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의성답사에서 달넘새님이 숙제를 내 주셨다. 이런 저런 일들로 경주갈 시간을 내지 못하다 이번 주에 잠시 짬을 내서 다녀올까 싶어서 급하게 답사계획을 짰다. 기왕 나서는 길에 드론 몇 군데를 찍고 싶어서 드론가방 하나 달랑 메고 길을 나섰다. 경주로 가는 길에 양산에 있는 한국꽃궁중박물관에 8시 50분쯤 들러 탑사진을 찍고자 했다. 박물관 여는 시간이 10시다. 1시간을 기다려야 해서 알바한 셈 치고 첫번째 답사지로 향했다.
경주 정혜사지 13층석탑
달넘새님이 내준 숙제가 2층옥개석부터 전층 옥개석과 탑신석이 일석인지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내가 드론촬영을 할 때 주로 촬영하는 것은 찰주공의 모양과 존재여부, 옥개석에 장식공이 있는지 여부, 겨냥도로 봤을 때 느낌 등이라서 지난 번에 촬영한 사진으로는 일석여부를 확인하기 곤란했다. 이번에는 줌으로 확대해서 찍을 생각이다. 정혜사지에 도착하니 아무도 없다. 차를 출입구 바로 옆에 세우고 드론촬영을 시작하려니 드론에 있던 sd카드가 없다. 순간 당황했지만 폰에 있던 sd카드를 꺼내서 촬영이 되는지 시험해 보니 저장이 된다. 다행이다. 정혜사지가 넗은데도 탑이 높아서 드론으로 보니 공간이 협소해 보인다. 해부하듯이 전층을 촬영해서 달넘새님께 보냈다. 매우 흡족해 하신다. 도움이 될 수 있어서 좋다.
포항 천곡사 승탑원
경주로 오는 길에 포항에 계시는 마애님께 전입신고를 했다. 포항에 답사온다니 바로 준비해서 정혜사지로 맞으러 오셨다. 드론촬영이 생각보다 빨리 끝나서 안강읍 근처에서 만나서 흥해쪽에 내 차를 주차하고 마애님차로 오늘 답사를 다녔다. 몇년 전에 카페회원님들과 번개답사로 왔었는데 승탑원을 찾을 수가 없었다. 비도오고 해서 다음을 기약했는데 이제서야 왔다. 마애님이 안내한다. 너무도 찾기 쉬운 곳에 있었는데 왜 못찾은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승탑들이 참 재밌다. 옥개석쪽이 다들 특이하다. 마애님은 승탑을 만든 장인이 참 자유롭고 실력이 좋다고 한다. 그 말에 동의한다.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포항 보경사 5층석탑, 성보박물관
마애님이 사주시는 물회를 먹고 보경사로 향한다. 일주문 옆에 있는 주차장으로 진입하는 통로를 막아 놓아서 근처에 주차하고 종무소로 향했다. 종무소에 있는 팀장님께 드론촬영의 허가를 구하니 관람객의 안전때문에 잠시 망설인다. 마애님이 신분증을 꺼내서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나도 신분증을 꺼내서 보여주니 촬영을 허가한다. 사람들이 없는 순간을 찾아서 열심히 찍었다. 비례가 참 좋다. 아래에서 봐야 비례가 좋은 탑도 있고 드론으로 봐야 비례가 좋은 탑도 있는데 이 탑은 둘다 좋다. 몇 번이나 왔었는데 성보박물관을 열지 않아 보지 못했다. 사인비구 동종을 거의 다 봤는데 보경사 것만 보지 못했었다. 불화가 여러 점 있다. 성보박물관을 다 보고 나오려는데 어디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약천님 내외이다. 오늘 답사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한다. 나와 마애님 소개를 돌로 미친 옛님카페 회원이란다. 맞는 말이다. 우리 대장님이 미쳐있는데 따라 미치지 않을 수가 있나 싶다.
포항 보경사 서운암 석조보살좌상, 승탑원
법당안에 먼저 참배하고 나서 보니 좌협시보살님만 옛님으로 보인다. 자세로 보았을 때 석불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승탑원 내부에 들어가는 것을 허락받기 위해 스님을 찾으니 안계신다. 지난번에도 스님이 계시지 않아서 담벼락에서 보고 찍었다. 마애님이 스님을 찾아서 허락을 받을 테니 먼저 들어가서 보라고 한다. 그럴 수 없어서 이번에도 담벼락에서 보고 있으니 허락을 받고 온다. 마애님이 과거에는 아예 출입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잘 보여주신다고 한다. 이 곳에는 다들 날씬한 승탑들이 대세다. 지난번에는 자세히 보지 못해서 몰랐는데 석탑을 재활용한 승탑이 여러 기 보인다. 마애님은 옛날 승탑을 만든 스님들이 탑을 재활용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한다. 알뜰하게 탑신석까지 재활용했다.
포항 서정리 석조비로자나불좌상
오늘은 정혜사지와 보경사만 계획잡고 온 터라 시간이 남는다. 마애님이 영덕 쟁암리 마애불을 보지 못했다고 해서 그 쪽으로 길을 잡았다. 두번이나 왔던 곳이라서 저수지에 차를 두고 계곡을 건너려고 저수지쪽으로 가니 풀이 너무 많아서 건널 수가 없다. 반바지에 가벼운 차림으로 온 터라 풀숲을 헤치고 저수지 제방아래로 내려갈 수가 없어 겨울에 다녀오시라고 하고 돌아나왔다. 마애님은 마애불을 보지 못해 조금 아쉬워한다. 법광사지로 가는 길에 서정리를 지나가서 잠시 들러서 봤다. 요즘은 안상이 눈에 잘 들어온다. 석불대좌는 아닌 듯 한데 조선시대 안상의 모습은 아니다.
포항 법광사지
발굴후에 정비를 하고 나서 처음으로 찾는다. 마애님이 이 근처에 전원주택을 지어서 16년을 살고 8년전에 시내로 나왔다고 한다. 여기 있으면서 종형승탑 1기와 탑비 1기를 발견하였다는 무용담을 들려준다. 우리카페 회원님들 사이에 알게 모르게 최초발견이라는 단어를 좋아하는 사람이 몇 명이 있다. 마애님은 소리없이 강하게 최초발견자가 되었다고 한다. 마애님과 함께가 아니라면 절대 찾을 수 없는 곳에 있다. 석종형 승탑의 사리공을 처음본다. 승탑을 눞히지 않고는 볼 수 없는데 여기는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쓰러져 있다. 이 산을 이잡듯이 뒤졌지만 하대석은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계획에 없었지만 법광사지 드론촬영을 했다. 지금은 길때문에 사지가 쪼개져 있지만 어디까지 사지였을 지 알 수 없다. 6시가 되었는데도 해가 있다.
포항 회재 이언적 신도비
몇 년 전에 찾았다가 아래에 재실 주인과 언쟁을 했다. 그래서 더 싸우기 싫어서 안보고 내려왔었다. 당시에 사나운 개들이 있었는데 오늘은 없다. 혹여 다시 인상을 붉힐까 걱정했는데 오늘은 아무도 없는 듯하다. 조용히 보고 왔다. 신도비가 양동마을에도 있는데 마애님은 여기 신도비가 더 좋아 보인다고 한다. 이수에 있는 용이 참 정숙하고 귀여워 보인다. 지난 번 철원에서 봤던 김응하장군 신도비는 힘이 넘쳤는데 참 다르다. 근거도 없이 문신과 무신의 차이려니 생각해 본다. 바로 위의 묘가 회재선생의 묘이다. 회재선생의 묘 바로 위에 정경부인 박씨의 묘인데 망주석이 참 섬세하다.
포항 달전리 주상절리, 일제강점비 묘산비
주상절리를 보기 위해 간 것이 아니고 그 입구에 마애비가 있어서 무엇인지 확인하러 갔다. 보경사에서 마애님이 약천님께 물었는데 모르겠다고 해서 혹시 마애부도일지 모르니 확인해 보자고 한다. 만약 새로운 마애부도가 발견된다면 선과 대장님께 즉시 보고할 요량으로 찾았다. 암벽 중간에 있어서 올라가는 것이 좀 위험하다. 오늘 반바지 입고 가벼운 운동화 신고 왔는데 바위를 타고 올라야 해서 조금 긴장이 된다. 글자들이 많이 보이는데 묘산비문이라는 글이 보이고 년도가 보이는데 글자를 확인할 수가 없다. 좁은 바위면에서 사진을 찍을 수도 없다. 자세히 관찰하려면 사다리를 타고 올라와야 한다. 겨우 암벽에서 내려와서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글이 하나 있다. 실명인데 마애님 말로는 보일러님이 쓰신 글이라고 한다. 확인결과 소화 11년 1936년에 만든 묘산비이다. 많은 글자들이 써 있는데 해석이 된 것은 없는 듯 하다. 조선시대 묘산비가 10여기 밖에는 없다고 하는데 마애비는 얼마나 있을 지, 이 곳 묘산비의 사연도 궁금하다. 포항을 책임지고 계신 약천님이 해독해 주시기를 기다려 본다.
답사를 마치고 마애님이 저녁을 먹고 가라고 한다. 하루 종일 운전하고 점심에 저녁까지 사 준다. 감사한 마음으로 맛나게 먹었다. 다음에 나의 나와바리 경남권으로 진입하시면 꼭 연락하라고 부탁한다. 도반이 내가 사는 지역에 오면 당연한 일이려니 하면서도 늘 감사한 마음이다. 신세갚을 날을 고대해 본다.
첫댓글 더운날씨에 수고 많으셨습니다 포항에도 볼곳을 여러곳 가셨네요. 늘 현장 생생정보 잘 보고 있습니다.
마애님 덕분에 여러 곳을 갈 수 있었습니다.
얼마전 보경사에 둘러본 뒤 목록에만 넣어둔 채 가지 못한 서정리, 회재신도비와 묘역 잘 봤습니다.
보경사는 그새 연등을 치웠네요.
저도 서운암 동종이 이렇게 작아서 좀 놀랐고, 법광사지 부도는 존재도 몰랐습니다.
코로나가 끝나고 나니 성보박물관들을 하나둘 개방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마애님이 안내해 주셔서 법광사지 승탑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사인비구 동종 중에 제일 작은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답사의 여정과 동행이 아름답습니다.
부럽단 말씀입니다^^
또르님과도 함께 할 시간을 맞춰 봅시다.ㅎㅎ
강철 체력에
오늘의 숙제를 내일로 미루지않는
모범생
노마드님과 함께한
답사여행 즐거웠습니다
다음
기대합니다~
강철체력은 마애님이시고 숙제안하는 것을 두고 못보는 것은 직업병입니다..조만간 방문하실 걸로 알겠습니다..ㅎ
우와~ 세상에! 너무너무 부러운 답사길입니다. ㅎㅎㅎㅎ
법광사지 드론 모습은 또다른 아름다움이네요!!!!
아주 작은 놈이 높이 날아서 눈을 치켜뜨고 보여줘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보경사 스님 진영은 '성보박물관' 에서 전시합니까 ?
저도 석탑 직접 봤는데요, 드론 사진이 아름답습니다.
진영은 성보박물관에 다 있습니다.
이번 주말에 정혜사지 기단부 세부사진과 경주 외곽지역, 경산 일대 답사를 계획했으나 갑작스런 동선 변경으로 한 주 미뤄지게 되는군요
절수구가 유존하는 석탑은 대부분 전층에서 보이지만 드물게 전층에 나타나지 않는 탑들이 9세기 후반부터 보입니다.
삼층석탑에서는 9세기 후반에 조성된 경주 감산사지 삼층석탑에서 먼저 보입니다
이 탑에서는 초층에서 절수구가 보이지만 2,3층은 절수구가 없습니다.
오층석탑에서는 본문에서 예시한 포항 보경사 오층석탑(1023년)이 거의 최초의 사례가 됩니다.
석탑에서의 절수구는 답사인들도 눈여겨 보지않는 부분인데 치밀하신
노마드님 레이더에 포착되었군요.
보내주신 정혜사지 탑신부 드론 사진 잘 쓰겠습니다.
많은 도움과 참고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보경사 오층석탑의 절수구가 없는 것이 저는 혹시 언젠가 보수하면서 사라진 것이 아닌가 소설을 써 봤습니다. 늘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도움이 될 수 있어 좋습니다..ㅎ
옛님 회원님들의 열정이 대단하십니다!
잘 보고 갑니다
보경사 성보박물관에서 잠깐의 조우...
그때 그모습 그대로여서 보기좋았습니다
좋은 도반과 함께 했던 답사라 좋았습니다. 짧은 만남이라서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