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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모스크바 한 호텔에서 12년 만에 만난 키르산 일륨지노프 러시아연방 칼미크공화국 대통령(右)과 이명박 서울시장.[모스크바 AFP=연합] |
서울시와 칼미크공화국 간의 '경제.자원 협력의정서' 체결을 위해 이날 모스크바에 왔던 그는 도착하자마자 호텔로 직행해 이 시장을 찾은 것이다. 12년 만의 재회였다.
두 사람의 인연은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현대그룹 회장이었던 이 시장이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 영접나온 사람이 일륨지노프였다. 그는 당시 두마(러시아 연방하원) 의원으로 국제관계를 담당하고 있었다.
모스크바 국제관계대학을 나와 자동차 수입사업을 하다 정치에 뛰어들어 고향인 칼미크에서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된 일륨지노프는 이 시장을 만난 뒤 러시아에 현대자동차를 팔게 됐고, 이를 통해 부를 쌓기 시작했다. 이어 목재가공.컴퓨터 조립.정유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다 93년 실시된 칼미크공화국 대통령 선거에 31세의 나이로 출마해 70%의 지지율로 당선됐다. 95년 재선에 이어 2002년 3선에 성공했다.
일륨지노프 대통령은 "이 시장은 자동차 딜러였던 나에게 경제적 성공에 대한 꿈과 고향 칼미크공화국을 가난에서 구해야 한다는 포부를 심어주었다"며 "이 시장은 내 삶의 스승"이라고 말했다. 그는 "취임 초 공화국 예산의 98%에 해당하는 1억달러를 연방정부에서 지원받았으나 지금은 오히려 6억5000만달러의 세금을 연방정부에 낼 정도로 경제 사정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이 시장은 "기업인으로 만났을 때 경제적인 성공을 넘어 앞으로 큰 일을 해낼 사람으로 생각했다"며 "경제를 알고 난 뒤 나라를 부자로 만들겠다더니 말 그대로 정말 잘하고 있다"고 흐뭇해 했다.
일륨지노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된 이후 공화국 내 5000여명의 고려인을 위해 한국어 신문과 잡지.방송국을 만들었고, '한국인 친구협회'를 창설했으며, 현대차 50대를 사 휘하 장관들에게 선물로 줬을 정도로 친한파 인사다. 세계체스연맹 회장이며, 세계 불교계에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기업인과 자동차 딜러에서 각기 시장과 대통령이 돼 해후한 두 사람은 다음번 만남을 기약하며 작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