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쯤, 아내와 함께 새말 IC 부근의 한 카페를 들렸다가 흔치않은 광경을 보았다.
카페 건물 입구 천장벽에 집을 지어 놓고 부화한 새끼 제비들이 점령군처럼 창틀과 계단을 점령한 채 자기들만의 유희를 즐긴다.
입구와 계단에는 제비들의 분비물이 지뢰밭처럼 널려있고
언제 공대지 미사일처럼 머리 위로 떨어질지 모르는 그 분비물에 카페 손님들은 긴장하며 계단을 오르 내린다.
전래동화 속의 복을 물어다 주는 새인지라 카페 사장도 어쩌지 못하고 방관하는듯 하다.
집에 보리수 나무가 두 그루 있다. 보리수 열매는 달콤, 새콤, 약간의 떫은 맛이 나는 열매로 기관지나 심혈관 질환의
예방에 좋고 비타민 C와 미네랄이 풍부하여 면역력 강화, 소화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매년 6월말부터 약 2주간 빨갛게 잘 익은 열매를 수확하여 아로니아와 함께 쨈을 만들거나 효소를 담가 먹는 좋아하는 열매이다.
그 보리수 나무 한 가운데 물까치가 둥지를 틀었다.
작년에 만들었던 둥지는 어떤 원인 때문인지 부서져 없어졌고 올 봄에 약 40cm 옆으로 더 큰 둥지를 지었다.
나에게 멸실신고도, 이전신고도 없었고, 신축허가를 요청한 적도 없었다.
가지와 잎으로 둘러싸인 은밀한 곳에 무허가 둥지를 지어놓고 오히려 밭일을 하는 내 머리를 스치는듯 날며
특유의 공격성을 보이며 자기네 둥지를 건드리지 말라는듯이 으르장을 놓는다.
생존과 후손번식을 위한 그들의 DNA에 각인된 공격성이라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수확철이 되니 부딪히고 만다.
이때가 물까치들은 새끼를 부화 시키며 번식기로서 예민한 때인지라 더 극성이다.
둥지가 있는 나뭇가지는 건드리지 않고 주변의 열매만을 따는데도 마치 공습경보가 울린듯
서너마리의 물까치가 갑자기 날아와 이리저리 날며 시끄럽게 지저댄다.
며칠 전 까마귀 한 마리가 왔다가 물까치들의 위협에 물러가는 것을 본적이 있었는데 그때와 비슷한 양상이다.
앞으로 2주 동안은 매일 이렇게 한 차례씩 전쟁을 치루어야 하나 보다.
외형은 참 예쁜 새인데 웬 성깔이 그리 날카로운지...
달이 대지를 밝히고, 태양등이 잔디밭을 밝히는 밤이 되니 모든 소음이 어둠에 묻힌다.
낮에 전투적으로 주변을 날던 물까치들도 흥분을 가라앉히고 잠들었을게다.
몇 년 전 잘 익어가던 불루베리를 하룻밤 사이에 싹 먹어치운 무뢰한들...
예쁘지만 까칠한 물까치들아!
오늘밤은 푹 쉬고 내일 또 즐거운 전쟁을 치루어보자꾸나...
사진과 동영상은 제 블로그에 담겨 있습니다.
블로그를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https://blog.naver.com/hrd2479/223490627544
첫댓글 소설가로군요~^^
소설이 아니라 다큐인데요...^^
전원생활의 재미를 더해주는 선물이네요^^
서울 올라 가신다고 하신거 같은데요^&?
작년 이맘때 서울 아파트 재건축이 끝나 이사를 하고 10촌2도의 도전을 했습니다만 전 아무래도 촌부의 삶이 맞나봅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