 놀라 깨면서) 왔어요?
혜성 : (사무적으로) 네.
관우 : (시계보고 놀라) 벌써 여덟시 반이네. 큰일이다. 쫌 있으면 재판인데..(서류 뒤지면서) 피고인 신문사항 어쨌드라.
(찾고 반색) 아. 여깄다. (팔 걷으며 씩씩하게) 상대가 서도연 검사드라구요. 짱변이랑은 여러번 붙어봤죠?
나한테 줄 팁같은거 없어요? 특별한 공략법이라든가?
혜성 : (관우의 지나친 의욕이 거슬린다) 차변! 내가 치사해 보일까봐 이말 안하려고 했는데요.
관우 : 네?
혜성 : 화 안나요? 그 할아버지, 나한테 쓰레기 변호사라고 했어요.
그건 나만 욕한게 아니라 국선전담변호사들을 싸잡아서 욕한거에요. 안그래요?
관우 : (수긍하며 끄덕) 그쵸.
혜성 : 내 편 드는건 바라지도 않아요. 최소한 나 욕한 사람 변호하면서 이렇게 유난떨 필요는 없잖아요.
솔직히 차변 이러는거 기분 나빠요. 일부러 나 엿먹이는거 같다구요.
관우 : (당혹스러워 손사래치며) 그런거 아닙니다.
혜성 : 아니면 뭡니까? 왜 이렇게 오바하는건데요?
관우 : 그게.. (하다 진지하게 혜성보며) 사실은..
#34. 합의부 법정 앞 (D)
개정 중 간판에 불이 들어온다.
#35. 합의부 법정 (D)
도연 법복을 입은 채 검사석에 앉아있고, 공숙, 우배석, 좌배석도 법복을 입고 판사석에 앉아있다.
대송은 증인석에 관우는 변호인석에 앉아있고 방청객들 사이에 혜성이 앉아있다.
도연, 증인석에 있는 대송에게 다가와 피고인 신문을 하고 있다.
도연 : (일상적인톤으로) 이대송씨는 지난 5년간 무려..
관우 : (엉거주춤) 저기.. 검사님. 그리고 재판장님. 피고인 이대송씨는 귀가 많이 어둡습니다.
좀 더 큰소리로 신문을 진행해주십쇼.
공숙 : (큰소리로 웅변하듯) 알겠습니다!! 검사님도 큰소리로 신문해주시죠!
도연 : (내키지 않지만 마이크 들고 웅변하듯 큰소리로) 피고인 이대송씨는 지난 5년간 무려 16차례나
절도로 신고, 또는 기소를 당한 적이 있죠?
대송 : 그렇긴 한데.. 그게 어떻게 된거냐면..
도연 : (자르고 큰소리) 그간 검찰과 법원에서는 피고인의 절도가 이른바 생계형 범죄라고 간주해
기소유예, 약식명령, 집행유예 등으로 피고인을 선처해왔습니다. 맞습니까?
대송 : ... 그게 맞긴 한데.. 감옥도 두 번이나 갔다 왔...
도연 : (자르며 추궁하듯 큰소리) 피고인은 출소후 1년도 채 지나지않아 또 다시 이번에 절도를 저질렀죠?
대송 : (말이 안먹히는구나. 포기의 심정으로) 그렇소. 내가 죽을 죄를 졌나부네..
<컷>
관우 : (큰소리로) 피고인은 5년전 산사태로 집을 잃고 다리를 다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둬야했습니다. 맞습니까?
대송 : 맞지.
관우 : 그리고 지난해 전기료를 못내 전기가 끊겨 촛불로 밤을 버티다 쪽방에 불까지 났었구요.
대송 : 났었지.
관우 : 피고인은 지난 5년간 폐지 줍다가 남이 모아놓은 신문을 훔쳤고,
작년 겨울에 너무 추워서 옆집 보일러에서 기름을 훔쳤고 또..
공숙 : (서류만 보며 건조하게/OL) 변호인, 그건 기록으로 볼 수 있으니까 다음질문 진행하죠.
관우 : (안먹히는구나 실망하고) ...네..
공숙 : (질문 없자) 하실 말씀 더 없나요?
도연 : (여유롭고) ...
관우 : (다시 힘을 내) 아뇨. 있습니다.
그런 관우를 보는 혜성의 표정에서.
#Ins - 전씬에 이어서
혜성 : 아니면 뭡니까? 왜 이렇게 오바하는건데요?
관우 : 그게.. (하다 진지하게 혜성보며) 사실은.. 진짜 화가 나서 그럽니다.
혜성 : 네?
관우 : 나도 이 할아버지가 짱변한테 한 짓이 너무 화가 납니다. 국선전담을 무시한 것도 화가 나구요.
그래서 재판에서 보여주려구요.
# 다시 합의부 법정
관우, 신문이 가득 실린 카트를 끌고 나오면서 열심히 변호를 한다.
(관우의 열정적인 변호에 점점 동화되어가는 혜성. 공숙 역시 경청한다.)
관우 : (힘겹게 신문 400여장을 옮기며/신문과정이 아니니 큰소리가 아닌 평소톤으로)
신문 이만큼이 이대송씨가 하루 내야하는 방세 오천원어칩니다.
(거기에 400여장 더 얹으면서) 이만큼을 더 얹어야 겨우 하루 한끼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땀 닦으며 변호) 존경하는 재판장님. 요즘 지하철 타보셨습니까? 아무도 뉴스를 신문으로 보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보죠. 제가 하루 온종일 다녀봤는데 버려진 신문을 34장 주웠습니다.
하루에 신문 800장을 구해야 겨우 사는 분에게 길에 있는 무가지는 생존 그 자체 였을겁니다.
열심히 변호하는 관우와 그 모습을 보는 혜성의 표정 위로.
혜성 : (E) 뭘 보여줘요?
관우 : (E) 전요, 이번 재판에서 우리가 피고인과 같은 눈으로 세상을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걸,
진심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걸 할아버지께 보여줄겁니다. 그래서 꼭 선처를 받아낼거에요. 그리고 그 다음엔..
#Ins - 전씬에 이어서
혜성 : ...그 다음엔?
관우 : 짱변한테 사과하시라고 할겁니다. 그 사과 받으려고 지금 죽을똥 살똥으로 유난 떠는거에요. 나.
혜성 : !!!
# 혜성, 땀 흘리며 팔까지 걷어가면서 열심히 변호하는 관우를 눈에 담는다.
대송 역시 그런 관우를 달리 본다.
관우 : 파지를 파는 일이 힘들면 다른 일을 찾으라고, 세상이 변하니 맞춰 살라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분들이 따라잡기에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는건 아닐까요?
이분들의 시선으로! 이분들의 입장에서! 한번만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혜성 : ...
#36. 버스정류장 (D) - 출근길
혜성, 생각이 많은 표정으로 서있고, 교복차림의 수하는 그 옆에서 이어폰을 낀 채 책을 보고 있다.
혜성, 어디론가 걸어가기 시작한다.
수하 : (그런 혜성을 보며 이어폰 빼고는) 어디가?
혜성 : 나 오늘은 지하철 타고 갈래.
수하 : 지하철? (왜 저러지 싶어 따라가는) ..
#37. 지하철 (D)
수하는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고 있고
혜성, 손잡이를 잡은 채 지하철 안에 있는 승객들을 보고 있다.
승객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을 보고, 신문을 보는 사람은 없다.
혜성,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떠본다. 서정적인 음악과 함께 혜성의 눈앞에 10여년전의 지하철 풍경이 펼쳐진다.
# 지하철에서 신문을 보는 사람과 그 옆에서 팔짱 낀 채 힐끔거리면서 훔쳐보는 앉은 사람(붉은 악마티 입은) 등등..
# 신문 펼치다가 옆사람과 부딪히고 꾸벅 인사하는 사람
# 신문 다 보고 선반 위에 올리면 그걸 다시 꺼내 읽던 사람들
# 커다란 자루에 버려진 신문을 한가득 싣고 수거하는 대송
혜성, 다시 눈을 감았다 뜨면 신문이 사라진 현재 지하철의 풍경.
관우 : (E) 존경하는 재판장님. 요즘 지하철 타보셨습니까? 아무도 뉴스를 신문으로 보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보죠.
혜성 : (혼잣말처럼 대답) 그러네..
관우 : (E) 하루에 신문 800장을 구해야 겨우 사는 분에게 길에 있는 무가지는 생존 그 자체 였을겁니다.
혜성 : (혼잣말처럼 대답) 그랬겠네..
수하 : (이어폰 빼며) 뭐가?
혜성 : (딱히 수하한테 하는 말이 아니다. 여전히 시선은 승객들) 차변 정말 짜증나는 인간이야.
수하 : ?
혜성 : (혼잣말처럼) 나 위하는 척하면서 날 혼냈어. 국선전담답게 굴라고..
수하 : 무슨 소리야? (혜성을 옆에서 힐끔 보면)
혜성 : (지하철 풍경을 보며/E) 차변을 도와주고 싶어.
수하 : (!) ...차변 도와주고 싶어?
혜성 : (들킨게 당혹스러워 변명) 아니, 아직도 상종하고 싶진 않은데,
원래 내 사건인데 덤탱이 써서 낑낑대는게 안됐어서 그러지. 딴 맘 있는건 아니고.
수하 : (진심이 아니란걸 알겠다) ...
혜성 : (수하 보며/E) 얠 속여서 뭐하겠어. 다 꿰뚫어보는데.. (할 수 없다는 듯/ON) 이번에 알았는데, 나 자꾸 차변이..
수하 : (듣고 싶지 않아 담담히 자르듯) 그만해.
혜성 : 어?
수하, 이어폰을 끼고 책을 읽기 시작한다.
혜성, 그런 수하가 이상하다.
#38. 국선전담 사무실 (D)
상덕과 유창, 관우 점심 먹을 준비를 하고 있다.
혜성은 서류 체크하고 있다.
유창 : 오늘 점심 간만에 중국집 어때요? 아침에 오다 쿠폰 받았는데 4명이 오면 탕수육이 공짜랍니다.
상덕 : 그래? 그거 좋네. 얼른 가자구.
혜성 : (힐끔 보면서 상덕이 싫어서) 전 친구랑 선약 있습니..
관우 : (혜성 손목 끌면서) 같이 갑시다. 네?
혜성 : (못이기는 척 끌려가며) 어머. 왜 이래요. 나 약속 있다니까요.
#39. 중국집 (D) - 회전탁자가 있는 집으로..
상덕, 유창, 관우, 혜성 들어서는데 테이블에 공숙과 우배석, 도연과 현범이 앉아있다.
떨떠름한 도연과 관우, 혜성 시선이 부딪힌다.
공숙 : (변호사 무리를 보며) 어라? 여기서 다들 만나네요. 오늘 무슨 날입니까?
유창 : (눈치없이) 판사님도 공짜쿠폰 때문에 오셨나부네. 그렇게 공짜 좋아하시니까 자꾸 머리가 벗겨.. (상덕이 발 밟았다) 악!!
공숙 : 큼~ 네, 저도 4명 채우겠다고 검사님들까지 붙여서 왔습니다. 오신김에 같이 합석하시죠?
상덕 : 그럴까요?
<컷튀면>
10명이 앉을 수 있는 회전식탁에 도연과 현범, 공숙, 우배석, 그리고 상덕, 유창, 관우, 혜성이 앉는다.
도연과 혜성 껄끄러운 시선이 오간다.
각종 요리가 회전식탁 가운데 있고 그걸 먹으면서 대화를 하는..
공숙 : 어우, 우리 차변호님 이번 재판에서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현범 : 신문까지 갖고와서 변호했다면서요? 우리 쪽에도 소문 쫙났습니다.
상덕 : (지금이 기회다 싶고) 이대송씨가 너무 딱하신 분이라서요.
(관우 팔꿈치로 찌르며) 3일 동안 요구르트로 버티신 적 있다지 아마?
관우 : 그뿐이 아닙니다! 편의점에서 버린 빵들 있잖아요. 곰팡이 막 핀거. 세상에~ 그 곰팡이를 떼고 먹고 그러셨답니다.
방도 한평 반도 안되는 쪽방이세요.
이하, 도연과 혜성 외 사람들은 이 두사람의 논쟁을 테니스 관중처럼 지켜보면서 먹지도 못한채 긴장하는 리액션.
유창은 그 와중에 음식 집어보려고 하는데 번번히 실패하는 리액션.
도연 : (관우가 거슬려서) 쪽방에 사는 사람이 십만이랍니다! 그 십만명이 살기 힘들다고 다 훔치고 살진 않잖아요. 양심따라 살지.
쪽방촌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이거 봐주고 저거 봐주면 무법세상을 만들겠단 소리에요. 그건 상식이 아니죠.
(앞에 탕수육 집어 먹으려는데)
혜성 : (그런 도연이 거슬려서 회전음식판을 확 돌리며) 그래서!
관우 : (깜짝 놀라는) !
혜성 : 검사님은 공짜신문을 훔친 80넘은 노인분한테 상습이라고 징역 6년을 구형을 하셨습니까? 그게 검사님 상식입니까?
(하며 음식 덜려는데)
도연 : (회전음식판 돌리며) 네! 내 상식입니다! 이대송씨는 절도를 열여섯번이나 했어요.
같은 죄를 저지르면 가중처벌하는게 당연하죠! (음식 덜면서) 그걸 나이들었다고 봐주면
피해자들에게는 뭐라고 할겁니까? 여러분이 피땀 흘려 모은 재산을 젊은 사람이 아니라 나이 든 사람이 훔쳤으니
무조건 용서하세요. 라고 해요? (다른 음식 집으려 돌리려는데)
혜성 : (회전판을 딱 잡고 버티며 도연을 노려보며 감정 실어서) 사람이 살기 위해서 성폭행이나 횡령을 계속하지는 않죠.
그런 못된 범죄는 가중처벌을 하는게 당연해요. 그치만 살기 위해 겨우 공짜신문 몇 장..
도연 : (자르며) 삼백장입니다!
혜성 : (기막혀) 그래요. 겨우 삼!백!장! 훔친 분을 성폭력, 횡령죄를 저지른 사람하고 똑같이 가중처벌은 한다는 것은
정말 인간미가 손톱만치도 없는 판단이죠.
일동 : (그런 음식판을 잡고 있는 도연과 혜성을 번갈아보면서 꼴깍) ...
공숙 : (손 들고 진정시키며) 워워. 밥먹는 자리에서 재판 얘기를 하면 어떡합니까? 즐겁게 식사 합시다. 네?
(판 돌리면서) 두 분 그 판 좀 놔주세요. 이걸 돌려야 원활하게 먹죠.
도연과 혜성, 판에서 손은 떼지만 여전히 노려보고 있다.
관우, 그런 혜성이 고맙고 멋있다.
#40. 쪽방촌 (D)
계란빵 장사가 있고, 그걸 좀 떨어진 곳에서 보고 있는 대송 침을 꼴깍 삼킨다.
3개 2000원, 낱개는 안팝니다 라고 써있다.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보면 500원뿐이다.
대송, 한숨을 길게 쉬고 있다.
멀리서 수하 이를 본다.
대송 : (E) 500원에 하나 달라고 하면 줄라나..
수하 : (옆으로 와서 대송에게 크게) 할아버지.. 혹시 오백원 있으세요?
대송 : 어?
수하 : (큰소리로) 제가 천오백원밖에 없어서요. 오백원만 더 있으면 계란빵 세갤 살 수 있거든요.
대송 : (무뚝뚝) 나눠 줄겨?
수하 : (큰소리로) 물론이죠! 두 개 드릴께요!!
대송 : (그제야 표정 풀며 5백원 준다)
수하 : (받으며 빙긋 웃는)
#41. 혜성집 거실 (N)
혜성과 수하, 혜성모가 보내준 음식(캐릭터 반찬통)과 택배를 챙기고 있다.
수하 : (반찬통 냉장고에 넣으며) 엄청나게도 싸주셨다. 무슨 전쟁나는 것도 아닌데..
혜성 : 울 어머니 손 큰건 알아줘야된다니까.. (하다 옷상자 보고) 옷도 보냈네. (꺼내 입어보는)
수하 : (반찬들 냉장고에 넣으며) 이쁘네..
혜성 : (반색) 내가?
수하 : (택배 스티로폼 박스 치우며 무심히) 아니. 옷이.
혜성 : (흘기며) 진짜 말 밉게 한다니까.. (옷 개며 한숨) 아휴.. 그나저나 내일이 이대송 할아버지 선고날인데 어떡하냐...(앉는)
수하 : (마주 앉는) 징역밖에 답이 없는거야?
혜성 : 응. 도연이가 공소장을 변경해서 상습절도에서 상습만 떼주면 징역은 피하는데 그 기집애가 그럴 위인이 절대 아냐.
할아버지가 합의라도 받아오면, 형량을 줄이기라고 할텐데 합의할 의지도 없으시고..
(머리 상에 박으며 절망자세) 답이 없다. 답이..
수하 : 그 할아버지 그래도 합의를 받자고 애를 쓰시긴 한거같애.
혜성 : (박은 채로) 그걸 니가 어떻게 알아?
수하 : 아까 낮에 그 할아버지를 만났었거든..
혜성 : (고개 들며 의아) 진짜? 어떻게 만났어?
수하 : (둘러대는) 그냥 우연히.
혜성 : (놀랍고) 우연히? 와 대박! (솔깃) 그래서 뭐라셔?
수하 : 얼마전에 장례식장에선가 그 신문사 사장부부를 우연히 만났었대.
혜성 : 근데?
수하 : 거기서 다신 안그러겠다고 사과했는데 전혀 말이 안먹혔나봐.
나중에 할아버지집까지 찾아와서 감방에 보낼거라고 난동을 부렸대.
혜성 : (다시 머리 박으며 절망) 사장은 합의할 의지가 전혀 없는거네. 답이 없다. 답이..
(하다 이상해서 머리 들고) 근데 장례식장에선 왜 만난거래?
수하 : (별 생각없이) 그냥 우연히 만났대. 돌아가신 분이 두 사람 쪽으로 다 친척이었다나봐.
혜성 : (놀라) 그럼 피해자랑 할아버지랑 서로 친척지간이란 소리야?
수하 : (갸우뚱) 친척이라고 하기엔 너무 먼거 같던데? 이쪽으로 사촌, 저쪽으로 사촌, 그래서 팔촌.
그것도 그날 장례식장에서 처음 알았대.
혜성 : (뭔가 촉이 온다) 멀어도 친족이란 소리잖아. (턱을 만지며 골똘히 생각하며/E) 잘하면 친족상도례를 쓸 수 있겠어!
수하 : 친족상도례? 그게 뭐야?
혜성 : (활색이 돌며) 야! 길이 있을거 같애. 니가 도와주면..
수하 : ?
#42. 법정 앞 (D)
관우, 대송과 함께 앉아있다. 옆에 상덕도 함께 있다.
관우 : (큰소리로) 죄송해요. 어르신. 어떻게든 징역은 피하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힘들거같아요.
대송 : (애써 대범하게) 까짓거 징역살지 뭐. 방값 걱정 안해도 되고 설탕물 안먹어도 되고.. 더 좋아.
(하다) 근데 징역 나오면 법정에서 바로 잡아가나?
관우 : (힘없이 끄덕) 네, 아마도..
대송 : (애써 괜찮은 듯) 그래. 그렇구나. (손이 떨린다)
상덕 : (그 손을 꼭 잡아준다) ..
#43. 커피전문점 (D)
혜성, 장우산을 옆에 두고 앉아서 시계 보면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수하 : (테이블에 음료 놔주며) 이거 원래 마시는거 맞지? 청포도 스파클링.
혜성 : (음료만 보고) 어. 왔어? (하다 수하 양복입은 깔끔한 옷태 보고 놀라서) 야 너? (훑으며 말이 안나오는) 너어.. 와.. 너어..
수하 : (머쓱해 머리 긁적이며) 나 뭐.. 양복입고 오라매! (마주 앉는)
혜성 : (계속 신기한) 이햐~ 남자는 슈트발이 진리라더니. 그 진리가 너한테도 통하는구나. 와 진짜 설렐 뻔했어.
(음료 보고) 올~ 이런 것도 기억하고..
주위 여자들도 그런 수하를 보고 힐끔댄다.
수하 : (내심 좋지만 아닌척) 됐고. 설명을 해줘. 뭘 어떻게 도와달라는건지.
혜성 : 알았어. 봐봐! (써가면서) 절도죄는 원래 친고죄가 아니거든? 그래서 일단 기소가 되면
피해자가 합의를 해줘도 소용이 없어요. 근데 피해자가 친족간이면 얘기가 달라져.
피해자가 합의하면서 고소취소해 주면 재판을 더 이상 할 수 없거든. 그게 친족상도례란거야.
수하 : (보면서 끄덕이며 알겠는) 아~ 지금 할아버지랑 그 사장이 멀지만 친족이다.
그러니까 합의만 받으면 할아버지를 구할 수 있다?
혜성 : 그치!
수하 : 근데 그 사장은 합의를 죽어도 안해준다든데? 차변은 합의해달라고 빌었다가 물벼락까지 맞았다며?
혜성 : 그래서 (우산 들며) 이거랑 니가 필요한거야.
수하 : ?
#44. 카페 창밖 (D)
혜성, 수하에게 뭔가를 열심히 설명하고 수하, 고개 끄덕끄덕하고 경청하며 회의하는 모습.
그렇게 봐서는 두 사람은 회사 동료같은 느낌이다.
#45. 무가지 사장집 거실 (D)
딩동~! 벨소리가 울리면 사장, 인터폰을 받는다.
사장 : 누구세요.
혜성 : (E) 안녕하세요. 전 국선전담변호사 장혜성이라고 하는데요.
사장 : (열받아 확 끊고) 또왔네. 이것들! 여보! 바가지에 물 좀 담아와!
#46. 사장집 대문 앞 (D)
사장, 물들고 나와서 문 열자마자 쫙 뿌리며.
사장 : 난 합의 같은거 안한다니까!!!
뿌리고 보면 우산이 눈앞에 한가득이다.
수하, 우산 들면 그 안에 혜성과 수하가 있다.
혜성 : 합의 얘기 전에 여쭤볼게 있어서 왔습니다. 전 장혜성 변호사라고 하고요. 여긴 사무원 박수하라고 합니다.
수하 : (가볍게 목례, 우산 탁탁 털어 접는) ..
사장 : 몇 번을 말해! 난 법대로 할거야! 법대로!! 그 영감탱이 감옥에 가는 꼴을 봐야겠다고! 됐어? (들어가려는데)
혜성 : 이대송 피고인 집에 찾아간 적이 있다면서요? 징역 못받으면 항소하겠다고 난동을 부리셨다고 하던데..
사장 : (뜨끔하지만 큰소리) 난동은 무슨, 방문해서 대화했어 대화!
(불안/E) 그 영감탱이가 신발 신고 들어왔다고 지랄하더니 그새 일러바쳤나?
수하 : (얼른 캐치해서) 남의 집에 신발 신고 들어가는걸 방문이라고 하진 않죠.
혜성 : (받아서) 주거칩입이라고 하죠. 걸자면 절도보다 크게 걸수도 있구요.
사장 : (수세에 몰려 뜨끔) 당신들 뭐야!!
혜성 : (무가지 신문을 꺼내보며) 그리고 사장님이 내는 신문에 이런 문구가 있네요.
‘본지는 한국 생활정보신문협회 윤리강령을 준수하고 불.건.전.한. 광고는 게재하지 아니한다’
사장 : 게재하지 않지 그럼. 그게 뭐? (뜨끔/E) 설마.. 이것들이 미성년자 보도방 광고를 봤나?
수하 : (얼른) 보도방 광도도 내신적 있죠? 그것도 미성년자..
혜성 : ! (수하의 캐치에 신이 나서)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4조 5호에 따르면
성매매가 행하여지는 업소에 대한 광고행위도 불법이죠.
사장 : 다..당신들 뭐 하자고 온거야.
혜성 : 사장님, 법대로 하는거 좋아하시잖아요. 저도 그렇거든요.
사장 : 지금 나 협박하는거야?
혜성 : 협박까진 아니고.. (의뭉스런 상덕의 미소로) 합의의 기술이라고 해두죠. 어떻게? 계속 법대로 진행할까요?
#47. 거리 (D)
혜성과 수하 모델처럼 씩씩하게 걸어와 코너 돌자마자 둘이 하이파이브를 짝! 한다.
혜성의 손에는 서류봉투(합의서가 든)가 쥐어져있다.
혜성 : (서류보며 뿌듯해서) 너 없으면 어쩔 뻔 했냐? 너 뭐 먹고 싶은거 없어? 사고 싶은 거는? 뭐든 말해. 다 들어줄게.
수하 : 됐어. (하다 뭔가 떠오르고) 아, 가고 싶은 데가 있긴한데..
혜성 : 어디?
수하 : 수족관..
혜성 : (쌩뚱맞고) 수족관? 갑자기 웬 수족관?
수하 : 한번도 안가봤거든. 그쪽은 가봤어?
혜성 : 당연히.. (생각해보니 안가봤다) 안가봤네. 맨날 티비로만 보고.. (괜찮은거 같고) 그래. 끝나고 가자. 까짓거.
수하 : 재판은 몇시야?
혜성 : 11시. (하며 시계보고 놀라) 어머나!! 어떡해. 늦었다!! (뛰기 시작하고)
수하 : (그런 혜성을 보고 미소) ..
#48. 합의부 법정 (D)
공숙과 배석들 앉아있고, 도연은 검사석에 앉아있고 대송은 증인석에 일어나있다.
두 사람 모두 침통한 표정이다.
방청석에 관우와 상덕 역시 굳은 얼굴.
공숙 : (큰소리로 선고문을 읽는) 피고인의 그동안의 절도 전과가 모두 먹고살기 어려워 저지른 것이라 안타깝습니다만
이번에는 현행법상 도저히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는 없는 사안입니다.
도연 : ...
공숙 : 피고인을 징역 3년에..
그때 혜성 문을 열고 뛰어 들어온다.
관우,공숙,도연 깜짝 놀란다. 상덕 역시 놀란다.
혜성 : 죄송합니다. 차관우 변호인에게 전달할 중요한 서류가 있습니다.
관우 : (놀라서) 네 저한테요?
혜성, 방청석 쪽에서 관우에게 서류 건네고 관우, 서류를 꺼내본다.
관우, 눈이 휘둥글 해진다.
관우 : 이게 진짜에요?
혜성 : (끄덕) 네.
관우 기쁨에 겨워 자기도 모르게 혜성을 와락 안는다. 멜로의 느낌이라기보다 순수하게 기쁨에 겨워..
혜성, 놀라움에 얼어붙는다.
공숙 : 저기 변호인. 지금 뭐하는 겁니까? 여긴 신성한 법정입니다~
관우 : (안은거 얼른 풀고) 고마워요!! (자리로 가는) 재판장님! (공숙에게 달려가다 삐끗)
피고인의 공소 이유가 사라졌습니다! (서류 전하고)
공숙 : 그게 무슨.. (서류 보는)
관우 : (도연 쪽에게도 서류를 주며) 서류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피고인 이대송씨와 피해자 이만일씨는 삼종형제 관계로
촌수로는 8촌에 해당합니다!
상덕 : (씨익 웃으며 혼잣말로) 친족상도례구만.. 용케 찾았네.
관우 : (신이 나서 흥분) 형법 제344조, 제328조에 따르면 친족간에 절도는 고소가 있어야만 공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도연을 향해 고소 취하서를 팔랑거리며) 현재 피해자 이만일씨가 더 이상 고소를 원하지 않는다며
고소취소를 해왔으므로 이 사건은 공소기각 사유가 생겼습니다.
공숙 : (서류를 찬찬히 보며 도연에게) 맞네요. 이 사건은 더 이상 형사처벌을 할 수 없는 사건이네요.
(대송에게) 피고인은 이만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관우, 기쁨에 겨워 주먹을 불끈 쥐고 하늘로 뻗으며 기쁨의 제스쳐!
혜성은 여전히 아까 관우의 돌발행동에 넋이 나갔다.
도연, 그런 혜성을 굳은 얼굴로 본다.
상덕, 혜성을 보며 흡족한 미소.
#49. 법원 정원 (D)
혜성 걸어가는데 관우가 멀리 걸어오고 있다.
관우, 혜성을 발견하고 손을 흔들면서 온다.
관우 : 짱변!!
혜성 : (갑자기 관우가 안았던게 떠올라 얼른 발길을 돌려 잰걸음으로 걸어간다.)
관우 : (이상해서) 짱변!! 어디가요!! 짱변! (달려와)
난처한 얼굴로 혜성 도망치듯 걷는데 이내 관우에게 잡힌다.
관우, 혜성을 잡아세우면 혜성,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돌아보며.
혜성 : (숨차지만 마치 몰랐다는 듯) 어? 차변이었네요?
관우 : (어이없고) 난거 몰랐어요? 엄청 크게 불렀는데?
혜성 : (시침 뚝) 몰랐어요. 전혀.
# 다른 일각
양복입은 수하, 핸드폰을 하면서 오는.
수하 : 재판 끝났으면 전화를 해줘야될거 아냐.. (멀리 관우와 혜성을 발견하고 멈춰선다)
관우 : (벅찬 기쁨으로) 오늘 정말 고마웠어요. 짱변 아니었으면 이대송씨 꼼짝없이 감옥가셨을거에요.
혜성 : 됐어요. 생색내려고 한거 아니니까..
관우 : ...그리고 아까 그 법정에서 내가 안은건..
혜성 : (별일 아닌 듯 애써 쿨하게) 괜찮아요. 나 그런 쪽으로 쿨해요. 너무 기쁘면 동료끼리 그럴 수 있죠. 뭐..
관우 : (손을 치켜든다, 하이파이브 자세) 그럼 동료끼리 하이파이브 합시다!
혜성, 픽 웃고는 하이파이브 하는데,
관우 얼른 그 손을 깍지낀 채 잡아서 확 뒤집어 혜성의 손등에 키스를 한다.
혜성, 관우의 돌발 행동에 놀라 얼어붙는다.
멀리서 이들을 보던 수하, 역시 표정이 굳는다.
혜성 : (영문 모르겠고) 뭐.. 뭡니까? 이건?
관우 : (싱긋 미소로) 사귑시다. 우리..
혜성 : (더 놀랍고) 네..?
수하, 더는 못 보겠어서 돌아서 간다. (혜성의 대답을 못들은)
수하의 뒤쪽으로 포커스 아웃된 관우와 혜성의 모습이 보인다.
#50. 학교 복도 (D)
성빈과 정훈, 성적표 보면서 한숨 푹 쉬며 걸어간다.
정훈 : 이번에 과탐 완전 망쳤어.
성빈 : 과탐 뿐이냐. 난 언,수,외,과탐 X나 망쳤다. (하다 창밖에 뭔가를 보고 반색하고는) 수하다!!
정훈 : (같이 보며) 어디?
성빈 : (가리키며 좋아서 폴짝폴짝 뛰면서) 저기 있잖아. 저기! (신나서 뛰어가는)
정훈 : (성빈이 말한 쪽을 보며) 저게 수하라고? 저게 보여?
충기 : (어느새 고개 슥 들이밀며) 안보여.
정훈 : (화들짝 놀라) 어씨. 깜짝이야.
충기 : (눈 가늘게 뜨고 불만스레) 저 새끼는 아침 수업 다 째고 어디갔다 이제 온거야?
정훈 : (놀라) 너도 저게 보여?
#51. 학교 일각 (D)
교복차림의 수하, 생각이 많은 표정으로 잔디에 누워있다.
# 5회 37씬, 빗속에서 보던 관우와 혜성의 모습
# 6회 44씬, 기특해서 차변과 데이트 하러 나간다는 혜성의 모습
# 지하철에서 차변을 도와주고 싶어.. 하던 혜성의 모습
# 혜성에게 사귀자고 하던 관우의 모습
수하, 몸을 일으켜 앉아 가방에서 혜성에게 주려던 곰인형을 꺼낸다.
수하, 그 인형을 잠시 보다가 좀 떨어진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고는 가방을 메고 가버린다.
뒤늦게 달려온 성빈, 쓰레기통을 보고 그 안에 버려진 인형을 본다.
성빈 : (갸우뚱) 웬 곰인형?
꺼내려고 잡는데 ‘짱변! 잘했어!’라고 울린다.
꺼내서 눌러보면 계속 나오는 ‘짱변 잘했어!’
성빈 : (속상해서) 뭐야.. 좋아하는 거 아니라더니.. 맞잖아. (멀리 가는 수하 보는)
#52. 법조타워 앞 (N)
혜성, 수하에게 전화를 하면서 나오는.
혜성 : 얜 왜 전화를 안받어? 수족관 가쟤드니?
가는데 누군가 쪼그리고 앉아있다. 보면 대송이다.
혜성 : 이대송 할아버지?
대송 : (혜성을 발견하고는 일어난다. 어색하고 민망한) 이제 끝났어?
혜성 : 여기..(하다 큰소리로) 여긴 웬일이세요?
대송 : (혼내는 톤) 쓰레기 변호사라고 한거 미안하다. 됐지? 난 사과했다.
혜성 : (기막혀 큰소리로) 이게 사과에요!?
대송 : (버럭) 사과지 그럼 이게 뭐야! 참외야! 딸기야!
혜성 : (큰소리로) 사과 억지로 하는거죠? 차변호사가 시켜서?
대송 : (뚱해서 대답 안하는) ...
혜성 : (큰소리로) 사과는 됐구요. 아드님한테 연락이나 하세요!
대송 : (거슬려) 또 그 소리야?
혜성 : (큰소리로) 아버지 이러고 사는거 알면 아들이 얼마나 속상하겠어요!
대송 : 그러니까 안하는거지! 그 자식 속상해하는거 보면 나도 속이 썩으니까..모르는게 나. 그놈도 나도.. (가는)
혜성, 한숨이 푹 나온다.
대송 가다말고 다시와서 주머니에서 요구르트 하나 빼서 혜성에게 쥐어주고는 간다.
혜성 : (픽 웃음 나오고, 따서 마시고는) 에이.. 미지근해.
#53. 치킨집 근처 거리 (N)
준국, 오토바이에서 내리는데 문자가 또온다.
‘정보통신부 승인 스팸방지 서비스 보안강화 앱 다운 http://sfOOO.OO.OO’
준국 : (별 생각없이) 요즘 스팸이 너무 오긴 하드라. (하며 누르는)
#54. 명일사 작업실 (N)
졸던 주인, 알림음에 눈을 번쩍 뜬다.
주인 : (컴퓨터 확인하고는) 드디어 걸렸다. (키보드 치며 위치추적 시작하는)
#55. 치킨집 (N)
혜성모, 갈비를 재워 큰 통에 담고 있다.
준국, 무거운 얼굴로 들어선다.
혜성모 : 왔나? 혜성이 갈비 재우는 김에 니 것도 (옆에 밀봉한 통 가리키며) 여 싸놨다. 이따 집에 갈 때 가져가라.
준국 : (굳은 얼굴로) 사장님..
혜성모 : 응?
준국 :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혜성모 : (담으면서 대수롭지 않게) 무슨 말?
준국 : (다가오며) 좀.. 긴 얘기에요.
혜성모 : (그제야 준국 보며) ??
준국의 팔을 따라 카메라 틸다운하면 준국의 손에 기다란 스패너가 들려있다.
#56. 버스 정류장 (N)
버스를 기다리던 혜성, 문득 생각난 듯 혜성모에게 전화를 건다.
전화 거는데, 구두 굽 한쪽이 나간게 눈에 들어온다.
혜성 : (한쪽 구두 벗는데, 엄마가 받았다) 엄마야? 왜 이렇게 늦게 받어?
혜성모 : (일상적인 톤이다/E) 화장실 갔다 왔다. 와 전화했노?
혜성 : (굽을 살피며) 내일 나 가는데 뭐 사다줄거 없어?
혜성모 : (E) 읍다. 그런거.. 그 얘기 할려고 걸었나?
혜성 : 아니, 오늘 나한테 쓰레기 뿌린 할아버지 공소기각되서 풀려났어.
혜성모 : (E) 잘됐네. 차변이 변호했다카지 않았나?
혜성 : (으쓱해서) 응. 근데 엄마딸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
(구두굽 땅땅 치며 박으며) 나 없었음 그 할아버지 최하 징역 2년은 받았어.
혜성모 : (E) 잘했네. 이제 미꼬레이 소린 안해도 되긋다.
혜성 : 그치. (박는거 멈추고 진지하게) 근데 엄마.. 엄만 나한테 뭐 숨기는거 없지?
혜성모 : (E) 그게 뭔소리고..
혜성 : (다시 구두굽 박는) 괜히 나 생각한답시고 아픈데 숨긴다거나, 일 힘든데 아닌척 하거나.. 뭐 그런거 없어?
혜성모 : (E) 있다.
혜성 : (놀라서 박는거 멈추고) 뭔데?
혜성모 : (E) 니 법조계랑 천생연분이라카믄서 펴엉생 시집 안갈까 그기 걱정이다.
혜성 : (김새서 다시 박기 시작) 뭐야. 난 진지한데.. 딴거 없어?
#57. 치킨집 (N) - 셔터를 내린
비로소 혜성모쪽의 상황이 나온다.
혜성모의 머리에 피가 약간 흐르고 줌아웃하면 혜성모 팔목이 초록색 테잎으로 묶인 채 앉아있고
준국이 핸드폰을 혜성모의 귀에 대주고 있다.
혜성모 : ..딴거는 없다.
혜성 : (E) 있으면 솔직히 얘기하는거다. 알았지? 끊는다.
혜성모 : 잠깐 혜성아...
혜성 : (E) 어?
혜성모 : 혜성아.. 니 그거 아나? (준국을 보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 법대로 했다간 세상 사람들 다 장님이 될기다.
준국 : ...
혜성 : (E) 뭐야. 뜬금없이..
혜성모 : 니한테 못되게 하는 사람들.. 다 니를 질투해가 그런기다. 니가 하도 잘나가.. 부러워서 그런기다.
그런 사람들 미워하지 말고 어여삐 여기고.. 가엽게 여기라. 알았나?
혜성 : (E) 또다 또. 엄마 지금 도연이 편드는거지?
혜성모 : (자기도 모르게 버럭) 토달지 말고!! (간절히) 약속해라. 사람 미워하는데 니 인생을 쓰지마라.. 이말이다.
한번 태어난 인생 이뻐하며 살기도 모자란 세상 아이가.. 으이?
혜성 : (좀 이상하지만/E) 알았어. 노력해볼게.
혜성모 : (안도로 눈을 감는다. 눈물이 흐른다) 그치. 그래야.. 내 딸이재.
혜성 : (E) 엄마 이상하다. 코가 맹맹해? 감기 걸렸어?
혜성모 : 그르나?
혜성 : (E) 꿀물로 대충 때우지말고 병원가서 주사맞어. 엄마도 이제 감기가 무서울 나이야.
혜성모 : 알았다. 드가라. (준국에게 통화 끝났다는 눈짓)
준국 : (핸드폰 끊으며 어이없다) 그게 다야?
혜성모 : (두려움에 떨리지만 의연한 얼굴로 끄덕) ...
준국 : 이게 당신 딸한테 남기는 유언인거는 알지?
혜성모 : 안다. 이게 내 유언이다.
준국 : (그런 혜성모가 재밌다) 얘기하지 말란다고 진짜 안해? 살려달라고 울고불고 해야되는거 아냐?
혜성모 : 미칬나? 니 속을 빤히 아는데 그 수에 놀아날 생각 읍다.
준국 : 사장님 보기보다 독하네. 얘기 다 해줬잖아. 내가 왜 이러는지? 내가 왜 댁에 딸과 웬수가 됐는지?
내가 뭘할건지 다 알잖아 이제. 안 무서워?
혜성모 : 안 무섭다. 그냥 니 인생이 못났고.. 참 가엽다.
준국 : (거슬리지만 애써 누르고) 못나? 가여워?
혜성모 : 평생 누군가를 증오하면서 살아온거 아이가.. 그 인생이 을매나 지옥이었을꼬..
준국 : (분노가 치밀지만 평정심을 잃지 않고 비웃는) 그래? 그럼 이제 니 딸도 나처럼 지옥에 살겠네?
지 엄마를 죽인 나를 평생 나 증오하면서.. 복수로 이를 갈면서.. 그치?
혜성모 : (준국 보며) 그래 살진 않을기다. 니처럼 못나게 키우지 않았다.
준국 : (결국 평정심이 무너지고 흥분한다) 닥쳐!!!
혜성모 : (초연한 미소) ...
#58. 옷방 (N)
수하,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있는데 문자 알림음이 울린다. 보면 발신자 ‘위치추적’이다.
수하, 얼른 문자를 확인한다. ‘드디어 위치 확인, 성무시 명월동 교차로 근처’
수하 : 성무시...? (불안함이 밀려온다)...
혜성 : (그때 밖에서 문여는 소리 들리고/E) 수하 너 집에 있었네? 왜 전화 안받았어?
#59. 혜성집 거실 (N)
혜성, 들어서는데 수하, 방에서 급히 나와서.
수하 : (불안한) 어머니 치킨집이 어디랬지?
혜성 : (의아해서) 갑자기 그건 왜?
수하 : (다그치는) 어디냐니까!!
혜성 : (대수롭지 않게) 성무시에 있는데? 왜?
수하 : (불길하다) 성무시 명월동이야? 교차로 근처?
혜성 : 응. 맞는데.. (뭔가 이상해서) 그걸 니가 어떻게 알아? (하다) 그걸 왜 물어봐?
수하 : (당혹스러운) 지금 거기에.. 민준국이 있어.
혜성 : !! (생각도 못한 사실에 사색되서 얼어붙는) 민준국이 왜...엄마한테 가있는데? 왜?
그때 날카롭게 혜성의 집 전화벨이 울린다.
혜성 흠칫 놀라 전화기를 본다. 막연한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혜성, 도저히 떨려서 전화기를 못들겠다.
수하, 얼른 들어 받는다.
수하 : 여보세요. 네.. 맞는데요. (하다 놀라움에 눈이 커진다. 혜성을 본다) ..
혜성 : (겁에 질려 떨리는 목소리로) 무슨 전화야.
수하 : (수화기를 든 손이 떨린다. 혜성을 보며 어떻게 말해야하나 막막하다) ...
혜성 : (비극을 감지하고 두려움에 악을 쓰는) 무슨 전화냐고!!!
수하의 처연한 얼굴 위로.
혜성 : (E) 그때 알았다. 엄마가 꾼 악몽은 끝난게 아니라 지금부터 시작이란 것을..
혜성의 두려움에 떠는 얼굴에서 엔딩.
혜성 : (E) 그리고 그 악몽은.. 예상보다 훨씬 더 나쁜걸 말한다는 것을..
※ 54-1 추가씬 - 혜성 관우 시점으로..
관우 : (싱긋 미소로) 사귑시다. 우리..
혜성 : (놀랍고) 네..? (얼떨떨해서) 어.. 난.. 그러니까.. 그게..
관우 : 나 지금 얼굴은 웃고 있지만 속은 엄청 떨고 있어요. 빨리 대답해요. 나 싫어요?
혜성 : (자기도 모르게) 아뇨. 좋아요. (뱉고도 민망해서) 그냥. 너무 갑작스러워서..
관우 : 부담주지 않을께요. 만나면서 차차 알아가면 되죠.
혜성 : (부끄러운 듯 귀 넘기며 말 뭉개는) 뭐.. 그러던가요..
관우 : (좋고) 우리, 전에 못했던 데이트 마저 할까요? 오늘 저녁 어때요?
혜성 : 뭐.. 그것도 그러던가요.. (하다 떠올라) 아! 안되요.
관우 : 네? 왜요?
혜성 : 선약이 있어요. 아까 수하랑 약속을 했거든요.
관우 : (수하란 말이 좀 걸린다) 미루면 안되요?
혜성 : (난감하고) 그건 좀 곤란해요. 오늘 많이 도와줘서 내 쪽에서 한턱 쏜다고 했거든요. 취소하면 무지 서운해할거에요.
관우 : (좀 서운한) 저번에도 그러더니 매번 그 친구한테 밀리네요. (미소 지어보이며) 괜찮아요. 뭐 날은 많으니까...
혜성 : 매번 미안하네요. 근데 수하 약속이 먼저라..
멀리 이 대화를 못듣고 두 사람을 등진 채 걸어가는 수하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