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착취패(虛著取敗)
헛수를 두어 패배를 당한다는 뜻으로, 내실을 기하지 않고 외양 쫓다 패배한다는 의미다.
虛 : 빌 허(虍/6)
著 : 붙일 착(艹/8)
取 : 취할 취(又/6)
敗 : 깨뜨릴 패(攵/7)
출전 : 이황(李滉) 퇴계문집(退溪文集) 9권
1566년 퇴계 선생이 박순(朴淳)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중 한 대목이 이렇다.
홀로 바둑 두는 자를 못 보았소? 한 수만 잘못 두면 한 판 전체를 망치고 말지요.
(중략)
내가 늘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기묘년에 영수로 있던 사람이 도를 배워 미처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급작스레 큰 이름을 얻자 갑자기 경제(經濟)로 자임하였지요.
임금께서 그 명성을 좋아하고 나무람을 후하게 했으니, 이것이 이미 헛수를 두어 패배를 취한(虛著取敗) 길이었던 셈입니다.
게다가 신진 중에 일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 어지러이 부추기는 통에 실패 형세를 재촉하고 말았지요.
(退溪先生文集/卷之九)
바둑에서 한 수의 실착은 치명적이다. 상대의 기선을 제압하려 했다가 오히려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괜찮겠지 방심하다가 대마를 죽인다. 일파만파로 걷잡을 수 없게 되어 자멸한다.
편지에서 퇴계가 조광조(趙光祖)를 평한 대목이 인상적이다. 그는 아직 학문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레 큰 명성을 얻었다.
게다가 의욕만 앞선 신진들이 공연한 일을 만들고 모험을 부추기는 통에 결국 일이 참혹한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실착 한 번이 치명적 패배를 부른다. 잘나갈 때 방심하지 말고 삼가고 또 삼가는 것이 옳다.
1795년 금정찰방으로 쫓겨나 있던 다산이 이 편지를 읽고 이런 소감을 덧붙였다. "이 한 대목이야말로 바로 선생의 평생 출처가 말미암은 바의 지점이다."
잘나간다고 교만 떨지 않고 더욱 삼간다. 역경에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사람들은 반대로 한다. 임금이 미워하는데 아첨으로 용납되려 하고, 조정이 참소하는데 논박하여 나아가려 하며, 백성의 원망도 아랑곳하지 않고 임금을 속여 지위를 굳히려 든다.
그러다가 권세가 떠나고 운수가 다하면 허물과 재앙이 걷잡을 수 없이 일어난다. 그리하여 일곱 자 몸뚱이를 망치고 만다. '도산사숙록(陶山私淑錄)'에 나온다.
[첨가]
참판 박순(朴淳)에게 답하는 편지에 ‘어찌 바둑 두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까. 한 수를 헛놓으면 온 판을 실패하게 됩니다. 기묘 영수(己卯領袖 조광조(趙光組))가 도(道)를 배워 완성하기도 전에 갑자기 큰 명성을 얻자, 성급히 경세제민(經世濟民)을 자임하였습니다.’ 하였다.
이 한 문단은 그야말로 선생이 평생 동안 이에 말미암아 출처를 그리하였던 대목이다. 당시 군자(君子)가 지지를 얻고 뭇 선인(善人)이 나아감이 마치 기러기털이 순풍을 만난 듯하여 막을 수 없었다.
국조(國朝)에 선인(善人)이 성대히 진출하여 마침내 패망함이 없는 상황으로는 이때만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선생이 놀라고 두려워하고 삼감이 이처럼 심각하여 앞 사람의 실패한 일을 거울로 삼아 항상 경계하였으니, 군자가 명철(明哲)하여 몸을 보전한 것이 이러함이 있었다.
선생이 정암(靜庵 조광조(趙光組)의 호)의 행장(行狀)을 지으면서 ‘세상일을 담당한 것 때문에 실패하게 되었다.’ 하여, 탄식하고 애석히 여기면서 세 번이나 자기 의사를 밝히었다.
아 ! 선생이 바야흐로 정암(靜庵)을 경계로 삼은 것이다. 비록 성상(聖上)이 옆 자리를 비워놓고 기다리고, 공경(公卿)이 홀(笏)을 들고 바라고, 도성 백성들이 이마에 손을 얹고 맞이한들 선생이 어찌 오래 머무르고 지체하여, 성상의 뜻이 혹시라도 싫어하고 소인들이 그 틈을 타서 여지없이 패망하는 지경에 이르도록 하려 하였겠는가.
곧 선생은 위대한 덕을 깊이 숨겨 흔들 수 없을 정도로 확고하였으니, 다만 자신만을 편안하게 하였을 뿐 아니라, 실로 당시 조정에 있는 선류(善類)를 널리 구제하려 한 것이었다.
그런데 제공(諸公)들의 소견이 이에 미치지 못하여, 초빙(招聘)하자는 청이 날마다 왕에게 진달되고, 책면(責勉; 퇴계에게 벼슬에 나서라고 권하는 것)하는 편지가 시골에 번갈아가며 날아 들었으니, 선생이 어찌 생각을 바꾸어 나서려 하였겠는가.
다산시문집(茶山詩文集) 22권 도산사숙록(陶山私淑錄)
잘나가다가 단 한 번 패착으로 판을 망치고 마는 사람이 많다. 감당하지 못할 이름과 지위는 재앙에 더 가깝다. 밖으로 내보이기보다 안으로 감추는 일이 더 급하다.
⏹ 곽경문(郭景文)에게 답함 - 병신년
편지에 말씀한 뜻 모두 잘 알겠네. 중인(衆人)은 비록 희로애락이 없을 때라 하더라도, 그 마음이 어찌 고여 있는 물처럼 조용할 수 있겠는가.
示意幷悉之。衆人雖無喜怒哀樂之時, 其心安得澹然如止水哉。
율옹(栗翁)이 말하기를 “중인이 비록 잠시 동안 미발할 때가 있다 하더라도 어찌 종일 동안의 혼란함을 구제할 수 있겠는가.” 하였으니,
栗翁曰 : 衆人雖有霎時之未發, 安能救終日之昏昏哉。
이로써 보면 율옹의 설도 오로지 미발을 하우(下愚)에게 인증한 것이 아니라 가설(假設)의 말씀이었을 뿐이니, 선사(先師)의 뜻과 같지 않음이 없네.
以此觀之, 栗翁說亦未嘗專以未發許於下愚, 乃假設之言也, 與先師之意無不同者。
융통성 있게 보는 것이 어떻겠는가. 선사의 본연의 성(本然之性) 운운 한 것에 대해서는 조만간 거론하여 공거(公擧; 이간李柬)에게 보내겠네.
活看如何。先師本然之性云云, 早晩當擧似於公擧耳。
명도(明道; 정호程顥) 문자에 정성서(定性書) 같은 것은 어찌 대문자(大文字)가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마음의 미발을 성(性)이라 하였는데 성이 어찌 정(定)할 수 있는 물건이겠습니까.
明道文字如定性書, 豈不是大文字。而心之未發謂之性, 則性豈是可定之物耶。
정성(定性)의 성(性)은 바로 심 자(心字)의 뜻이네.
定性之性, 卽是心字之意。
퇴계가 박사암(朴思菴; 박순朴淳)에게 답한 글에 “장기 두는 자를 보지 못하였는가. 한 수를 헛놓으면 전체 국세(局勢)를 망친다.” 하고,
退溪答朴思菴書云, 獨不見博者乎。一手虛著, 全局致敗。
또 “근세 사림(士林)의 화는 대체로 헛착수(著手)로 인해 일어난 것이다.” 하고,
又曰 : 近世士林之禍, 率因虛著而作。
또 “기묘 영수인(領袖人 조광조(趙光祖)를 가리킴)이 도를 배운 게 채 이루어지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큰 이름을 얻었으니, 이것이 헛놓아 실패를 취한 도이다.” 하였습니다.
又曰 : 己卯領袖人, 學道未成而暴得大名, 此是虛著取敗之道。
이 설이 퇴계집 9권 41쪽에 있는데, 퇴계가 정암(靜菴)에 대해 이처럼 불만스럽게 여긴 것은 무엇입니까.
此說在退溪集, 九卷四十一板, 退溪之不滿於靜菴如是者何也。
우암 선생이 말하기를 “정암은 사전(師傳 스승으로부터 전수함)을 말미암지 않고 혼자서 도의 오묘함을 깨달았다.” 하고, 또 “우리나라에서의 선생의 비중이, 송(宋) 나라에서의 염계(濂溪; 주돈이周敦頤)와 같다.” 하였습니다.
尤菴先生曰 : 靜菴不由師傳, 獨契道妙。又曰 : 先生之於我東, 正如濂溪之於宋朝也。
이로써 보건대 기준을 이와 같이 말씀하신 것은 참으로 감히 알 수 없는 바가 있습니다.
由此觀之, 立言如是者誠有所不敢知者。
우암 선생이 정암집(靜菴集) 서문에서 퇴계를 거론한 말에, 마치 따지는 듯함이 있고, 또 퇴계에 대해 불만스럽게 여긴 은미한 뜻이 있습니다.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尤菴先生於靜菴集序, 引退溪語, 有若分疏, 而亦於退溪有不滿之微意。未知如何。
정암이 도가 상망(喪亡)한 뒤에 정학(正學)을 제창(提倡)해 밝힌 것은 비록 염계와 같으나, 시세(時世)를 헤아리지 못하여 삼대의 정치(三代之政)에 한 번 뛰어 바로 이르고자 하였으니 이것이 퇴계가 한스럽게 여긴 이유이네.
靜菴倡明正學於道喪之後, 雖似濂溪, 不量時世, 三代之政欲一蹴而便到。
대개 퇴계의 말은 정암에게 완비(完備)를 바란 뜻이지, 정암을 유현(儒賢)이 아니라고 여긴 것은 아니네. 이 또한 융통성 있게 보는 것이 무방할 것이네.
此退溪所以爲恨也, 蓋退翁責備靜菴之意, 非以靜菴爲非儒賢。此亦活看無妨耶。
진씨(陳氏)의 학부(學蔀; 학부통변學蔀通辨) 운운 한 것은 우암 선생의 문자(文字)입니다.
陳氏學蔀云云, 此尤菴先生文字也。
전에 받은 하교(下敎)에는 아호(鵝湖)의 회합이 순희(淳煕) 을미년에 있었으나 정유년에 주자가 차운(次韻)했기 때문에 별리삼재(別離三載)라 했다고 하셨는데, 지금 송 선생께서 기록하신 바가 이와 같으니 설파(說破)해 주시기 바랍니다.
前承下敎鵝湖之會, 在於淳煕乙未, 而朱子次韻在於丁酉, 故云別離三載, 今宋先生所錄如是, 伏望示破。
이별한 지 삼 년인데 다시 마음 쓰이네(別離三載更關心) 라는 주자의 이 시는 “주자가 아호(鵝湖)에서 서로 만난 3년 뒤에 추작(追作)한 것이다.”는 말이 육상산집(陸象山集)에 보이네.
別離三載更關心。朱子此詩追作於鵝湖相見後三歲云者。見陸象山集。
[주]
아호(鵝湖)의 회합 : 주자와 육상산(陸象山)이 학문의 방법을 가지고 3일 동안 논쟁을 벌였던 회합. 여조겸(呂祖謙)의 권고로 신주(信州) 아호사(鵝湖寺)에서 회합한 주자와 육상산은 서로 자기의 학설을 말하면서 3일 동안 토론하였으나 끝내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했다. 이때 주자는 먼저 박학(博學)한 뒤에 약례(約禮)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육상산은 먼저 사람의 본심부터 발명(發明)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虛(빌 허)는 ❶형성문자로 虚(허)의 본자(本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음(音)을 나타내는 범호 엄(虍; 범의 문채, 가죽, 허)部와 丘(구; 큰 언덕)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큰 언덕은 넓고 넓어 아무것도 없다는 데서 텅 비다의 뜻으로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虛자는 '비다'나 '공허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虛자는 虎(범 호)자와 丘(언덕 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丘자가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구)자로 바뀌기 때문에 虛자는 丘자가 결합한 것으로 풀이해야 한다. 丘자는 '언덕'을 뜻하는 글자이다. 그러니 虛자는 마치 호랑이가 언덕에 있는 듯한 모습이다. 맹수의 왕이 나타났으니 모두 도망가기 바쁠 것이다. 그래서 虛자는 드넓은 언덕에 호랑이가 나타나자 모두 사라졌다는 의미에서 '비다'나 '없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虛(허)는 (1)내용(內容)이 비어 있는 것 (2)방심(放心)하여 게을리 한 곳이나 틈. 허점(虛點) 등의 뜻으로 ①비다, 없다 ②비워 두다 ③헛되다 ④공허(空虛)하다 ⑤약(弱)하다 ⑥앓다 ⑦살다, 거주(居住)하다 ⑧구멍 ⑨틈, 빈틈 ⑩공허(空虛), 무념무상(無念無想) ⑪마음 ⑫하늘 ⑬폐허(廢墟) ⑭위치(位置), 방위(方位) ⑮큰 언덕 ⑯별의 이름,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열매 실(實), 있을 유(有), 찰 영(盈)이다. 용례로는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꾸민 것을 허위(虛僞), 비거나 허술한 부분을 허점(虛點), 사실에 없는 일을 얽어서 꾸밈을 허구(虛構), 몸이 허약하여 기운이 빠지고 정신이 멍함을 허탈(虛脫), 사람됨이 들떠서 황당함을 허황(虛荒), 텅 비어 실상이 없음을 허무(虛無), 실상이 없는 말로 거짓말을 허언(虛言), 텅 빈 공중을 허공(虛空), 피곤하여 고달픔을 허비(虛憊), 마음이나 몸이 튼튼하지 못하고 약함을 허약(虛弱), 쓸 데 없는 비용을 씀을 허비(虛費), 실상은 없이 겉으로 드러내는 형세를 허세(虛勢), 어이없고 허무함 또는 거짓이 많고 근거가 없음을 허망(虛妄), 때를 헛되게 그저 보냄을 허송(虛送), 몹시 배고픈 느낌을 허기(虛飢), 쓸데없는 헛된 생각이나 부질없는 생각을 허상(虛想), 너무 과장하여 실속이 없는 말이나 행동을 허풍(虛風), 겸손하게 자기를 낮춤을 겸허(謙虛), 속이 텅 빔을 공허(空虛), 속이 빔을 내허(內虛), 정신이 허약한 병증을 심허(心虛), 위가 허약함을 위허(胃虛), 원기가 약함을 기허(氣虛), 마음이 맑고 잡된 생각이 없어 깨끗함을 청허(淸虛), 높고 텅 빔으로 지위는 높으면서 직분은 없음을 고허(高虛), 마음이 들뜨고 허황함을 부허(浮虛), 푸른 하늘을 벽허(碧虛), 마음을 비우고 생각을 터놓음을 일컫는 말을 허심탄회(虛心坦懷), 헛되이 목소리의 기세만 높인다는 뜻으로 실력이 없으면서도 허세로만 떠벌림을 이르는 말을 허장성세(虛張聲勢), 세월을 헛되이 보냄을 일컫는 말을 허송세월(虛送歲月), 방을 비우면 빛이 그 틈새로 들어와 환하다는 뜻으로 무념무상의 경지에 이르면 저절로 진리에 도달할 수 있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허실생백(虛室生白), 허를 찌르고 실을 꾀하는 계책으로 싸우는 모양을 이르는 말로써 계략이나 수단을 써서 서로 상대방의 약점을 비난하여 싸움을 이르는 말을 허허실실(虛虛實實), 말하기 어려울 만큼 비고 거짓되어 실상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허무맹랑(虛無孟浪), 허명 뿐이고 실속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허명무실(虛名無實), 예절이나 법식 등을 겉으로만 꾸며 번드레하게 하는 일을 일컫는 말을 허례허식(虛禮虛飾), 사심이 없고 영묘하여 어둡지 않다는 뜻으로 마음의 실체와 작용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허령불매(虛靈不昧) 등에 쓰인다.
▶️ 著(나타날 저, 붙을 착)은 ❶형성문자로 着의 본자(本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초두머리(艹=艸; 풀, 풀의 싹)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者(자, 저)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者(자, 저)는 많은 사항(事項)을 한뭉텅이로 함을 나타낸다. 음(音)이 닮았으므로 睹(도), 曙(서; 환히 밝다, 새벽)와 결부되어 저명(著名)하다의 뜻이 되고, 書(서), 暑(서; 써 놓다)와 결부되어 저술(著述)이라는 뜻이 된다. ❷형성문자로 著자는 ‘분명하다’나 ‘나타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著자는 사전에 언급된 뜻만 해도 20개가 넘는다. 왜냐하면, 고대에는 著(나타날 저)자나 箸(젓가락 저)자, 着(붙을 착)자가 서로 의미를 혼용했었기 때문이다. 후대에는 글자에 따라 뜻을 분리했지만, 사전상으로는 여전히 여러 의미가 남아있다. 하지만 지금 著자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뜻은 ‘나타나다’와 ‘분명하다’, ‘저술하다’이다. 著자는 단순히 여러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만든 글자이기에 글자 조합은 아무 의미가 없다. 그래서 著(저, 착)은 저자(著者)의 이름 다음에 쓰이어 저술(著述)이나 저작(著作)의 뜻을 나타냄. 지음의 뜻으로 ①나타나다, 나타내다 ②분명하다 ③드러나다, 분명해지다 ④두드러지다 ⑤그리다 ⑥짓다, 저술하다 ⑦쌓다 ⑧두다, 비축하다 ⑨세우다, 확립하다 ⑩이루다, 이루어지다 ⑪생각하다 ⑫정하다 ⑬알다, 알리다 ⑭보충하다 ⑮좋다, 마땅하다 ⑯오래되다 ⑰정성(精誠) ⑱지위(地位), 계급(階級) ⑲분명함, 뚜렷함 ⑳뜰(집 안의 앞뒤나 좌우로 가까이 딸려 있는 빈터) ㉑자리 ㉒오미자(五味子) 그리고 ⓐ붙다(착) ⓑ옷을 입다(착) ⓒ머리에 쓰다(착) ⓓ신을 신다(착) ⓔ다다르다(착) ⓕ시작하다(착)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나타날 현(現), 나타날 현(顯)이다. 용례로는 현저하게 큼 또는 뚜렷하게 큼을 저대(著大), 이름이 세상에 높이 드러남을 저명(著名), 뚜렷이 밝음을 저명(著明), 책을 지음을 저서(著書), 책을 지은 사람을 저자(著者), 책을 지어냄을 저작(著作), 뚜렷하게 불어남을 저증(著增), 뚜렷하게 보임을 저견(著見), 물가 따위가 눈에 뜨일 정도로 현저하게 떨어짐 저락(著落), 이름 따위를 장부에 적음을 저록(著錄), 세상에 이름이 널리 들림을 저문(著聞), 논문이나 책 등 글을 써서 책을 만듦을 저술(著述), 저술하고 번역하는 일을 저역(著譯), 뚜렷이 심하게 드러남을 현저(顯著), 이름난 저술을 명저(名著), 편집하여 저술함을 편저(編著), 힘써서 지은 책을 역저(力著), 어떤 사실을 논하여 책을 지음을 논저(論著), 책 하나를 가지고 몇 사람이 함께 지음을 공저(共著), 죄인의 목에 칼을 씌워 옥에 가둠을 착금(著禁), 죄인의 목에 칼을 씌움을 착가(著枷), 소금을 침을 착염(著鹽), 살가죽에 붙어 있는 살을 착육(著肉), 도장을 찍음을 착인(著印), 마음을 쏟아 잊지 아니함을 계착(係著), 편벽되게 집착함을 편착(偏著), 일정한 곳에 당연히 다달아야 함을 응착(應著), 때리거나 침을 타착(打著), 다른 곳으로 옮아 붙음을 이착(移著), 옷을 입음을 천착(穿著), 이름난 사람을 이르는 말을 저명인사(著名人士), 귀로 들어온 것을 마음속에 붙인다는 뜻으로 들은 것을 마음속에 간직하여 잊지 않는다는 말을 입이저심(入耳著心) 등에 쓰인다.
▶️ 取(가질 취)는 ❶회의문자로 又(우; 손)와 耳(이; 귀)를 뜻하는 글에서, 손으로 귀를 떼다, 떼다를 말한다. 옛날 전쟁에서 적을 잡으면 증거물로 그 왼쪽 귀를 잘라내어 가져 왔다는 데서 취하다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取자는 ‘얻다’나 ‘가지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取자는 耳(귀 이)자와 又(또 우)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갑골문에 나온 取자를 보면 손으로 귀를 잡은 모습이 그려져 있다. 取자는 먼 옛날 전쟁에서 유래한 글자이다. 옛날에는 전투를 치른 후에 내가 죽인 사람의 수만큼 포상을 받았다. 초기에는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적의 머리를 잘라 바쳤지만, 후에 부피를 줄이기 위해 적의 왼쪽 귀를 잘랐다. 여기서 ‘가지다’라는 뜻의 取자가 만들어졌다. 그러니까 取자는 손으로 귀를 잘라 ‘얻었다’라는 데서 유래한 글자인 것이다. 임진왜란 때 조선인 12만 명의 코와 귀를 잘라 가져 가 만든 귀 무덤이 아직도 일본 교토시에 남아있다. 그 무덤의 이름을 耳塚(이총)이라 한다. 그래서 取(취)는 (1)십이인연(十二因緣)의 한 가지. 애(愛)에 따라 일어나는 집착(執着) (2)번뇌(煩惱), 집착(執着) 등의 뜻으로 ①가지다, 손에 들다 ②취(取)하다 ③의지(依支)하다, 돕다 ④채용(採用)하다, 골라 뽑다 ⑤받다, 받아들이다 ⑥이기다 ⑦다스리다 ⑧멸망(滅亡)시키다 ⑨장가들다 ⑩어조사(語助辭) ⑪인연(因緣)의 하나 ⑫춘추(春秋)의 필법(筆法)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버릴 배(偝), 버릴 기(弃), 버릴 반(拌), 던질 포(拋), 버릴 연(捐), 버릴 사(捨), 버릴 수(擻), 버릴 랄/날(攋), 버릴 기(棄)이다. 용례로는 있는 사실을 없애 버림을 취소(取消), 영양분을 빨아들임을 섭취(攝取), 꼭 누르거나 비틀어서 즙을 짜 냄을 착취(搾取), 사물을 다룸을 취급(取扱), 어떤 사물에서 작품이나 기사의 재료를 얻음을 취재(取材), 자기 소유로 함을 취득(取得), 연구나 조사를 위해 필요한 것을 그곳에서 취함을 채취(採取), 방송이나 진술 따위를 자세히 들음을 청취(聽取), 어름장을 놓아 억지로 빼앗음을 갈취(喝取), 싸워서 빼앗아 가짐을 쟁취(爭取), 어떤 내용의 소리를 녹음하여 채취하는 것을 녹취(錄取), 남의 것을 억지로 빼앗아 가짐을 탈취(奪取), 목숨을 버리고 의리를 좇음의 뜻으로 비록 목숨을 버릴지언정 옳은 일을 함을 일컫는 말을 사생취의(捨生取義), 주머니 속에 지닌 물건을 꺼낸다는 뜻으로 아주 쉬운 일 또는 손쉽게 얻을 수 있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낭중취물(囊中取物), 장단을 가려서 격식에 맞춘다는 뜻으로 나쁜 것은 버리고 좋은 점은 취한다는 말을 사단취장(捨短取長),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려서 골라잡음을 이르는 말을 취사선택(取捨選擇),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차지함을 일컫는 말을 사소취대(捨小取大), 돈이 없이 남의 파는 음식을 먹음을 일컫는 말을 무전취식(無錢取食), 가까스로 밥이나 얻어 먹고 살아가는 꾀를 일컫는 말을 취식지계(取食之計), 사람을 속여 돈이나 물건을 빼앗음을 일컫는 말을 기인취물(欺人取物), 교묘한 수단으로 빼앗아 취한다는 뜻으로 남의 귀중한 물건을 가로채는 것을 이르는 말을 교취호탈(巧取豪奪) 등에 쓰인다.
▶️ 敗(패할 패)는 ❶형성문자이나 회의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뜻을 나타내는 등글월문(攵=攴; 일을 하다, 회초리로 치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貝(패)가 합(合)하여 싸움에서 지게 되어 패하다를 뜻한다. 敗(패)는 則(칙)의 반대로, 법칙(法則)을 때려 부수다, 사물을 못쓰게 만들다, 나중에는 적에게 지는 것의 뜻을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敗자는 '깨뜨리다'나 '패하다', '지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敗자는 貝(조개 패)자와 攵(칠 복)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하지만 敗자의 갑골문을 보면 貝자가 아닌 鼎(솥 정)자가 그려져 있었다. 고대에는 나라마다 섬기는 신이 있었고 그 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는 솥을 사용했다. 그래서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던 솥은 매우 신성시됐다. 그런 솥을 그린 鼎자에 攵자가 더해진 것은 신성한 솥을 깨부수었다는 뜻이다. 신성한 솥이 깨졌다는 것은 적에게 패배했음을 상징한다. 그래서 敗자는 '패하다'나 '깨뜨리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지만, 후에 鼎자가 貝자로 바뀌면서 본래의 의도를 알기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敗(패)는 실패(失敗)하거나 패배(敗北)함, 또는 그러한 일의 뜻으로 ①패(敗)하다, 지다 ②무너지다 ③부수다 ④깨뜨리다 ⑤헐어지다 ⑥깨어지다 ⑦썩다 ⑧떨어지다 ⑨해(害)치다 ⑩기근(飢饉) ⑪재앙(災殃), 재화(災禍) ⑫흉년(凶年)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잃을 실(失),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이길 승(勝), 있을 존(存), 이룰 성(成), 있을 유(有), 일 흥(興) 이다. 용례로는 가산을 탕진하여 없앰을 패가(敗家), 싸움에 져서 망함을 패망(敗亡), 싸움에 지거나 일에 실패한 원인을 패인(敗因), 도덕과 의리를 그르침을 패덕(敗德), 싸움에 져서 죽음을 패사(敗死), 싸움에 져서 뿔뿔이 흩어짐을 패산(敗散), 사업에 실패함을 패업(敗業), 패하여 세력이 꺾인 나머지를 패잔(敗殘), 전쟁에 짐을 패전(敗戰), 싸움에 져서 멸망함을 패멸(敗滅), 패배의 빛이나 패배할 것 같은 경향을 패색(敗色), 싸움이나 경기에 진 사람을 패자(敗者), 싸움에 져 도망침을 패주(敗走), 찢어진 종이나 못쓰게 된 종이를 패지(敗紙), 싸움에 져서 도망함을 패배(敗北), 일에 성공하지 못하고 망함을 실패(失敗), 이김과 짐을 승패(勝敗), 참혹하게 패함을 참패(慘敗), 성공과 실패를 성패(成敗), 쇠퇴하여 문란해지는 것을 퇴패(頹敗), 경기나 시합에서 약간의 점수 차이로 애석하게 짐을 석패(惜敗), 싸움에 한번도 지지 아니함을 무패(無敗), 지지 아니함이나 실패하지 아니함을 불패(不敗), 일을 그르쳐 패함이나 분하게 짐을 분패(憤敗), 가산을 탕진하고 몸을 망침을 일컫는 말을 패가망신(敗家亡身), 마른 버드나무와 시든 꽃이라는 뜻으로 용모와 안색이 쇠한 미인의 모습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패류잔화(敗柳殘花), 생활이 바르지 못하고 썩을 대로 썩음을 일컫는 말을 부정부패(不正腐敗), 적을 가볍게 보면 반드시 패배함을 일컫는 말을 경적필패(輕敵必敗), 싸움에 한 번 패하여 땅에 떨어진다는 뜻으로 한 번 싸우다가 여지없이 패하여 다시 일어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일패도지(一敗塗地), 실패를 거울삼아 성공하는 계기로 삼음을 일컫는 말을 전패위공(轉敗爲功), 한 번 이기고 한 번 짐을 일컫는 말을 일승일패(一勝一敗), 자기 군대의 힘만 믿고 교만하여 적에게 위엄을 보이려는 병정은 적의 군대에게 반드시 패한다는 뜻을 이르는 말을 교병필패(驕兵必敗), 아주 튼튼하여 절대로 깨지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만년불패(萬年不敗), 자연을 거역하여 私意사의를 끼우면 길패함을 이르는 말을 위자패지(爲者敗之)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