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해외에 나가면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택시를 타게 됩니다. 특히 유럽이 그렇죠. 그런데 거리에서 보면 가솔린 하이브리드 택시도 꽤 많이 돌아다니죠. 반면 국내는 대부분 LPG 택시만 있습니다. LPG에 ℓ당 220원의 세금이 전액 면제되는 만큼 택시 사업자로선 LPG 택시를 고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래서 그동안 꾸준히 택시 업계에선 경유 연료에도 보조금을 달라고 해왔습니다. 현재 화물차에 지원하는 ℓ당 345원 수준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LPG 쪽에선 반대를 해왔죠. 미세먼지가 많아진다고 말입니다. 둘을 저울질하다 결국 2015년부터 매년 1만대의 경유 택시에 보조금을 주기로 최근 결정이 됐습니다. 이른바 택시 연료 다변화 전략이지요. 그렇게 되면 택시 연료 시장은 경유와 LPG의 경쟁 구도로 흐르게 되고, 두 업계가 가격 인하 경쟁을 펼쳐 연료 가격 안정화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지요.
그렇다면 국내에서도 조만간 경유 택시를 이용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논란은 경유 택시 보조금이 제대로 쓰이느냐 하는 겁니다. 물론 전제는 어디까지나 일부 비양심 사업자에 해당되겠지요. 쉽게 보면 LPG의 경우 연료 탱크 채우면 다시 밖으로 빼낼 수가 없고, 또 그런 일도 거의 없지만, 경유는 탱크에 넣고 언제든 다시 밖으로 뺄 수 있다는 겁니다. 그걸 되파는 것, 혹시 생각해보셨나요? 그간 국토부가 경유의 택시 연료 사용을 반대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보조금 지급되는 경유의 비정상적 유통이었습니다. 하지만 택시 연료 다변화에 밀려 보조금을 주기로 한 것이지요.
의심이 많은 것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실제 지금도 농어촌에 공급되는 기름은 부가세, 특소세, 교통세, 교육세, 주행세 등이 면제됩니다. 그런데 이걸 받아서 되파는 경우가 종종 일어나곤 하죠. 자원경제학회 등에 따르면 면세유로 인한 연간 세금 탈루액이 최대 8,000억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면세유 제도를 손보겠다는 게 정부의 의지인데, 면세제도를 없애되 농어민들에게 그냥 유류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것이지요. 기름에 부과되는 세금은 누구에게나 공평 적용하되 별도의 재정을 지원하는 것 말입니다.
그럼 택시 연료로 사용하는 경유는 보조금이 얼마나 지급이 되는 걸까요? 예를 들어 특정 택시사업자가 ℓ당 평균 10㎞의 효율을 지닌 자동차로, 하루 평균 200㎞를 운행하면 필요한 경유는 20ℓ입니다. ℓ당 345원을 보조하면 6,900원 가량을 받을 수 있죠. 운행을 많이 하면 더 받고, 적게 하면 덜 받겠죠. 그런데 운행을 얼마나 했는지 확인할 방법이 아직은 마땅치 않다는 겁니다. 물론 요즘은 택시 운행 정보의 대부분이 수집돼 실제 운행거리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없습니다만 언제나 그렇듯 악용하려 마음먹으면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 생겨날 겁니다.
그런데 경유 외에 또 다른 대안은 없는지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왜 경유만 보조금을 줄까요? 요즘 해외에 가보면 가솔린 하이브리드 택시도 많습니다. 하이브리드는 기본적으로 도심 주행에서 효율이 동급일 때 경유차보다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알려져 있듯 경유 택시로 시범 운영된 현대차 i40 1.7ℓ 디젤 자동변속기 차종의 시내주행 효율은 에너지관리공단의 표시연비 기준으로 ℓ당 13.1㎞입니다. 반면 쏘나타 2.0ℓ 가솔린 하이브리드 자동변속기는 도심 효율이 16.3㎞입니다. 심지어 토요타 프리우스는 도심효율이 21.7㎞에 달합니다. 택시의 주력 운행 지역이 도심이기에 탄소배출을 줄이겠다면, 그리고 경유의 초미세먼지가 우려된다면 가솔린 하이브리드 택시도 대안이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유럽에서 가솔린 하이브리드 택시가 많이 운행되는 것이겠죠.
그러면 여기서 궁금한 게 외형적으로 경유 가격이 휘발유보다 저렴하니 경유 택시가 경제적으로 낫다는 주장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세금이 붙기 전 정유사가 공급하는 기름 가격은 경유가 936원, 휘발유가 877원입니다(2014년 1월 오피넷 기준). 오히려 휘발유 공급가격이 더 낮지만 교통에너지환경세액이 경유는 375원, 휘발유는 529원이어서 실제 소비자 구매 가격은 역전이 되는 겁니다.
그럼 배출가스는 어떨까요? 환경부 저공해자동차 인증현황에 따르면 현대차 쏘나타 2.0ℓ 가솔린 하이브리드는 ㎞당 일산화탄소가 0.072g, 질소산화물은 0.004g, 탄화수소는 0.003g, 증발 가스는 1.731g입니다. 반면 동급의 폭스바겐 파사트 2.0ℓ TDI는 경유를 연료로 사용할 때 일산화탄소 0.156g, 질소산화물 0.112g, 탄화수소 0.016g, 매연은 ㎞당 0.0004개로 돼 있습니다. 두 차종이 공통적으로 배출하는 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 탄화수소 등 세 가지를 비교하면 여전히 디젤의 배출량이 많은 것이지요. 물론 내년부터 유로6 기준이 적용되면 경유차의 배출가스는 지금의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겁니다. 이 경우 가솔린 하이브리드와 비슷하거나 조금 높은 수준의 친환경으로 근접하게 되겠죠.
그렇다면 경유 외에 가솔린 하이브리드 택시도 충분히 검토할 만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어차피 택시 연료 다변화를 꾀한다면 가솔린도 ℓ당 일정액을 지급하는 것이지요. 경유에 ℓ당 345원을 준다면 가솔린은 ℓ당 500원 정도를 보조하면 비슷해지는 겁니다. 게다가 환경부가 가솔린 하이브리드의 친환경 가치를 인정해 신차 구매 때 최고 310만원에 달하는 세금을 면제해주고 있는 마당에 택시로 사용하지 말라는 법이 없겠죠. 다시 말해 경유 택시 외에 휘발유 택시도 충분히 도입할 만한 사안이라는 겁니다. 휘발유도 보조하면 분명 하이브리드로 시선이 모이겠지요. 친환경차 보급하자고 세제 지원하는 마당에 경유와 LPG, 휘발유 가운데 왜 유독 휘발유만 배제했는지 궁금한 것이지요. 배출가스도 적게 배출하고, 경유차 미세먼지가 걱정된다면 가솔린 하이브리드 또한 충분한 대안이 되지 않을까요?
최근 영국 런던시가 택시를 모두 주행거리연장 전기차로 바꾼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택시 한 대가 월 평균 사용하는 연료 및 배출가스 총량이 일반 승용차 5대와 맞먹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많이 운행되는 택시부터 친환경으로 적극 바꾸겠다는 겁니다. 그리고 국내에 경유 택시 도입의 명분 중 하나가 유럽에서도 택시로 쓰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유럽에선 현재 가솔린 하이브리드 택시도 활발히 운행됩니다. 같은 논리로 접근하면 가솔린 하이브리드 택시를 못할 이유는 없어 보이는데, 제가 어리석은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