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생하던 모든 일들을... / 황영준
아득한 나의 갈길 다 가고 저 동산에서 편히 쉴 때/ 내 고생하던 모든 일들을 주께서 아시네 빈들이나 사막에서 내 몸이 곤할지라도/ 오 내 주 예수 날 사랑하사 늘 지켜 주시네
김신아 장로님(83세. 소록도교회)의 자서전 '하나님 나의 하나님'을 읽고부터 복음성가 '순례자'를 종종 부르고 있습니다. 새벽기도를 다녀오는 길에 사도행전 21장에 나오는 바울이 생각났답니다. 제3차 전도여행에 겪었던 죽음의 위험과 핍박과 고난. 그렇지만 이방인 교회에 나타난 주님의 은혜를 예루살렘교회의 장로들 앞에서 소개하는 장면입니다. "바울이 문안하고 하나님이 자기의 봉사로 말미암아 이방 가운데서 하신 일을 낱낱이 고하니 저희가 듣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하는 내용입니다.
'모든 일을 낱낱이 고하니'라는 말씀을 묵상하다가 자신의 80년 삶을 되돌아보았답니다. "내가 지나온 일들, 가시밭길을 걸어오고 험산준령을 넘어온 일들이 주마등처럼 뇌리에 스쳐 지나갔다. 이제 얼마 머지않아 천국에 갈 텐데, 그곳에 가서 하나님과 뭇 성도들 앞에서 지나온 이야기를 펼칠 때 나를 안아주시고 위로해 주시고 눈물을 닦아주실 장면들을 그려볼 수 있었다."고 고백합니다.
그 순간에 마음으로 깊이 감사하며 뜨거운 눈물이 흘렀습니다. 땅 위에서 주님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장차 누리게 될 하늘의 위로가 이런 것이겠구나 하고 생각하며 이 복음성가를 불렀습니다. 새벽 눈길을 지팡이로 더듬으며 돌아오는 길에 '...내 고생하던 모든 일들을 주께서 아시네...'를 여러 번 여러 번 불렀답니다. 울고 또 울면서.
종종 뵙지만 언제나 평안한 얼굴. 비록 한센병으로 고생하지만 그런 중에서 하나님의 뜻대로 헌신 충성했던 한 평생, 그리고 주님이 예비하신 그 나라의 위로와 평안을 사모하는 심령의 찬양은 언제나 감동이고 도전입니다. 누구를 만나서나 배우거나 느낄 수 없는 그 특별한 것 때문에 그 분을 스승으로 뵙습니다.
김 장로님은 음악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았지만 평생을 찬양하며 살았습니다. '내가 하늘나라에 가서 하늘의 찬양 지도자가 되는 것이다. 내가 평생토록 열심히 찬양을 지도하고 트럼펫을 불고 찬송을 불렀으니 기필코 하나님은 나에게 하늘찬양대의 제1테너를 맡기던지 아니면 하늘 심포니의 제1트럼펫을 맡기던지 아니면 천군 천사의 대 찬양을 지휘하는 그 지휘자의 일을 맡겨줄 것이다.' 이런 생각도 했답니다.
장애자 지원을 위한 기금마련을 위해 자신이 찬송한 음반을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알아주는 가수도 아닌 그가 서너 달씩 걸리면서 음반 둘을 제작했습니다. 하나님의 도구로 살아가려는 그의 헌신이요 열심이었습니다. 이런 일들이 기독교방송 '새롭게 하소서', 장애인을 위한 자선음악회, 대전극동방송 '은혜의 동산'에 출연하여 세상에 알려졌고, 교회를 순회하면서 찬양과 간증집회도 가졌습니다. 그렇게 모은 정성이 '믿음의 집'과 '한우리 쉼터'를 세우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일본인들과도 20여 년 전부터 교분을 가졌습니다. 김장로님의 지도로 세워진 농장마을 충광농장에 일본 대학생과 교수, 기자, 의사, 작가, 복지기관 직원, 방송국 PD가 찾아왔습니다. 봉사활동 차 모범 정착촌을 방문했던 것입니다. 20대 초반까지 일본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일본 말로 정착촌을 소개하고 찬송과 간증을 들려주며 복음을 전했습니다. 여러 사람이 주님을 영접했습니다. 기구찌 요시히로 청년도 그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금년에 일본 성서공회에 들어가서 일하게 되었는데, 앞으로 복음을 위해 헌신할 것이라합니다. 종종 한국에 나와 장로님을 만나는데 작년에는 우리 교회를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승용차로 8시에 광주를 출발하면 소록도 중앙리 장로님 댁에 12시쯤 도착합니다. 찬송하자며 피아노 앞에 앉으십니다. 앞으로 얼마나 사용할지 모르지만 큰맘 먹고 새 중고피아노로 바꾸셨습니다. '내 영혼이 은총 입어 중한 죄 짐 벗고 보니... 슬픔 많은 이 세상도 천국으로 화하도다.'
악보도 볼 수 없지만 이미 심령에 각인된 내 영혼의 찬양. 나무토막처럼 굳어진 손으로 연주하며 옥같이 맑은 소리로 찬양합니다. 인생의 길을 다 달리고 하나님의 나라 그 개선문 앞에서 부르는 간증이요 찬송입니다. 불치의 병으로 부모와 혈육을 떠나야 했고, 짐승 이하로 천히 여김을 받으며 살아야 했든 너무나 슬픈 인생. 그래도 하나님께 특별하게 쓰임 받은 내 몫의 십자가가 있었습니다. 그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때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진주 촉석루에서 멀리 바라보았던 고향은 갈 수 없어도 믿음의 눈으로 천국을 그리며 찬양합니다. '아득한 나의 갈길 다 가고 저 동산에서 편히 쉴 때 내 고생하던 모든 일들을 주께서 아시네...' 장로님을 뵈면 불충한 사역을 돌아보게 됩니다. 당신은 주님이 우리에게 보내신 좋은 스승입니다. -아멘-
- 황영준/ 광주동산교회 목사 / 교갱협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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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주님의 은혜가 늘 광주동산교회에 함께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