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백세 무좀
5월이 되면 무좀이 있는 분들은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무좀이 잘 낫지 않는다고 질문을 주신 분들이 있는데, 무좀이 왜 생기고, 어떤 조건에서 잘 생기고 심해지는지, 왜 치료가 잘 안 되고 오래가는지, 무좀을 퇴치하기 위해 주의해야 할 점은 어떤 것들인지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야 이해가 빠를 것 같다.
1. 발, 진무른다고 무좀 아니다
발에 물집이 생기고 껍질이 벗겨지고 진무른다고 해서 모두 무좀은 아니다.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다른 피부질환들이 많기 때문이다.
무좀이 아닌데도 병원에서 진단받지 않고 본인 판단으로 무좀이라 생각해 자가치료(바르는 연고나 먹는 약 등)를 하다 보면 잘 안 낫고, 오히려 악화되거나 무좀약의 부작용으로 접촉피부염이나 약진(약 때문에 피부가 자극되어 빨갛게 발진)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특히 잘 낫지 않는 무좀이라면 먼저 무좀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우선 무좀이 확실한지, 아니면 혹시 접촉피부염(습진)이나 한진(땀띠), 건선이나 각화증 등은 아닌지 병원에서 간단한 검사로 진단을 받고 치료하는 게 좋다.
2. 무좀(족부백선, Tinea Pedis)의 발생 원인, 조건
무좀은 ‘백선균’이라는 곰팡이(진균)가 일으킨다. 물론 곰팡이에 닿았다고 무조건 무좀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곰팡이가 자라기에 좋은 조건, 즉 적당한 기온(대개 15도 이상)과 습도(70% 이상)가 있어야 하고, 잘못된 걸음걸이나 발에 맞지 않는 신발에 의해 기계적 자극을 받아 피부가 손상되었을 때 백선균이 들어와 무좀이 생긴다.
그래서 무좀은 목욕탕이나 수영장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주로 감염되고, 대개 여름에 발생하고 또 심해진다. 보통은 장마가 시작될 무렵에 갑자기 가려워진다. 그러나 겨울에도 무좀균은 발에 달라붙어 있다. 다만 활동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3. 무좀의 종류
무좀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크게 세 가지로 나누는데, 지간형, 소수포형, 각화형이 있다. ‘지간형’이 가장 많이 생긴다. 주로 3-4번째 발가락 사이, 4-5번째 발가락 사이에 잘 생긴다. 이 부위는 발가락과 발가락이 착 달라붙어 있어서 공기가 잘 안 통하고 습하기 때문에 곰팡이에겐 최적의 장소이다.
‘소수포형(또는 족척형)’은 쌀알 정도 크기의 수포가 도돌도돌하게 발바닥의 움푹 들어간 곳이나 발의 가장자리에 생기는 무좀의 한 형태다. 심한 가려움이 생기고, 특히 여름철이나 땀이 많이 나면 악화된다. ‘각화형’도 주로 발바닥에 생긴다.
발바닥의 각질이 두꺼워지고 긁으면 가루처럼 떨어진다. 발바닥 피부가 거칠어지고 벗겨지는데, 그 벗겨진 피부에 아주 많은 무좀균이 있다. 이 경우는 자각 증상은 별로 없지만 무좀이 만성적으로 지속되고 잘 치료가 되지 않는다.
4. 무좀의 치료
1) 바르는 약(연고)에 대해서
무좀균은 곰팡이다. 곰팡이는 대개 다른 세균보다 끈질기다. 무좀균도 보통의 다른 세균보다 내성이 강해 한번 달라붙으면 소독약으로는 좀처럼 제거하기 힘들다. 무좀균은 피부 표면에서 0.2-0.3mm정도 안쪽에 주로 있다. 상대적으로 아주 얕은 곳에 무좀균이 있다. 그래서 겉에 바르는 약(연고)을 발라 치료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얕은 곳에 있는데도 바르는 약으로 잘 치료되지 않는 걸까? 그것은 우리들의 피부가 아주 단단해 약이 잘 스며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고는 저녁에 목욕을 한 직후 피부가 불어 있어서 약이 잘 스며들 수 있을 때 바르는 것이 좋다. 그리고 아침에 다시 한 번 발라 주어야 한다. 무좀균은 아주 독한 놈이라 하루에 2-3회씩 최소 6주 이상 끈질기게 약을 발라주어야 없어진다. 또한 약을 바를 때는 주위 3cm까지 발라줘야 한다.
무좀균은 일년 내내 피부에 붙어 있고 특히 여름에 증식이 왕성해진다. 무좀균은 날씨가 더워지기 전인 5, 6월에 피부의 아주 얕은 곳에 있게 된다. 이 무렵부터 치료를 시작해야 여름을 편안히 보낼 수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할 것은 끈기 있게 2개월 동안 치료를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간에 차도가 없다거나 좀 좋아졌다고 포기하면 도로 악화되기 십상이다.
2) 발 씻기, 양말, 신발 관리에 대해
다음 사항을 잘 지켜야 무좀균에 다시 감염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우선 발은 항상 깨끗이 해야 한다. 발을 잘 씻어야 하는데, 찬물에 10분 이상 발을 담그고 씻는 것이 좋다. 또 비누는 예를 들어 ‘아크네 비누’같은 것을 쓰는 것이 더 좋다. 그리고 발을 씻은 다음에는 발가락 사이까지 완전히 물기를 닦아주어야 한다. 무좀 예방용 파우더를 뿌리거나 크림을 발라 습기를 없애주는 것도 좋다. 발을 닦은 타올이나 수건, 속옷, 양말 등은 삶아서 소독하는 게 좋다. 무좀균은 아주 독한 놈이라 피부에서 떨어져도 몇 개월은 살아 있기 때문이다.
무좀이 있는 사람의 양말을 조사해 보면 20-30%의 양말에서 무좀균이 발견된다. 그래서 양말은 매일 갈아 신어야 하고, 양말을 깨끗이 삶아 빨아주는 게 좋다. 그리고 양말의 올 사이를 통해 무좀균이 빠져나가 신발에도 무좀균이 있을 수 있다. 신발은 두 켤레 이상을 마련해서 교대로 신고, 신지 않는 신발에는 포르말린을 묻힌 솜을 넣어두어 무좀균을 없애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공중목욕탕을 다녀온 후에는 집에서 발을 다시 씻는 것이 좋다. 탕에서 목욕을 마치고 나오면 누구나 매트에 발을 닦게 되는데, 바로 이 매트가 무좀균의 온상이기 때문이다. 공중목욕탕을 갈 때는 가급적 별도의 슬리퍼를 가져가서 그걸 신는 것도 좋다. 공중목욕탕의 슬리퍼에도 무좀균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무좀의 합병증
무좀이 있으면 대개 가려워서 긁게 된다. 심하게 긁다보면 긁은 곳이 붓고, 심하면 고름(화농)이 생기고 주변 임파선이 커지고 열이 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피부나 손에 있던 다른 세균에 의해 2차 감염이 생긴 것이다. 이 때는 병원에 꼭 가서 2차 감염부터 치료하고 무좀치료를 해야 한다.
무좀균은 손톱이나 발톱에도 잘 들어간다. 손발톱 무좀이 생기면 가렵지는 않지만 손발톱이 허옇게 흐려지고 모양이 변하게 된다. 손발톱 무좀은 연고로는 치료할 수 없다. 아무리 연고를 발라도 약이 손발톱을 침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는 먹는 약으로 치료를 하는 수 밖에 없다.하지만 손발톱은 한 달에 1-3mm밖에 자라지 않는다. 그래서 약을 먹는 기간이 상당히 오래 걸린다. 대개 손톱만 무좀이 생긴 경우는 6주, 발톱까지 생긴 경우는 12주 동안 약을 먹어야 한다. 치료 후 두 달 정도 지나면 정상적으로 손발톱이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다.
손발톱 무좀이 있는 분들은 꼭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자가치료를 하거나 약국에서 그냥 약을 사서 먹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먹는 무좀약’을 간이 나쁜 사람이 복용하면 안되기 때문이다. 이 약은 간에 독성이 생길 수 있어서, 먼저 간기능 검사나 몇몇 검사를 하고 이상이 없을 때 먹는 것이 안전하다.
몇 가지 민간요법
무좀이 있는 분들이 잘 쓰는 ‘민간 요법’에 ‘식초’를 이용하는 방법과 ‘썬탠(햇볕쬐기)’을 하는 방법이 있다. 우선 식초를 이용하는 것에 대해서. 식초 그대로를 발에 붓는 분도 있고, 식초를 물로 희석해 여기에 발을 담그고 있는 분도 있다. 또 희석된 식초에 ‘정로환’이나 ‘청심환’을 넣는 분들도 있다. 이론적으로야 식초도 ‘산’이라 곰팡이를 죽일 수는 있지만(실제로는 살균력이 그리 크지 않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곰팡이와 식초만을 놓고 볼 때 그렇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중요한 것은 우리들의 발, 우리들의 피부가 그 사이에 끼어 있다는 것이다. 식초를 쓰면 피부의 표피가 벗겨져 일시적으로는 무좀이 나아지는 느낌이 들 수 있지만, 오히려 식초에 의해 화학적 ‘화상’이나 ‘자극성 피부염’이 생기는 수가 있다. 빈대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처럼. 그리고 아무리 식초를 써도 무좀은 없어지지 않고 곧 재발한다.
그래서 가급적 식초는 쓰지 않는 게 좋다. 절대 쓰지 말라는 의견을 개진하는 의사들도 많다.
태양광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태양광선에 있는 자외선은 살균력이 있다. 하지만 역시 문제는 우리 피부다. 피부 겉에 있는 무좀균은 살균이 될지 몰라도 무좀균은 대개 피부 안쪽에 있기 때문에 거의 죽지 않는다. 그리고 태양광선에 발을 노출하는 게 발을 건조하게 해서 무좀에 좋은 점이 있을 수도 있지만, 여름에는 오히려 발에 땀이 더 나게 해 해로울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