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계속된 비는 아침이 되어도 그치지 않는다. 오늘도 하루종일 비가 예보되어 있어서 느긋하게 움직이기로 했다. 계획은 계획일 뿐이고 이번에 만나지 못하면 다음에 만나면 되니 조급한 마음이 들지 않는다. 오늘은 양평에 계시는 휴람님의 초대를 받고 가는 길이다. 철원에서 양평으로 향하는 길에 있는 옛님들을 보면서 내려간다.
철원 고석정
철원을 몇 번이나 왔어도 들러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지나는 길에 대규모 주차장을 보며 대규모 관광지일 뿐이라 여겼다. 히메님과 마애님이 왔으니 들러보자고 한다. 비가 내리는 이른 아침이라 사람들이 거의 없다. 계곡의 풍경이 좋아 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촬영했다. 홍보판이 계곡으로 내려가는 계단의 끝까지 붙어있다. 몇 컷 찍었다.
양주 회암사지 박물관
입장료가 2000원이다. 유료라서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갖고 박물관으로 들어갔는데 특별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영상을 통해 회암사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용과 봉황문이 새겨진 기와가 눈에 띈다.
양주 화암사지 석조사리탑 등
회암사지 박물관을 짓기전에 한번 다녀왔었다. 그 때는 뭘보고 다니는지도 모르고 스템프투어 하듯 다니던 때라 답사를 했다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시절이었다. 지도에 오래도록 표시를 해 놓았는데 언제나 밀리고 밀려서 이제서야 왔다. 진신사리탑을 보니 기린이 있었는지도 기억나지도 않고 그저 있는 자리만 기억이 난다. 돌이 비에 젖어서 문양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 비오는 날이 좋은 점도 있다. 당간지주도 있는 줄도 몰랐다. 넓은 사역이지만 2000명이 넘는 스님들이 다 어디에서 머물렀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양주 회암사 문화유산다수
회암사는 몇 년전에 왔었는데 선각왕사비를 찾지 못했었다. 이후 선각왕사비가 산불로 인해 파손되어 경기도박물관에 있다는 자료를 찾았다. 경기도박물관에 전화해 보니 없다고 한다. 그래서 화재때문에 완전히 파손되었거니 했다. 박물관 야외에 선각왕사비에 대한 안내판이 있어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검색해 보니 파손된 귀부가 절집 뒷편 언덕에 있다고 해서 만났다. 유형문화재인 상정스님작 목불도 있었다. 문화재청 자료에 나오지 않았는데 의외였다..요근래 상정스님 작품을 계속 만나게 된다.
승탑은 모두 석등과 함께 있다..문득 석등과 함께 있는 승탑이 어디인지가 궁금해진다..다니면서 여러 곳 본 것 같은데 떠오르지 않는다. 무학대사탑은 경보기가 설치되어 있는데 철책안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경고음이 들린다. 센서가 지나치게 민감하다. 멀리서 볼 수 밖에 없다.
양평 상원사 범종, 사자상
직전 답사지에서 이동하는 시간이 길다. 수도권에서 60km를 이동하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그나마 한강을 끼고 이동해서 지루함이 덜하다..이동하는 내내 이어지는 대화가 아주 즐겁다. 마애님은 아재개그의 대가다. 흉내도 잘 낸다.
가짜 논란으로 국보에서 해제된 범종이 있는데 지금은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우리 종과는 좀 다른 모습이 보인다. 철조여래좌상이 있는데 선방에 있어서 친견할 수 없다. 종무소에 말씀을 드렸는데 단호하게 안된다고 한다. 아직 인연이 아닌가보다..사자상이 있는데 석등의 간주석으로 보인다.
양평 용문사 금동관음보살좌상, 정지국사탑, 비, 승탑원
지난 번에 왔을 때 금동보살님을 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미답지 목록에 있었는데 마애님과 히메님 덕분에 다시 찾았다. 고려말 금동불상을 몇 기 만나서 그런지 뭐라 표현할 수 없지만 그 특유의 느낌이 전해진다.
정지국사탑은 여전히 단아한 모습이다. 무학대사와 동문수학한 사이인데도 승탑은 완전히 다르다. 마애님은 역시 청와대와 관련있는 분이 확연히 다르다고 농담을 건넨다. 전에 왔을 때는 승탑원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우연히 보게 되었다. 오늘 답사는 여기까지다.
첫댓글 회암사지와 회암사는 오랜만에 봅니다.
휴람재를 방문하셨군요.
서치숙의 책들이 눈앞에 삼삼합니다.
즐거운 시간 되세요~~
아직 서치숙은 미답지인데 곧 뚫릴 것 같습니다..ㅋㅋ오늘 한글로 책바보라고 했습니다..휴람선생님께 어울리는 서재이름입니다..
우중에 답사하시느라 수고가 많으십니다.
덕분에 다시 간접 경험합니다.
무학대사탑을 가까이에서 살필 수 없게 한 것은 늘 아쉽습니다.
특이하다고 하신 하대석 모서리 귀꽃무늬 위쪽 연꽃잎에는 동물이 새겨져 있습니다.
정확히 판별하기는 어려우나, 아마 사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안쪽을 바라보거나, 반대로 바깥쪽을 바라보는 모습이고, 또는 고개를 돌려 살피는 모습도 보입니다.
오래전에 촬영한 사진 덧붙입니다.
다가갈 수가 없어 많이 아쉬웠습니다..사진을 보니 동물같은데 그러면 사자이겠죠.
무학대사 승탑 기단부 조성시기가
조선후기 순조대로 추정되는데(이응준의 훼철로)
그.당시 석조물에 대하여 불교적(사자상) 조형이 가능했을지도 궁금해지는 부분입니다
저는 아직 그 정도의 경지가 아니라서 답을 드릴 수가 없네요..고수님들의 답변을 기다려봅니다.
경복궁 수호 성격을 지닌 영제교 서수의 자세와
흡사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회암사지 사리탑의 하대석에 새겨진 동물은 기린이라고 합니다.
무학대사 석등 개석
새로 복원했군요..사진 감사합니다..
저희 관내를 다녀 가셨네요~ 보안시스템은 최근 설치했나보네요~ 얼마전까지만해도 자유롭게 다녔었는데 ㅜㅜ
예전 불교중앙박물관 특별전에 복원된 선각왕사비가 나왔었어요. 불교중앙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있을꺼에요
비신을 불박에서 보관중이군요. 요즘은 보물급은 웬만하면 접근금지 센서가 설치되어 있더군요..
무학대사 와 정지국사~
양평 상원사 와 용평(평창) 상원사의
동종~
많은 생각을
스스로에게 새로운 숙제를 남깁니다~
그렇게 대비시키니 비교해 볼만 합니다..같은 시대를 살았던 고승의 삶의 궤적이 다르고 같은 이름을 가진 종의 반대되는 운명도 재미가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