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권 일각에서 수도를 다른 도시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자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 논란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만큼 보다 진중하게 살펴볼 필요는 있다. 지난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 당시에도, 2000년대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도 수도 이전 이야기가 등장했을 정도로 현실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지방 소외감이나 국토발전 불균형은 어떻게 할 건가. 서울시가 국가 수도로 기능하는데 한계가 있는 건 사실이다, 좁은 면적에 주요기관들이 밀집해 있는데다 지난 70년대 이후 도시발전과정에서 급격한 인구증가로 비대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지금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중심이 이곳에 쏠려 심지어 `서울 공화국`이란 비아냥거림이 나올 정도다.
반면 그 동안 지방은 그 만큼 더 위축됐다. 모든 일이 수도권 위주로 이뤄지고 있어 國家大事치고 서울시가 빠지면 되는 일이 없을 정도다. 정부 부처 일각에 수도권 중심 사고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번 `천도론`만해도 그렇다. 정부가 수도 이전 의사를 나타내면서 세종시만 거명됐을 뿐 다른 지역은 아예 제쳐뒀다.
최근 전국혁신도시협의회가 울산에서 정례회를 갖고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요구했다. 아직 수도권에 눌러 앉아 있는 공공기관을 지방혁신도시로 내려 보내라는 것이다. 현재 상당수 공공기관들이 지방으로 옮겨왔지만 실제론 껍데기뿐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지방혁신도시 건설을 밀어붙였던 이유는 공공기관 이전과 함께 인구분산을 겨냥해서다.
그런데 공공기관 건물만 옮겼고 근무하는 사람들은 주말마다 서울로 되올라가는 역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혁신도시 이전 정책을 두고 `반타작`이란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협의회가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주장한 것은 이런 모순을 완전히 제거하고 공공기관을 현지에 토착시키자는 것이다.
지방으로 이전돼야 할 공공기관들이 구성원들의 주거ㆍ교육ㆍ문화 선호도 때문에 수도권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컨대 친환경에너지 공단만 해도 하등 서울지역에 머물러야 할 이유가 없다. 차라리 수소도시를 지향하고 있는 울산으로 이전하는 것이 모든 면에서 효과적이고 발전적이다.
하지만 이런 구상은 이번 수도 이전 주장에서 완전히 빠져있다. 수도 이전 설이 대두된 만큼 이에 맞춰 공공기관 지방이전도 단행돼야 한다. 수도만 다른 지역으로 옮길게 아니라 정부 주요기관과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방안도 차제에 깊이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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