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67] 바보상자 TV와 똑똑이 스마트폰
김규나 소설가
입력 2022.06.22 03:00
닐 포스트먼 ‘죽도록 즐기기’
닐 포스트먼 ‘죽도록 즐기기’
오웰은 누군가 서적을 금지시킬까 두려워했다. 헉슬리는 서적을 금지할 이유가 사라지고 사고를 무력화하는 테크놀로지를 떠받들 것을 두려워했다. ‘1984′에서는 사람들에게 고통을 가해 통제한다. ‘멋진 신세계’에서는 즐길 거리를 쏟아부어 사람들을 통제한다. 오웰은 우리가 증오하는 것이 우리를 파멸시킬까 봐 두려워했다. 헉슬리는 우리가 좋아서 집착하는 것이 우리를 파멸시킬까 봐 두려워했다. - 닐 포스트먼 ‘죽도록 즐기기’ 중에서
병사들이 24시간 휴대전화를 소지하는 방안을 국방부가 모색 중이다. 현재 군 복무 중이거나 곧 하게 될 당사자는 물론, 입대할 자식을 둔 부모라면 수시로 안전을 확인할 수 있는 길을 바라지 않을 리 없다. 똑똑한 젊은이들이 휴대폰 사용으로 훈련에 지장을 줄 거라고도 믿고 싶지 않다.
교육자이자 커뮤니케이션 이론가였던 닐 포스트먼은 1985년에 출간된 이 책에서 미디어를 통한 정보의 포화를 걱정했다. 그는 TV와 개인용 컴퓨터가 우리 삶에 미치는 폐해를 피력하며 미래 사회는 빅 브러더가 공포로 통제하는 조지 오웰의 ‘1984′보다 재미에 빠져들게 하는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 가까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휴대전화라고 하지만 TV를 포함한 오락 거리가 무한한 스마트폰이다. TV는 바보상자라고 불렸지만 스마트폰은 이름부터 ‘똑똑이’다. 기기를 손에 쥐고 있는 것만으로도 첨단 정보의 소유자라는 안도감과 사회적 네트워크 안에 있는 것 같은 소속감을 느낀다. 잠시라도 눈을 떼면 불안해진다.
쉽고 편하고 즐거운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다. 자제와 절제도 배워야 할 인생의 지혜다. 하지만 세상은 싱싱한 사과부터 먹지 않으면 평생 썩은 것만 먹게 된다며 눈앞의 즐거움을 누리라고 달콤하게 속삭인다.
‘새로운 주류 매체가 사람들의 지적 능력을 편중시키고 특정한 정의를 선호하도록 조장하여 공공 담론을 변화시킬 것’이라며 TV를 멀리했던 저자가 스마트폰 시대를 살았다면 뭐라고 했을까. 알게 모르게 우리는 스마트폰에 중독되어 있다. 이 상태를 유지하고 더 넓게 확대하는 것이 정말 우리들 자신을 위한 일일까, 고민해야 한다.
김규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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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2022.06.22 07:28:36
"쉽고 편하고 즐거운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다" 글의 뜻을 이해는 하는데 실천이 어렵네요.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 가족들이 외식을 하면 각자의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과 젓가락 사용을 매우 능숙하게 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부부지간 부모와 자식과의 대화 단절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지요. 스마트폰 사용시간 1/2 로 줄이는 실천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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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2022.06.22 16:07:03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줄고, tv시청시간이 적어지면 가족과 대화 시간이 느나? 식사시간이 더 화목해지나? 아니라고 본다. 그냥 빈 공간만 남을 것이다. (민주화와 민주주의가 다르듯이) 단순히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것과 그 후의 시간을 어떻게 가꾸어나가는지는 전적으로 다른 일이다. 후자가 더 깊은 노력과 관심을 필요로 한다. 애초에 후자가 형편없었던 우리 가족사회에 스마트폰이 보기좋게 연착륙한 것 뿐이다. 스마트폰과 테레비 없던 과거를 미화하지 말 것. 스마트폰 있어도 화목한 가정은 화목하고, 없어도 불행한 가정은 여전히 불행하다. 서로가 얼마나 배려하고 존중하는 생활을 꾸려나가는지에 달렸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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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병찬
2022.06.22 19:07:27
지하철에서 앉으나 서나, 식탁에 앉아서도 심지어 걸어가면서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뗄 수가 없지요. 누리호 발사하는 역사적인 순간에도 모두의 손엔 스마트폰이..장마철 고즈넉한 산사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는 것도 멋진 신세계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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