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님의 춤바람 이야기에 생각나서 살사를 배워봤던 이야기 조금 풀어봅니다.
어릴 적부터 소화기관이 약해서 잘 안 먹었고 편식이 심했었다.
밥상에선 늘 아버지께 가려먹고 푹푹 잘 안 먹는다고 야단맞은 기억이 많다.
잘 먹질 않으니 잘 자라지도 못해서 키도 엄니보다 조금 작다.
깨작거리는 내 모습은 늘 아버지의 타박 대상이었다.
반면 여동생은 뭐든 잘 먹어서 아버지는 복스럽게 잘 먹는다고 칭찬하셨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늘 기운이 없었고 성격조차 내향적이 되었다.
여동생은 활달했고 운동도 좋아해서 학창 시절에도 산도 잘 가고 아버지와 테니스도 잘 치러 다녔었다.
나의 활동반경은 학교와 집이었고 가끔 동네 친구네서 같이 숙제하는 정도였지만
여동생은 대학 때도 자선단체나 재활원에 가서 봉사도하고 YWCA에서 활동도 하는 활발한 성격이었다.
그런 내 성격은 타고난 것인지 후천적인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도 비슷하다.
말수도 적은 내가 오직 엄니에게만 수다스럽게 말을 많이 했었다.
편하기도 했겠지만 엄니에게 내가 읽은 소설책이나 그날의 신문기사 등을 이야기해 드리면 좋아라 하시며
잘 들어주셨고 또 무뚝뚝하고 말없으신 아버지 대신 내가 말벗이 되어드리고 싶은 맘이기도 했다.
하지만 학창 시절 내내 여학교만 다녔던 나는 여전히 소심하고 내성적이어서
남자아이들과는 말도 잘 못하고 얼굴만 빨개지곤 했다.
이젠 나이 들어 조금은 뻔뻔해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학교를 마치기 전에 일찍 결혼한 나는
직장생활도 해본 경험이 없고 혼자 되고 또 아버지 그늘에 들어가 애들만 키우다 보니
교회 친구 외에는 사회친구도 없다.
그래서 나의 내성적인 성격을 사교적으로 바꿔 줄 방편으로 전부터 마음에 묻어 두었던
살사를 배워보기로 했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니 주로 동호회 형태가 많았으나 가르쳐주는 댄스학원도 있었다.
다행히 집 근처에 라틴댄스학원이 있어 전화를 했는데 원장이 중년 반도 있으니 와 보라고.
낮반은 주로 어린 청소년반인데 소위 왈츠, 차차차, 탱고, 바차타 등등 스포츠댄스라는 선수를 키우는 반이고
직장인 위주의 저녁 초급반에는 20대 외국여자 2명, 40대 직장인 여자 6명,
그리고 40대 남자 2명이 초급반에 있었다.
시작한 지 3일째라고 30 초반의 젊은 원장 부부는 내게 앉아서 그들이 배우는 것을 참관하라 했다.
몸을 움직여도 기왕이면 즐겁게 한다면 그것도 운동도 되겠다 싶어 참관 후 바로 등록을 했다
일주일에 두 번씩 그렇게 10개월을 다녔었다.
워낙 뻣뻣한 몸치였지만 의외로 재미가 붙었었다. 살사는 쿠바에서 시작해서 미국에서 발전된 댄스라는데,
무척 빠른 음악에 맞춰 춰야 하지만 우리는 일단 템포를 느리게 해서 스텝을 배운다.
라틴댄스 중에는 제일 대중화하고 남녀노소 누구나 어디서든 어울릴 수 있는 춤이 살사란다.
전용 구두도 맞춰 신고 배우다 보니 살사춤에 어울리는 옷도 구입하게 되더라.
중급반에 같이 올라간 동기들이 반장을 정하고 치맥으로 뒤풀이도 하게 된 어느 날은
내 생일이라고 남자 회원이 치즈케이크를 사 와서 고맙게 생일축하도 해주곤 했다.
살사는 워낙 빠른 춤이다 보니 젊은이들이 주로 즐기는 춤이다.
나이 든 사람도 더러 있지만 그들은 젊었을 때부터 추었던 사람들이고.
어쨌든 그렇게 우리 반 동기들이 살사에 재미가 들어갈 무렵 일주일에 한 번씩 살사 바에 가자고 했다.
살사 바는 이태원이나 강남 홍대 같은 주로 젊은이들이 많은 곳에 있다.
그땐 입장료가 1만 원이고 술은 없고 음료수만 제공되는 살사 바엘 가야 춤 실력이 늘어난다고
함께 가자고 했다. 하지만 난 용기가 나질 않았다. 일단 그들보다 나이가 많아서 망설여졌고,
또 바에서는 빠른 음악에 맞추어 추다가 잘 맞추지 못하면 상대에게 실례가 될 텐데 자신이 없었다.
듣기론 바에선 줄을 서서 한 사람씩 돌아가며 파트너를 바꾸어 추니까 누가 누구 인지도 모른다고
틀려도 괜찮다고 하지만 그래도 용기가 필요했다. 아들에게도 내가 살사를 배운다는 말을 안 했고,
그리고 살사 바에 갔다가 집에 오면 11시쯤 될 것 같아서 엄니를 혼자 두고
저녁 늦게 바에 간다는 것도 걸렸다.
학원 동기들이 몇 번이나 같이 가기를 권했으나 결국은 난 한 번도 살사 바엘 가보지 못했고,
그렇게 사람들과 살사를 즐기지 못할 바에 굳이 더 배울 이유가 없어서 학원 다니는 것을 그만두었다.
이번 mbc에서 추석특집으로 아이돌 스타 선수권대회라고 댄스스포츠대회를 하는 걸 봤다.
역시 춤도 어리고 예쁜 젊은이들이 해야 보는 즐거움도 있더라.
배움에도 다 적당한 때가 있다는 걸, 좀 더 일찍 배우지 못한 걸 후회했다.
7년이나 지나 이젠 스텝조차 다 잊어 버렸지만
그래서 나의 내향적인 성격 개조는 실패했지만
살사댄스를 조금이라도 흉내 내어 음악에 몸을 맞겨 본 것이
내 인생에서는 작은 일탈이었고 또 다른 추억이 되었다.
배우 문정희 의 살사댄스무대.
첫댓글 와 멋진춤이네요
질 춘다면 멋지지요.^^
감사합니다.
살사춤이 빠르고 경쾌하네요.
나이들어 배우면 따로 산소운동
않해도 되겠어요. 돌아가는게
탱고만큼이나 멋지네요...
나이가 들어 배우긴 힘든 춤이에요,,
워낙 빠른 몸동작을 해야 해서요.
그리고 리듬을 잘 타지 못하는 몸이면 더더욱 어렵죠.
남미사람들은 우리와 다른 리듬의 DNA가 있는 것 같아요.
나도 직장 동호회에서 사교
라텐 모던 다 마스터 했는데
막상 동료들외에는 잘 추지
못했어요 무엇보다 성격탓도
있지만 제가 여자키로는
큰편이라 바란스가 맞는
사람이 드물어요
제키가 170 이거든요^^
우리 나이대 치곤 큰 편이죠
그래서 맞는 상대가 없어요
회사에서 젊은 부하직원과
춤추면 키가 맞죠
춤추는 상대도 서로 키가
맞아야 하거든요 ㅎㅎ
이젠 사고이후로 그것도 못해요
멋진 취미 생활 응원합니다
개인적으로 전 차차차를 좋아해요
배우기 힘든 춤을 잘 배워 두셨네요.
저는 이제 다 잊어버려서 못 춰요.
어쨌든 커플 춤이라서 상대와 맞추긴 해야 될거에요.
대단한걸 배우셨네요.
저런거 하면 운동은 진짜 많이 되겠어요.
중급반까지 올라가셨었으니
일단 춤의 기본은 있으실텐데
이제 문제는 시간 만들기가
관건 이겠습니다.
고정도 배운 걸로는 명함도 못 내밀어요.
워낙 빠른 리듬의 춤이라서 나이 들어 배우니 따라가기 힘들었어요.
배울 땐 느린 템포로 배우니 할 만한데 정상적인 템포는 젊은 사람 못 따라가요.
사교춤 과는 리듬도 템포도 다른 것 같아요.
그 마저도 이제 다 잊어서 못한답니다.
살사댄스 정열적이고
건강미가 넘치네요
네 그렇죠.
젊은이들이 많이 배우는 춤이에요.
외국에 영행 가서도 바에서 아무와도 어울려 춤 출수 있다고
많이들 배우는 것 같아요.
매혹적입니다..탱고만큼이나~~
그만큼 어렵더군요.
저같은 나이많은 몸치는.
또 라틴 음악이 아주빠르니 그 템포에 맞춰야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