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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발행 2002. 10. 10. 문화 제133호 등록
여는시/김성춘.두레논단/임정택.문학산책/김현철.문학감상/이민영.[신작시 특집]권기만.김정숙.박봉준.성자현.이민화.이용일.황말남.[시조]박희곤.추창호.현? 임. [아동&청소년문학]이승민. [수필]고영예.[시와비평]권기만.박봉준.이상식.이용일.[두레문단]강현옥.권정욱.김경곤.김명희.김영천.김윤자.김종제.김현철.김혜영.박동덕.성은경.송문희.안재동.이미자.이병훈.이상식.이상태.이승하.이은심.임정일.임정택.조성범.최순자.현혜숙.[초대시]권정일.고경숙.김연성.마경덕.신진.안효희.이동호.이성목.이 신.이효녕.정일근[2006년신춘문예]한분옥.[신인상]허양희.허용.김민성.엄태우.김금희.
[신작][특집]문예대학&문학연구회. [전국충의백일장]작품&심사평.
?[천우로고]
[뒷표지/편집자 주]
도서출판 [천우]
[두레문학 안내]
문화 제133호 비영리민간단체(NGO)등록 『시와비평문학회』 공인단체가 http://cafe.daum.net/emunhak 시와비평『두레문학회』, 계간 문예지『시와비평&시조와비평』http://cmunhak.com 웹사이트를 운영합니다. 매년 한국문화예술진흥기금 수혜사업으로 [전국충의백일장], [문학 강좌&세미나], 문학지 『두레문학』을 발간합니다.
[들꽃]표지그림 박덕기 화백 www.pak.ba.ro/ ---
*1954 부산 출생 *세종대학교 회화과 졸업.
*개인전 3회(백송화랑, 드림갤러리, 단성갤러리)
*현재:한국미술협회 서양화1분과 분과위원.
대한민국 회화제. 대한민국 창작미술회.
21C ICAA. 강서미술협회. 세종회화제. 군자회.
[앞표지 이면]
[뒷표지 이면/도서출판 천우(신인상/구독 안내 등)]
도서출판 [천우]
2006 두레문학 화보
[두레문학]표지
[두레문학]발간기념회
[사랑 갈무리]표지
혜관 시집 [사랑 갈무리]발간기념회
[전국충의백일장] 참석 문인 [백일장]경상일보 기사
두레문학
http://cmunhak.com/ 『시와비평』
http://cafe.daum.net/emunhak/ 『두레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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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례
여는 글
화보 1~4
초대하는 시/김성춘
[두레논단]임정택/김수영 시에 대한 포스트 콜로니얼적 접근[문학산책]김현철/시인의 상상력과 독자의 상상력?
[문학감상]이민영/禪의 談과 인간 사이에서 그 고뇌를 읽기
[신작특집][시]
권기만/귀가 외2편
김정숙/나는 아직 통화 중입니다 외2편
박봉준/능소화 외2편
성자현/회색모자이크 외2편
이민화/바다에 뜨는 별 외2편
이용일/방짜유기 외2편
황말남/육근청정 외2편?
[시조]박희곤/거미 외2편
추창호/푸켓 가는 길에 외1편
현? 임/어깨동무 외2편
[아동&청소년문학]이승민/배꼽참외 외2편
[수필]고영예/호숫가에서
[시와비평]
권기만/[시평] 소통부재가 소통인 시대의 시 읽기
박봉준/[시평] 허용 시인의 시에서 엿보는 실직의 아픔
이상식[시평] 드러냄의 미학
이용일[시평]?美的 관점의 詩 文學
[초대작가]
권정일/검정 구두
고경숙/묵계리 근처
김연성/수도꼭지의 말
마경덕/길에도 혀가 있다
신 진/먹고 싸는 일
안효희/소용돌이-2
이동호/옹당이
이성목/낡은 구두
이 신/안녕, 누렁이
이효녕/처마에 대하여
정일근/별사(別辭)-경주 남산-37
[2006년 신춘문예 당선]
한분옥/국립중앙박물관
[2006년 신인상 당선]
허양희/기러기 아빠 외2편
허용/옛날 치킨 집 외2편
김민성/운문사 은행나무 외2편
엄태우/못 외2편
김금희/오카리나
두레문학
기획위원/강현옥.성자현.송문희.엄태우.임정택.조경근.황말남.
자문위원/김성춘.박구하.한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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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문단]강현옥/미완의 그림
권정욱/매미 외2편
김경곤/씨닭(종계)
김명희/해오름 길
김영천/난 꽃이 흘리는 눈물
김윤자/가슴으로 본 독도
김종제/계면조
김현철/슈베르트에게
김혜영/맨드라미
박동덕/솟대 외2편
성은경/골다공증 외1편
송문희/촛불
안재동/밥이나 먹고 삽니다
이미자/복숭아 맺혔다
이병훈/가르마
이상식/날벌레들의 변명
이상태/수평선 찾기 외1편
이승하/가족
이은심/아도니스, 너의 봄을 기다리리니
임정일/여름이야기
임정택/처녀바위
조성범/꿈
최순자/장평을 지나며
현혜숙/겨울나무를 보며???
[신작]
김광련/은사시나무
김삼주/달팽이의 초대
박세영/청개구리
서순옥/도마 위의 뮤지컬
성기화/그래서 더 그리운 게지
이경숙/백합
임윤식/타임캡슐
한영채/북궁, 백련암에서
이양섭/산행보고
[특집]문예대학
강동화/의처증
김종환/새벽 아스팔트 위의 은행나무
도희종/용도변경
민애자/뒷모습이 전하는 말
박명남/분수대 앞에서
손갑식/무당벌레
심정란/가을
이명주/대문을 나서면
조경근/블랙러시안
이상태/이미지 연상에 의한 은유 기법
[전국충의백일장] 장원작품&심사평
[사이버백일장] 문학교과연구회
2006 두레문학 화보
백일장 시상 장면 백일장 심사 장면
두레시화전
두레시화전 전경 허 용『시와창작』신인상
2006 두레문학 화보
박세영/허양희『문학세계』신인상
엄태우『문학세계』신인상
김민성『시조와 비평』신인상
권기만[문학저널]신인상 김금희『문학세계』신인상
2006 두레문학 화보
[두레문단 작가]
고영예
권정욱
김경곤
김명희
김영천
김윤자
김종제
김현철
김혜영
박동덕
박희곤
성은경
안재동
이미자
이민영
이병훈
이상식
이승하
임정일
조성범
최순자
현 임
현혜숙
자문 김성춘
신춘문예
신인상
신인상
신인상
신인상
신인상
서울신문
문학세계
시와창작
시조와비평
문학세계
문학세계
자문 한분옥
허양희
허 용
김민성
엄태우
김금희
2006년 발행 2002. 10. 10. 문화제133호 등록
[그림 삽입]
[천우로고]
[두레문학] 여는 글
[두레문학]
문화예술과 제133호 비영리민간단체(NGO)등록 [시와비평문학회] 공인단체가 http://cafe.daum.net/emunhak 시와비평[두레문학회], 계간 문예지『시와비평&시조와비평』웹사이트 http://cmunhak.com 운영합니다. 매년 한국문화예술진흥기금 사업으로 [전국충의백일장], [문학강좌], 문학지 [두레문학]을 발간하고 있습니다.
①
[입회원서]제출&연회비 납부한 다음날부터 회원 자격이 있습니다.
회원끼리 퇴고 도움말&답글로 함께 창작&퇴고 연구합니다.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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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두레문학]회원은 한국문단에 동행할 도반으로서 인격을 존중하며
개인끼리 의사소통에 관한 글이나, 게시자가 아닌 열람자 입장에서
타인이 보기에 부적절한 내용, 장학차원이 아닌 토론, 야유, 비방 등은 공적 공간의 성격상 임의로 삭제/퇴출시킬 수 있습니다.
『두레문학』운영자는 문학지가 나오도록 도와주신 도서출판『천우』와 부회장 박봉준시인, 사무국장 임정택시인, 편집국장 이민화시인, 총무국장 성자현시인과 옥고를 주신 작가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본 도서는 2006년 한국문화예술진흥기금 일부를 지원받아 발간합니다]
[초대하는 시]
달 - 배반동 시편
김 성 춘
집 텃밭에 은빛 달 왔다
정년퇴임하고 백수가 되어
바라보는 달
(달에게 정년퇴임이 없지)
오늘도 영원 직장 하늘로 출근을 했구나
아, 백수보다 자유가 없는 저 달
나는 대낮에도
비디오점에서 빌린 <일 포스티노>
비디오 속에 출렁이는 시(詩) 같은 바다구경
네루다의 시(詩)에도 푹 빠지기도 하고
대낮에는 자전거 타고 첨성대 안압지
황남동 옛 골목 자전거 드라이브도 할 수 있는데
아, 백수보다
자유가 없는 저 달
너는 실업자가 아니구나
김성춘 kimsungcoo@hanmail.net -------------------
1942 부산 출생. 1974 『심상』 등단
제2회 월간문학 동리문학상 수상, 경상남도 문화상 수상. <수요詩포럼><동해남부詩>동인
시집<방어진 시편><바다와의 동행> 신작시집<비발디풍으로 오는 달> 등이 있다
현재 울산대 詩 창작학과 주임교수. 『문학연구회』고문
[두레문학]
초대하는 시/김성춘
[두레논단]임정택/김수영 시에 대한 포스트 콜로니얼적 접근[문학산책]김현철/시인의 상상력과 독자의 상상력?
[문학감상]이민영/禪의 談과 인간 사이에서 그 고뇌를 읽기
[신작특집][시]
권기만/귀가 외2편
김정숙/나는 아직 통화 중입니다 외2편
박봉준/능소화 외2편
성자현/회색모자이크 외2편
이민화/바다에 뜨는 별 외2편
이용일/방짜유기 외2편
황말남/육근청정 외2편?
[시조]박희곤/거미 외2편
추창호/푸켓 가는 길에 외1편
현? 임/어깨동무 외2편
[아동&청소년문학]이승민/배꼽참외 외2편
[수필]고영예/호숫가에서
자문 김성춘
논단 임정택
산책 김현철
감상 이민영
특집 김정숙
특집 성자현
특집 이민화
특집 황말남
시조 박희곤
시조 추창호
시조 현 임
아동 이승민
수필 고영예
[두레 논단]
김수영 시에 대한 포스트 콜로니얼적 접근
- 시인 임정택
1. 시의 자아와 세계와의 관계
김수영은 1945년 조연현이 주관한 『예술부락』이라는 동인지에 「묘정(廟廷)의 노래」를 처음으로 발표한 이래 <후반기> 동인을 거쳐 그의 마지막 작품 「풀」에 이르는 동안 170여 편1)의 시를 발표했다.
특히 그의 시는 정치적, 사회적 소용돌이의 시기인 6.25 동란, 4.19 혁명, 5.16 군사쿠데타를 거치면서 첨예한 이데올로기적 대립, 사회적 모순에 대한 분노와 반성 또는 실천의 문제를 제기했다. 아울러 그의 시는 모더니즘적 경향의 서구적, 도시적 지향을 표출하며, 자유로운 시 형식에 대해서도 남다른 관심을 나타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들 때문에 김수영은 1950-60년대의 한국 시단을 대표할 수 있는 시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김수영 시와 관련된 연구는 크게 세 가지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논의들로 김수영의 시정신과 관련하여 시적 주제를 살피는 시 작품론 연구를 들 수 있다. 많은 연구자들이 그의 시 세계를‘사랑을 위한 지향’2), ‘성실성
-정직성-치열한 정신’3),‘풍자도 해탈도 아닌 인간의 온 몸이 밀고 나가는 시’4)로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데카르트의 존재론을 김수영의 시와 비교한 논문5), 니힐리즘의 시선으로 김수영의 초기시를 분석한 글6)이 있다. 이 중에서 김수영 시의 가장 큰 특징을 ‘자유에 대한 탐구7)’로 보는 글들이 가장 많다. 김수영 시의 텍스트에서 파악된‘자유의 이행 문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리고 최근 연구 경향으로 포스트 콜로니얼적 입장8)에서 김수영 시를 분석하고 있다. 해방후 탈봉건, 탈전통의 기치를 내세운 당시 현대화의 기저에는 탈식민의 열망이 서구식 현대화와는 다른 입장에 있었음을 다루고 있다. 김수영 시의 자아와 세계와의 관계를‘현대성’인식의 변모 과정을 통해 언급하고 있다.
둘째, 현실 참여 문학9) 혹은 민중 문학10)의 입장에서 그의 시를 논한 연구들이다. 이 논의는 그의 시를 민중 문학의 전범
으로 삼아 시적 성취와 실천적 의미를 이룬 민족시인, 민중 시인으로 규정짓는 입장과 그 같은 입장 안에서 노출되는 한계를 지적하는 입장으로 양분된다. 특히 이 부분에서 자주 표면화되어 제기되는 김수영의 모더니즘이 시사적인 맥락 속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점검하는 논의들11)도 있다. 이 연구들은 30년대와 그 이후의 모더니즘 시인들과의 연계성에서 김수영의 위치를 논하고 있다. 시사적 전환점이 되었던 시화집「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에 그가 참여한 것이 주로 논의의 요건이 되며, 모더니즘 시 정신을 긍정적으로 파악하려는 입장에서 출발한다.
셋째, 김수영 시의 형식 문제를 다루는 연구들로 이는 시인이 파격적으로 실험하고 재구축한 시의 형식적인 특성에 대한 지적이자, 그의 시에 대한 논의가 내용적 측면에만 기우는 현상에 대한 반론이기도 하다. 이 논의들로는 서우석12), 김현13), 이경희14) 등의 논의를 들 수 있다. 이외에도 김수영 시의 형상화나 시적 기법을 중심으로 살피는 연구들15)도 있다. 특히 이 부분의 연구는 리듬 연구이거나 언어학자에 의한 구조 연구에 치우쳐져 있어, 시를 문학적 텍스트가 아니라 음악적 텍스트, 언어학적 텍스트로 간주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는 최근에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포스트 콜로니얼적 접근을 통한 김수영 시 정신의 변모 양상을 간략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2. 현실 인식 문제
김수영 시에 나타난 현실 인식 문제는 주로 어릴 적 식민지 체험, 4,19혁명, 5.16군사 쿠데타를 통한 경험으로 집약할 수 있다. 특히 김수영 시에 드러난‘현대성’에 대한 인식 양상을 통해 이를 파악할 수 있다. 김수영 시에 나타난‘현대성’인식은 4.19 혁명과 5.16군사 쿠데타를 기점으로 하여 상반되게 드러난다. 이를 기점으로 하여‘현대성’에 대한 시각이 서구중심에서 전통 포용을 통한 현대성 추구로 변모하게 된다.
먼저, 비 경험적 인식을 통한 서구적‘현대성’수용 양상이다. 4.19 혁명까지 김수영 시에 나타난 서구적‘현대성’은 직접 체험이 아닌 학습을 통해 형성된 지식적인 것이었다. 이 때 김수영 시에 나타난 의식은 전 근대적인 봉건적, 전통적인 것의 탈피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고자 하였다. 당시 봉건적, 전통적 가치관에 의해 지배되는 현실에 대한 부정적 형상화로써 서구의 이성적, 과학적 가치관을 추구하게 된다. 1950년대 모더니즘 시의 모더니티를 현실에 대한 부정 정신과 형식의 탐구로 본다면, 김수영에게 있어 부정의 대상은 봉건적, 전통적인 것들로 인식하게 된다. 그의 전통 부정의 자세에서 간과되어서는 안 될 중요한 부분이 제기되는데, 그것은 그의 식민지 경험이다. 릴라 간디에 의하면 ‘식민주의 이후 반식민 독립 민족국가들이 출현할 때 흔히 식민 과거를 망각하려는 욕망이 수반된다.
이러한 망각하려는 의지, 즉 탈식민적 기억 상실은 역사를 스스로 창안하려는 충동이나 새롭게 출발하려는 욕구이며, 따라서 식민 종속에서 비롯된 고통스런 기억들을 지워버리려는 욕구의 징후이다.’라고16) 하였다. 김수영 시에서 전통 부정의식은 이러한 식민지 경험 지식인의 탈식민적 욕구로써 파악할 수 있다.
다음 시들은 김수영 시인의 이런 의식을 담고 있는 시들로 볼 수 있다.
꽃이 열매의 上部에 피었을 때
너는 줄넘기 作亂을 한다.
나는 發散한 形象을 구하였으나
그것은 作戰 같은 것이기에 어려웁다.
국수 ― 伊太利語로는 마카로니라고
먹기 쉬운 것은 나의 叛亂性일까.
동무여, 이제 나는 바로 보마.
事物과 事物의 生理와
事物의 數量과 限度와
事物의 愚昧와 事物의 明晳性을,
그리고 나는 죽을 것이다.
- <孔子의 生活難> 전문
이 시에서 ‘나’는 기존의 공자적, 전통적 가치관에 익숙해져 있는 봉건적인 존재이다. ‘너’는 나와는 달리 새로운 가치관을 이해하고 그것을 즐길 줄 아는 탈봉건적인 존재이다. 기존의 세계관에서 자유롭지 못한‘나’가 새로운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인위적인 어색함을 느껴야 하고 작전의 계획같은 고도의 사유를 거쳐야한다.
전통에 대한 부정적 사유가‘나’로 하여금 사물(事物)과 사물(事物)의 생리(生理)를 지금까지와는 달리 새롭게 보게 한다.‘事物의 生理’가 아닌 ‘事物과 事物의 生理’를 본다는 것은 사물들 간의 관계 양상 속에서 사물의 본질을 이해하겠다는 것이다. 사물의 본질을 수량(數量)과 한도(限度)로 살핀다는 것은 사물을 과학적으로 바라보는 자세이다. 과학적, 합리적 세계 이해로 과거의 가치관에 얽매여 事物을 바로 보지 못한 나의 遇昧를 자각하고 事物의 明?性을 획득하려한다.
아버지의 寫眞을 보지 않아도
悲慘은 일찌기 있었던 것
돌아가신 아버지의 寫眞에는
眼鏡이 걸려있고
내가 떳떳이 내다볼 수 없는 現實처럼
그의 눈은 깊이 파지어서
그래도 그것은
돌아가신 그날의 푸른 눈은 아니요
나의 飢餓처럼 그는 서서 나를 보고
나는 모오든 사람을 또한
나의 妻를 避하여
그의 얼굴을 숨어 보는 것이요
- <아버지의 寫眞> 일부분
시적화자인‘나’는 아버지를 전통적, 봉건적 관습에 얽매인 일방적 수용과 추종을 요구하는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여기서 그는 과거 가족주의 권위주의적인 전통과의 결별의 근거를 찾아내고 있다. 이 시를 보면 아버지의 세계에 갇혀 있는 자아와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게 된다. 새로운 자아는 봉건적인 세계에 속박되어 있는 자아를 끊임없이 비판 자각시키고 새로운 가치관으로 계몽시키려 한다. 즉, 봉건적, 전통적 가치관이 지배하는 현실 속에서 수량, 신문이라는 이성적, 과학적, 객관적 세계의 가치관을 머리로서 인식한 시적자아의 탈봉건, 탈전통 지향이 드러나게 된다.
3. 전통 인식에 대한 태도
다음으로, 전통 포용을 통한 주체적‘현대성’의 인식으로 볼 수 있다. 4.19혁명 이후 김수영 시에 드러난 주요한 변화 중의 하나가 전통에 대한 변화이다. 4.19혁명기까지 김수영 시인은 전통에 대해 대립과 부정의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이후 그는 전통을 인정하고 포용하게 된다. 그가 전통을 포용한다는 것은 서구 중심의‘현대성’을 부정하고 피지배민의 입장에서‘현대성’을 인식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식민지 경험이 이는 저개발국가의 토대에 탈식민주의적 현대성의 주체로서 시작을 의미한다.
다음 시를 통해 김수영 시인의 전통 인식에 대한 태도 변화를 살펴보기로 하자.
전통(傳統)은 아무리 더러운 전통(傳統)이라도 좋다 나는 광화문(光化門)
네거리에서 시구문의 진창을 연상하고 인환(寅煥)네
처갓집 옆의 지금은 매립(埋立)한 개울에서 아낙네들이
양잿물 솥에 불을 지피며 빨래하던 시절을 생각하고
이 우울한 시대를 패러다이스처럼 생각한다
버드 비숍여사(女史)를 안 뒤부터는 썩어빠진 대한민국이
괴롭지 않다 오히려 황송하다 역사(歷史)는 아무리
더러운 역사(歷史)라도 좋다
진창은 아무리 더러운 진창이라도 좋다
나에게 놋주발보다도 더 쨍쨍 울리는 추억(追億)이
있는 한 인간(人間)은 영원하고 사랑도 그렇다
- < 巨大한 뿌리> 일부분
시적화자인‘나’는 자신이 뿌리내릴 세계를 이해하려한다. 자신이 이해해야 할 세계는 과학적, 합리적 이성만으로는 설명이 힘든 세계임을 자각하게 된다. 과학적, 합리적 이성의 틈새로 유교적, 공자적 세계의 가치관이 엄존하는 세계임을 알게 된다. 이것을 간과한 전통 부정의‘현대성’은 식민지 경험이 있는 저개발 국가의 현실 앞에서 무력하게 됨을 깨닫게 된다.‘나’의 세계 인식은 서구적 현대성을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 아닌 제국주의적 시각에 의해 왜곡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서구 중심의 현대성에 대한 자기반성과 회의의 과정을 통해 전통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게 된다. 전통은 더 이상 흐르지 않는 유물처럼 고여 있는 정체적인 것이 아니라 미래로 흐르는 유동적인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 전통은 반현대적인 것이 아니라 저개발국가의 현실에 뿌리 내리는 비서구적 현대성에 필수적임을
알게 된다. 또한 그가 언급한‘거대한 뿌리’란 일방적으로 서구적인 것을 배제한 전통추구에 의해서만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고유문화의 전통과 함께 서구적인 것도 인정하는 태도에서 생성된다고 보고 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서구적 주체와 전통적 주체와의 공존 방식으로‘사랑’을 내세운다. 그의 시에서‘사랑’은 과거와 현재, 서구와 동양, 전통과 새로움의 구도를 서로 대립이 아니라 공존의 구도로 파악하고 있다. 단순한 반외세, 국수주의적 경향을 초월해서 보다 포괄적이고 보다 더 복합적인 형태를 취하는 제 3세계의 탈식민주의의 특징으로써‘사랑’을 언급하고 있다.
다음 시는 김수영 시인이 서로의 공존 방식으로 내세운‘사랑’의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욕망이여 입을 열어라 그 속에서
사랑을 발견하겠다 도시(都市)의 끝에
사그러져가는 라디오의 재갈거리는 소리가
사랑처럼 들리고 그 소리가 지워지는
강이 흐르고 그 강건너에 사랑하는
암흑이 있고 三월을 바라보는 마른나무들이
사랑의 봉오리를 준비하고 그 봉오리의
속삼임이 안개처럼 이는 저쪽에 쪽빛
산이
- <사랑의 變奏曲> 일부분
이상으로 김수영 시에 나타난‘현대성’을 중심으로 탈식민주의적 경향을 살펴보았다. 김수영 시에 나타난 탈식민주의 현대성의 모습은 경제적 가치를 최우선시하는 한국의 전후 현대성에 대한 반성적 성찰의 계기가 된다. 한국의 일방적 경제성장 이데올로기 중심의‘현대성’은 전통적 요소들과 민주주의적 가치들의 무분별한 억압을 낳게 되는 계기가 된다. 이는 당대 현실이 아직도 과거 식민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김수영 시인은 쉼 없는 자기 성찰을 통해 당대 현실에서 새로운‘현대성’의 의미를 모색했다고 본다. *
[문학 산책]
시인의 상상력과 독자의 상상력 - 김 현 철
독한 마음먹고 ‘이별 스케치’ 김정숙 시인의 뒤를 밟아 본다.
감성의 다름이 얼마에 이를 것이지 두고 보자.
시를 읽고, 다시 읽고 암호를 풀 듯
인디아나 존스가 캄캄한 절벽에 첫발을 내딛듯이
전부를 맡기는 마음으로 읽자.
이별의 눈물이 뚝뚝 떨어지도록 따라가 보자.
시퍼런 저 강물 이제는 건너야 한다. 갑자기 시간이 절름거리고 속도를 잃은 바짓가랑이 사이로 바람은 청맹과니가 되어 파닥인다. 여름밤이 눈 동그랗게 뜨고 지켜보다가 백열등 흔들어 댄다. 은밀하게 자라고 있던 나무 한 그루 깨워 벽 뒤에 묶어둔 길 풀어 던져준다. 영문 모르는 채 한쪽 다리가 맥비(脈?)된 나무 자꾸만 현기증 난다 잠자던 자리 돌아다보지만 날 밝기 전에 떠나야 한다는 걸 이내 알아차린다. 백열등이 꺼진다. 넓어진 강물 소리 어둠 속으로 튀어 오르며 서둘러라 서둘러라 등 떠민다.
[이별 스케치 / 김정숙]전문
<시퍼런 저 강물 이제는 건너야 한다>
가자, 떠나자.
이 땅의 관념과 철학과 종교가 나의 그것들과 다르니 가자.
나의 사랑의 둘레가 너희의 그것과 크기 다르고 두께도 다르니 가자.
결별의 눈물일랑 한갓 호사(豪奢)에 불과하니 그냥 가자.
시인에게 강이란 이 땅과 저 둔덕을 가르는 엄정한 이별의 실존.
강가에 서라. 이제 떠나는 자의 발아래 시퍼렇게 출렁거리는 강물을 보며 가늠하라.
이 결별 뒤에 이어올 ‘세상 다름’, ‘가치 다름’, ‘사랑 다름’에 자유로이 가슴을 열 수 있는가?
이 결별 다음에 지금껏 달콤히 익숙해 왔던 이제 곧 거짓이 될 사랑과 온전히 단절할 수 있는가?
저 강물 건너면 다시 돌아 올 수 없는 땅.
한 번도 익숙해 본 적 없는 곳으로 저 쾅쾅 물살로 흐르는 시퍼런 강물을 홀로 건너려는가?
그대의 발을 씻어주던 아름다운 사랑을 두고
저기 시퍼렇게 살아 활활 타오르듯 솟아오르는 불꽃같은 강물을 헤어갈 것인가?
손이 저려 와서 차마 놓지 못했던 아이들은?
어젯밤 화로 옆에 두고 온 읽다만 시집은 또한 어떡하며
결별의 잔치는 충분히 치렀는가?
저 강을 함께 건너 줄 사랑은 갔는가?
??
<갑자기 시간이 절름거리고 속도를 잃은 바짓가랑이 사이로 바람은 청맹과니가 되어 파닥인다>
이 결별의 순간에 뉘라 담담히 걸어가나?
절름거리는 다리 사이로 시간도 강물 따라 흐르고
걸음은 느려져 갈 곳 모르니 바람만 바짓가랑이를 잡고 파닥거린다.
바람의 이름은 떠남.
늘 떠나는 바람과 늘 흐르는 강물은 동형배우(同形配偶).
언젠가 시인은 꿈인가 생시인가 강물 따라 흘러갔을 터.
그때 바람이 꺼이꺼이 따라가며 부르던 사랑 노래, 길의 노래, 바람의 노래를 기억하는가??
길 떠나는 자의 꿈은 “버림”
길 끊어진 자리에서 다시 길을 세워 떠나는 꿈은 ”버림“
길은 늘 끊어지고 길은 늘 다시 만들어지는 것.
캄캄한 절벽 속으로 휘휘 손을 내저어 새로이 길을 끄집어내고 그 길을 가는 자.
시인은 길을 깔아두는 자.
단절의 절망을 천만번 넘고 나면
길은 천지사방으로 널려 있어
비로소 외롭지 않고
이 황홀한 절망의 방정식.
시인은 그 비밀의 해(解)를 가슴에 품고 산다.
<여름밤이 눈 동그랗게 뜨고 지켜보다가 백열등 흔들어 댄다 은밀하게 자라고 있던 나무 한 그루 깨워 벽 뒤에 묶어둔 길 풀어 던져준다>
시인은 외로울 때 자신을 잠재울 줄 안다.
시인은 열쇠를 가지고 산다.
막힌 것의 막히지 않음을 증명하기 위해 시인은 열쇠를 가지고 산다.
막힌 것은 늘 막혀 있지 않음을 아는 죄로 열쇠를 가지고 산다.
시인의 열쇠, 업보(業報)처럼
누군가의 울음에? 누군가의 분노와 절망에 반드시 열쇠를 대고
울음의 반대말과 분노와 절망의 반대말을 불러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울지 마라.
오늘 시인은 나무 한그루, 열쇠처럼 들고 서 있다.
백열등 흔들리는 여름밤 강가에 나무 한그루 들고, 구원(救援)의 나무 한그루 뿌리 채 뽑아 들고 서 있다.
캄캄한 벽 앞에서 길을 내던 비밀한 열쇠의 솜씨로 섰다.
열쇠의 비밀, 열쇠의 슬픔. 열쇠의 닫힘.
언제부턴가 열쇠의 가슴에 소복이 쌓여가는 것들.
무엇인가를 열어두면서 옹기에 금가듯 쌓여간 것들.
시인은 열어두는 통증을 기억한다.
절망한 시인과 더불어 강을 건널 나무.
세월의 주름 가득하게 덮고 사는 나무.
<영문모르는 채 한쪽 다리가 맥비(脈?)된 나무 자꾸만 현기증 일어 잠자던 자리 돌아다보지만 날 밝기 전에 길 떠나야 한다는 걸 이내 알아차린다>
맥비(脈?)라.
베풀고 다시 베풀어도 돌아서면 다시 베풀며 살아온 세월,
세월의 더께에 눌려 이제는 저 시퍼런 강물이 무서워지는 나이테를 두르고? 어쩌랴, 가자!
그래 왔던 것.
저 ‘세상 다름’, ‘가치 다름’, ‘사랑 다름’을 찾아 아픈 결별의 강을 건너는 시인을 태우고 가자.
절절히 굶주린 자 태우고 가자.
<백열등이 꺼진다 넓어진 어둠 속으로 강물 소리 튀어 오르며 서둘러라 서둘러라 등 떠민다>
불이 꺼지고 이제 마칠 때가 되었다.
그대를 위해 징이라도 울리려나.
여름밤 하늘을 울려 퍼지면서 한 사람이 떠나는 것을 축복할꺼나.
더욱 넓어진 어둠 속으로 가자고 떠미는.
아, 그 시퍼런 강물이 튀어오르며 가자고 손 내미는......
그 대 등 에 떠 메 어 져 가 고 싶 은 곳.
희망도 많으면 무거운 법이라 했지만, 그대.?
"禪의 談과 인간" 사이에서 그 고뇌를 읽기
- 시인 이민영
당신이 가신 뒤로 나는 당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까닭은 당신을 위하느니보다 나를 위함이 많습니다./나는 갈고 심을 땅이 없으므로 추수(秋收)가 없습니다./저녁거리가 없어서 조나 감자를 꾸러 이웃집에 갔더니 주인(主人)은 "거지는 인격이 없다./ 인격이 없는 사람은 생명이 없다. 너를 도와주는 것은 죄악이다"고 말하였습니다./그 말을 듣고 돌아 나올 때에 쏟아지는 눈물 속에서 당신을 보았습니다./나는 집도 없고 다른 까닭을 겸하여 민적(民籍)이 없습니다./"민적 없는 자(者)는 인권이 없다. 인권이 없는 너에게 무슨 정조냐"하고 능욕(凌辱)하려는 장군(將軍)이 있었습니다./그를 항거(抗拒)한 뒤에 남에게 대한 격분이 스스로의 슬픔으로 화(化)하는 찰나에 당신을 보았습니다./아아, 온갖 윤리, 도덕, 법률은 칼과 황금을 제사지내는 연기(烟氣)인 줄을 알았습니다./영원의 사랑을 받을까, 인간역사(人間歷史)의 첫 페이지에 잉크칠을 할까,/ 술을 마실까 망설일 때에 당신을 보았습니다/
‘당신을 보았습니다’의 한용운 전문 시집<님의 침묵에서>
만해 선사님의 "님"은 무릇 형용키 어려 울 정도로 넓고 그윽한 음미의 항해입니다.
8만 대장경의 8만에 이르는 경(經)의 설(說)을 시혼(詩魂)으로 풀어 1926년에 완성한 것이 선사님의 명시집 "님의 침묵"이니 지금부터 거의 1세기 전(前)입니다.
이 시집(詩集)은 "중생의 무릇= 낙엽"들이 그의 채색(彩色)을 더하고 남겨두어 잊은 겨울을 음미하고자 할 때 읽어 볼, '가을 외로운 書'의 벗일지 모릅니다.
삶의 시대적인 황혼은 그처럼 시인(詩人)에게도 벗이었고
나를 태우는 시공(時空)의 외침에서도 님의 '님은 언제나 사랑으로 타 올라 범세(凡世)를 구원하고픈 외침으로 들려옵니다.
나 자신도 아무도 돌 볼 수 없는 둔치 민영(遯痴 旻影)이 할 말은 어디에 있으며 말의 더하기를 어디로 하여야하는지 모릅니다만 시어(詩語) 앞을 지나칠라면 정(靜)이 다가와 제 무릎을 고이고, 선(禪)이 다가와 제 머리를 짓눌러, 겨울이 겨울의 눈을 맞기에 합당함'조차 잃어버려지는 내 스스로의 거짓(위:僞)를 깨닫게 됩니다.
처연하여라 한 것이 오늘처럼 선사의 설(說)에서 빗물처럼 흘러 내린지는 아득히 모릅니다. 그래서 오늘 선학(禪學)이 부르는 담(談)과 인간 사이에서 고뇌해야 되는 숨 가쁜 시(詩)' 한수를 읽고 올립니다.
올리고, 읽다 보니, 또 "선사의 설법"이 속탁'속의 귀를 그윽하게 합니다. 오늘 밤 나는 "선사의 설법과 당신을 보았습니다"라는 낭낭(浪浪)속에 파묻혀 있습니다.
나의 한 숨(면:眠)은 지칠 줄 모르게 깊어져 가고, 등(燈)을 밝히는 촉의 타다 남은 초꼬지 심지는 인자의 모습이 되어 기다림이 우굴 우굴 하는 빔(空) 속으로 꺼져만 갑니다. 그 해답, 선사의 설법을 들으며
"나는 선사의 설법을 들었습니다./
「너는 사랑의 쇠사슬에 묶여서 고통을 받지 말고 사랑의 줄을 끊어라./
그러면 너의 마음이 즐거우리라」고 선사는 큰소리로 말하였습니다./
그 선사는 어지간히 어리석습니다./
사랑의 줄에 묶인 것이 아프기는 아프지만 사랑의 줄을 끊으면/
죽는 것보다도 더 아픈 줄을 모르는 말입니다./
사랑의 속박(束縛)은 단단히 얽어매는 것이 풀어 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대해탈(大解脫)은 속박에서 얻는 것입니다./
님이여, 나를 얽은 님의 사랑의 줄이 약할까 봐서 나의 님을 /
사랑하는 줄을 곱드렸습니다."
<나는 선사의 설법을 들었습니다><한용운 전문> 시집 <님의 沈默>
이민영(李旻影) leejoomin02@hanmail.net --------------------
1953~/보성출생. 경기대대학원. 1971년/kbs라디오 전설의 고향<제암산> 공모입선. 1980년/ 詩초혼外 국방일보 발표. 2002년/<한겨레신문>에 詩 보고프고 그리운 사람. <대구신문>에 <메일꽃 아버지>가 추천됨. 시화집 전9집. 시사랑사람들 대표.
[신작특집]
마법의 시간 2光年 - 유년의 일기장
? 권 기 만
?
먼데 길 지워진다 녹슨 산이 달을 힘껏 닦는다 어둠의 표면에 광택이 난다 내 눈이 달과 접목한다 별이 일제히 스위치를 올린다 호른 하나씩 들고 빛을 연주하는 은하수가 오선지가 되는 때다 은하수가 징검다리 하나씩 점등한다 징검다리 건너뛰며 서둘러 어른을 밝힌다 별은 내 발자국, 빛의 조랑말 타고 어린 시절을 건너는 동안 무수히 많은 별들이 켜졌다 사라졌다 검은색 볼펜으로 빽빽하게 휘갈겨 쓴 저 허공의 일기장 소리 내어 읽어본다 내 안에 가득한 별 이젠 너무 환해 보이지 않는다고 이만 총총...스위치를 내린다
권기만 poksel@hanmail.net ------------------------------
경북 봉화 출생. 월간 [문학저널] 등단. 울뫼 동인.
시와 사람들 동인. 울산문인협회.
두레문학회 운영위원. 시산맥회 회장.
공저: 『두레문학』. (주)현대자동차 근무.
http://www.openminded.co.kr/youngnam/?
마법의 시간 1光年 - 귀가?
권 기 만
겨울 거리에 어둠이 깔리면 시속 백만 광년을 미끄러져 나와 얼음을 지치는 꿈자리 속 판화처럼 꼭꼭 찍히는 무수한 시선들 하늘문을 열고 나온다 몽상의 바다에 뜬 수많은 섬 머언 대해로 나서는?돛대로 설 때 내 몸 노역의 핏줄 속으로 은하가 흘렀다?
?
황도 12궁을 옮겨다 놓은 거리 하나씩 소행성이 되어 등돌려 걷는 사람들 나는 그들과의 관계를 E=mc²,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으로 잰다 네온사인 그 영롱한 별자리를 지나가는 까만 그림자는 110볼트 전용 블랙홀이다?
?
4차원을 연주하는 밤하늘의 별처럼 나는 언제부터 발광을 시작한 것일까 몽상의 꿈자리로 공간 이동한, 큰곰자리 아버지, 황소자리 어머니, 물병자리 내 새끼들, 유전자 지도처럼 뻗은 길 위에서 처녀자리의 사랑하는 아내를 바라본다 행성과 행성 사이를 방황하다 오랜만에 귀가하는 겨울 빙판길이 자꾸만 미끄럽다
마법의 시간 3光年 - 오로라
? 권 기 만
낮게 깔린無時間의 지평선생각에 뿌려져 있는별 부스러기살갗을 한 겹 벗기면흥분하듯 돋는 별시간은 자꾸 흐려 보이지 않고멀고 먼 꿈의 중간 역 잠시 쉬어 가는 지구 역사驛舍神의 손끝 깨물어 달이 뜨면여자를 유영하듯천천히 미끄러지는나선 은하연상의 애인중력 회로를 궁굴리는영원한 태엽 춤에 대한 기억이 질주하는하나뿐인 시간성 외출복벗을 수 없는 나의 육체먼저 와 놀던 상대성 몸짓저 허공에 나를 걸어놓고자장과 파장으로 눈 비비며북극성, 흘끔거린다
나는 아직 통화 중입니다
김 정 숙 이만 총총 문이 꽝 닫히는 소리에, 헉 바람의 숨결 머물다 간 전화기가 파르르 떨린다 남은 온기 붙들고 있는 달팽이관은 휘어진 메아리를 따라 빙글빙글 돌며 저녁을 불러 모은다 꼬리 감춘 언어들이 아직 파닥이는 손바닥으로 와락 파도가 밀려온다 도무지 부패할 줄 모르는 바다여, 네가 한 때 허리 긴 강줄기였음을 나는 알고 있다 심장 어귀에 귀 대고 들어 보면 이따금 삼엽충 화석이 마디마디 꿈틀거리며 돌아눕는 소리가 난다 돌이 되어서 수억년을 사는 법 미리미리 익히려면 꽃술 비켜서서도 견딜 수 있는 연습을 하라고 무음(無音)의 텍스트는 아득한 언어로도 생생한 강의 들려준다 잘려나갔던 삼엽충의 다리 하나가 고생대의 사립문 열고 어둠 헤집으며 뚜벅뚜벅 걸어서 바다로 간다 뚜뚜뚜뚜……. 급박한 신호음, 낯선 페이지 펼쳐 보이며 '수화기 바로 놓아 주세요' 찬바람 몰고 온다 고개 드니 사방 연속무늬의 벽으로 등대 불빛이 황급히 지나간다
김정숙 kjs4451@hanmail.net -----------------------------
전남 광양 출생. 울산 거주. 부산대학교 국어국문과 졸업.
『한맥문학』등단. 울산문인협회. 두레문학회 시인회장.
『두레문학』공저.
홈피 : http://river.kll.co.kr/
바다낚시 김 정 숙
내 꿈의 현주소를 찾아라나는 지금 동해의 한 모퉁이 세워 앉아 지렁이 세 마리에게 지령을 내린다 너는, 평생 꿈틀거림만으로 횡주하던 너는동강난 몸으로도 끝까지 절규하는 법을 배운 너는거뜬히 해 내리라 믿는다
출전 준비를 마친 미끼는 스타트 신호를 기다리며 몸 풀기를 하고서 등대처럼 몸 빙빙 돌려가며 바다를 살핀다 가장 치열한 접전 지점이 어디였더라?사라졌던 옛 기억들 속에서 가까스로 지도 하나 복원해 보니 아무래도 저기 같다 물빛과 하늘빛이 맞닿아 있는 저 물결 아래일 것 같다 휘익, 드디어 수색 작전이 시작되고 나는 미궁으로 빠질지도 모를 시선 꽂아둔 채 내내 기다리기로 하며 엉덩이 더욱 넓혀서 다시 퍼질러 앉는다
9 월?? 김 정 숙
초록이여 너 이제 할 말 다 했는가 들녘 출렁이던 파도 불끈불끈 함성 지르며 솟아올라 가는 곳 어디든 그늘 만들어 줄 거라던 어설픈 교만은 하늘로 무한질주 했지 뒷짐 지고 바라보던 바람 기침소리 내며 서서히 발자국 떼어 놓는데 초록이여 너 이제 준비 되었는가 옷 훌훌 벗고서 수취불명으로 반환된 편지 품속에서 꺼내 다시 소리 내어 읽을 붉은 입술 준비 되었는가 처마 끝에 그렁그렁 맺힐 하늘 빛 모아서 사모곡 간절히 부를, 아
그 장단에 현란한 춤사위로 추락하며 정오 무렵 뜨거웠던 태양 향해 고개 돌려 빛 사위어갈
각오 되었는가
푸른 경계
? 박 봉 준
멸치 떼가 들어오면
바다까지 송두리째 퍼 담으리라
방파제 끝에서 한나절을 기다렸다
지루한 틈으로
고등어 새끼가 입질을 하더니
낚싯대 끝에 수평선이 휘어진다
멸치 떼를 뒤따라온 모리배들
낚싯바늘에 걸려도
펄펄뛰는 완력에
더러는 품 안으로 끌어들이는 바다
그들도 젖줄이 흐르는
저 깊은 자궁 속에서 자란 것을
나는, 잊고 있었구나
바다에서 건져낸
질기고 시린 파편들
탈탈 비린내를 털고 있는 오후
박봉준 qkek1165@hanmail.net ----------------------------
강원 고성 출생. 강원대학교 졸업.『시와비평』등단. 두레문학회 부회장. 산다촌문인회원. 글벗문학회 운영위원. 다울문학회장.
공저/『글벗』『시와비평』『두레문학』
홈피/ http://wolfeyes09.kll.co.kr/
능소화
박 봉 준
홍등가를 지나다가
유리곽 속에 앉아있는 꽃들이
하도 예뻐서
못 본 척 슬그머니
그 골목을 몇 바퀴 더 돌았다
당장에라도 내게 달려들어
독한 향기로
녹여버릴 것 같은 생각에
눈도 못 맞추던
짙게 볼터치한 능소화
어스름에 떼 지어 길 막고 서면
그 숙맥 같던 기억들이
툭! 툭! 꽃잎 떨어내는 소리
여름 다 가도록
진저리치게 꽃망울 피우고 지는
애증도 저쯤은 돼야지
보 험
? 박 봉 준
헛헛한 날이면
동네 어귀를 돌고 돌다가
결국은 그 집
단골 막창 집에 마주앉는 이슥한 밤
첫 잔은 짠! 하며 부딪치고
둘째 잔은 분위기에 따르던
이 홉들이 소주 한 병
슬쩍슬쩍 눈치 보며 나누어 마시던
홀아비 딸년 같은 딸이
병원에 다녀온 뒤로
삼겹살집에서 첫 잔을 부딪쳐도
폼만 잡고 마시질 않는다
의사가 괜찮다고 하여도
징징거리더니
은근히 술도 마다하고
벌 나무 물도 벌컥벌컥 마시며
거무튀튀한 잡곡밥도
군소리 하나 없이 먹으며 하는 말
아빠! 나 보험 몇 개 들었어?
장미의? 침실
성 자 현
?
속살 같은 꽃잎 몇 장으로 단단히 아물린 성곽꽃봉오리 살짝 벌어진 입술 새로흘러나오는 아득한 냄새
?
비밀의 문이 열리는 것을 보려고오래도록 그 앞을 서성였네내 눈은 꽃 보다 느리고모르는 사이 장미꽃 벌써 만개했네
?
붉은 융단이 펼쳐진 장미의 침실뿌리도 줄기도 잎도 아닌그 무엇을 위해 단 한 번 피었던가?무구한 샘, 씨방이 부풀고장미꽃 스러지네끌어안고 그 샘으로 함께 가고 싶네
성자현? seaofluv@hanmail.net ---------------------------
대전 출생 거주. 『시와비평』등단.산다촌문인회. 두레문학회 총무국장.울산문인협회. 공저/『시와비평』『두레문학』
회색 모자이크
성 자 현
한껏 무게를 견디던 먹장구름이지상으로 빗장을 열어조금씩 물방울을 흘려보낼 때세상은 온통 회색이다천사도 악마도 아닌인간이라는 이름의 나도회색이다검은색을 덧칠하면 진회색흰색을 덧칠하면 연회색여전히 회색인 채로사랑과 증오를 오가는 마음투명한 햇살이 내 몸을 통과해 주기를 기다리는나는 프리즘회색 물방울이다더 이상 광합성 작용을 하지 않는내 숲을 헹구며 겨울비는 내리고땅과 하늘은 격렬하게 섞이어회색의 자양분을 먹은 생명 하나가땅 속 깊은 곳에서 내쉬는 달뜬 숨소리
본능이 기억하는???
??????????????????????????성 자 현 ????????
????????????????????? ?
마음이 빈 들판을 헤매일 땐감각의 촉수를 세워말캉거리는 공기를 깨무네입안 가득 부풀어 올랐다가 터지는그것은 어머니의 젖가슴잊었던 기억을 본능이 기억해?금발의 햇살을 쓰다듬으며다시금 돌아오는 봄먼 바다 끝에서 헤엄쳐 오는 파도아름다운 것을 보면 눈물이 나오래 전에 추방되어 멀어진 나라우리의 낙원잊었던 슬픔을 본능이 기억해
?
마음으로 바람이 오가는 날야릇한 향기 실려오네본능의 더듬이를 뻗어내 아버지 어머니가 태어났고푸른 뱀이 유혹했던 동산으로배를 끌면서 기어가네혼미한 밤을 더듬어 더듬어 가네
바다에 뜨는 별
? 이 민 화
바다에 비추어 세상을 읽는다등대가 가끔씩 파도를 넘기는 사이우거진 소나무 사이로 마법의 별들이 내린다밤바다를 묵묵히 지켜내는 빛의 환희등대의 어깨를 살포시 끌어당긴다 제 어미마냥 젖을 물린다 길고 지루한 날 채워가는 푸른빛등대의 뼛속까지 파랗게 불어넣어주면다가올 가을엔 큰 물고기를 만날 수 있을까우표를 붙인 별 하나가 바다를 걷는다물결 속을 헤엄쳐 다닌다내가 끌고 온 기억, 겹치는 길을한 가닥씩 조절하는 저 능사온 밤의 테러리스트
이민화 uree77766@hanmail.net? ---------------------------
1966 경남 하동 출생. 『문학저널』등단. 『시와비평&시조와비평』등단. 두레문학회 편집국장. 문학저널. 산다촌문인회. 한국문인협회(울산).
공저/ 글벗, 내 앞에 열린 아침, 『두레문학』
봄, 무죄다
?
이 민 화
지금 창밖에
그를 닮은 비가 내린다
만지고 싶어 창밖에 손을 내민다
단번에 손바닥을 점령한 빗방울
이리저리 탐색하더니
손마디가 조정하는 대로 꿈틀거린다
공간이 좁아질 때면 금세 부드러워져
긴장을 발라주는 묵직한 깊이
차가움을 걸러내는 중일까
한동안 건조한 산비탈을 돌고 돌아
칙칙한 여인숙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창문을 두드리는 것이 무슨 죄냐고
빗방울이 말했다
무번호 메시지로 나를 혼란스럽게 했던 지인에게도
죄를 묻지 말라고 했다
꽃을 피우는 것도 어떤 이유가 있는 것처럼
안을 탐했던 바깥세상 또한 이유가 있으므로
느낌이 있는 모든 이에게 무죄라 했다
우묵한 손이 갑자기 오므라든다
손가락 사이사이로 넘쳐난 봄물
아래로 아래로 추락한다
화단에 닿는 순간 자목련이
하르르 웃는다
혼절, 그 순간에도 이 민 화
?
여름이 도둑괭이처럼 창을 넘어 온다?아침부터 시작한 이불 빨래를 다 끝내려면 아직도 몇 시간이나 허리를 구부려야 하는데 그녀에겐 성질 급한 밴댕이 소갈머리 같다는 빈혈을 안고 여름이 내려온다 시뻘건 땡볕이 이글거리는 자갈밭으로 끌고 가려 한다 잡힌 손 뿌리치며 안간힘을 써 보지만 직선으로?달려오는 태양이 너무 강렬한 탓일까 바닥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그녀 엉덩이에 바닷물이 질펀하다 아아, 일어나야 하는데?문턱을 넘어야?하는데 한 발자국만 더 가면? 전화 걸 수 있는데?분홍 물무늬천을 두른 식탁이 점점 검게 변해 사방으로 흔들린다 식탁은 두 발이 아니고 왜 네 발일까 당연한 것을 물음표로 대신한 대안을 모를 리 없다며 눈꺼풀을 꾹꾹 누르는 여름, 무섭게도 식탁 위 장미꽃을 하나?둘 잠식해 간다?지친?하루가 색다른 내일을 펴낼지 모른다는 혼절의 그 순간, 수평을 갈구하는 원리의 불륜 같은 이녁이 꽃잎 사이로 보인다
방짜 유기(方字 鍮器)
이 용 일
정화수(井華水) 맴도는 바람 징(鉦) 울림 타고 보름달 닿을 즈음 살풀이춤 자락 끝 무수한 선(線) 풀무질로 출렁인다. 즈믄 해, 인고(忍苦)의 두드림 상투 잘리던 손 시린 날 헤파이스토스*는 제철소로 떠났다. 시집살이 지푸라기 엮어 멍든 가슴 기왓장 가루 내어 닦아내던 어머니 곁 돌아앉은 두드림은 멈추지 않았다. 해 오름 유난하던 날 쇳물 내어 빚어내는 태양 영롱한 불빛 멈출 줄 모른다. * 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불, 대장간의 신.
이용일 yilee-62@hanmail.net ----------------------------
경기 이천 출생. 『문학세계』등단. 세계문인협회 회원. 세계 시낭송협회 회원. 문학넷 회원. 두레문학회 서울지회장.
현직/바스프건설화학 코리아㈜ 근무(부장). 공저/『시와비평』.『두레문학』. http://myhome.naver.com/yilee_62/
홀로서기
이 용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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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을 본다
밤하늘 저 끝에는 수백억 광년 은하수
그 강물 따라 수백억 개의 태양이 뜬다는데
파란 눈망울 울타리 안에
수 없이 많은 사람들
겨우 백 년 정해 놓고 홀로서기 한다
그 중에 하나
그 중에 하나
?
수백억 종자(種子) 뿌려져
생명 만들기
그 중에 하나
귀한 자식, 귀한 손자로
스무 여 해를 품안에서만 자랐다
그토록 귀한 생명
나름의 의미(意味) 찾아
부싯돌 불빛도 아껴가며
오늘을 살아 왔는데
오늘을 살아가는데
?
책 속을 밤새 걸어 보았다
참샘(眞水)은 향기가 없다
소주잔 안에
은하를 담아 보았다
돈다
흙에 사는
소도둑놈 하나가 돈다
가을에
이 용 일
가을엔 가슴에 커다란 호수 하나.
달빛 내리는 밤이면
수면 위별들의 발자국 소리.
찰랑 이던그녀의 메밀꽃 눈망울처럼
이슥토록 내리고가을엔 가슴에 파란하늘 하나.옹달샘 가 시린 단풍잎 빨갛게 울고 나면
빈 들녘
흰구름 잡아 펼친 도화지에그녀의 뒷모습도 그려 보고 비 젖은
가을 산사(山寺)에 노을 담은 나뭇잎 하나. 책갈피 속 마른 가슴에
이별가 지어 안기니
어디 선가 달려 온 바람
풍경(風磬) 흔들며 보챈다.
육근청정
황 말 남
? 남자를 가진 여자였는지 여자를 가진 남자였는지 알 수 없어요 난자를 향해 불침 속 물길을 따라 헤엄치는 정자였는지도 몰라요 어쩌면 여자이기도 남자이기도 싶어?한 움큼의 쑥도 없이 참숯?구워낸 자궁 속에 틀어박혀 있는지 몰라요??어느 때는 내가 아직 곰이었지 싶어요 동굴 밖에?꽃이 후두둑 떨어지고?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고 겨울이?시린?생을?버리고 갔어도 봄은 쉽게 내게 오지 않았어요 마늘 쑥을 먹으며 허물을 바꾸는 동안 보고 듣고 말하고 행동하는 의식은 도태 되었어요 양심마저 탯줄을 잘린 순간 전생은 까무룩해졌어요 일체양성 진화중인지 모를 곰의 후예들이 참숯 구워낸 굴속에 앉아 있어요 불침 맞은 곰들은 구멍마다 목초액 향이 우글우글 떨어져요 어머니! 밖은 아직 추워요?불침을 맞고 싶어요 열개 구멍마다 구린내가 나요
황말남 rmfldna2002@hanmail.net -------------------------
1968년 울산 출생. 『시와비평』등단. 다울문학. 두레문학회 감사. 산다촌문인회. 글쌈. 울산문인협회. 울산시인협회.
공저/ 『좋은문학』.『시와비평』.『두레문학』
http://member.kll.co.kr/rmfldna200
조류독감
황 말 남
? 왕왕 동트는 새벽 여자가 아이를 안고 올라 간 하늘을 찌르고 바다를 가르며 목청 높여 일만 했던 곳, 죽음 아니면 애용의 수난을 거쳐 모가지를 꺾은 남자의 실제 이름은 새벽을 깨울 때마다 꼬끼오 꼬끼오 홰를 치는 소리를 내곤 했다.?? 나누어 가지자 울타리 밖에서 투쟁 하겠다 물려 다니는 꽃들을 뭉개버린다. 철거덕 닫아버린 쇠붙이에 파란 녹슨 꽃물이 부식된다. 산천이 뒤집혀도 평등과 평화를 부르짖으면 나누어 먹기라고 비난하는 먹장구름이 피어오르다 조류潮流에 편승 못한 바이러스 혈관의 강 따라 출렁인다. 수직을 강요하는 세상의 들판에?출세의 씨앗을 뿌리고 황금만능으로 없으면 밟아 버린다. 까맣게 타버린 지폐 지상주의 숲에 검은 비가 내리고, 천민을 경작하는 벼락 맞을 수구의 플러그를 뽑아 버리자 대지에 일순 스파크가 일어난다.?? 해거름 날아가는 기러기 행렬 칠흑 같은 우주로 통하는 달, 별, 넉넉한 하루 가난한 행복 이국하늘 날아간다. 상처 많은 지구를 날아 동트는 새벽을 날아 도달할 수 없는 낡아빠진 외로움, 잔잔하게 새벽을 열어주던 붉은 목소리 가득 차게 끼룩끼룩 메아리로 울린다. 닭장 같이 비어있는 남자의 방 저녁을 대신한 막걸리 병이 뒹구는, 물기 마른 빈 그릇 임종을 지키는 입회자다. 소복하게 채울 수 없는 황금의 그림자 알-라뷰-알-랴뷰-알-러뷰-알-려뷰를 부르다 혓바닥이 말려버린 두개의 동그란 콧구멍에 붉은 물이 흐르고 굳어버린 어깻죽지 잊어버린 세월이 흘러나온다.
화성에 간 처용
황 말 남?
?두 다리는 내 것이고 두 다리는 네 것이라는 그날 밤 같은 서슬 퍼런 사건이 없는 화성에는 하룻밤 닷새를 더 살자고 그대와 내가 바람소리 쌓인 개운포에서 두우~웅 두우~웅 노닐던 십리 구름 같은 안개 길을 없애는 일이 없는 화성에는 두우~웅 두우~웅 밤늦도록 하늘 끝 가없이 앙가슴 맞비비며 놀 것도 만은 어느 무명씨 하나 마음자리 벗어 놓고 옛일을 잊어버려 아랫마을로 내려가 구멍 뚫린 반쪽을 찾아다니는 몽환이 없더니 두우~웅 두우~웅 원 없이 자나 깨나 처음 그대가 내게 준 물빛언약 그리며 머리가 백발이 되도록 움켜지지 않아도 들숨 날숨으로 복사꽃을 피우는 화성에는 불멸을 살자니 지겹도록 눈물겨워 한번은 신랑으로 한번은 신부로 그대와 내가 바꿔가며 두우~웅 두우~웅 꼬옥 껴안아 소맷부리 장단에 만개한 복사꽃이 강바람에 흔들리더니?하늘과 땅이 붙어 출렁이는 처용의 아들딸들이 와글와글...... 내 꿈을 두드리는...... 북소리?
[시조와 비평]
늙은 나무
박 희 곤
?
골목어귀 돌아서면
유년처럼 설레어라
기억 속
장대만큼 웃자란 미루나무
허리춤 감싸 안으면
거친 각질 따뜻해
?
갈바람에 씻은 잎
는개 머금고 잦아들고
가는 팔 촘촘 열어
?별 헤던 밤 지나면
버성긴 외피 갈라져
시린 바람 놀아라
?
텁텁한 숨 토하고
굽은 하루 잠들면
바람 든 밑둥치에 이슬이 숨더니
기어이
아비 모르는
씨앗 하나 터져라
?
?박희곤 bhg5646@hanmail.net -------------------------
1968. 경북 안동 출생. 『시와 비평&시조와 비평』등단.
다울 문학회원. 산다촌문인회. 두레문학회.
공저/ 『좋은문학』.『시와비평』.『두레문학』
개인서재 : http://myhome.naver.com/bhg5646/
거 미 (1)
박 희 곤
?
앉은뱅이 최 씨의
반 지하 단칸방
머리 높이 메어
둔 푸른색 창문엔
다 저녁
붉은 노을만 액자마냥 걸렸다
?
인드라의 그물을
빠져나온 바람이
창백한 낮달을
꿰차고 앉은 자리
날렵한
엉덩이 들고 사냥나선 무당거미
?
거미줄에 감겨진
앉은뱅이 하늘은
마디마디 끊어진
신경을 자극하며
파랗게
날이 선 칼처럼 시신경을 가른다
?
?거 미 ( 2 )
박 희 곤
?
앉은뱅이 하늘에
가을비가 내렸다
바람이 지나가자
흐느끼는 낮은 음
거미는
산란을 마치고 헤어짐을 준비했다
?
거미줄에 걸려 있던
감잎?하나가 떨어졌다
미련인가,
거미줄에 걸어둔 다리가
긴 하루
떠나보내고 정지된 체 걸렸다
?
온기를 잃어버린
모든 것은 빨리 지워진다
불시착한 감잎이
공간을 비집고
싸늘한
거미 옆에서 염(殮)을 하듯 앉았다
?
청 음 1??
? 추 창 호
층층이 놓인 음계 자박자박 밟아 가면
잔잔한 떨림으로 오는 이름 하나 보인다
아득한 그리움으로 꽃이 되고 시가 되는.?
추창호 http://user.chollian.net/~ckd18/ ---------------
『시조와 비평』등단. 『월간문학』신인상.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조부문 당선. 울산문인협회 부회장 역임. 두레문학회
시조집/ 『낯선 세상 속으로』.공저『두레문학』 운영위원
시조전문웹사이트/‘시조사랑’‘동시조 교실’ 운영
푸켓 가는 길에
추 창 호
가볍게 툭툭 털며 떠날 수 있으리라
설경 펼친 구름밭 사이 언뜻 보인 지상으로 휘갈긴 푸른 산야가 이런, 온통 그리움이다
* 푸켓 : 세계적인 휴양지로 알려져 있는 태국에 있는 섬.
?
눈 내리는 오후
현 임
?
흰 꽃잎 앞 다투어
차창에 투신하니
삼천궁녀 그날이
새삼스레 고개 드네
온 하늘
백기 흔들며
내려오는 혼령들
?
?
현 임 graceih2004@hanmail.net --------------------------
서울 출생. 『시조월드』등단. 세계한민족작가연합회원.
두레문학회. 워싱톤열린문학회 회원.워싱톤 문예창작원.
공저『시와비평』『두레문학』
동양정신문화연구회 회원. http://ihc87.kll.co.kr
Fellowship Senior Center Work out exercise teacher
어깨동무
현 임
?
반짝이는 하얀 햇빛
젱그렁 놓인 눈밭에
네 발자국 내 발자국
어깨동무하고
재잘재잘 재미있게
콩 콩콩 도장 찍네.
해님이 웃으며
우리 등 다독다독
순이네 강아지
졸랑졸랑 따라오며
어깨동무 끼어 달라고
멍 멍멍 졸라요
?
?
?
봄나들이
현 임
?
융단 깐 잔디밭에
해님이 짱 손뼉 치면
아장아장 아기가
함박웃음 꽃피우고
꽥 꽥꽥
오리 가족들
봄나들이 앞장서요
뒤뚱뒤뚱 오리 새끼
우리 아기도 뒤뚱뒤뚱
앞서거니 뒤서거니
궁둥이만 뒤뚱뒤뚱
누나들
깔깔거리며
봄날을 흔들어요
[아동&청소년문학]
배꼽참외(동시)
이 승 민?
무더운 여름날
할아버지 따라
노오란 배꼽 뒹굴 거리는
참외밭에 가면
윙윙 왱왱 벌들은
노오란 꽃 속 들락날락
팔랑팔랑 나비들
노오란 꿈 안고 춤추고
비바람 참아내며
햇살로 꿀맛을 낸
노오란 참외 원두막에 앉아
배꼽이 나오도록
먹을 수 있지
이승민 http://cafe.daum.net/perfumepoem ----------------
제주도 출생. 계간『시세계』등단. 한국지저스작가동인.
울산공단문학 시 부문 수상. 울산 공단문학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울산). 울산자유기고가 협회 회원.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동인. 작가코리아 문학(시) 부문 금요일의 작가
현 대경기계(주) 기술지원팀 근무.『두레문학』운영위원.
별똥별?
이 승 민
1.
밤하늘이 똥싼다
빛나는 긴 똥싼다
풍덩 소리나지 않아도
다 쌌다고 말하지 않아도
어느새, 엄마가
두 손으로 닦아냈는지
밤별
더욱 빛난다
2.
밤하늘이 똥싼다
빛나는 긴 똥싼다
힘주고 끙끙거리지 않아도
엄청 빠른 기분 좋은 똥
산 위에다가 싸두고선
시침 떼고 있는데
말하지 않아도 시원한 줄
난,
다 안다
나무와 바람은(동시)
이 승 민
연초록 봄바람
나뭇가지 간질이고 간 뒤
하나둘 돋아나는 맑고 맑은
눈망울들
뜨거운 여름바람
헐레벌떡 달려와 그늘에서
쉬다가며 보여주던 곱고 고운
웃음들
시원한 가을바람
깔깔대며 신나게 놀고 간 뒤
노랗게 빨갛게 물오르던 아름다운
이야기들
심술보 겨울바람
흔들흔들 흔들고 간 뒤
잉잉대며 길바닥에 뒹굴고 있는
나뭇잎들
그래도?
우리들은 사계절을 함께 하는
영원한 친구
[수필]
호숫가에서
수필가 고 영 예
호수는 언제나 고요한 것이 아니다.
꼬마가 던지는 돌멩이로 동그라미를 그리고, 폭풍에는 자신의 전부를 바람에게 맡겨 온몸을 떨어야만 한다. 짙푸른 산 그림자와 이글거리는 태양을 쌍태했다가 가을 단풍으로 출산해야하는 힘겨움도 있는 것이다. 어떤 의미를 건져 보려고 빈 낚싯대 드리운 이의 한숨이 물결 되는 날 호수는 자신도 모르게 호흡이 빨라지고 만다.
나도 그 호수에 낚싯대를 던졌다
마음에도 풍랑이 이는 때가 있다
어느새 침입했는지 생각 하나가 마음을 헝클어 놓고 만다. 늘 그랬듯이 기쁜 생각보다 앞질러 오는 것이 어둡거나 부정적인 생각이다. 내가 녀석들의 정체를 알지 못했을 때는 충실히 녀석들을 섬겼을 뿐 아니라, 그 나라의 확장을 위해서 마음을 온전히 헌납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아주 작은 씨앗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는지 도무지 알지 못한다. 생각에 생각을 하다보면 어느새 마음 전체가 흔들리고 행동마저 거칠어져 있는 것을 알게 된다.
과거 누구로부터 마음에 심한 상처를 받아 그 사람을 미워한 일이다, 이미 용서를 했고 까마득히 잊고 살았는데 그 일과 관련이 있는 작은 물체 하나가 머리에 떠오르면서 그 상황을 생각하게 되고 당시의 감정을 이끌어 와서 현재 자신의 마음 전체를 삼켜 버리는 것이다. 어떤 경우는 자신의 죄책감에 대한 일이다. 한 순간 옳지 못한 판단과 행동으로 일평생을 힘겹게 사는 경우도 있다. 이 일만 아니었다면 내 삶이 얼마나 당당하였을까. 이미 회개하여 온전히 돌이킨 삶을 산지 오래 되었지만, 그 죄와 관련된 언어만 들어도 가슴이 쿵 내려앉아 마음의 평정을 누리지 못 하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염려와 걱정으로 구름이 호수를 덮어 버린다. 장래에 나는 어떤 삶을 살게 될 것인가. 불투명한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진로와 결혼 자녀양육 노후대책 그리고 건강에 대한 불안감, 어느 것 하나도 만족스러움을 주거나 보장된 안정이란 없다. 자녀가, 남편이, 아내가. 혹시 병들지 않을까? 직장은? 사업은? 그 두려움은 끊임없이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어떤 때는 욕심이란 돌이 날아와 물결을 일으킨다. 분수에 넘치도록 즐기고 싶고, 받고 싶고, 가지고 싶고, 높아지고 싶은 끝없는 탐욕이다. 이것은 무엇을 이루려는 노력과 열정(熱情)에 비교할 수는 없다. 집착하다가 그 욕구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는 무슨 중독증 환자처럼 안정성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이것들은 세균처럼 침입해서 전부를 침몰 시키고, 정의의 사자처럼 다가와서 불의의 단맛으로 패배자를 만들어 버리는 녀석들이다. 나의 현재와 미래의 희망으로 자신의 양식을 삼는 몰염치한 녀석이다. 내 안에서 인격체를 가지고 나 자신인 것처럼 행세하기 때문에 나 인줄 착각하기 십상이다.
중요한 것은 녀석들의 일터가 분명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다. 그것을 지금이라도 알게 되었으니 더 이상은 내 마음을 어둠에게 내어 줄 수 없다. 나를 맴돌며 시간과 공간에 얽매이지 않고 유화(宥和) 내지는 충격요법으로 생각이라는 도구를 사용하여 마음을 찔러댔지만 이제는 그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떠오르면 가만히 끌어들여 세밀히 연구 분석하고 그것을 깊이 파헤쳐 보고 배척을 하든지 옹호를 하든지, 한마디로 즐기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이때 마음이 원하는 데로 생각을 키워가다가는 그 칡넝쿨 같은 생각에 꽁꽁 묶여서 어느 때 끝날지 알지 못하는 증오와 우울의 물결을 타게 될 것이다.
늘 참패를 당해 봐서 알만한 생각의 씨앗이 들어온다면 생각의 지배를 받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생각을 지배할 줄 알아야 한다. 생각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마음에 상처를 남길만한 생각은 그 씨를 제거해야 한다. 이미 싹이 텄다면 더 이상 자랄 수 없도록, 생각에 생각을 더 해서는 안 된다. 방치하면 죄의 열매만 가득히 수확하게 될 것이고 자신에게 주어진 생명은 그 주인이 불분명해질 수 있다. 어떤 생각을 심어 어떤 열매를 거둘 것인지는 농부의 절대적인 결단을 필요로 한다. 어떤 생각을 잘라내고 어떤가지를 키워 나갈 것인지는 그의 절대적인 지혜를 필요로 한다.
호수는 구름이 수면을 다 덮어도, 심하게 바람이 일렁거려도 그것들을 수용하지만 더불어 떠나지 않는다. 던진 돌에 결을 그려 낼 때도 투덜거림이 없다. 극심한 가뭄에도 함께 사는 물고기를 결코 외면하지 않는다. 고달픔을 안아도 경계선을 긋지 않지만 그 어떤 것에도 호수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는다. 어둠의 세력이 수없이 찾아와 마음에 낚시질을 하고, 비바람으로, 날아오는 돌로. 반입되는 폭우의 흙탕물로, 평안을 누릴 수 없도록 공격해 올지라도 전능자를 믿는 믿음의 방패로 그의 사랑이 부은바 된 마음으로 능히 이기며 희락과 평강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마음을 흔들어 놓을 만한 생각과 주저앉고 싶은 현실에도 온유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내 마음과 같은 호수에다 낚싯대를 던졌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물가에 앉아 찌의 변화에 기대를 모은다.
호수에서 내가 무얼 얻기를 원하는가. 대어를 꿈꾸는 건 아니다. 어제 밤 낚아 올리던 낚시꾼도, 수 십 마리 붕어도 결코 아닐 듯싶다.
고영예 gyl1760@hanmail.net -----------------------------
1963년 청송 출생. 부흥파인텍대표.
『문학세계』수필 등단. 문학넷 회원. 두레문학회원.
공저/『시와비평』.『두레문학』.
http://gyl1760.kll.co.kr
[시와비평]
권기만/[시평] 소통부재가 소통인 시대의 시 읽기
박봉준/[시평] 허용 시인의 시에서 엿보는 실직의 아픔
이상식[시평] 드러냄의 미학
이용일[시평]?美的 관점의 詩 文學
시평 권기만
시평 박봉준
시평 이상식
시평 이용일
[시와 비평]
소통부재가 소통인 시대의 시 읽기
시인 권기만 시평
시평 “날으는 고슴도치아가씨” 김민정의 소통법 ?시는 작가가 쓰지만 거기에 독자가 참여할 때 함께 어우러지는 소통의 공간이 형성된다. 그러나 요즈음의 시에는 개인의 상징 기호가 더 자유롭게 구사되므로 독자와의 어우러짐을 외면하는 추세다. 아니 독자는 아예 관심도 없다는 투다. 한때는 독자가 작가를 외면했지만 지금은 작가가 독자를 외면하는 시대가 된 것이 아니가 믿어질 지경이다. 그럼에도 작가가 끌고 가려는 상상의 극한을 방해할 근거도 없으므로 무제한적인 상상은 너무도 당당하게 존중되고 있고 그것을 움켜쥔 작가는 극한과의 전투를 위해 독자를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 난해함 따위는 그다지 대단한 것도 아니다. 소통부재를 소통의 도구로 개발해 놓고 그것을 판매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소통과 소통부재는 어느 시대에나 치열한 싸움을 하면서 공존해 왔다고 볼 수 있다. ? 요즈음 젊은 시인들의 시를 일명 미래파라고 통칭해서 부르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흐르는 것은 결국 우리를 수식하는, 우리를 감싸는 환경이 변화되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임을 미처 간파하지 못해서 오는 일시적인 암전일 뿐이다. 이상의 시가 처음 발표되었을 때의 반발과 거부는 이제 더 이상 화젯거리도 아니다. 그럼에도 최근 젊은 시인들의 시는 소통의 부재를 소통의 주재로 삼고 있다. 물론 이것은 조금 지나면 아무런 장애도 되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는 우리가 미처 따라나서지 못한 환경에 밀착된 시선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 소통 과잉과 소통 부재라는 아이러니를 동시에 안고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에게 이제 소통 부재는 더 이상 민감한 사안도 특별한 것도 아니다. 모든 시선에는 소통을 향한 몸짓이 있다. 그러한 몸짓은 무엇을 어떻게 보았느냐를 따라가면 보인다. 보이는 순간 소통이 된다. 볼 수 없을 때 거기서 독자와 작가의 힘 싸움이 시작된다. 독자의 입장에서 본 시선의 그물에 화자의 몸짓이 잡히지 않을 때 독자는 당황하게 된다. 그러나 그 안에서 부릅뜨고 있는 시선은 본질적으로는 다를 것이 없다. 그런 관계로 나는 소통 부재를 믿지 않는 쪽이다. 소통을 위한 소통 부재를 꿈꾸는 시인은 얼마나 자유로운가. 결국은 소통이 자유로워질 것이라는 상상은 또 얼마나 유쾌한가. 그들이 본 시선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소통부재를 선고하는 일은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언제나 지나치게 성급했음을 실토하여야 하지 않았던가. ?그러므로 우리 시대의 시 읽기는 결코 만만하지가 않다. 오류투성이의 시 읽기를 통해 소통부재로 소통부재를 해소하여야 하니 말이다. 그럼에도 거기엔 우리 시대의 다양성과 새로운 소통의 화법이 드세어지고 있다. 그것은 가벼움이다. 이제 그 가벼움을 만나보자.
?나는 브래지어를 벗어던졌다. 나는 팬티도 벗어던졌다. 나는 콘택트렌즈와 치아교정기에 인조 속눈썹까지 자꾸만 벗고 또 벗어던졌다. 곤약같이 껍질 벗긴 흰 살점 덩어리, 이마저도 체중이 일어나는 펄펄 끓는 기름 솥단지 안으로 다이빙해 들어갔다. 백 살 노파의 미주알처럼 겹겹의 허물이 벗겨졌다 입혀지고 까졌다가 딱지 앉더니 유면 위로 샛노란 튀김옷의 그녀가 솟구쳐 오르는 것이었다. 그녀가 딸깍, ?????????? - 고등어 부인의 윙크/부분 거북이들이 졸라 빠르게 기어가고 있어 졸라 빠르게 기는 건 내 거북이 아냐 필시 저것들은 거북 껍질을 뒤집어쓴 토끼일걸? 에고, 거북아 그러니까 내가 거북곱창 테이블에 앉아 질겅질겅 소창자를 씹고 있어 씹거나뱉거나말거나 토끼들아, 너희들 내 거북이 본 적 있니? ?????????? - 거북 속의 내 거북이/부분 자물쇠 단단한 철창 안에서만 잠들 줄 아는 날 내다 팔기 위해 오늘도 아빠는 포수로 그림자를 갈아입는다 (중략) 아빠가 마스카라 칠해 달군 속눈썹을 깜박거릴 때마다 내 몸에서 바숴져 내리는 퍼즐 조각들이 까만 섬유소의 꼬임 안으로 쏟뜨려진다 그러나 낄낄거리며 인조 속눈썹을 떼어내는 아빠, 그걸 방비 삼아 내 키만 한 007가방 안에 나들를 싹싹 쓸어 담고는 자물쇠를 채워버린다 ?????????? - 날으는 고슴도치아가씨/부분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 보면 가벼움은 어느새 유쾌함으로 변질된다. 자기 안에서의 유희만으로도 그는 즐겁고 행복하다. 그런 놀이를 그만둘 이유를 그는 갖고 있지 않다. 그것은 독자를 무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니 개의치 않는다는 것이 적당하다. 비틀림도 찢어발김도 온갖 변덕도 다 아무렇지 않게 일어난다. 예고 없이 일어나고 예고 없이 버려진다. 가벼울 수만 있다면 그런 형식이나 격식은 언제라도 무용지물이 된다. 살아남기 위한 필연성만이 유일한 정당성을 갖는다. 그를 힘들고 피곤하게 만드는 것들은 가벼워 하려는 몸짓을 통해 해체된다. 그에게 그러한 행위는 그를 구원하는 안전장치다. 소통부재를 넘어선 소통을 꿈꾸는 것으로 그는 살아남으려고 한다. 무화되고 해체되고 그러나 그러한 행위를 통해 그가 습득한 가벼움은 거의 유일한 소통의 몸짓으로 아프게 우리를 찢어발긴다. 거기서 얻어진 가벼움은 어쩌면 우리들 모두가 얻으려고 하는 구원과 결코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에게 있어 가벼움은 포즈가 아니라 생존이다. 우리 시대의 가벼움이 지향하는 것은 위태롭고 아슬아슬하다. 극단의 자유, 극단의 소통, 극단의 몸짓은 살아 있다는 아니 살아남으려는 몸짓일 뿐이다. 그래서 가벼움은 아프다는 말조차 할 수 없도록 시선 밖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도록 강요하고 있다. 거기엔 자유도 이념도 선악도 소통을 방해하는 것이라면 다만 해체의 대상이 될 뿐이다. 어머니와 아버지도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다. 오로지 소통을 위한 몸짓만이 모든 것의 위에 자리 잡고 있다. 아니 그 위에 작지만 그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고자 찢어발기듯 날개를 퍼덕이고 있다. 소통을 방해하는 모든 형식을 함께 찢어발기자고 자폭의 도화선을 넌지시 건네고 있다. “여장남자 시코쿠” 황병승의 소통법 ? 전 시대가 자유를 위해 투쟁했다면 지금은 자유의 다양성을 위해 투쟁하는 시대다. 발칙하고 돌발적으로 그러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거리에서 키스를 하고 여장을 하고 루즈를 바르고 귀고리를 하는 남자들, 그들은 남자라는 사회적인 규범의 틀이 자유스럽지 않다고 본다. 황병승의 시에는 일본 만화의 영향이 보인다. 젊은 세대들은 일본 만화에 아주 자연스럽게 노출되어 있다. 그에게 자연스러운 것이 우리에겐 부자연스럽다. 그의 몸짓이 자연스러울수록 기성 작가나 독자들에겐 생소한 몸짓으로 읽힌다. 새로움이고 충격이고 동시에 소통부재다. 거기서 초래된 소통부재는 그의 시를 난해하고 개인적인 상징으로 가득 찬 시를 쓰는 시인으로 자리 매김 시키고 있다. 누구의 오해가 더 큰 것일까? 작가? 독자? 아니면 비평가?
괜찮아요 매니큐어를 처음 바를 땐 누구나 어색하죠 여자들도 그런걸요 ????????? - 셀프 포트레이트 스몰/부분 누가 만든 불일까, 잘 탄다// 저팔계 여자는 순돈육 자지를 달고 불 속을 걸었다 ???????? ?- 에로틱파괴어린빌리지의 겨울/부분 도마뱀을 쓴다/ 찢고 또 쓴다 (중략) 열두살, 그 때 이미 나는 남성을 찢고 나온 위대한 여성/ 미래를 점치기 위해 쥐의 습성을 지닌 또래의 사내아이들에게/ 날마다 보내던 연애편지들 (중략) 화장을 하고 지우고 치마를 입고 브래지어를 푸는 사이/ 조금씩 헛배가 부르고 입덧을 하며 (중략) 그대여 나에게도 자궁이 있다 그게 잘못인가/ 어찌하여 그대는 아직도 나의 이름을 의심하는가// 시코쿠, 시코쿠, ?????????? - 여장남자 시코쿠/ 부분 소년도 소녀도 아니었던 그해 여름/(......) 쥐가 되지는 않았다 늘 그모양이었을 뿐./ 뒤뜰의 작은 창고에서 처음으로 코밑의 솜털을 밀었고/ 처음으로 누이의 젖은 치마를 훔쳐 입었다. 생각해보면/ 차라리 쥐가 되고 싶었다/ 꼬리도 없이 늘 그 모양인 게 싫어
?????????? - 너무 작은 처녀들/ 부분
? 서로 다른 모양새와 생김새는 첨단의 시대라고 자평하는 작금의 시대에도 소통부재의 주된 재료로 작용되고 있다. 남자가 여자가 될 수 있고 여자가 남자가 될 수 있는 시대, 작가는 어느 한 쪽으로 기우는 것을 거부한다. 그에게 어느 한 쪽을 버리는 것은 존재감의 상실로 다가온다. 소시지를 먹다가 순돈육 자지를 달고 걸어가는 여자를 상상하는 일은 더 이상 상상 속의 일로 느껴지지 않는다. 메니큐어를 바르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 되는 시대는 결코 멀리 있지 않다고 작가는 말하고 싶어 한다. 아니 그것을 억누르고 있다고 본다. 도덕이나 규범, 체제나 나라 따위는 유치한 장식도 되지 못한다. 국적 불명의 다국적 정서로 설명 할 수 있는 범주가 아니다. ? 부정된 그 부정들로 이루어진 부정의 세계가 소화불량의 답답한 헛배 같은 긍정의 세계를 구토하고 있다. 남성 우월을 상대로 싸우던 시대의 페미니즘은 이제 여기선 사망선고를 받고 있다. 남자가 남자를 벗어던지기 위해 싸우고 여자가 여자를 흔들어 자지를 만든다. 서로를 향한 저 복수의 칼을 자신을 향한 복수의 칼로 돌려놓고 있다. ? 흑인과 백인, 남자와 여자, 아이와 어른, 처남과 누이들의 소통부재는 그들이 차지하고 벗어버리지 못한 부피만큼 불화로 눌러 앉아있다. 누명처럼 쓰고 있는 그 이름들의 허구가 억압과 소통부재의 주범으로 작용한다고 에둘러 말하고 있는 것으로 내게는 읽힌다. ?지면관계로 자세하게 언급하지는 못했지만 다양성의 확대가 급격하게 이루어졌다는 점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다. 그들이 말하는 것에는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은 가짜라고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니 전부 다 세대교체 되었음을 손끝에서 생각의 머리끝까지 보여주고 있다. 그들을 가리켜 일명 미래파라고 통칭하지만 내게는 가장 실질적인 현실파로 읽힌다. 그러므로 기성 시인은 필사적으로 이와 같은 변화를 읽기 위해 수많은 밤을 설쳐야한다. 그러하지 않으면 우리의 자유와 상상은 반쪽을 면할 수 없다. 다의적 자아의 시대는 혼란이 아니라 가벼움이고 탄력이고 매니큐어와 같은 것이다. 국적 불명이 아니라 무국적의 자유라야 급격하게 변화하는 세상에 그나마 적응할 수 있다는 다급한 외침, 소외된 소수자들의 비명소리가 전율처럼 번져 있는 김민정과 황병승의 언어들은 결코 그들만의 유희가 아니라고 엄중하게 항의하고 있다. *
허용 시인의 시에서 엿보는 실직의 아픔
- 시인 박봉준 시평
I. M. F. 이후 우리의 사회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으며, 구조조정이라는 명분 아래 수많은 직장인이 명예퇴직을 당하였다. 그중에서도 사십대의 실직이 사회 전반에 걸쳐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왕성한 사십대가 졸지에 노쇠기를 맞는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현상을 우리는 눈앞에서 무방비 상태로 겪고 말았다. 지금도 그 잔영이 곳곳에서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음을 엿볼 수 있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오늘 내가 주목하는 [허용] 시인도 그 시기에 증권회사의 간부로 재직하다가 명예퇴직을 하고, 여러 가지 사업을 전전하다가 지금은 모 대학교 도서관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생활이 안정이 되고 본격적인 습작을 거쳐 당당히 기성 시인으로써 활동을 하게 되었다. 물론 습작을 한다고 하여서 모두 시인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어느 정도 그 끼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한다. 허용 시인도 일찍부터 그러한 잠재능력이 있었으나, 직장에 매인 바쁜 일상으로 그 기회를 잡지 못하다가 오히려 실직 후 그 좌절감과 배신감의 틈바구니에서 시라는 동아줄을 잡았다고 그의 등단 수필에서 밝히고 있다. 시를 만나지 못하였으면 모르긴 몰라도 그 시기의 삶이란 더한층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짐작이 간다.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어차피 시인으로써 운명을 함께 하려면, 그 어려웠던 시간이 오히려 좋은 약이 되지 않겠는가 생각도 든다. 등단한 지가 오래되지 않은 그의 시에는 그러한 암울한 시기의 향수와 재기하려는 의지력이 풋풋한 대팻밥 냄새로 물씬 풍겨난다.
을씨년스런 대리석 조형물이
햇빛에 늘어져 있다
집 나온 새가 날아와 등을 밀쳐낸다
오늘도 초로의 비즈니스 방문객
핸드폰 울림소리 땡땡이친다
장사치의 비릿한 기계음 어설픈 걸음걸이
간간이 들려온다
"싱싱한 생선이 지금 막 왔어요."
허락도 없이 담장을 넘어와
실직자 허기진 주머니를 헤집고 간다
딸아이 대학 등록금 짜증 난 마누라
지청구와 한숨을 떠올리며
의자에 앉아 마지막 남은 담배를 피워 문다
양버즘나무 사이로 흐린 하늘이 슬쩍 내다본다
떠도는 구름은 하루 종일 어디로 가는 걸까
멈춰버린 시간, 닳아빠진 구두 뒤축
내일 또 일자리를 구하러 떠나야지
앞장선 애완견이 끙끙거리며
숯 속으로 오 부장을 끌고 사라지면
한 자락 바람이 저녁노을을 손짓해댄다
-[파고라 소공원] 전문-
실직한 오 부장의 눈에는 햇빛을 받는 조형물마저 을씨년스럽게 느껴지고, 양버즘나무 사이로 보이는 하늘도 흐릿하다. 시간이 멈춰버렸다고 하였다. 시간이 멈췄다는 것은 삶이 멈춘 것이요. 죽음 같은 시간일 것이다. 그 시대 부장이라는 직책의 나이에는 대학에 다니는 자녀가 한두 명은 있음직 한 시기이다. 돈이 제일 많이 드는 시기에 실직을 하였으니, 그의 부인의 짜증과 잔소리는 듣고 보지 않아도 짐작이 간다. 막노동이라도 해야 할 그의 절박한 생각에 “싱싱한 생선이 지금 막 왔어요.”라고 녹음기에서 외쳐대는 생선장수의 목소리는 과연 어떻게 들렸을까? 혹여 비수를 꽂는 그런 심정은 아니었을까? 허락 없이 담장을 넘어와 듣고 싶지 않아도 들어야 하는 오 부장의 처지가 참으로 서글프다. [파고라 소공원]에는 노인뿐만 아니라 한창나이에 실직한 오 부장 같은 사람들의 한숨과 절망이 우울하게 채색된 풍경을 독자는 이 글을 읽으면서 현장에 가지 않아도 쉽게 느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연못이 있는 운동장 한 모퉁이
하늘을 향해 힘겹게 노를 젓고 있는 매미
희미한 애벌레 시절의 순간들
날개엔 바람을 싣고
신음소리 구름 물살 저어대고 있다
- [울지 않는 매미] 중에서 -
동네 아파트 상가 옛날 치킨집
165도 펄펄 끓는 기름에
노릇노릇
닭다리가 튀겨진다
날개가 튀겨진다
사장님 특별히 맛있게 해 주세요
퇴근길 501호 아저씨
따뜻한 치킨 한 봉지 안고 돌아선다
기름 범벅인 사내
시골 인심처럼 훈훈한
옛날 치킨
말만 잘하면 덤도 주는
안경 쓴 대머리 지점장은 치킨집 주인
과거 금융권 중역인 그가
한때 날던 날개가 꺾여
앞치마 두르고 닭을 튀긴다
퇴근길 고단한 가장들의 맘을 안다
창가엔 라일락 향기가 은은하게
밤새워 세레나데를 들려준다
- [옛날 치킨집] 전문-
[울지 않는 매미]에서는 활짝 꽃을 피우던 직장생활의 시절을 애벌레 시절로 은유하여 회상함을 쉽게 간파할 수 있다. 가장 왕성하고 높은 소리로 한여름을 달구어야 할 매미의 구애소리가 실직한 가장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매미의 요란한 소리가 한갓 신음으로밖에 들리지 않는 것이다. 눈으로 보이는 모든 풍경은 부정적이며, 색맹으로 보일 것이라고? 내 나름대로 추측해 본다. 또한, [옛날 치킨집]에서도 한 때 금융권 중역이었던 치킨집 사장을 통하여 화려했던 자신의 과거와 더불어 이 시대의 고단한 가장들을 아우르는 동병상련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말만 잘하면 덤도 주는 인심이 후덕한 안경 쓴 치킨집 주인은 세상을 그렇게 각박하게 살지 않았던, 직장에서도 승진이라든가 좋은 보직에 연연하지 않고 치열한 경쟁에서 한발 물러서 있으므로 해서 명예퇴직이라는 아픔을 겪었던 그러한 인간성의 소유자이며 곧 화자 자신임을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비록 고단한 일상이지만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희망적이고 즐거운 것임을 [창가엔 라일락 향기가 은은하게/ 밤새워 세레나데를 들려준다.]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쓸쓸할 땐
창공을 나는 새가 되어본다
머루랑 다래 딸기 향 그윽한 골짜기를 지나
더 높고 푸른 꿈을 향해 하늘을 난다
아이들 웃음소리 조용한
시골 성당 처마에 둥지를 틀고
그리움이 물결처럼 밀려오면
바닷새가 되어 날아본다
비릿한 바다 냄새
푸른 파도 넘실대는 곳
바위틈에 둥지를 틀고
- [ 새 ] - 전문
새가 되고 싶었으리라. 쓸쓸함이란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 주지 못하거나, 함께 고민해 줄 상대가 없을 때 그 소외감과 외로움이 배가 된다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어쩌면 주위의 시선보다도 자격지심에 의한 심정적인 것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심신이 지쳐있을 때에 우리는 곧잘 현실에 대한 도피를 꿈꾼다. 화자는 고려 가요로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청산별곡]과 유사한 [머루랑 다래 딸기 향 그윽한 골짜기를 지나/ 더 높고 푸른 꿈을 향해 하늘을 난다]라고 자신의 심정을 토로함으로써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보다도, 삶의 비애와 고독으로 점철되는 속세에 대한 미련 따위를 버리고 피안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과 그 피안의 세계가 시골 성당의 처마에 둥지를 틀고 싶은 화자의 종교에 귀의하고 싶은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이렇듯 허용 시인의 시 몇 편에서도 엿볼 수 있는 것처럼 허용 시인도 그 시기의 여느 가장들처럼 예기치 못한 실직과 혼란 속에서 나날이 힘든 고초를 겪으면서 권토중래하고 있었다. 시는 시인의 생생한 체험의 직접성에 기초를 토대로 하는 창작 예술임으로 그의 고단한 시기의 감정을 훔쳐보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는 요즘도 열심히 시 공부에 여념이 없음을 그의 시 [나의 시]와 [시어를 낚다.]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암울한 시기에 한 가닥 희망이며 마음을 토로할 수 있었던 구세주와 같았던 [詩] 창작에 힘 기우려 한국 문단에 우뚝 서기를 바란다. *
드러냄의 미학(美學) - 이명주 작가의 시세계
??????????????? ?? 시인 이상식 시평
시(詩) 창작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이미지의 형상화 작업과 작자의 상상력이다. 그렇지만 체험 또한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일부분을 차지한다. 내가 이명주님의 작품들을 주목하는 이유는, 구체적인 사실(체험)을 바탕으로 진솔 되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주님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진솔한 모습이 마치 한 폭의 수채화처럼 사실적으로 녹아 있다.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 일상의 한 토막을 살짝 끄집어내어 그 의미를 유추해 내고 또 詩로서 승화시키는 능력이 아주 뛰어나다. 특히 대다수의 작가들이 꺼려하는 표현기법을 과감히 사용하는 배짱과 뚝심, 그리고 핵심을 찌르는 어휘는 독자의 두 눈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이기에 충분하다.
이와 함께 이명주님의 작품에는 슬픔과 아픔이 배어 있다. 외적인 슬픔은 내면의 상처를 덧나게 하지만 화자는 온 몸으로 이 상처들을 끌어안는다. 이처럼 작품 속에 화자의 삶을 살짝 드러내 보이는 것 또한 이명주님 작품의 한 특징이다.
버스 안에서 차 창 밖
지나치는 산과 들
그리고 하늘을 보았다
창에 반쯤 붙어 있는 선팅지
위는 어둡고
아래는 밝다
살짝 가려진 경치
능선을 따라 흐르는 아름다움
화폭에 담기고 있었다
가려진 베일에도
또렷이 잘 보이는 사물들
시나브로
아침 해는 서산으로 기울고 있다
사람을 볼 때도 가끔은
선그라스를 끼고 보자
- 선글라스 / 전문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물이든 사람이든 선글라스를 끼고 보지 말라고 주문한다. 그런데 화자는 오히려 선글라스를 끼고 보라고 주문한다. 아주 역설적이다 못해 구차한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애잔하고도 슬프며 사실적인 작품이다. 세상에 상처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없겠지만 이처럼 강직하고도 반발심이 깃든 작품도 없을 것이다.
이 시(詩)를 읽는 독자에 따라서는 상투적인 표현과 관념어 그리고 평범한 서술에 짓눌러 이렇게 시시한 시(詩)도 다 있겠나 싶겠지만 이것이 오히려 이 시(詩)의 매력이다. 아주 직설적인 표현을 통해 화자는 독자들에게 다시 한 번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화자는 지금 달리는 버스 안 차장에 덧 씌어져 있는 선팅지를 통해 바깥 풍경을 보고 있는 중이다. 선팅지에 가려졌지만 뜻밖에도 너무나 뚜렷이 잘 보이는 바깥 풍경에 적잖이 놀라는 모습이다. 거기서 화자는 우연히 한 사람을 기억해 내고 또 추억을 더듬어 올라가다 문득 선글라스를 떠올린다.
[사람을 볼 때도 가끔은 / 선글라스를 끼고 보자] 이 마지막 단 한 연으로 지금까지의 시간적 움직임은 공간적인 움직임으로 변화된다. 사실 화자가 버스 차 장 밖으로 본 것은 산과 들의 화려한 겉모습이 아니라 그 내면을 들여다 본 것이다. 그것이 7연 [선글라스] 에 잘 비유되어 있다.
주전자가 난로 위에서 춤을 추고 있다
꼬박 하루 자신을 태우고
새 연탄 덮어 달라 갈구한다
위에서 아래로 바꾸지 않으면
?! 恬? 없이 이내 꺼져버릴 거야
추위와 어둠에 떨어야 하는 건
나무와 꽃과 바로 우리 모두지
꺼트리지 않고 불씨를 구하려면
귀찮고 힘들어하기 싫어도
순서를 갈아 주어야 한다
검은 가슴 일그러진 구멍 연화되어
허옇게 사위어 갈 때까지
활활 타고 남은 밤도 두렵지 않게
신비의 체온을 이어가야 산다
오늘도 변함없이 낑낑거리며
차례를 바꾸어 불을 지킨다
- 연탄 갈아 넣기 / 전문
정작 갈아 넣고 싶었던 것은 연탄이 아니라 화자의 삶이 아닐까. [주전자가 난로 위에서 춤을 추고 있다.] 독자들의 두 눈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이는 아주 좋은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詩의 가장 큰 장점은 [난로 = 주전자 = 연탄 = 추위 = 어둠 = 나무 = 꽃 = 삶] 을 결합시키는 연결구조의 유연함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2행에서부터 13행을 이어 동안 너무 사실적인 표현(설명)으로 일관하다 보니 시적 장치의 하나인 긴장감이 떨어져 시적인 맛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작품 중간에 보이는 관념어 [추위, 어둠, 검은 가슴, 구멍] 들과 4-5행 [위에서 아래로 바꾸지 않으면 / 소리 없이 이내 꺼! 져버릴 거야] 15행 [낑낑거리며] 구체적 설명 위주의 문장 서술 또한 이 작품을 그르치게 만든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다분히 관념적인 추상어들을 다른 시어로 대체하고 본문의 구체적으로 직시한 문장들을 형상화 했다면 아주 좋은 작품으로 거듭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 중의 하나이다.
매년 뒤뜰에 고추를 심는다
올해도 고추는 잘 열려서
가을 종점에 빨갛게 농익어 있다
고추를 따서 된장에 찍어 먹었다
처음 한 입은 고추의 특유한 맛과 향이
입맛을 돋우어 주었다
꼭지 쪽을 물었을 땐 화끈한 오르가슴
흔들어 대는 손
쏟아지는 눈물
헉헉대는 숨소리
밥을 한 움큼 먹은 후에야 어휴
고추를 쳐다보고
다시는 먹지 말아야겠다 싶은데
다음 날 또 따먹고 있다
산다는 것은
가을고추 맛보는 것일까
반찬에도 넣어 먹고
그냥 장에 찍어서 먹고
된장찌개에 넣어 먹으면 맛이 일품이다
훨훨 잠자리 가벼운 날갯짓으로
푸른 가을 하늘을 날아오르고 있다
- 가을고추 맛을 보았나 / 전문
시(詩)의 대부분이 고추에 대한 해석에 바쳐져 있다. 그러나 가을, 빨갛게 농익은 고추에 머무르지 않고 스스로의 내부를 향해 있음에 주목하자. 고추에서 착안한 이 상상력은 화자가 직접 고추의 매운 맛, 달콤한 맛을 체험해 보는 그 순간이 아니라 인생의 격정(激情)을 느끼고 이를 다시 잠자리를 통해 삶으로 승화시키는 작자의 능력이 돋보인다.
기승전결의 구조가 확연히 드러나는 탄탄한 구성에다 성찰적 자아를 제시하는 무게 있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가벼워 보이는 것은 [연탄 갈아 넣기]와 같은 오류를 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언급하자면 2연 1행과 3행의 [찍어 먹었다] [돋우어 주었다] 서술형 종결어미와 2연 5~7행과 3연 4~6행의 다소 불필요한 구술들이 시(詩)의 기본 장치 중 하나인 치열함을 희석시키고 있다.
이명주님에게는 삶의 한 귀퉁이를 살짝 건드려 그 의미를 유추해내고 폭발시키는 힘이 있다. 상처받고, 또 그 상처를 딛고 벌떡 일어나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상을 영위하는 모습이야말로 바로 우리들의 현재 모습이 아닐까. 자신의 삶을 살짝 드러냄으로서 독자들과 함께 공유하고 또 끊임없이 자아를 형성해 가고자 하는 작자의 마음이 참 애달프기도 하다.
물론 아직 습작 단계라 시적 치열함과 완성도는 조금 떨어지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시(詩) 란 무엇이며, 어떻게 노래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직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자신만의 시(詩) 세계를 구축해 감에 있어 큰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일상의 한 단면을 자연스럽게 우려내려는 점 또한 이명주님의 큰 장점이다.
마지막으로 이명주님께 몇 가지 조언을 더 드린다면 삶의 향기가 잔뜩 묻어나는 작품일수록 산문적 요소가 많이 나타난다는 점을 명심하고 앞으로 詩의 특성 중 하나인 긴장감과 치열함을 보완해 가면서 시어의 선택과 이미지의 형상화 작업에도 좀 더 노력을 기울이신다면 좋은 시인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회원 중의 한 분이다.
이명주님의 건필을 빈다. *
?美的 관점의 詩 文學
- 시인 이용일 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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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란 무엇일까? 국어사전에는 ‘자기의 정신생활이나 자연, 사회의 여러 현상에서 느낀 감동이나 생각을 운율을 지닌 간결한 언어로 나타낸 문학 형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詩를 창작하는 것일까? 많은 문학가. 철학가들은 美的觀点에서 그 근원을 찾고 있다. 즉 인간은 말(詩)과 리듬(음악)과 동작(춤)의 미분화 된 활동을 통해 영감을 얻었고, 인간의 한계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神과 교감하는 과정에서 그 활동을 원시종교 형태의 축제로 승화 시켰다는 것이다. 그 중의 하나가 시문학이며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여러 형태의 변천과정을 통해 현대 시문학에 이르게 되었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아름다움(美)이란 어떤 것일까? 아름다움에 대한 관점은 동양이나 서양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즉 동?서양을 막론하고 두 가지 관점에서 아름다움에 대해 정의하고 있다. 하나는 ‘우리 마음에 즐거움과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것’말하자면 마음에 좋은 느낌을 자아낼 만큼 고운 현상이란 것이다. 이는 인간이 자연 속에서 생활하며 느낄 수 있는 사물. 색. 그리고 현상들로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는 일차원적인 사고로 이해된다. 또 하나는 감각을 통해 보고 느낄 수 있는 즐거움에서 더 나아가 아름다운 사고나 法. 과학. 그리고 인간이 만든 제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을 포함한 개념으로 인간의 예술적 창작능력을 중요시 하고 있다.
?이 같은 이론은 미의 이성적 본질. 형이상학적 기초. 객관성 및 가치 등에 관련되면서 많은 명제들을 낳고 있다.
?필자는 N.하르트만의 <美學>을 접하며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해 보았다. 어떻게 우주의 모든 현상을 하나의 학문적 관점으로 정의할 수 있느냐? 라는 것과 아직도 구분하지 못하는 美와 眞과 善의 모호한 경계이다.
어찌 됐던 필자가 논하고자 함은 미학의 본질이 아니라 이 같은 관점에서 시작 된 인간의 예술적 욕구는 시문학 형태의 완성에 이르렀고 19C에 이르러 唯美主義(=탐미주의. 심미주의)적 세계관으로 예술을 바라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유미주의라 함은 미적 가치를 가장 지고한 가치로 보고, 모든 것을 미적인 견지에서 평가하는 태도 및 관점이라 하겠다. 즉 예술은 아름다움 자체를 위해서만 존재한다는 신조 아래 ‘예술을 위한 예술’ 곧 예술지상주의를 표방하게 되었다.
?이는 生에 대한 수동적. 체념적. 관조적 태도라든가 쾌락적 감각주의. 또는 모순적이고 적대적인 현실로부터 이상세계로 도피하려는 생각에서 연유한 까닭에 종종 반사회적 허무주의에 귀착하기도 한다.
?예술지상주의적 유미주의는 19C말 프랑스를 중심으로 번성하였으며 테오필 고티에는 소설<모 팽양>을 통해 제일 먼저 강력히 주장하였다. 대표적인 작가로는 샤를 보들레르. 와일드. 릴케 등을 들 수 있다. 동양에서는 중국문학의 중흥기라 할 수 있는 唐代에 왕유. 이백. 두보 등이 있으며 특히 晩唐 時期의 두목. 이상은 대표적 작가라 할 수 있다.
?우리문학에 있어 유미주의는 이상(김해경)의 초현실주의적 환각詩에서 그 흔적이 나타나고 있으며 1960년대에 이르러 서정주를 비롯한 김봉림. 전봉건 등을 통해 유미주의의 경향을 엿볼 수 있다.
이를 발단으로 하여? 순수시와 참여시의 대립 된 논쟁이 전개되기도 하였으나 사회적. 윤리적 측면을 배제한 진정한 유미주의를 표방한 시는 거의 없다고 하여도 무방하다. 필자는 우리문학의 대표적 유미주의 작가라 할 수 있는 서정주의 詩을 통해 한국적 유미주의의 감정을 이해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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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당(未堂)· 서정주(1915. 5. 18~2000. 12. 24 )는 전북 고창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서당에서 한학(漢學)을 공부하다가 부안 줄포공립보통학교를 거쳐 1929년 중앙고등보통학교에 입학했다. 1930년 광주학생운동과 관련하여 구속되었다가 기소유예로 석방, 이로 인해 퇴학당했다. 1931년 고창고등보통학교에 편입했으나 곧 자퇴하고 박한영의 도움을 받아 대한불교전문강원에 입학하여 불교와 관련을 맺게 되었다. 1941년 동대문여학교에서 교편을 잡은 후 동아대학교. 조선대학교 등에서 강의했으며, 1960년 이후 동국대학교 교수로 재직했다. 1949년 한국문학가협회 창립과 함께 시분과 위원장을 지냈고, 1977년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을 역임했다.
?그는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문인 중의 하나이며 시인 김지하는 그를 천재라 부르기에 주저하지 않는다. 또한 시인 황금찬은 그에 대해 ‘착한 사람’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극진한 아내의 간병을 통해 많은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하였다.
그는 1933년부터 〈동아일보〉와 〈학등〉에 3~4편의 시를 발표한 뒤, 1935년 <신건설〉에 〈자화상〉을 발표하고, 193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벽〉이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창작활동을 벌였다. 1936년 김광균·김달진·김동리·김진세·여상현·오장환·함형수 등과 함께 시전문 동인지 〈시인부락〉을 창간하고, 여기에 〈화사 花蛇〉·〈달밤〉·〈방 房〉 등을 발표하여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1943년 친일 성향의 출판사인 인문사에서 발행한 잡지 〈국민문학〉의 편집 일을 보며 친일 詩들과 종군기 등을 썼다. 이때의 친일 행각은 1980년 전두환 군사정부를 찬양한 일과 함께 그에게는 씻을 수 없는 과오로 남아 있다.
?그의 시세계는 크게 3단계로 구분한다. 1단계는 처녀시집 <화사도>에서 2번째 시집 <귀촉도> 이전까지 시기로 그의 나이 33세의 정열적이고 관능적인 생명의식이 주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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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 花蛇는 프랑스의 상징주의 시인 보들레르에 심취하여 쓴, 생명파를 대표하는 작품 중의 하나이다. 원죄의 업보를 짊어진 본능의 부르짖음을 표출한 시이다. ???현대의 지적, 문명적 경향에 맞서 원시적 생명력을 상징하는 뱀을 소재로 하여 ?대표적인 생명력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있다. 이 시에선 뱀의 특성을 감각적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몸뚱아리, 아가리, 대가리 등의 비속한 시어를 씀으로써 강렬하고 원색적인 느낌을 주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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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사 (花蛇)
사향(麝香) 박하(薄荷)의 뒤안길이다.
아름다운 배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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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커다란 슬픔으로 태어났기에, 저리도 징그러운 몸뚱아리냐
꽃대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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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의 아름다운 빛깔과 징그러움. 슬픔(원죄)의 이율배반적 속성을 대조시킴으로써 서양 사상과 토속적 사고의 교묘한 융합을 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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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할아버지가 이브를 꼬여내던 달변(達辯)의 혓바닥이
소리 잃은 채 낼룽거리는 슬픈 배암아 붉은 아가리로
푸른 하늘이다. ......물어 뜯어라, 원통히 물어뜯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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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죄에 대한 억울함을 정열적으로 발산함으로써 관념에 얽매인 현실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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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나거라, 저놈의 대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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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에 대한 격정적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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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팔매를 쏘면서, 소면서, 사향 방초(芳草)ㅅ길 저놈의 뒤를 따르는 것은
우리 할아버지의 아내가 이브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석유(石油)먹은 듯......석유 먹은 듯......가쁜 숨결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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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에 대한 반감에서 동경으로, 원초적 생명력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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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오파트라의 피 먹은 양 붉게 타오르는
고운 입술이다 ......스며라! 배암.
???
우리 순네는 스물 난 색시, 고양이같이 고운 입술 ......스며라! 배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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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의 관능적 아름다움과 서정적 자아의 일치를 통해 원초적 생명력의 아름다움을 희구하고 있다.
수필가 도창회선생은 필자와의 사적 만남을 통해 서정주의 <화사>를 性的 관점에서 해석, 설명한 적이 있다. 필자는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으나 원초적 생명력으로의 희구. 관능적 아름다움의 갈구와 이성적 비판의 갈림길에서 갈등 하는 자아의 이중성을 깨달으며 일리 있는 항변이라 자위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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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단계는 두 번째 시집 〈귀촉도〉에서 시집 〈서정주시선〉이전까지의 시기로, 초기의 관능적인 세계를 벗어나 동양적인 내면과 감성의 세계에 대한 탐구를 보여준다. 특히 한국의 전통적 정서를 노래하게 된 과정이 이 시기에 해당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국화옆에서〉의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에서 보여주는 바와 같이 격정과 관능, 절망과 분열의 몸과 마음을 쉬게 하고 안식처로서의 '꽃'과 '누님'의 발견은 곧 새로운 생명을 발견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필자는 미당과의 만남을 통해, 詩 창작에 대한 소중한 답 하나를 얻을 수 있었다. “시를 어떻게 써야 합니까?”라는 필자의 질문에 그는 서슴없이 “남들이 쓰지 않는 시를 쓰라”고 답하였다. 즉 수많은 시인들이 써 왔던 창작영역을 벗어나 새롭고 독창적인 시를 쓸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것이다. 기존의 형식과 영역을 배회함은 나를 잃게 되고 시대의 흐름에 편승한 정원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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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단계는 시집 〈신라초 新羅抄〉(1961)와 〈동천 冬天〉1969)이 나온 시기로, 신라의 정신과 새로운 동양사상의 탐구가 중심이 된다. 앞 시기에 얻어진 화해의 마음은 심화되어 전래의 샤머니즘뿐만 아니라, 노장사상이나 유교까지 받아들이고 있으며 특히 불교의 윤회사상과 인연설에 열중하고 있다. 시집 〈신라초〉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를 통해 얻은 '신라적 체험'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신라를 하나의 역사적 공간이 아니라 화해에 의해 인간과 자연, 신화가 융합 된 초월적 세계로 보았다. 시집 〈동천〉에서는 〈신라초〉에서 얻은 동양적 정신을 좀 더 심화 시켜 고전적인 절제의 경지를 보여주었는데, 이것은 지칠 줄 모르고 구도자의 행로를 걸어온 시인의 자신감과 원숙의 경지를 입증해주는 한편, 사회와 역사와 멀어진 개인적 구도라는 점에서 비현실적이고 추상적인 관념세계로의 도피, 형이상학으로의 도피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우리문학 있어 미당 서정주의 발자취는 매우 크고 중요하다. 필자는? 미당의 시세계를 동경하여 왔으며 그의 시에 대한 철학과 정신을 계승하기 위하여 그가 바라던 나만의 시. 새로운 시를 쓰고자 모진 아픔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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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미적 관점에서 바라 본 유미주의의 시문학은 순수문학을 지향하는 많은 문인들의? 이정표가 되어 왔다.
영국의 사상가 버크는 美學의 범위에 ‘인간 내면의 숭고함’을 추가하였다. 그 만큼 인간의 내면적 숭고함은 인간 본질의 아름다움이며 필자가 아직도 헤매어 찾고 있는 잠재적 시의 본질이기도 하다.
미당 서정주의 생애에서 느낄 수 있는 열정적 인간 내면의 본질, 생명력의 희구와 동양적 내면. 감성 탐구의 순화된 정서, 그리고 샤머니즘뿐만 아니라 유교. 불교에서 찾고자 했던 구도자로서의 詩적 행로를 접하여 보았다. 현대문학을 이끌어 가는 두레문학회에서 심오한 철학적 사고와 다양한 사유를 통한 심미적 시안을 접목하는 창작활동에 동인들의 분발을 기대하는 바이다. *
[초대작가]
[초대작가]
권정일/검정 구두
고경숙/묵계리 근처
김연성/수도꼭지의 말
마경덕/길에도 혀가 있다
신 진/먹고 싸는 일
안효희/소용돌이-2
이동호/옹당이
이성목/낡은 구두
이 신/안녕, 누렁이
이효녕/처마에 대하여
정일근/별사(別辭)-경주 남산-37
[2006년 신춘문예 당선]
한분옥/국립중앙박물관
[2006년 신인상 당선]
허양희/기러기 아빠 외2편
허용/옛날 치킨 집 외2편
김민성/운문사 은행나무 외2편
엄태우/못 외2편
김금희/오카리나
신춘문예
신인상
신인상
신인상
신인상
신인상
서울신문
문학세계
시와창작
시조와비평
문학세계
문학세계
자문 한분옥
허양희
허 용
김민성
엄태우
김금희
<=수상작가
초대작가=>
권정일
고경숙
김연성
마경덕
신 진
안효희
이동호
이성욱
이 신
이효녕
정일근
[초대시]
검정 구두
? 권 정 일
이제 너에 대한 예의를 지킬 때가 되었다
너는 나를 끌고
내 행선지를 줄줄 외우고 다녔다
수상한 데를 둘러볼 때나
깡통을 걷어찰 때나
음악에 맞춰 까딱까딱 흥겨울 때도
노련하게 내 표정에 밑줄을 그어주었다
까치발을 세우고 남자를 훔쳐 볼 때도
가지런히 뒤꿈치 모우고 내숭을 떨 때도
반짝반짝 나를 빛나게 해 주었다
철없는 발자국에도 눈이 있다고
너는 나보다 먼저 젖었고 먼저 똥을 밟았고
먼저 달려가 악수를 했고 먼저 집에 데려다 주었다
너는 나보다 나중에 밥을 먹었고 나중에 잠을 잤고
잊고 싶어 하는 길을 캐묻지 않았고
뜬 눈으로 밤을 새기도 했다
너는 표정 없는 나를 터벅터벅 읽어내기도 했고
그래, 살다보면 높은 벽도, 깊은 수렁도 만나는 거야
그렇다고 기죽지 말라고
내 과거를 편집해 아침마다 페이지를 넘겨주었다
나를 깁듯 너를 기워 노쇠한 너를 따라 다녔다
이제 나는 너에게 예의를 갖추려고 한다
무거웠던 나의 아픔을 털어내고
나를 내려놓으라고 이른 아침,
평생 한 번 빛(光)나는 화장을 해 주었다
?
수거함 앞에 정중히 내다놓았다
?
권정일 시인 약력?----------------------------------------
1961년 충남 서천 출생.
1999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 <마지막 주유소>. 사화집<숲은 길을 열고>
http://blog.naver.com/heilsi/140025842967/
묵계리 근처
? ? 고 경 숙
연소되지 못한 아쉬움들이
비포장도로를 울-컥 넘을 때마다
열린 버스 창 틈새만큼
멀어지는 바람 울부짖었다
내민 팔 휘저으며
이제 그만 들어가라고
아니, 돌아오라고
백미러에 서있던 어머니
흙먼지 갈림길에서 주춤거리다
길은 세상으로부터 멀어졌다
?
정년을 넘긴 좌석이
오래도록 들썩였다
후진을 약속하지 못하는 버스
아무도 지나는 풍경 속에
말을 걸지 않았다
텅 빈 정류소
졸고 있던 무전無錢의 햇살이
내 안에서 여러 겹 굴절되고는
신기루처럼 승하차를 반복하며
아른대던 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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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과 제133호 비영리민간단체(NGO)등록 시와비평문학회 공인단체가 운영하는 http://cafe.daum.net/emunhak 시와비평[두레문학회], 『시와비평』 http://cmunhak.com/ 웹사이트를 운영합니다. 매년 한국문화예술진흥기금 수혜 사업의 일환으로 [전국충의백일장], [문학강좌], [두레문학]을 발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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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숙 계간『시현실』2001년 등단. ----------------------
1961년 서울 출생. 제2회 수주문학상 우수상.
제4회 하나. 네띠앙 인터넷 문학상 대상.
한국문인협회 부천지부 회원. 부천여성문학회 회원.
<난시>동인. 부천예총 기획위원. 시집『모텔 캘리포니아』
?수도꼭지의 말
김 연 성
?
한밤중 누가 노크한다
어두운 마음에 안부를 전한다
가난이 짓무르도록 흐르고 싶었다
떨어지는 것은 물이 아니라
얼지 않으려는 모진 마음이었다
언제부터인지 흐르고 싶었다
좁은 하수관 안으로 쏟아져,
꼬불꼬불 따라가면 푸른 바다가 되리라
검은 심연에 다다르리라
위풍 심한 창밖의 기온은 영하 13도,
반 지하 전세방에 옹기종기 네 식구
서로를 홑이불삼아 새우잠 자는 동안
수도꼭지 저 혼자 중얼거린다
얼지 마라, 얼지 마라
가난은 죄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덮어줘야 할 온기와 같은 것이니
마음이 마음을 덮을 수 있다면
허기진 몸이지만 따듯한 꿈나라로 갈 수 있으리
어둠도 섣불리 침투하지 못하는
반 지하 전세방 개수대에 붙어있는
수도꼭지 말한다
곤한 식구들 깰까
밤새 가만가만 속삭인다 창밖은
결빙의 시간이지만 한 잠 자고 나면
다시 환한 때가 오리라
서럽도록 밝은 날이 오리라
똑,
똑,
똑,
!
!
!
?
김연성(金淵星)? 시인 약력 --------------------------------
1961년 강원도 양양 출생.
2005년 계간 [시작]으로? 등단.
웹월간 詩 [젊은시인들] 동인.
서울시청 재무과 근무.
길에도 혀가 있다
마 경 덕
? 혀가 있었다. 걷거나 달리거나 서있는??바퀴의 지문(指紋)을 끈질기게 핥아먹는
?
??돌아보면 구불텅한 길 하나 졸졸 따라오고 끼익끼익 바퀴에 길이 감기는 소리. 바퀴 속 물컹한 바람이 무거운 세상을 밀고 있었다. 자전거와 수레바퀴들, 종일 휘감아 온 흙길을 뒤뜰이나 문간에 부려놓으며 흐린 지문(指紋)을 읽었다. 느린 구름이 떠다니는 가파른 고개에서 보이지 않는 혀가 바퀴를 핥는 소리. 쉽게 곁을 주는 흙길에서 시나브로 바퀴가 야위어 가고?
?
??바다 건너 허공에 길을 내고 세상 끝에 닿은, 완강하고 다급한 길. 집을 덮치고 들판의 배를 가르고 버럭버럭 고함을 치고 있었다. 아무 곳에나 바퀴를 털썩 주저앉혀 길이 마음을 열 때까지 서있는 바퀴. 앞만 보고 달리라고 꾸물대지 말라고 걷어차는 길. 친친 꼭대기로 기어올라 산을 넘어뜨리고 길바닥에 껌처럼 달라붙은 산짐승의 홀쭉한 위장, 그 흔적마저 꿀꺽 삼키고??
마경덕 약력 ----------------------------------------------
전남 여수 출생.??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시향동인.??
시집 『신발論』?
먹고 싸는 일
신 진
뭐니 뭐니 해도
먹고 싸는 일이 으뜸이다.
감미로운 소리 좋아도
귀 하나면 다 듣고
보기 좋은 풍경도
눈 하나면 다 담는다.
귀 둘, 눈도 둘 여분 있으나
먹고, 싸는 구멍에는 여분이 없다.
조심해서 먹고
가려 싸야 한다.
목숨은 하나
먹고 싸는 구멍도 하나뿐이다.
신 진(辛 進) jshin@dau.ac.kr ---------------------------
1949년 부산 출생.『시문학』천료(‘74-’76). 성균관대 문학박사. 시집『목저있는 풍경』(아성출판사.1978.), 『장난감마을의연가』(태화출판사.1981.).『멀리뛰기』(민음사.1986), 『강』(시와시학사.1994.),『녹색엽서』(시문학사, 2002), 『귀가』(신생, 2005) 등. 논저『우리시의 상징성 연구 』, 『상징과 해석』 『문예창작론 강의』등 다수. 제26회 시문학상, 16회 봉생문화상, 13회 부산시인협회상 등 수상. 전원문학회(‘69- ), 목마문학 동인(’76-‘96)으로 활동. 동아문인회 회장, 동아대 인문대 학장 등 역임. 현 동아대학교 문창과 교수.
소용돌이2 - 허기의 집
안 효 희
내 집은 물고기의 집이다
베란다엔 물풀 흔들거리고
붉은색 금붕어들이 거실을 유영한다
한 마리, 배 불러오기 시작하더니
허연 배를 뒤집고 둥둥 수면으로 떠오른다
새로운 시작으로의 문턱
끝없이 열려 있는 죽음의 모퉁이에서
나는 뱃속의 수많은 새끼를 생각한다
그 이전과 이후,
눈부신 햇살을
오래도록 기다려 등에 업는다
하얀 장갑 낀 손으로
달그락거리는
생의 내면을 가른다
밝고 맑은 빛
조금씩 아주 천천히 스며든다
몇 가닥 짧은 내장과
커다란 부레 속, 더 많이 들이켰던 씨앗들
허기와 허무와 허상과 허방의 뼈들이
녹아 범벅이 된
허기의 집, 허방의 집
내 집이다
안효희 약력 --------------------------------------------
1999년 『시와 사상』으로 등단.
『시와 사상』편집장.
시집 : 『꽃잎 같은 새벽 네 시』
옹당이
?? 이 동 호
?
?
변소에 앉아 똥을 한 무더기 내려놓으며 앞산을 바라보면, 앞 산 또한 하느님의 똥 무더기는 아닐까 상상하며 푸식푸식 웃던 때 생각난다 고얀 놈하늘이 한쪽 눈을 찡그리고 내려다보는 모습 두려워 고개 살짝 돌리면 감나무가 이치를 깨달은 듯 나뭇가지마다 켜놓고 있던 붉은 동그라미들감나무 아래 고인 옹당이가 정안수 같아 쪼그려 앉은 자세로 소원을 빌었었다 소원을 들어줄 것처럼 옹당이 속으로 무수히 뛰어내리던 별빛들, 보며 나도 자라 옹당이가 되어야지무조건 받아내는 포용력을 배워야지 하다가 혹 저 옹당이가 소우주는 아닐까우주 또한 작은 옹당이에서 발원한 더 큰 물웅덩이일 것만 같았다나는 무슨 진리나 깨우친 수도승처럼 볼일 보는 자세를 고쳐 잡았다 터진 홍시라도 되는 듯 내 몸을 빠져나간 똥 무더기에서 폴폴 단내가 난다 볼일을 끝내고 마당에 고이면 내 몸 속으로 뛰어 내리던 숱한 별빛들 나도 밤하늘을 비추고 있는 옹당이였을까 내 속에 우주가 넘칠 듯 고여 있었다 서쪽 산으로 잘 익은 홍시 하나 떨어지고 있었다 어디선가 여명이 구수하게 풍겨올 것만 같았다
* 옹당이 - 빗물 등이 고여 만들어진 작은 물웅덩이.
이동호 약력 --------------------------------------------
김천출생. 대구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2004년 대구매일신춘문예 등단.
성균관대 교욱대학원 국어교육과 휴학.
제6회<시산맥상>대상.
?낡은?구두
이 성 목?
??
속이?좋아?저렇게?산다지만?
속이?좋아서가?아니다?나는?
속이?좁다?못해?아예?없다?
속이?없어?발이나?물고?다닌다?
그것?밖에는?입에?넣을?것이?없다?
몸이?온통?허방이어서?
속은?캄캄하고?불결하다?
속은?바닥이고?밑창이다?
나는?속이?없다?
누구나?살다가?한번쯤?세상의?바닥을?치리라?
밑도?끝도?모를?무엇이?
하악골을?잡아당기는?순간?
생은?두려움을?향하여?
아가리를?쩍?벌리게?하는?것이다?
겁?낼?것?없다?
솔기?터진?아가리로는?
바짓가랑이?하나?물어뜯지?못한다?
나는?속이?없다?
속이?좋아?저렇게?산다지만?
?
이성목 redpoem@hanmail.net -----------------------------
1962?경북?선산?출생. 제주대학교 법학과 졸업.
1996?『자유문학』등단
시집?<남자를?주겠다>,?<뜨거운?뿌리>
안녕, 누렁이
이 신
성도 없이 ‘누렁이’로 살아온 녀석이밥 외엔 무엇을 알까만 개라는 이름표를 떼는 날간밤 어떤 꿈에 다녀왔는지? 꼬리를 흔들며 재롱을 떤다
?
마지막 밥을 먹고 있는 십만 원 짜리 녀석의 정수리가 쥐면 부서질 두부 같다 새 주인이 잡고 있는 운명의 목줄 오래지 않아 황금빛 털을 벗을 것이다 불평해 본 적 없는 목줄을 가진누렁이가 정성스럽게 그릇을 핥는다 발우를 헹구는 스님의 눈빛처럼 곱다
?
식량을 둥근 주머니에 채워 넣은 녀석이컹컹, 하단전으로 기합을 넣어본다 갸르릉, 맹수의 등을 타고 육탈의 길을떠날 누렁이가 돌아본다??? 개 발자국 찍혀있는 가슴 한 구석에 잘 닦인 유품 한 점이 번쩍! 가슴이 밝아진다
이 신 약력 ---------------------------------------------
전남 영광 출생. 2005년 『포엠토피아』 당선.
1993년 시집(널 위한) 출간.
1996년 호국문예 가작 입선.
시산맥 회원, 시월동인.
?처마에 대하여
이 효 녕 처마는 언제나 허전하고 위태롭다 지붕에 쌓인 하늘의 망각을 바라보다가 긴 상념 나래 짓에 거미가 소곤대며 반쯤 남은 앙금 빛이 노을이 되는 것을 알았다 밤이면 솎아낸 별빛이 울먹인 세월 굽이로 자리잡아 여울진 시공을 넘어 간다 그리울 것이 많았으므로 처마 너머에 별은 사람 소리에 밤새 닿는 동안 바람의 파장에 섞여 세기말 어느 유역쯤 어둠을 털어 내며 귀퉁이에 내려앉는다 얼지 않은 소리는 고드름으로 매달려 헐렁한 집을 애써 숨기진 않는다 그래, 이제 하늘이 햇살 타고 제대로 보인다 어둔 골짝 끝에 등불처럼 걸린 거미줄 하늘 속에 잠긴 이름들을 불러 칸을 채운다 밤이슬이 거기에 붙어 출렁인다 지상과 지하를 걸친 푸른 다리 아래 거미가 생각을 딛고 그늘 속으로 숨는다
(2005년 9월 월간문학)
?이효녕 llhn007@hanmail.net -----------------------------
국제펜클럽 한국본부/한국문인협회/한국현대시인협회/한국소설가협회/타래시동인회/고양시문인협회/경기문인협회 인권위원/한맥문학가협회 부회장/명예문학박사(미국). 시집:'떠나도 아름다운 그대 사랑'외 9권. 공동시집:'겨울로 가는 길'외 9권/소설집:'그래도 갈대는 흔들린다'외 2권. 수상:한맥문학대상/경기문학상/한하운문학대상/노천.
별사(別辭)?- 경주 남산37
? 정 일 근
?우리 이승의 사랑 끝나고 그대는 죽어 복사꽃 나무가 되리라 나는 죽어 한 마리 은어가 되리라
?사랑이여 천년이 지난 봄날 먼, 먼 어느 봄날 그대 온몸에 복사꽃등불 밝힐 때
?나는 몸속 수박 향 숨기고 소월천 거슬러 오십천 따라 올라가다 강물에 어루숭어루숭 잠긴 그대의 꽃그늘 그냥 지나치지는 못하리라
?나를 휘감는 연분홍 비단 같은 슬픔에 까닭도 모른 채 펑펑 울며 거기 멈추어 서있을 것이니
?사랑이여 그대 또한 그러하리라
?꽃그늘에 울고 있는 한 마리 어린 은어를 보며 꼭 한 번 어디선가 눈 맞춘 것 같은 작은 물고기의 눈물을 보며
?무엇인가 아뜩하여 경계 없는 슬픔에 그대가 피운 가장 아름다운 꽃분홍 꽃잎 몇 장 손수건으로 하늑하늑 날려줄 것이니
?사랑이여 사랑했으니 진실로 그러하리라
?정일근 ?198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시, 198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시조 등단. 시집『바다가 보이는 교실』(1987),『유배지에서 보내는 정약용의 편지』(1991),『그리운 곳으로 돌아보라』(1994),『처용의 도시』(1995),『경주남산』(1998),『누구도 마침표를 찍지 못한다』(2001),『마당으로 출근하는 시인』(2003),『오른손잡이의 슬픔』(2005),『착하게 낡은 것의 영혼』(2006)과 시조집 『만트라,만트라』(2006). 제6회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제18회 소월시문학상, 제4회 영랑시문학상 우수상과 제10회 한국시조작품상.
[2006 신춘문예]
『서울신문』신춘문예 심사평
2006년 한분옥 시인
손길 닿는 듯 감각적 시어 돋보여
응모된 작품들은 예년에 비해 높은 수준을 보였다. 해가 거듭될수록 시조에 대한 관심과 열의가 그만큼 깊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한다.
이번 작품들은 다양한 소재를 시조의 형식으로 형상화하는 역량들이 크게 눈에 띄었다.
시조가 갖는 형식에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감각과 리듬으로 참신한 내용을 담아내어 현대적 기능으로서의 기법을 구사해 낸 점이 돋보였다.
당선작 한분옥의 「국립중앙박물관」은 우리 문화의 중추적 사물을 대상으로 설득력 있게 파고들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진술한 전개가 아니라 손길에 닿는 감각적 표현으로 시선을 끈 수작이다.
이밖에 최종심에 오른 작품은 김종학의 「늦가을, 남천강에서」, 조성문의 「다도해 무화과」, 한마루의 「자음과 모음(문자 메시지)」은 현대적 소재를 무리 없이 전개한 작품이다. 다만, 생경한 시어로 작품을 가볍게 만든 점이 아쉬웠다. 정행년의 「월포리 단상」은 동일한 작품을 타사에도 응모한 것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심사위원 : 이근배, 한분순
당선소감 - 한분옥
시조는 내 숙명의 사막... 비단길 열릴 때까지 계속 걸을 것
태화강 푸른 대숲 위로 달이 뜹니다. 천 년 신라, 처용의 달입니다. 덩그렁 한 아름 달이 집 뜰에도 내려와 춤사위가 시작됩니다. 상처 입은 을유년, 액운 다 물러가고 오로지 풋풋하고 싱싱한 기운만이 깃들어 병술년 새아침이 밝아 오는 천신무(天神舞)를 추어댑니다. 진양조로 시작 된 천신무는 어느덧 현란한 자진모리로 치닿습니다. 이렇듯 이 땅에 머무는 모든 이에게 새해는 정말 저마다의 희망과 꿈이 활짝활짝 피어나길 손을 모읍니다.
시조는 나에게 있어 두려움의 대상이자 꼭 걸어가야만 했던 사막임에 분명합니다. 이 막막한 사막이 비단길로 열릴 때까지 앞서간 분들의 정신세계를 흩트려 놓거나 가볍게 여기지 않겠습니다. 고독과 깊은 사색의 늪을 헤쳐 나가는 것만이 우리가락 전통 시문학의 맥을 이어 갈 수 있으리란 확신을 가져 봅니다. 늦은 시작의 선상에 서서 출발의 신호가 내려지기까지는 많이도 초조하긴 했지만,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님을 말하고 싶습니다.
부족함 앞에 큰 선물인 용기를 심어 주신 선생님, 좋은 인연 맺어주신 서울 신문사에 고통 뒤에 다가선 세상이 이리도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는 말로 인사를 대신합니다.
[당선작]
국립중앙박물관
한 분 옥
투명한 유리 집에 한 여인이 살고 있다
천년이 흘러간 뒤 다시 천년 반석에 놓여
꽃 같은 싱싱한 웃음, 늘 그 자리에 바치고
세속 모든 언어들이 여기와 갈앉는다
풍경도 울지 않는 채, 감도는 작은 고요
해묵은 청동의 녹이 봄빛 파랗게 물들이고
가까이 다가서면 이웃집 아낙도 같은
어쩌면 옷깃 한번 스치고 간, 머언 인연 같은
아니야, 나를 어루신 우리 어머니 손길 같은
실선 따라 흘러내린 빛나는 고운 눈썹
떨쳐낸 유혹하며 숨겨진 예감하며
살 에는 바람 소리도 춥지 만은 않구나
한분옥 1951년 경남 진영 출생.부산교육대학교 대학원 졸업. 울산대학교 행정학과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시와비평문학회 고문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1987년 『예술계』수필 당선. 제7회 가람 이병기 추모 시조공모전 장원. 울산광역시문인협회 회장역임. 대한문학상. 탐미문학상. 샘터시조상. 행자부장관상 등 수상 다수. 부용만향(수필집).
저서- 꽃과 여자 그리고 정염. 진홍가슴새.
[2006 등단작가]
월간『문학세계』신인문학상 심사평
2006년 1월호 허양희 시인
사물을 섬세함과 예리함으로 통찰
허양희님의 빈 도시락, 곰국, 화장터에 부는 바람, 이카루스 새의 무덤, 장미 한 송이 등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여류작가 특유의 시선으로 노래하는 시심이 매우 곱다. 오랜 시창작을 통하여 다듬어 온 열매의 결실이야말로 보람된 성과가 아닌가 한다.
주변에 일어나는 일상적인 사물들은 예사로 넘기지 않고 조심스럽게 누에 실처럼 자아올리고 있다.
세상이 아무리 혼탁해도 시인의 눈빛은 속일 수 없는 것이다.
가슴으로 낚고 고독한 울림으로 건져 올린 대어가 시의 산물인 것이다.
빈 도시락은 주제 자체가 공감대를 형성한다.
누구나 한번쯤 경험하고 추억이 남아 있는 도시락 연가라 할 수 있겠다.
화장터에 부는 바람에서는 인생의 허무와 육신의 무제를 노래하는 시편이다.
마지막 기차를 타고 되돌릴 수 없는 태엽 속으로 삶을 옭아맨 끄나풀을 풀어 버리고 싶은 심경을 전하고 있다. 진혼곡을 울리며 흔들리고 있는 실체는 바람이며 바람을 울리는 것은 화장터의 풍경이 아닌가 한다.
이카루스 새의 무덤에서는 태양에 가장 가까운 곳에 접근하는 소행성인 이카루스의 신화를 노래하고 반역을 일으킨 이카루스의 새로운 날개와 육신을 달고 돌아왔다는 선명한 흔적을 남긴다.
시로 승화시키는데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시인은 시 같은 삶을 살아가면서 시다운 시 즉, 살아있는 시와 더불어 향기를 품어내기 바라며 당선을 축하한다.
심사위원 : 윤제철, 장윤우, 도창회, 이상태
당선소감 - 허 양 희
詩作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사물이나 사건의 현상 뒤에는 또 다른 본질이 우주에서 꿈틀거리고 있다는 것을 깨우치고 무엇이 아픔과 사랑을 느끼게 하며 어떻게 우리 삶에 의미를 주게 할런지 현실의 저변에 깔린 이미지를 대변할 수 있는 시를 쓰려고 농부의 부지런한 노작처럼 밤낮으로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변의 물음표를 세상에 던짐으로써 무한한 문학에 대한 욕망의 자아를 세상 속으로 유영하게 하는 게 인간에게 더 가까이 다가서고 싶은 간절한 몸짓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직 부족하고 부끄러운 작품을 두고 고심하여 선고해 주신 문학세계 심사위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은혜에 보답하는 길은 초심을 잃지 않는 심정으로 정진하여 한국 문학의 초석이 되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는 작가가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허양희 silverbrain2004@hanmail.net --------------------
1967년 경남 지수 출생. 마산 거주. 등단: 월간 『문학세계』 회원: 문학넷. 시와비평 두레문학회. 공저: 『두레문학』
[등단시인 신작시]
기러기 아빠
허 양 희
굴삭기로 밭을 뒤집어엎는다
말랑말랑한 흙 끌어 낮은 곳 보낸 피안
딱딱한 땅에 터를 잡고
육신 담을 집짓기 위해 땅을 고른다
신발에 개떡같이 달라붙은 진흙이
이리저리 따라와 겨우 탁탁 떨어내니
한결 걸음이 가볍다
밭두둑에 메주콩 깍지는 만삭이다
고개 숙인 나락 지키는 당산나무에
매미의 쉰 소리가 수척하다
석양 옆구리에 피멍이 드는데
해거름 너그럽게 노을 고루 퍼지면
군무로 돌아오는 기러기
수평으로 날개 드리우고
수직으로 내린 다리는
가을 하늘 얇은 등줄기를 산마루에
척 걸쳐놓고 터를 닦는다
물살 가르기
허 양 희
자갈 구르는 소리 발가락 이끄는 계곡물에 침전한다 여울지는 가슴에 물결이 일어나 해저 터널을 만들고 계단을 지나간다 벽을 더듬어 스위치 올리자 갑자기 햇살이 물밑 바닥까지 들이닥친다 번쩍 가위 날이 햇빛에 반사하고 돌아가는 시계 싹둑 잘라 두 다리 휘몰아 감고 침몰한다 조각난 유리창 조율하는 길에 일몰 산란할 때를 기다려 만찬의 식탁 허리가 삐걱거린다 물살 거슬러 가기란 풍향 따라 마음을 가르는 일이다 물거품 갈래에 힘이 빠져나가 몸이 물 위에 동동 떠오른다 잘려나간 살점 찾아 헤매다 소용돌이 빨려 들어가 귓전을 맴돈다
바다를 읽는다
허 양 희
아끼던 책 속에 꽂아둔 바다
밤마다 송곳니 갈아도 솟아나는 섬
모래톱 살짝 발 담가 꼬리치는데
자갈 무덤 덮은 책갈피 베어 문다
까불다 역류하는 말 서툴게 이어 나가
벌써 정체를 잃은 바다가 운다
줄거리 밀고 당기는 난류와 한류의 팔
어루만지며 넘기는 책장엔
이글거리는 적도의 태양과
밀림에서 우굴거리는 짐승 소리가
겹겹이 두른 하얀 포말로 소용돌이친다
때론 발등 찧은 파도 버럭 호통 치다
주인공은 살을 부비는 밀물과 썰물
짓이긴 하늘 높이 갈피 잡고
허기진 애인끼리 오르가즘에 오른다
포옹한 수평선 살포시 넘어
파도 허우적거리며 길을 연다
[2006 등단작가]
격월간『시와 창작』신인문학상 심사평
2006년 1월호 허 용 시인
작품을 선함에 있어 우선해야 할 것은 문장 구성이 어법에 맞는가이다. 한글 문장이 되지 않는 글은 표현이 창의적이거나 독특한 문장 구조를 가진 작품이라 해도 손이 가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이러한 기저에서 출발하는 시의 감상이거나 시평 작업은 확실한 준거에 의거한 문법이나 보자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문단을 빛낼 수 있는 뿌리가 얼마나 튼튼한가를 가늠하는데 있을 것이다.
응모해온 허 용님의 [모란시장]은 행갈이를 하지 않은 산문시인데 초반부에 시적 변용이 없이 상황을 나열한 문장으로 시작하였으나 [품바타령에 짐 싸는 시골 아낙네/ 노을 따라 풍란 몇 촉 사서/ 비닐봉투에 담고 돌아서다가/ 술 취한 싸움꾼도 정겨워 자꾸 뒤돌아본다]에 와서 산문시가 빠지기 쉬운 매너리즘에서 탈출한 작품으로 안도할 수 있는 작가로 평가한다.
[소쩍새 울다] 역시 산문적 느낌을 지울 수 없고 나열 형식의 표현을 구사한 작품으로 습작 이후에는 강건한 문장구조를 연구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소쩍새처럼 구슬프게 울어 대던/대폿집 주모에게 걸려들었다]는 표현과 [먼지 쌓인 선풍기 날개 사이로/파란 하늘이 너울거린다]는 절창을 뽑아 낸 수작을 보게 되어 남다른 기대를 보이게 하는 데 가점을 주었다.
[봄의 끝자락]은 [장사치의 재생된 기계음/‘채소나 과일 사세요.‘ 에 놀란 아주머니]에서 현대시가 지향하는 구어체를 구사하여 독자와의 친밀감을 드높인 시로 평가한다.
허용님의 이 세 작품은 인간 삶의 단면 투시를 통하여 인식 전환을 형상화 하고 여러 가지 소재를 다루는 독특한 표현법으로 상징화에 성공한 작품이다. 앞으로 문장 연구에 심혈을 기울여 인간 내면의 목소리를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울림으로 우리문단을 지켜줄 것으로 기대한다.
심사위원 : 최문길(혜전대 교수), 이상태(시인), 임정일(시인)
당선소감 - 허 용(許 鏞)
?
? 내 글쓰기의 시작은 초등학교 시절부터였다. 시(詩)를 한 편 씩 제출하라는 담임선생님의 숙제가 있었는데 내가 쓴 글이 학교 신문에 실리게 되다.
그 일을 계기로 글쓰기는 줄곧 내 생활의 일부가 되어왔다. 물론 시를 쓴다기보다는 정제되지 않고 내면에서 꿈틀대는 생각들을 종이에 쏟아내는 정도였지만 때론 진지하게 자연과 삶의 노래에 귀 기울이며 밤을 새기도 했었다. 이후 힘든 직장생활을 하면서 글쓰기는 나를 위안하고 지탱해 주는 버팀목이 되었다. 원하지 않는 명예퇴직이라는 철퇴를 맞을 때에도 나는 시를 읽고 쓰면서 견딜 수 있었고 또 새로 시작한 사업에 실패하여 암담한 상황에서도 시는 나를 지켜주었다.
?
이젠 내 나이 지천명(地天命)에 이르러 등단이라는 영예를 안게 되어 가슴 벅차다. 이제부터는 더욱 본격적으로 시를 사랑할 수 잇게 되어 기쁘기 그지없다. 어려운 길인 것을 알면서 들어선 이상 늘 초심을 잃지 않고 노력할 것이다. 편안하면서도 마음에 와 닿는 시를 쓰고 싶다. 내 삶의 힘든
고비마다 시가 위안의 되었듯이 내가 쓴 시가 다른 사람의 가슴을 적셔주고 다독여 주었으면 하는 작은 바램을 가져본다
?
심사를 해주시고 부족한 글을 신인상에 선정하여 주신 [詩와 創作]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항상 저에게 가르침을 주신 혜관 이상태 선생님, 박 봉준 시인님과 시와 비평-[두레문학] 문우님, 도움 주신 대학교 직장 동료들과 나의 지인과 저희 가족에게 이 상을 드립니다.
앞으로 노력하는 자세로 더욱 정진하라는 채찍으로 알고 열심히 달려가겠습니다.
?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感謝드립니다.
허 용 hbleh@hanmail.net --------------------------------
서울 출생. 홍익대학교 근무. 시와비평 두레문학회.
등단/『시와창작』시, 수필 등단. 시와창작 작가회
홈페이지 / cyworld(허용), 네이버 블러그(허용)
시집『삶의 노래와 향기』.공저『두레문학』외 다수.
[등단시인 신작]
낡은 지팡이
허 용(許 鏞)
길을 안내하는 늙은 지팡이
노인을 끌고 간다
고희(古稀)를 넘긴 노부부
풍 맞은 할머니를 붙잡고 늙은 지팡이
천천히 지하철 계단을 내려간다
연신 채머리를 흔드는 할머니걸음마를 배운다
비틀린 입에서 질질 침이 흐른다
왼팔은 안쪽으로 굽었다
가슴에 무공 훈장이 달린 쪼그랑 할아버지
팔을 붙들고
천천히 가파른 계단을 내려간다
지팡이에 기대
할머니 서툰 걸음을 뗀다
?
세상에서 가장 듬직한 지팡이 하나
할머니를 붙들고 간다
옛날 치킨 집
허 용(許 鏞)
?
동네 아파트 상가 옛날 치킨 집
165도 펄펄 끓는 기름에
노릇노릇
닭다리가 튀겨진다
날개가 튀겨진다
사장님 특별히 맛있게 해 주세요
퇴근길 501호 아저씨
따뜻한 치킨 한 봉지 안고 돌아선다
기름 범벅인 사내
시골 인심처럼 훈훈한
옛날 치킨
말만 잘하면 덤도 주는?
안경 쓴 대머리 지점장은 치킨 집 주인
과거 금융권 중역인 그가
한때 훨훨 날던 날개가 꺾여
앞치마 두르고 닭을 튀긴다
퇴근길 고단한 가장들의 맘을 안다
창가엔 라일락 향기가 은은하게?
밤 새워 세레나데를 들려준다
나의 시(詩)?
허 용(許 鏞)
같은 물이라도
독사가 머금으면 독(毒)이 되고
젖소가 먹으면 우유가 되듯
내 안에 들어간 詩想은
무엇이 될까
온갖 잡동사니 끄집어내어
종이에 끄적끄적 적는다
아내는 밥을 짓고
나는 시(詩)를 짓는다
글자를 꿰맞추고, 뜸 들여 먹어보니
시고 떫다?
“미친놈! 그것도 시라고”
아내의 밥은 익은 밥
내 밥은 설익은 밥
[2006 등단작가]
계간『시조와 비평』신인문학상 심사평
2006년 봄호 김민성 시인
김민성 님은 응모작품 모두가 고른 수준을 유지 하고 있어 미더움을 갖게 한다
정한수에서는 새벽마다 정한수 떠 놓고 자식 위해 기원하는 어버이의 애틋한 사랑과 정성을 담담히 그려 내고 있으며, '굽힌 허리 못 펴는 지 마디마디 자식 걱정'등의 시어로써 그 절절함을 더하고 있다.
[새벽 가로등]에서는 '달려오는 새벽이 플러그를 뽑아내면'이란 비유어의 참신성으로써 작품의 품격을 높이고 있음이 돋보인다.
문단에 첫 발을 딛는 두 분께 더욱 갈고 닦아 전명한 이미지의 구상화에 노력 해 줄 것을 당부 드리며 앞날의 문운을 빈다.
심사위원 : 경 철. 전원범. 오승희
계간『시조와 비평』신인문학상 당선소감
- 김 민 성
퍼즐 맞추기였다.
스케치도 되어 있지 않은 바탕에 조각 난 단어들을 하나, 둘 올려놓았다.
잘 맞추어지리라 생각한 것이 얼마나 큰 착오였는지를 알아내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펼쳤다 접었다 반복하며 애꿎은 입술만 깨물다 잠시 별이 강으로 떨어진다고 혼잣말로 삼키는데 내 하얀 종이 위에 그 별이 떨어지고 있었다.
내리는 비는 어디에 부딪치는 가에 따라 소리가 달라진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리라.
이제 다시 퍼즐을 맞추려 한다.
도안이 없는 백지가 아닌 잘 짜인 퍼즐판 위에 색색의 진실이 담겨있는 부드러움으로 하나하나 맞추고 싶다.
정체되어 있던 언어들을 아프지 않게 풀어내어 고운 음색으로 다시 태어나게 해 주신 혜관 이상태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아낌없는 조언으로 함께 해 주신 두레문학 문우님들, 삽량문학 문우님들, 늘 사랑과 관심으로 함께 해 준 가족들과 이 영광을 함께하고 싶다. 『시와 비평』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등단작가 신작]
운문사 은행나무
김 민 성
돌확에 담긴 구름 빗장
두 손 모아 풀어 열고
싸리비로 씻긴 마당
한 걸음 내딛으면
입 다문 부처 얼굴은
귀만 열고 오란다
겁으로 지난 시간
잎사귀로 세어볼까
한 줄기 바람 스치면
제가 먼저 휘날리어
흐르는 염불 소리를
재빠르게 줍는다
김민성 650901us@hanmail.net ---------------------------
경남 양산 출생. 전국충의백일장 시조 입상.
『시와비평&시조와비평』 시조 부문 등단.
문단/ 시와비평 두레문학회, 『삽량문학』
공저 『[좋은문학』.『시와비평』.『두레문학』.
사월의 강바람
김 민 성
산바람 계곡 타고 강으로 내려온다
젖은 구름 굽이치며 헹구고 또 헹구고
부르르 옷고름 풀고 다문 입술 여는데
하늘빛 가려워서 비늘을 긁어낸다
잠들라 잠들어라 물결 타는 가슴앓이
헤집다 수면에 남은 햇살 먹고 눈부시다
솔잎차 마시며
김 민 성
꽃잎도 아닌 유혹에 향기로 잔을 들다
촘촘한 솔방울 겹겹이 핀 연꽃인가
가시 눈 찔린 햇살로 천년 사는 솔바람
청설모 흔들고 간 이파리 속이 쓰다
눈도 껌벅이지 않고 토라진 해 바라보고
솔잎차 한 입 물려다 꽃샘바람 비운다
[2006 등단작가]
월간『문학세계』신인문학상 심사평
2006년 8월호 엄태우 시인
시대의 의미를 포착하는 날카로움
엄태우 님의 [끈].[폐관].[바퀴와 살].[햇살].[주사위] 등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그는 오랜 습작기를 거쳐 독창적인 시어와 현대적인 참신한 감각을 잘살려 노련한 시상으로 시 힘을 길러가고 있는 개성 있는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다. 더군다나 가장 중요한 것은 문학정신을 바탕으로 심상의 표현법이나 올바른 시안을 가지고 창작열을 높이고 있어 심사자들도 자신 있게 추천을 하는 바이다. 시대의 의미를 포착하여 날카로운 시니시즘의 촉수를 더듬거리며 그 만의 정서를 갖추고 있다. 그 만의 정신세계를 표출하면서 카타르시스의 해방감을 누리고 있으며 깊이를 더한 생의 유형으로 외형적 발전을 시사하는 것같이 내형적인 유도가 함유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맥과 맥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그것을 형상화시키는 능력을 한껏 발휘하고 있으며 더욱 성숙한 자세로 응축하면서 강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끈]에서는 노부부의 삶의 여정이 끈을 통하여 전개되고 ‘막걸리 한 사발‘ 에 넉넉한 ’노부부의 주름이 가볍다‘ 는 화자의 마음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폐관]은 상당히 깊은 내면을 열어가는 시편이다. 삶의 질펀한 부분까지 접목시키고 있다.
앞으로 더욱 빼어난 시편들을 기대하면서 뜨거운 열정과 땀으로 명작을 건져 올리기 바라며 당선을 죽하한다.
?????????????? 심사위원 : 도창회. 장윤우. 윤제철. 이상태
월간『문학세계』신인문학상 시 당선소감
- 엄 태 우
제 시는 저를 보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나올 것입니다.
먼저, 아직 많이 부족한 저를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함을 전합니다. 또 지금까지 저를 지도해주신 두레문학의 여러 선생님들, 지켜봐주신 부모님, 가족 그리고 사랑하는 딸 지은이, 친구 신, 두레문학 동인들과 이 기쁨을 함께 하겠습니다.
앞으로 제 시는 저를 보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나올 것입니다.
그들의 살아가는 모습에서 산다는 게 무엇인가를 보게 될 것이고 그것이 제 시의 전부가 될 것입니다. 좋은 시로 태어날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쓰겠습니다.
제 문학의 모지인 월간 [문학세계]에 큰 발전이 있길 바랍니다.
?
엄태우 mtewo@hanmail.net -------------------------------
청주 출생. 충주 칠금동 대학학원 경영.
등단 『문학세계』 공저『두레문학』.
시와비평-두레문학회 충청지회장.
?http://cmunhak.com
[등단시인 신작시]
?? 드릴소리
엄 태 우
어느 집에서
선반을 새로 다는가 보다
드릴소리에 아파트 한 동이
드르르 떨린다
나사못 하나 박는데도
이만큼의 떨림이 필요하다면
사랑한다는 것은
얼마나 큰 울림이 필요한가
저 드릴소리
떨림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
못
??????????????? 엄 태 우
바지를 벗어서 걸다 보았다
휘어진 못 하나가
내 허리춤을 잡고 있는 것을
그 힘으로
내 아랫도리가 접히지 않고 펴져 있음이다
몸 반을 벽에 박고
땀내 나는 내 옷을 받아 주는 동안
못은 녹슬면서
부스러지다 삭아 없어질 것이다
당연한 것 아닌가 말할 때
나는 지금 제대로 박혀있는가
가벼운 아이의 브라우스 하나
곱게 펴지게 잡고 있는가
바지를 벗어서 걸다 보았다
아버지의 굽은 등
내 생의 허리를 잡고 있는
굵은 대못 하나
문
엄 태 우
문을 열고 나가는 남편의 등이 삐딱하다
직장을 다시 찾는 가장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우면 닫히는 문도 삐걱거릴까
단단하게 버티고 서 있어야 할 문이
틈이 벌어지면서 많이 기울었구나
수 없이 열리고 닫히면서
조금씩 어긋나고 있었겠지
그 동안 저 문은 얼마나 삐걱거렸을까
꽝 소리 나게 걷어차는 발도 있었을 것이다
견디다 버티지 못하고
바닥까지 내려앉은 문
들어 올려야겠다
푸른 원목의 무늬는 흐려졌지만
닦고 기름칠을 하면 쏙쏙 들어간 나이테
은은한 무늬로 되살아나지 않을까
우기의 삐딱한 하늘 틈으로
반짝 해가 비친다
[2006 등단작가]
월간『문학세계』신인문학상 심사평
2006년 8월호 김금희 수필가
섬세한 서정의 산책로
김금희 님의 「가을, 해안을 따라가다」를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수필이라 함은 몽테뉴적인 에세이에서 발원하여 찰스 램의 서정 수필이나 사회적인 관념이나 정의적 표현을 주조로 삼는 베이컨적인 것 등 다양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의 수필세계는 서정과 서사에 가까운 아름다운 풍경처럼 자연스럽게 풀어가고 있다.
20세기 프랑스의 지성 알르베레스는 에세이를 불평불만이 유로된 문학이요 신비주의적 문학이라고 하였지만 그의 작품 속에서 만나는 고운 시선들은 전형적인 여류작가만의 특유하고 섬세한 산책로인 것 같다. 오랜 수련기간을 통하여 사색적이고도 밝고 부드러운 픽션을 주제로 많은 감동을 던져준다.
「가을, 해안을 따라가다」는 여행지에서 만나는 오밀조밀한 광경들을 작가의 예리한 시선을 통하여 놓치지 않고 서술하고 있다. 탱자나무와 영재 이건창 선생 생가를 방문하면서 400살 연륜을 가진 탱자나무 속의 유년을 끌어낸다. 숲에서 기막힌 초록바람을 만나고 자연의 위대한 선물을 받으며 아름다운 여행기를 다지니 이보다 더한 맛깔스러움이 있을까. 등단을 시점으로 명수필을 만나길 기대하면서 당선을 축하한다.
심사위원 : 윤형복. 도창회. 류보상. 이상태
신인문학상 수필 당선소감
?나의 글의 중심에는 언제나 나의 어머니께서 계신다 - 김금희
개암나무 아래서 별생각 없이 놀다 도깨비방망이로 한 대 얻어맞은 것 같다.
나의 글의 중심에는 언제나 나의 어머니께서 계신다. 무엇을 특별히 요구하시거나 강요하지 않으셨던 어머니의 교육방법은 내가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도록 지대한 영향을 주셨다.
그리고 그것은 어릴 때부터 오늘까지 나로 어설프게나마 나의 글밭을 걷게 하고, 나름대로 가꾸어 나갈 수 있도록 내내 소중한 자양분으로 남아 있다.
?오늘, 뜻하지 않은 이 당선 소식에 기억할 분들이 참으로 많다. 그 모든 분들을 나는 나를 키워주고 지켜준 나의 울타리라고 말하고 싶고, 울이 되어 주신 그 모든 분들께 무한히 감사드린다.
특별히 추천해 주신 선생님과 나의 졸고를 흔쾌히 당선시켜 주신 문학세계 심사위원님들께 머리 숙여 깊은 감사를 드린다. 더불어 더욱 좋은 작품 활동을 하라는 격려로 받들며, 시와 비평 [두레문학] 동인들과도 이 기쁨을 함께 하고 싶다.?
김금희 수필가 sowoun59@hanmail.net-------------------
1959년 전남 여수출생. 인천 거주.
월간『문학세계』8월호 수필등단.
공저 『두레문학』. 국어국문학 글쓰기 교사.
http://cmunhak.com
[등단 수필가 신작]
기차를 타고 가다 부치는 편지
김 금 희
-오카리나 이야기
가끔 가다 문득, 기억의 한 끈을 붙잡고 발걸음을 멈출 때가 더러 있다. 그러나 그 기억은 ‘가끔’, 혹은 ‘문득’이 주는, 순간적이라거나 전혀 예기치 못한 것은 결코 아닌 것 같다. 늘 내 안 어딘가에 습기처럼 축축하게 웅크리고 있다가, 그리움이라는 선로의 간이역에서, 드문드문 멈추어 마치 기차의 기적처럼 한 번씩 깊은 숨을 내뱉고 가는 것 같다. 그러니까 기차가 굴러가는 내내, 기차간 어느 후미진 자리에서 창문을 내다보듯, 내 마음의 창문에 기대어 나를 애절하게 바라보고 있다고나 할까.
그런 간이역과도 같은 기억의 편린들은, 숙제를 잘 해 온 아이한테 선생님이, “참 잘 했어요.”라는 도장을 꾹 찍어 주듯, “아름다웠어!”라는 도장을 꾹 찍어, 조용하게 내 마음의 공책에 항상 빛으로 남아있다. 그 빛은 살아가는 동안 선선한 어느 여름밤의 반딧불이와 같은 영롱한 빛으로 내게 다가와 가슴 설레게 하고, 뭉클하게도 하고, 눈물을 글썽이게도 한다.
반딧불이와 같은 영롱한 빛…
초등학교 시절 나는 어린이 합주단을 했다. 조그만 시골초등학교에서 만든 합주단은 재정적으로 그리 넉넉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후원마저도 변변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대단히 젊고, 활동적이고, 열정적인 최모 선생님께서 사재를 털어가며 만든 합주단이었다. 내가 이 합주단에 들어가게 된 것은 우리 집에 ‘멜로디커' 라는 악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악기는 서울에서 공부하던 작은오빠가 선물한 악기였다. 그런데 집에 있던 이 악기가 학교에 알려지게 된 것은 성적이 남달리 우수하기는 물론이고, 다재다능한 작은언니가 원인이었다. 겨울방학이 끝난 월요아침 조회 때였었다. 매 조회 때마다 언니의 이름이 불리지 않은 때가 거의 없었는데, 그 날은 '전국 아동 순회 글짓기대회' 시 부분에서 언니가 대상을 받아 시상식을 했다. 그리고 언니더러 이 악기의 연주까지 하게 한 탓에 학교와 학생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별 것도 아닌 악기인데 60년대 중반 시골학교에서는 선망의 악기였던 모양이었다. 3학년에 올라간 3월 초입이었다. 그 날도 수업 끝나는 종과 함께 운동장에 나가 아이들과 신나게 놀고 있었다, 막 신바람이 하늘 끝까지 올라가려는데 낯선 4학년 언니가 나를 불렀다. 최모 선생님께서 찾으신다고. 공부벌레인 언니는 5학년이었는데 중학 진학반이라 합주단을 하라고 할 수는 없고, 악기가 필요하기는 하고. 해서, '꿩 대신 닭'이라고. 언니 대신 나를 부르신 것이다. 이렇게 해서 나는 '울며 겨자 먹기'로 놀고 싶은 자유를 잃어버리고 고삐에 묶인 어린 송아지처럼 끌려가 합주단이 되었었다.
다양한 악기로 구성된 합주단은 얼마간 지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남들이 다루는 악기를 모두 다루게 되어 있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단원들이 다루는 악기 중에 오카리나가 있었다. 당시의 오카리나는 플라스틱으로 지금처럼 옆으로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피리와 같은 자세로 연주를 했다. 부는 악기는 대부분 연주법이 비슷비슷하게 마련이다. 가볍고 쉬운 오카리나는 특별히 가르쳐 주지 않아도 어깨너머로 이내 불 수 있었다. 친구 오카리나를 빌려 몇 번 불어보니 별것도 아니었다. '남의 손에 있는 떡이 더 커 보인' 다고 나는 오카리나보다는 몇 배가 크고 무거운 멜로디커를 목에 걸고, 부는 힘도 월등하게 필요로 하는 내 악기보다, 오카리나가 훨씬 더 매력이 있어, 어린 마음에 친구와 자주 바꿔 불곤 했었다.
이것이 나와 오카리나의 인연이라면 인연이랄까. 그랬다. 그리고 까맣게 잊고 살았는데, 이태 전 여고 개교기념 축제에 갔다가 72년 졸업선배님으로부터 오카리나 연주단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다 올 3월부터 오카리나를 손에 쥐게 되었다. 사실 이 악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영화 타이타닉 때문이기도 했다. 타이타닉의 주제가를 연주하는 악기가 오카리나라고 생각했기에. 그런데 그 악기는 “휘슬”이라나. 하지만 이 오카리나로 영화 타이타닉의 주제가인 "My heart will go on" 을 연주한다고 해도 그에 못지않다. 눈을 감고 가만히 들어보라!? 곧바로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어지리만큼 가슴 설레고 매혹적인 소리임에 틀림없다.
내가 배우고 있는 오카리나 연주단의 단원은 모두 우리학교 졸업생이다. 일반 주부로부터 교사, 강사, 교수. 직업도 다양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까마득한 선배님으로부터 시작된 단원은 연세가 지긋하여 그 중 내가 가장 어리다. 선배님들의 연세가 오십 중반부터 일흔까지인데, 일흔 선배님들의 열정은 젊은이들 못지않게 정말 대단하시다. 나는 연습에 참가할 때마다 그 열정에 감탄을 하곤 하는데, 지난 주 수요일이었다.?
그 날도 나이 드신 선배님들께서는 일찌감치 나와 열심히 연습을 했다. 처음엔 운지법이 어려워 손가락 따로, 악보 따로, 심지어는 침이 흘러 잘 안 된다는 선배님들도 있었다. 그러나 한 주, 한 주 지나갈 때마다 소리는 제자리를 찾아, 이제는 제법 오카리나 본래의 소리들에 가까워져 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지도 선배님의 칭찬이 마르지 않는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조금 덜 젊은 선배님들은 그 칭찬에 볼이 발그레 할 정도로 기분이 좋아 호탕하게 웃으며, 이번엔 서로서로를 격려해 준다. "얘, 얘, 너 소리 정말 좋다!" "응! 그래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너는 더 좋다 얘." 일흔 선배님들이 어른이라기보다 마치 어린 아이들과 같았다. 그리고 그 상승세를 몰아 선배님들의 열정에 불이 붙었다. 지도하는 선배님께 노래를 부르자고 했다. 그래서 조금 젊은 후배들이 연주를 하고 ,조금 덜 젊은 선배님들은 노래를 하게 되었는데, 모두들 깜짝 놀라고 말았다.?
“에델바이스”, “내 주를 가까이”, “등대지기”, “라쿠카라차”…. 등.
이어지는 노래마다 바이브레이션 하나 없는 깨끗한 음색이었다. 즉석에서 2부, 3부로 부르시는 노래에 모두가 아연하였다. 몇 곡은 또 원어로도 부르시고. 얼마나 듣기에 아름다웠던지 연주단 하지 말고 합창단 하자는 말까지 나왔다. 이렇듯 대단하신 선배님들은 비록 할머니가 되었지만 무척 바쁘게 사신다. 친구들과 더불어 교회와 성당 일로, 봉사로, 또 이런 취미활동을 통해 나눔과 섬김의 일로.?
나는 반딧불이와 같은 추억을 가지고 기차를 타고 가다, 오카리나를 가지고 간이역에서 내렸다. 기억의 선율을 따라 다시 만나게 된 오카리나는 몸과 마음이 건강한 선배님을 만나게 하고, 그 분들의 인생을 듣고 배우며, 앞으로의 나를 그리며, 타인을 위한 봉사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나도 모르게 가슴 뭉클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봄꽃처럼 환한 웃음이 동창회 연습실에 꽃비처럼 내린다. 오카리나 연습을 마친 교정에 눈부신 배꽃이 세월을 저만치 밀어내 버린다. "참 아름다워요." 라일락이 온 몸을 휘감아 준다. "참 잘 했어요." 아름드리 느티나무? 굵은 팔로 지긋이 보듬어 준다. *
?
[두레문단]
강현옥/미완의 그림
권정욱/매미 외2편
김경곤/씨닭(종계)
김명희/해오름 길
김영천/난 꽃이 흘리는 눈물
김윤자/가슴으로 본 독도
김종제/계면조
김현철/슈베르트에게
김혜영/맨드라미 박동덕/솟대 외2편
성은경/골다공증 외1편
송문희/촛불
안재동/밥이나 먹고 삽니다
이미자/복숭아 맺혔다
이병훈/가르마
이상식/날벌레들의 변명
이상태/수평선 찾기 외1편
이승하/가족
이은심/아도니스, 너의 봄을 기다리리니
임정일/여름이야기
임정택/처녀바위
조성범/꿈
최순자/장평을 지나며
현혜숙/겨울나무를 보며???
강현옥
권정욱
김경곤
김명희
김영천
김윤자
김종제
김현철
김혜영
박동덕
성은경
송문희
안재동
이미자
이병훈
이상식
이상태
이승하
이은심
임정일
임정택
조성범
최순자
현혜숙
[두레문단]
미완의 그림
강 현 옥
어린 시절 시간은 그냥 흘러가는 줄 알았다
지금의 시간은 내가 차곡차곡 쌓아서
그림책을 만들어 가는 것임을 알고 있다
감정의 변화에 따라 시간은
현실과 환상에 뒤섞여 회색빛처럼 흘러가며
매끄럽지 않는 인생을 수놓는다
가장 현명하게 일관된 삶은
언제나 내 삶의 의지를 시험한다
어떤 길의 반영이 참 삶의 지름길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는 나는
습관처럼 날마다 정해진 선을 따라 걷고 있다
먼지가 끼면 효율이 떨어지는 에어컨처럼
무엇인가 매끄럽지 않은 듯한 내 삶은
얼마의 먼지가 같이 돌고 있을까
장마가 오기 전에 윤활유를 칠하여
잘 돌아갈 수 있는 길을 내어
초원에서 부르짖는 새 소리를 들어봐야지
강현옥 ksw0500@hanmail.net -----------------------------
경남 가야 출생. 동명대힉교 신문방송학과 석사. 월간『한국시』(1994)등단. 부산문인협회. 부산시인협회. 두레문학회 부산지회장.
부산지회장. 시집 『패랭이꽃』.
공저/『좋은문학』『시와비평』『두레문학』
매 미
권 정 욱
실핏줄 뽑아내며 매미가 운다
네온 껌 씹으며 술집 여는
뿌리까지 붉게 물든 보안등 위에서
가을바람에 울음 비비며 맴맴
매미가 운다?
시야의 저쪽
깨진 거울 속에 비친 풍경처럼
어긋난 각도들이 비뚤하게 붙어있다
?
어둔 하늘 끝으로 웅크린 기억들이
파랗게 흩어진다
귓속에서 매미가 운다
?
?권정욱 qhfltn@hanmail.net ------------------------------
1961년 경남 마산 출생
학력/ 경북대학교 중퇴
등단/ 『문학저널』
회원/ 청파문학 동인. 두레문학회.
가 을
권 정 욱
사이다맛 날 것 같은 저 하늘
맥주 향 출렁이는 저 들녘
말라가는 잔속의 눈금 핥고 있는 저 계절의 혀
푸른 바람이 돌에 스민다
코스모스 꽃대궁을 간진다
곤충채집 상자 속
압정에 꽂혀있는 미이라처럼
습한 심장이 증발한다
허기진 사색의 뱃가죽에서 들려오는 타악기 소리
가을이 발효(醱酵)하고 있다
?
?
?
?
암각화
권 정 욱
?
국도변 야산 화강암 바위 속에
새 한 마리 알을 품고 있다
풍화한 다리로 몇 천 년을 버티면서
석화 떠 있는 하늘 보며 무슨 골똘한 생각 중이다
균열 가는 시대가 턱 없이 야문 돌을 받치고
그 가랑이로 청동기 바람 휘감아 도는데
알 듯 모를 듯
탄화한 기억이건, 가슴 어디께 쯤 방치된 알이건, 제 몸 스스로 문신하는 아픔이건,
벽화에서 흘러내린 그늘에
웬 낯선 시간이 끓고 있다
문득
돌가루 털어내며 푸드득 새가 날아오른다
씨닭(종계) 김경곤
벼슬도 못한 놈이 관 쓰고 창살에 갇혀있다 지놈 할 일이란 먹고 정자 짜내는 것 뿐 포식시키고 쥐어짜 빼내가는 사디즘 걸린 수정사 행위에 신물 나지만 남은 생을 살려니 보내 주어야 한다 사랑도 나누지 못한 채 보낸 자식들 자꾸만 눈물이 난다 퉁퉁 부운 눈, 한기가 느껴진다 북한 조류독감이 침투한단다 휴전선 철책은 삼미터 높이로 막고 있지만 무차별 바이러스 공격에 지친 주인 한 시도 쉴 겨를 없는데 놈은 졸고 있다 메스컴마다 닭고기 값이 높다고 아우성이니 벼슬한 놈이 물가 잡는다고 수입육 찾기 혈안이다 관도 안 쓰고 머리만 굴려 자리 지키려는 놈은 닭장 같은 빌딩에서 졸고 있다 창살에 갇힌 놈이 아파서 졸고 있다 창살에 앉은 놈이 자리지켰다고 졸고 있다
김경곤 kyungkonk@yahoo.co.kr --------------------------
등단 『문예사조』.연천문인협회.한시문협.
서정시마을. 등단문. 시와비평. 시사랑문인협회.
공저/『시와비평』.『두레문학』.
http://www.kk.zoa.to/
?해오름 길
김 명 희
?
찬바람에 몸을 터는 별 빛 부스러기가 산기슭에 앉아 은하 꽃피워냈다 얼어붙은 어둠이 추위를 피해 잉걸불속으로 기어들고 여명이 솟아올라 골짜기 문을 열 때 햇살 옷 한 벌 얻어 입고 능선에 섰다 대청봉 돌부리에 채여 흩어지는 구름?잠재울 수 없어 들어 올리는 길목에 숨결 소리 없는 바람이 감긴다 발아래로 점봉산이 몸을 낮추고 그리움 담은 동해바다 연가를 두레박 줄 풀어 퍼 올릴 즈음 1708m 봉우리 눈앞에 두고 길 잃은 산을 향해 해가 솟아오른다 나무숲 사이로 하늘은 열리고
김명희 zabewon@hanmail.net ------------------------------
1963년 경북 봉화 출생. 강원 속초 거주.
등단/ 『시와비평』. 두레문학회 강원지회장.
공저/ 『시와비평』.『두레문학』.
http://cafe.daum.net/emunhak
난꽃이 흘리는 눈물
김 영 천
눈물처럼
꽃 모개에
마알간 물방울이 맺힐 때 더욱
그 향기가 짙네
어느 슬픔을
저 깊이에서부터 끌어 모아
단 한 방울의
이슬이 되었을까
가까이 가면
훅, 끼치던 그 풋가시내 내음처럼
늘 봄보다 먼저 와서
그렁그렁 거리고는
지금은 그 기다림이 참
높구나.
김영천 poet48@hanmail.net -------------------------
1948년 광주출생. 목포 한일약국 경영(現). 2001년 목포대학교 대학원 국문과(문학 석사). http://member.kll.co.kr/poet48/. http://www.cyworld.com/poet48(나무나루)
http://cafe.daum.net/poet48(시의향기로 여는마당)
?가슴으로 본 독도 김 윤 자
조선의 아씨와 신랑이
고독한 바다에서 혼례를 올리고
무궁화 꽃송이 아가들 낳아
서른여섯 식구 도란도란 어여삐 살고 있구나
독도사랑 시낭송, 일백여 시인들
너를 만나러 달려왔는데
야속한 풍랑이 접안을 막아
바다 위 삼봉호에서 가슴으로 너를 보며
피보다 아픈 눈으로
눈물보다 짠 입술로 너를 만난다
독도여, 한국의 시혼을 심으려 우리가 간다
일행시 지어 흰 천에 새겨놓고
바라보는 내 눈시울이 시려오는데
순결한 울타리에 도둑바람이 서성이더라고
갈매기 떼 발 벗고 줄지어 날아와 흐느끼는데
너는 거룩하여라, 미동도 없이
정의로운 언어에만 귀를 연다고
한 주인의 방울소리에만 빗장을 연다고
살점이 다 깎이어도
웃으며 봄을 피워 올리고
마지막 남은 뼈 한조각일지라도
살빛 평화를 노래하고
다 부수어져 떠도는 혼백일지라도
대한의 맥으로 여기 남아
조국의 동녘 끝자리를 지키겠노라
푸른 피로 혈서를 쓴다?
松花 김윤자 kimyz8@hanmail.net -------------------------
1953년 보령 출생, 토요문학회원, 공주교육대학교, 성균관대학교 시창작과정 수료, 『조선문학』등단, 조선문학문인회 이사, 국제PEN회원,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서울서초문인협회, 충남문인협회, 충남보령문인협회, 착각의 시학 연구회 편집위원, 세계여성문학관 회원, 형상21 시동인, 황희문학상 수상, 서원어머니백일장 장원. 시집<별 하나 꽃불 피우다>, 동인지<형상 21> 2집, 3집, 한국명시선집<새벽을 여는 종소리>,<해 뜨는 지평선에서>, 공저<살구꽃 피는 고향 언덕> http://kimyz8.kll.co.kr/
계면조
김 종 제
시월에 물들기 전에 무겁게 한 음 꺾은 가을산은 계면조 같아서 제 본색이 드러나는 시간이다 구월(舊月)의 삶은 원래 홀로는 슬프고 우울한 것인데 육자배기처럼 더욱 짙어진 가을 하늘은 눈빛이 어둡다 살 떨리도록 감상이 깊어서 폐를 찌르는 가을 강은 제대로 흐르지 못하고 비탈 아래 집을 짓고 머물러 있다 가을 꽃 하나 설움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어디서 정인情人의 소문을 들었을까 발 부르트며 다리 절뚝거리며 사랑 찾아가는 마음이 애닯다 목숨 굵고 깊게 흔들어주는 가을바람이 타령 같다 억새도 몸을 눕히고 날 새도록 흐느끼고 있다 저 애련한 창 그쳤으면 좋으련만 손님 같은 나의 청을 거절하지 않고 서편제 하는 가을의 눈은 오래 전에 멀었다 귀만 열어두었는데 한 가락 들려오는 가을의 무가(巫歌) 등뼈 녹아내리듯 처량하다
김종제 gusukgy@hanmail.net -------------------------
등단 『자유문학』. 현직/서울 신진과학기술고등학교
시집<흐린 날에는 비명을 지른다><내안에 피는 아름다운 꽃> 공저『좋은문학』『시와비평』『두레문학』
서재/ http://gusukgy.kll.co.kr
슈베르트에게?
????김 현 철
피아노로 작곡을 한 나이가 몇 살쯤이었는지 감성의 문이 활짝 열리고 격정과 욕구가 파도처럼 밀려가고 쓸려 와서 여린 소녀의 순정 같은 선율 몇 자락 피아노에 쏟아 붓고 손 보다 가슴이 떨려 찾아간 선술집에서 피아노를 치다 말고 밖으로 나가서 무엇을 했는지 안다 가을 달빛에 격정의 얼굴을 씻고 욕정의 가슴도 닦아 내고 남은 달빛은 빈 가지에 앙상히 걸어두고 돌아와 피아노 앞에 앉았을 때 따라 들어온 바람이 네 어깨 위에 앉아 있었단다 이윽고 네가 피아노 앞에 앉아 죽은 소녀의 청순한 사랑이며 계곡에 새긴 잊지 못할 이름들이 떠내려간 송어의 이야기며 옷깃을 세운 겨울나그네가 노래로 그려간 장미꽃들이며 차마 눈빛으로도 전하지 못한 것들이 노래로 흔들릴 때에 나는 보았단다, 너의 손은 피아노가 아니라 네 젖은 가슴을 치고 만져보고 싶었던 사랑을 쓰다듬고 있는 것을 슈베르트야, 음악이 존재의 위로가 될지언정 냉엄한 현실의 보온재는 되지 못한다고 슬퍼하지 마라 이제 세상에는 낙엽들만 바스락거려도 네가 피운 꽃들의 노래가 길섶에 가득하단다
김현철 ceokimhc@hanmail.net -----------------------------
울산 현대중공업. 『시와비평』등단. 부산대학교 졸업.
시와 비평 두레문학회 회원.
문협/ 한국문인협회(울산)
공저/『좋은문학』『시와비평』『두레문학』
맨드라미
김 혜 영
한 쪽 눈이 감긴 늙은 고양이
음식물 쓰레기통 옆에 늘어지게 누워
낮잠을 잔다
하얀 털에 덕지덕지 때가 묻은 방랑자
썩은 밥통을 떠나지 못한 채
무덤을 안고
침을 흘리는 성자
권태에 찌든 흐릿한 눈동자
지겨운 듯 입을 심술궂게 벌리고
눈을 흘기는 도둑고양이
아파트 출구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할머니
허연 머리에 소나기처럼 퍼붓는 햇살
벌겋게 피어난 맨드라미 속살이
저 홀로 타오르는 7월의 한낮
김혜영 시인&문학평론가. ---------------------------------
경남 고성 출생. 1999년 부산대학교 영문학 박사.
1997년 [현대시] 등단. 계간 [시와 사상] 편집위원.
동의대, 부산대 강사. 시집: [거울은 천 개의 귀를 연다]
평론집: 메두사의 거울. 웹 월간詩 [젊은시인들]발행인.
http://cafe.daum.net/youngpoets
부화하는 물방울
? 박 동 덕
어둔 밤을 뚫고 나온 거북 알처럼 거미줄에 올망졸망 앉은 새벽이슬 톡 톡 껍질을 깨고 물방울 부화하고 있다 땅에 떨어지고부터 바다를 찾아 떠나야 하는 길 천적들의 눈을 피해 끝까지 살아남아야 한다 해가 떠오르기 전까지 꿈을 펼칠 수 있는 바다로 가야 하는 마음 바쁜데 더디기만 한 세상 속으로 내 딛는 걸음 굳게 닫힌 좁고 무거운 문을 두드리는 때 묻지 않은 맑고 투명한 이력 헤쳐 가야 할 길 험난하기만 하다 거북이야 곧장 바다를 찾아가면 되지만 거쳐야 할 샛길이 많은 나는 들을 지나고 도랑을 건너 강을 헤치며 때로는 하수도로 흘러들기도 하는 좁고 험한 길이지만 거기에도 푸른 꿈은 출렁거렸다 엉금엉금 거북이의 끈기로 포기하지 않는다면 바다로 난 그 문 언젠가는 삐걱삐걱 틈을 보일 것이다
박동덕 ac684729@hanmail.net ------------------------
경남 창녕 출생. 계간『시인정신』으로 등단.
시인정신 작가회 회원. 시하늘 동인. 두레문학회원. ?
솟 대
박 동 덕
묘사(墓祀)를 지내러 찾아 간 고향 올해는 어찌된 일인지 동네가 조개 무덤 같다 내가 빠져나가고 네가 빠져나가고 우리가 빠져나간 빈껍데기는 한 해 동안 바람만 먹었는지 바지랑대 끝에 하얀 깃발 같은 비닐봉지만 날리고 있다 이맘때면 넉넉한 웃음으로 손을 잡아주던 사촌 큰형님 뙤약볕에 흘렸던 쭉정이 같은 땀방울을 쓸어 담아 곳간에 한숨을 쟁이고 있다
젊은이들이 붉은 띠를 매고 서울로 간 그날 밤 추락하는 쌀가마니에 걸터앉아 나라님을 안주 삼아 하소를 마시고 마시고, 마시고 논밭을 비운다, 버린다
마른 잡초들을 일으키며 해는 뜬다 마을 회관 옆 미루나무 우듬지에 깍, 까악 까치가 울고 있다 묘지 둘레의 나뭇가지에 앉은 새들 솟대를 세운다
너트가 빠져나가고
박 동 덕
?
황사 바람에 별들은 아예 눈을 감아버렸고 백태 낀 달빛 게슴츠레한 들길을 걸어 불 꺼진 방 정말이지 들어오기 싫었다 뒤돌아보지만 갈 때가 없었다 꽃샘바람에 떨고 있는 문풍지를 다독였다 불도 켜지 않고 드러누운 침대 그날따라 심하게 삐거덕거렸다 너무도 심하게 울어 불을 켜고 시트를 젖혔다 다리를 고정하고 있는 암나사 없는 볼트 헐렁하게 삐져나와 쓸모없이 누워 있었다 옥죄던 너트가 빠져나가고 처음에는 무척 홀가분했으리라 하루하루 지나가면서 버티기에 힘이 들었다 혼자서는 남자 구실을 할 수 없었다 삐걱삐걱 한숨이 새어 나올 때 그녀를 찾았지만 이미 늦었다 아무리 찾아도 암나사는 없었다 허물어질까 봐 붕대로 다리를 칭칭 감고 잠을 청하던 그날 침대는 밤새 삐걱거렸고 자는 둥 마는 둥 새벽을 맞이한 나는 침대 위 텐트 기둥을 잡고 있었다
골다공증
성 은 경
몇 번을 우려내 구멍 숭숭 뚫린 뼈다귀
쓰레기통에 던지면 풀썩 부서지는 뼈의 마지막 절규
그냥 흘려들었다
근육질은 빠져나가고 낡은 뼛속에는 바람만 남아
추운 날마다 맞바람 일어 시려 오는 것도
이미 지나쳤다
무지한 방치가 실팍하게 살아온 세월에 반항하는 날
형광 칠판에 얹은 앙상한 뼈 사진
한나절 읽어 내리다가 자꾸 고개 젓는 것은
삶의 관절 억지수레 꺾어 내릴 때
통곡하지 못하는 아우성이 켜켜이 쌓여
조금씩 부식되는 평범한 순리를
여자들은 끝내 인정하기 싫었던 거야
성은경 sedmsrud@hanmail.net -----------------
경남 창녕 출생. 한국방송대학교 초등교육학과 졸업.『문학저널』등단. 대한문인협회 운영위원. 사랑의 연가(시사랑음악사랑)당선. 내 앞에 열린 아침(엠아이지).
『두레문학』 공저. http://myhome.naver.com/sedmsrud56
[사설시조]
너도 여자니?
성 은 경?
첫 손자 돌이라 상다리 휘게 차려 놓고
손자 재롱 보느라 고기 한 점 집어 들지 못하는 밀레니엄 아파트 25층, 모인 할망구 서넛 제각각 손자 자랑에 마른침 삼키다가 사르르 아랫배 자락 움켜쥐고 화장실로 들어선다. 눈앞의 환기창 가득 태평양 바다가 너울거리고 파도 가져온 둥근 방향제는 머리맡에서 옛적 귀대면 들리던 고동소리를 내며 유혹하는데 잠시, 느긋해지며 변기의 물을 내리다가 앗! 놀라는 그녀, 바다 냄새 물씬 풍기는 건장한 청년이 그곳까지 숨어들어와 은밀한 곳 훔쳐보곤 바닷물 속으로 얼른 숨더란다
할망구
너도 여자니
움찔하는 가랑이
촛 불?
송 문 희
?
나를 태운다는 것은 네 속에 머문다는 것이다 한 알의 밀알로 네 안에 떨어져 활활 꽃 피우고 싶다 어디를 보고 있는가 붉은 눈은 허공을 향하고 있다 집요하게 몸 쓸어내리는 촛농은 반석처럼 너를 꼿꼿이 세우고 있다 향연은 끝나지 않는다 언제까지나 네 앞에 무릎 꿇고 기도와 단식과 겸허로 사른다 삶은 그렇게 맨 아래에서 배운다 네가 바라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저 환하게 불을 켜 두는 것과 그저 따스하게 불을 지피는 것이다 너와 내가 하나가 되는 것이다 말의 씨들이 불의 씨가 되고 구겨진 파지 위 불꽃을 피운다 안식처럼 고요한 정신 일깨우며 잠시 네 안에 머무는 것이다
송문희 thddksptm@hanmail.net ---------------------------
1963년 밀양 출생. 경북대학교 대학원 석사.
『시와비평』등단. 두레문학 경남지회장.
한국문인협회(밀양) 회원.
공저/『시와비평』『두레문학』
밥이나 먹고 삽니다
안 재 동요즘 형편이 어떠신지요?별 신통치 않습니다 그저 밥이나 먹고 삽니다밥이나 먹고 산다?그래, 밥만 먹고는 못 산다는 사람도 많지하지만, 참 행복해 보이는 대답이다그래서 마음 든든하다 능력도 없는 나, 그댈 걱정하느라뭘 보태줄 생각까진 않아도 되니까밥, 실상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살던 사람 예전에 얼마나 많았던가다이어트 때문이 아니라삼시세끼 중 한 두끼 정도는 걸러야만 하는 사람, 지금도 얼마나 많은지 눈물샘조차 메마를 정도로 처량하게 굶어 죽는 사람지구촌 곳곳에 얼마나 많은지늦가을까지 버티다 결국 된서리 맞고 지는 단풍잎은 화려하기라도 하지아사하는 사람처럼 목말라지는 것인데배고파 죽는 것인데철지나변색하고 쪼그라들어사람 눈길에 외면당하여도 제 수명 다하고수줍은 듯 소리 없이 지는 목련꽃이 차라리 부러울 때 있다사랑도 밥과 같거늘
?
안재동 korea@kbs.co.kr ---------------------------------
1958년 경남 함안 출생.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졸업.
<시인정신>,<시세계>,<문학21>,<문예사조>,<시사문단> 시 등단. <한맥문학>,<스토리문학>,<백두산문학> 수필 등단. 韓國文人協會. 韓國現代詩人協會. 한국수필가협회. 제1회 무원문학상 본상(시부문) 수상. 제9회 문학21 문학상(평론부문) 수상.시집 <별이 되고 싶다>,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껍데기> 산문집 <당신은 나의 희망입니다> 공저 <새벽안개에 젖은 꿈>
복숭아 맺혔다?
이 미 자
이른 아침 키 작은 춘몽 깨어나 복숭아나무 눈썹 날리더니 눈곱 낀 쭉정이 부비며 작은 씨알 맺혔다 반지르르 어미 새 갸웃갸웃 푸성귀 잡고 풀빵 쪼는 새끼 새 딸까 말까 어설프게 포로롱 가지만 흔든다
이미자 ehrtnfl1966@hanmail.net -------------------------
1969년 강원도 출생. 경기 하남 거주.
『한울문학』등단. 하남문인협회.
『시와비평』두레문학회원.
공저/『좋은문학』.『시와비평』.『두레문학』.
가르마
???????? ? 이 병 훈
?
젖은 머리를 말려
조심스레 머리카락을 가르자
거울에 내 나이가
무색하게 들여다보인다.
?
한쪽으로 조금 치우쳤는지
다른 한 편이
서운한 듯 바라본다.
?
어머니처럼 공평하고 반듯하게
반으로 나누지 못하여
가녀린 바람에도
쉽게 헝클어지는 머리카락
?
자세히 들여다보니
여태껏 흔들리며 살아온 세월이
어느덧 허옇게 세어
성긴 머릿속이 부끄럽기만 하다
이병훈 eunseo6319@hanmail.net --------------------------
전북 부안 출생.
계간 『문학사계』등단.
(사)『한국현대시인협회』간사
『두레문학』공저.
날벌레들의 변명
이 상 식
어디선가 환청이 들려온다
- 강력한 가로등 불빛에
갑자기 미쳐 날뛰던 날벌레들
미처 발견치 못한 거미줄에
정확하게 처박힌다
생을 향한 마지막 절규를 쏟아내며
거친 몸부림을 친다
- 누가 저 뫼비우스의 띠 좀 풀어 줘
이상식 lee4571@hanmail.net -----------------------------
1970년 경남 거창 출생.
『시와비평』등단. 산다촌문인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거창문인협회. 두레문학회.
공저/『시와비평』『두레문학』
수평선 찾기 혜관(慧觀) 이상태
활자가 도형에 갇혀 있다 시험지 거꾸로 세운 삼각형 돌려가며 변의 길이를 잰다 빗금을 타고 올라가는 길 위에서 들이키는 숨소리 미끄러진다 펜을 잡아도 웃지 않는 머리는 고개 내젓는 역삼각형이다 헤어질 즈음 비로소 볼 붉히며 대각선 눈썹을 세운다 파닥거리며 날갯짓하는 글자가 모서리 빠져나올 출구 찾는다 직각자 대고 그어 보아도 언제나 세 각의 합은 수평선이다 만화경 접선과 만난 아이 낮달 굴리고 나와 원을 그린다
혜관(慧觀) 이상태 cmunhak@paran.com ---------------------
울산대학교(석사). 교육행정학회6기회장. 시와비평문학회장.
『시와비평』시 등단. 『현대시조』새시대시조 등단.
울산문인협회 이사. 문학넷. 한국문인협회. 울산문학연구회장.
한국『시조문학』. 한국시조시인[울산]협회. 두레문학회장.
『좋은문학』.『시와비평』.『두레문학』발행인.
시집『사랑갈무리』 http://cmunhak.com
[시조]
석남사의 가을
혜관(慧觀) 이 상 태 석남사 비추는 노을 운판에 걸려 있다 낙엽 물고 날아온 새 처마 끝에 매달리면 풍경이 오지랖 열고 불린 젖을 물린다 계곡에 발 담근 채 비구니 입술 떨고 있다 가지산 타는 물무늬 엿보다 들켜버린 목어 십이지 속 빈 그림자 발가락이 보인다 울음보 큰 아이 낳아라 범종 소리 얼을 푼다 가슴끼리 물든 가을 날개 펼치는 폭포 앞에 돌무지 부처로 모시고 바람 서서 절한다
?가 족
?? 이 승 하
??한밤에 일어나 보면
??옆에서 숨 쉬고 있는 아내와 자식
??코골기도 하고 잠꼬대하기도 하고
??몸부림치기도 하는 만성 질환의 가족
??측은한 마음으로 내려다보다
??이불을 끌어올려 주고 베란다에 서면
??풀벌레 소리 아카시아 향기
??살아 있는 것들이 나를 섧게 한다
??앓는 것으로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저 끔찍하게 많은 생명체들
??밤이 감싸 안고서 위로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것 같다 저 별들도 늙고 병들어
??언젠가는 암흑의 세계로 들어가는 이치를
??알 수 없다 별의 시체라는 블랙홀 속
??빛조차도 중력의 끌어당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까닭을.
이승하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문학박사).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등단.
시집 <폭력과 광기의 나날> <생명에서 물건으로> <뼈아픈 별을 찾아서> <인간의 마을에 밤이 온다> 등.
시론집 <한국 현대시에 나타난 10대 명제> <이승하 교수의 시쓰기 교실> <세계를 매혹시킨 불멸의 시인들> 등.
아도니스, 너의 봄을 기다리리니? ? 이 은 심?
? 소아시아 바위산을 헤매며 양들의 먹이를 구하러 다니던 평화로운 목동 이 지상에서 영원한 순환을 보장하리라 잠시도 한눈 팔 수 없었던 아름다운 너를 멧돼지의 뿔에 받혀 죽게 한 미의 여신은 식물의 지배를 가르쳐 준 순수한 바람둥이 대장장이의 신, 절름발이 헤파이스토스는 지금도 종잇장같이 불꽃에 타버리지 않고 황금빛 나는 무쇠를 단련하고 있건만... 사라져간 죽음은 순전히 나의 집착 때문 차고 온 저승의 바람에 입 맞추고 서둘러온 너의 죽음을 눈물 흘리며 애도하노니 혹한의 계절 지나면 봄바람과 함께 다시 오리니
쏟아진 너의 선홍구슬 피에 신주를 뿌려 피어난 피빛의 꽃, 아네모네를 보누나 지금도 엷고 뜨거운 입술을 간신히 열어 재생의 고백에 파르르 떠는 붉은 꽃잎을 버림받은 대지에 던져진 몸을 웅크리고 부활의 봄빛을 애태워 기다리리니 바람처럼 피었다 지는 아네모네 천국의 꽃을 들은 남자의 미소를
은매/이은심 yies0307@hanmail.net ----------------------
『문학21』등단. 동국대학교 영문학과.
문단①국제펜클럽회원 ②한국문인협회회원 ③구로문학회원
단체①한국철학회회원 ②여성철학회회원 ③성숙한 시민가꾸기모임 회원. 논저/ 엘리오트의 다면주의에 대하여
여름 이야기
임 정 일
어디서 매미 한 마리 옷을 벗겠다. 할머니는 솥단지 가득 강냉이를 익혀 내고 모깃불에 그을린 계집아이 눈물이 그렁하게 달린 밤이 까맣게 익을 무렵 반딧불이 총총히 별 되어 떠올랐다. 머슴아들 기름불 말아 뱀장어 따라 돌고 할아배 등짝에 초롬이 엎드려 귀신 얘기 듣던 밤 무당거미 베틀 올려 실 잣는 소리 낭낭히 성황당 고갯마루 넘을 때 바람이 달빛 한 자락 끌어 덮고 계집아이 배시시한 잠결에 살며시 누우면 어느 집 감나무 나뭇가지엔 쓰름매미 한 마리 허물 벗어 걸어 두고 백설 같은 날개 아련히 하늘 접어 고요히 새벽을 기다리겠다.
임정일 poet22c@naver.com. 책나무출판사 대표
격월간『시와창작』발행인. 한국문협회원. 혈시 운영위원
시집<아내 그리고 여자> 화담출판사
시집<아내의 노래> 책나무출판사
공저<사랑이 나에게 아름다운 것은> 『두레문학』외 다수.
http://www.poet22c.com
처녀 바위
임 정 택
1.
?아주 오랜 고려 무신 집권 시절 초연이라는 처자가 대방 굴항 포구 도린곁 비탈 언덕빼기에 살았다카대요.
?이팔청춘 뽀오얀 살결 오똑 선 콧날 까만 머루빛 두 눈, 그 맑은 눈망울에 뭇 사내들 남상남상한 기웃거림으로 날이면 날마다 넌더리가 났다카대요.
?지지리도 가난한 어부 아들로 태어난 아배는 어릴 적부터 배운 게 배질이라 조고마한 거룻배로 남해바다 사십 평생 물이랑 헤이다 가분재기 일어난 까치놀에 휩쓸려 마안한 바다 멀리 아주 가버렸다카대요.
?간혹 걸탐스런 파도 검은 바람 몰아 결삭은 초가지붕 할퀴면, 어매는 멍한 눈빛 되어 마을 고샅고샅 지나 놀친 바다에 망석중이 되어, 어른어른 묻어오는 서방 그리움으로 두 눈에 미음 돌던 사분한 아낙이었다카대요.
2.
?늑도(勒島) 섬 자락 진달래 꽃숭어리 이른 봄기운에 번져날 때, 발그레한 두 볼에 감추어진 초연이 가슴 밭에도 사랑 꽃물 묻어나더니, 고마, 윗마을 연길이라는 사내한테 온 마음 놓아 버렸다카대요.
?훤칠한 키 서글서글한 눈매, 그 보담도 홀어매 마음 드려 모시는 그 마음결에 홀딱 반해 버렸다카대요.
?뭇 사내들 숱한 눈맞춤은 진달래 꽃비 되어 바다로 바다로 하릴없이 갈앉기만 했다카대요.
3.?
?한층 녹음으로 짙어가던 와룡산 산빛따라 목섬 앞바다는 갈매빛으로 더욱 아득해지고, 두 사람 풋풋한 사랑 내음새도 동네 길섶 따라 번져 났다카대요.
?그 소문이 꺽뚝꺽뚝한 돌조각으로 사린 초연이네 담벼락을 넘어 평상 귀퉁이 앉아 멍한 눈빛으로 바다만 하염없이 바라보던 초연이 어매도 알게 되었다카대요.
?초연이 신랑감은 뱃사람만큼은 안 된다고 건다짐 하였건만, 그 숱한 사내들 마다하고 고려에서 송나라 고려사관까지 가는 짐실이 배 상단 선원이라는 말에, 고만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인양 아무 탈 없이 오래오래 살아주기만 바랬다카대요.
4.?
?초가을 갓밝이의 싸늘한 기운 바다위로 전해져 올 무렵, 연길인 굳은 표정으로 마을 외진 도래샘 곁을 지나 호젓한 각산(角山) 소나무 아래 초연일 데려 갔다카대요.
?한참 머뭇거리던 연길인 초연이 두 손 잡으며, 송나라 고려사관 고려청자 실어 줄 배 타야 한다고 말했다카대요.
?삼 개월 후 돌아와 혼인하자며 초연이 두 손에 혼인 징표로 붉은 금낭(錦囊) 꼬옥 쥐어 주었다 카대요.
?연길이 송나라로 배 떠나던 날 가시나가 바닷가 서면 운수 나쁘다는 마을 사람들 믿음으로, 문설주 부여잡은 손 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먼발치서 이별하고 말았다카대요.
5.
?무시로 겨울 바다 너머 돋을볕은 일어나고, 기약했던 날은 말간 햇빗살 너머 마안히 스러져가고, 이년이 지나 삼년이 지나도 어찌된 영문을 몰라 무심한 날들만 보내고 말았다카대요.
?어느 날 송나라 고려사관 짐실이 배로 다녀온다던 막순이 아배가 우두망찰할 연길이 소식 전해주더라카대요.
?그러니까 이년 전 연길일 태운 배가 황해를 지나 고향으로 돌아오다 전라도 신안 앞바다서 무서운 풍랑 만나 전부 수장되었다는 얘길 전해 주더라카대요.
?그 무서운 사연에 초연인 곰손이 같은 연길이 얼굴 떠올라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카대요.
?그 다음날부터 초연인 멍한 가슴 다독이듯, 날만 새면 바다가 환하게 내려다보이는 대방 굴항 포구 언덕빼기 왼종일 서서, 두 손 꼬옥 쥔 금낭(錦囊)만 만지작거리며 속울음만 울었다카대요.
?어느 자욱한 안개 몰아쳐오던 해거름 녘, 남실남실 묻어오는 연길일 쫓아 그만 바다에 몸 던져버리고 말았다카대요.
6.?
?얼마간 시간이 흐른 뒤, 늑도(勒島) 과녁빼기 전에 보지 못한 바위 하나 우뚝 솟아 났다카대요.
?그걸 보고 동리 사람들 연길일 못 잊은 초연이 마음이 용왕님을 감동시켜 처녀바위로 환생했다카대요.
?그 이듬해부터 동리 사람들 초연이 죽은 날 기려, 원혼 달래는 굿을 지냈다카대요.
?그 숱한 세월 흐른 지금에도 대방 굴항 포구에 서면, 초연일 닮은 그 바위가 다소곳한 매무새로 머언 바다만 하염없이 보고 있다카대요.
?
임정택 lim3204@hanmail.net ------------------------------
1969년 삼천포 출생. 울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현대문학 박사. 『시와비평』등단. 울산문학교과연구회 사무국장. 울산문인협회.
전국충의백일장 장원. 현상문예공모 장원. 두레문학회 사무국장.
공저/ 『좋은문학』『시와비평』『두레문학』
홈피/ http://eelp88.com.ne.kr
꿈 - (여섯 번째 날)?
청무 조 성 범?
?
소나기가 여름내 들지 않다 겨우 든 가을 햇빛을 땅바닥에 부서져라 내동댕이치고 지나간 오후 모두 사라진 골목 일하러 가지 않은 늙은 저 여자는 만삭滿朔의 배를 내밀고 광합성光合成을 하고 바람은 담을 넘어가고 세차게 곤두박질치던 빗방울에 숨겨둔 흉터 드러난 담을 바람이 넘어가고 벌컥 울고 싶은 날 내장 속 깊이 배어든 빗물 내 지겨워 눈부시게 쏟아지는 햇살 아래 기어가고 있는 지랭이 뇌정雷霆으로 남은 내 왼 가슴 언저리 흉터 같은 지랭이를 연방 매만지다가 반지 같은 것 하나 뚝 하고 집어들고
청무 조성범 rj929@hanmail.net -------------------------
단체: ① 아람문협 ② 인산문학회 ③두레문학회.
등단:『아람문학』.사단법인 간도되찾기운동본부.
작품 발표:계간 『아람문학』, 월간 『모던 포엠』
인천광역시 자치행정 모니터 문화분과위원.
장평을 지나며??????? ?? 曉烱 최 순 자
? 그 해 여름은 몹시 가물었다뙤약볕이 쏟아지는 텃밭에키 작은 옥수수 대가 얼나를 셋이나 업고 있다? 오빠는 다랭이 논 입 벌린 논길을 가로질러 고기잡이 가고? 다래끼 끼고 산나물 가는 언니 눈에 눈물이 핑그르르 돈다동갑내기 옥분이가 애보기 수양딸로 가고 난 후가뜩이나 가녀린 언니 어깨는 풀기가 없다? ? 불볕더위는 한층 더 기승을 부리고? 목이 타는 어머니 눕기조차 버거운 주림은 잦은 현기증으로 한 뼘씩 줄어드는 허리그 가는 허리를 붙잡고 배고프다 칭얼대면찐 감자를 주시는 어머니 마른손이 요술처럼 느껴지던 시절????? 그때는 그랬었다
장평을 지나 도암. 횡계. 고랭지 평원에 감자 꽃 한창이다??? 탱글탱글 감자 여무는 소리 진부령을 넘자하고???? 비릿한 바닷바람 콧잔등에 마중 왔다 내 어머니의 어머니와 내가 살던 마을 그 밭에는 여전히 감자 꽃이 피고 옥수수는 얼나를 셋이나 업고 있다
曉烱 최순자(崔順子) csj4602@hanmail,net --------------
강원도 평창 출생. 『한맥문학』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경의선문학회 이사. 문예비전 회원. 세계시인대회 서울집행위원
2006년 한맥문학가협회상 수상. 리틀 노벨 어린이집 대표.
시집 『그대 스치는 바람이라 해도』
겨울나무를 보며?
현 혜 숙
겨울나무가 하늘에 서 있다
진눈깨비 오는 저녁 귀갓길에
생선 가시처럼 가슴 깊이 손을 내어
휘청거리는 바람을 흔들고 있다
얼마나 많은 것을 끌어안았는지
꼭 다문 시간을 둘둘 말고 있다
기억해야 할 것과 잊어야 할 것들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을 구분하려고
흩뿌리는 눈꽃으로 살 발라가며
하얗게 바람을 말리고 있는지 모른다
눈발은 서로 부둥켜안기도 하고
모래알처럼 흩어졌던 날들을 모아
자신을 녹여 스스로 버릴 줄 안다
어쩌면 하늘은 아무런 흔들림 없이
지상의 파닥거리는 상처를 덮어 가는데
세상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일까
눈 부릅뜨고 떨고 있는 잔가지들
뼛속 깊숙이 흘렀던 울음 같은 진액
서늘한 그늘에 묻어 둔 것을 기억한다
온몸이 가시다, 얼음 꽃이 핀다
죽지 않을 만큼 얼어 간다 해도
견딘다는 것은 속살에 금을 내는 게야
그래, 더는 결빙이라 하지 않는다
어느 목숨 환하게 풀려나가듯
소리 없는 겨울 강
안으로 뜨겁게 흐르는 게다
현혜숙 poksel@hanmail.net -------------------------------
부산 출생. CHICAGO 거주.
『문학세계』등단. 두레문학회 미주지회장.
공저/『시와비평』『두레문학』.
http://ncolumn.daum.net/hyunrachel
[특집]
[신작]
김광련/은사시나무
김삼주/달팽이의 초대
박세영/청개구리
서순옥/도마 위의 뮤지컬
성기화/그래서 더 그리운 게지
이경숙/백합
임윤식/타임캡슐
한영채/북궁, 백련암에서
이양섭/산행보고
[문예대학]
강동화/의처증
김종환/새벽 아스팔트 위의 은행나무
도희종/용도변경
민애자/뒷모습이 전하는 말
박명남/분수대 앞에서
손갑식/무당벌레
심정란/가을
이명주/대문을 나서면
이희규/관-본다는 것의 그 외형
조경근/블랙러시안
이상태/이미지 연상에 의한 은유 기법
[전국충의백일장] 장원작품&심사평
[사이버백일장] 문학교과연구회 추천작품
[문예대학/안내]
김광련
김삼주
박세영
서순옥
성기화
이경숙
임윤식
한영채
이양섭
강동화
김종환
도희종
민애자
박명남
손갑식
심정란
이명주
조경근
[신작]
은사시나무
김 광 련
며칠 잠 못 이루었다고 얼굴에 검버섯 꽃이 만발하였나 전생에 무슨 업이 많아 육신이 이리 고달픈지 모르겠다며 서럽게 돌아누운 어머니 등 모서리 낙엽 타는 냄새가 진동한다 색동저고리 빛바래기도 전 어려운 살림살이 도맡아 칠십 평생 부려먹었으니 어디가 성하랴 관절마다 속 단풍이 들고 가슴 속 울화가 열꽃으로 피니 부귀영화도 피 같은 자식도 소용없다 하늘을 보면 쑹쑹 구멍 난 자리마다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 생을 붙잡고 있는 입술이 파랗다 웃자란 은사시나무 여자의 눈썹이 떨고 있다
麗傘 김광련 anfakd1229@hanmail.net --------------------
출생/울산. 『한비문학』 등단 한비문학 운영위원시인과 사색. 두레문학회. 다울문학 동인.
가장 행복한 여인 외13곡 작사.
달팽이의 초대
?????????? 김 삼주
귀 하나로 들을 수도 없는데
호수에 초대받은 형상이 눈 커다랗게 뜨고
쓰임 받지 않던 거친 피부 곱게 닦아 단장한다
오밀조밀한 미로에 드니 향기 건조하다
어둡던 숲 속 아슬아슬 매달린 거미줄 사이
우담바라 꽃송이 사뭇 숨이 막힌다
밝은 빛을 사모하는 맑은 언어들
서로 부둥켜안아 한 송이 꽃으로 핀다
회오리바람 타고 들어온 폭언들
아픈 기억 파편 되어 나뒹군다
초대장 받아들고 더듬이로 찾아간 호수
평안하게 쉴 수 있는 깨끗한 여인
그윽한 눈빛으로 나를 반긴다
물결 고운 노래 가득 청아하게 울려주기를
발자국만 사뿐 내려놓고 서둘러 빠져나온다
김삼주 ksaju7430@hanmail.net ---------------------------
1966년 전북 남원 출생
2004년 『문학21』 시 등단
문단/문학21. 두레문학회.
공저/『시와비평』『두레문학』
청개구리, 여름틈새 엿살피기
박 세 영
그해 여름, 8월이었고 숨 막히게 무덥던 날
어느결 청개구리 한 마리가 뜰에 핀 꽃잎들을 퍼 담고 있다
푸른 울음소리 증발하지 못해 눈물로 추락할 즈음
비지땀을 흘려가며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는 당신
자욱이 깔린 안개 속에 수미산자락이 얼마나 넓은지
몰랐던 것이 잘못이었다
이글이글 이글대는 여름 목청엔 신열이 오르고
소문 성숙한 이파리 이르게 피어버린 세월을 산이라 일컬어
구름 몇 자락 산봉우리에 우악스럽게 걸쳐놓고
반바지 차림의 여인을 흔들어 외도를 꾀하는 당신
세상은 사랑이 물씬 들어 훈훈한가 보다
진땀나는 방황보다 더 타락한 햇살을 즐기는 당신
마음이 불편한 아버지는 먼 하늘만 바라보고
잎사귀 아래로 돌아누운 엄마는 절반이 조금 넘게 물속에 잠겨 있다
장난으로 보기 어려운 행동들을 일삼아 즐거워했던 당신
물에 잠긴 제 어미 가슴에 못을 박고 있었던 게 잘못이었다
스쳐간 옷자락이 억겁(億劫)인데도
여전히 너럭바위는 그냥 그곳에 있는 것을
깨닫지 못한 것이 잘못이었다
물방울이 바위구멍을 뚫는다는 건
그때까지의 추상적인 시간이고 굉장히 긴 세월이다
그토록 긴 인연으로 만난 당신
일 초에 하나씩만 센다 해도
일억을 세려면 밤낮으로 삼 년이 넘게 걸리는 데
엄청나게 많은 절대시간을 단숨에 뛰어넘으려는 것이 잘못이었다
이상(理想) 세계는 과연 어떻게 다가오는 것일까 묻는 당신
청개구리의 첩이 되는 고통보다
같은 남자에게 뽀뽀를 당하는 것이 더 부끄러운 시절이다
수많은 놀림을 받고, 참을 수 없는 따돌림과 시달림이
궁극의 목적지로 떠나야 할 길에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광장으로 나가 본 적이 있나 당신
남에게 뒤집어씌우는 비겁함을 잘못으로 안다는 것이
참으로 귀한 요즘, 아직도 저지른 잘못을
들키지 않았다고 좋아하며 넘어간 것이 잘못이었다
박세영 young04894@hanmail.net ---------------------
1941 서울 출생/경희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월간『문학세계』시 등단.
문단/문학넷. 세계시낭송협회. 두레문학회
공저『향기나는 편지』.『청산호의 노래』.『두레문학』
도마 위의 뮤지컬
서 순 옥
한 겹 한 겹 겉옷 벗어내려 하얀 속살 들어낸 양파 상기된 채 시치미 뚝 떼고 늘어져 누운 고깃덩어리 둘의 궁합은 천생연분
?
터프한 단벌신사 감자는 한번 만에 훌러덩 벗어버리니 홍당무가 부끄러운 듯 반색을 하며 낯붉힌다
?
폐물은 녹색진주 완두콩 궁합을 맞은 쌍쌍파티 황족의 입욕을 준비하는 인도에서 건너온 황금카레
?
도마를 무대로 하여 펼쳐진 신명난 주부의 난타가 빚어내는 환상적인 저녁 메뉴는 카레라이스 그 이름을 바꿔 뮤지컬 환타지라 하리
서순옥 sosunok@hanmal.net ------------------------------
등단 『육필문학』. 한국육필문학협회 회원
울산문인협회 회원. 울산시인협회 회원
시와 비평(두레문학)회원
공저/『시와비평』『두레문학』
그래서 더 그리운 게지??
? ?성 기 화
점토로 인형을 곱게 빚었지모양새가 꼭 나와 같아보기에 아주 좋아, 행복했어 근데, 내 목소리도 모르는지웃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거야입김을 코에 훅- 불어 넣자어, 이것 봐라입은 옷이 벗겨지는 줄도 모르고날마다 노래하며 춤추네, 신났네 혼자 보기 아까워 세상으로 보냈지 행복하라고, 끝까지 지켜주마 했는데어제는 글쎄 이 녀석이 내뱉지 못하는 이름, 보고프다 그립다 바다로 흐르는 눈물 강 혼자 그렇게 삼키고 있는 거야아, 생기를 불어 넣지 말걸 그랬나 힘주어 내 호흡 넘기던 날 심장 한 조각이 녀석의 가슴에 박혔던 거야 마음 안에 있으니 보지 못하는 게지 그래서 더 그리운 게지
?
성기화 vksduf@hanmail.net -------------------------------
1969년 청도 출생. 김해시 거림중공업(주) 근무
등단/ 『시와비평』. 두레문학회 회원
공저/『시와비평』『두레문학』
http://blog.daum.net/vksduf
백 합
이 경 숙
말 한마디 잃어버려도 분을 삭이지 못해 나의 기억에서 지웠던들 아무 일 없을까, 팔월의 폭염 속에서 땡볕 하나 주머니에 주워 넣는다 보잘 것 없는 더부살이 바람
닭똥 같은 땀 굴리며 징검다리 쫓아온다 흙냄새 묻은 개구쟁이 땟국에 핀 애기풀잎처럼 도랑물에 돌돌 흘려보내면 반딧불 초롱초롱 여름밤을 노래하지 울타리 옆 수줍던 봉선화 찾아새벽 눈썹 발갛게 물들이고
부스럭부스럭 아침 햇살 눈부셔 한 마디 인사마저 보잘 것 없다 하얗게 잊은 언어 몰라보게 변해버린 시간은 빈 손안에 든 한 방울 이슬이다 저기, 혹여 저를 잊지 않으셨는지요
이경숙 leelovelatter@halmail.net -----------------------
강원도 홍천출생. 『문예사조』등단.
2003년 하남기예경진대회입상.
공저/『좋은문학』『시와비평』『두레문학』
현재/ 하남문인협회원.
타임캡슐
임 윤 식
오후 산보를 나선다
양복차림에 남산 한옥마을
이조시대 대문을 들어선다
관복입고 아래를 본다
대청마루 쩡쩡거리는 목소리에
하인 빗자루 허리를 굽힌다
오늘 입궐하면 무슨 주청을 드릴까 아니되옵니다, 상감마마
성총을 바로 하시옵소서
대문을 나서니 날씨가 아직 덥다 웃옷을 벗은 원두막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누가 놓고 간 지난 신문 후줄근히 놓여 있다 '희망 2030 국가비전 발표' 노후 연금보험 광고다
아아, 졸립다
임윤식 lgysy@naver.com ----------------------------------
1947년 충남 부여. 출생.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월간 신춘문예』시 등단, 『시와 창작』수필 등단.
서초문인협회. (현)월간 경제풍월 부사장 겸 편집장.
시와 창작 작가회. 공저-꽃진 자리에 누워 외 7권.
북궁, 백련암에서
한 영 채
?
?
??????????????
산과 물, 수평으로 다가오고 있다
먼저 간 님의 더운 설법이
온 산야에 툭, 툭
지팡이 되어
속 찬 물음표를 던지며
한 줄기 소나기로 모퉁이를 돌고 있다
눈 감은 적 없는
미동 없는 가부좌로
외진 산책길 수행중인 나무, 나무들
사람들은
등 받힌 백련암 기둥과 기둥사이
눈 먼 바람의 노래에
금빛 물든 기둥에 혼절하고 있다
누더기 단 한 벌
낡은 한 켤레 짚신
어디에도 보이지 않아?????????
연꽃 속 님의 음성
기둥과 기둥사이 북소리 되어 퍼진다
???????????
한 줄기 바람이 지나갔다
반들거리는 물 먹은 이파리
묵언정진 하듯
물소리에 귀를 모으고 있다
수평으로 걸어오는 더운 설법
?
???????????? *북궁:북궁해인수의 준말로 해인사를 뜻함?
영채 한영철 hyc0114@hanmail.net ---------------------
1960년 경주 건천. 울산 거주.
『문학예술』등단.
『두레문학회』『시와 사람들』
http://ziziwyo.wo.to/
[산행기]
산행 보고(山行 報告)
이 양 섭
1신 - 첫 번째 다리쉼을 하는 어느 돌출된 바위
여기는 산 중턱, 어딘가로 통하는 길목은 어떤 기운을 갖고 있다오. 숲속으로나 바위틈으로나 허공으로나 늘 있음직 하지만 보이지 않는 문이 오늘은 행여 보이려나, 불현듯 든 생각으로 오후의 산책길이 산행이 되어버렸소.
하늘 한 쪽으로 가을빛 미련을 토하며 해가 지려 하는데, 바람이 참 좋소. 발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희끄무레한 인간의 군락지가 온갖 소음에 묻혀 있소. 모처럼의 산행이라 그런지 여러 가지가 더 신비롭고 재미있고 미쁘게 보이네요.
그대가 곁에 있다면 짐짓 의뭉스런 장난이라도 칠 것 같은데,
방금 상수리나무 우듬지에서 한 마디 내뱉고 날아간 저 새처럼 나도 혼자라오. 오롯이 혼자인 시간이면, 일탈의 쾌감과 함께 좀 엉뚱해지고픈 야릇한 설렘도 있지요.?
땀이 식어 등줄기가 써늘하지만 나는 미소를 짓고 있소.
2신 - 누군가 공들여 조성한 등산로 중간의 휴식 공간
산은 사람이 꾸미지 못할 자연인데 누군가 치성으로 돌담을 쌓고 벤치를 두었네요. 지금 막 휘인 소나무 솔잎 사이로 해가 떨어져 도시를 등지고 서산을 넘어가 버렸소.
나무들은 온갖 색채로 이파리를 떨어뜨리며 지나버린 사연을 묻으려 하고 우주의 섭리를 전하려는, 순환의 이치를 지켜야하는 숲은 속울음을 참고 있소.
나는 손길 닿는 데로 가슴과 얼굴을 부비며 나무들을 안아주었소.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많은 이야기 속에 만남과 헤어짐, 기다림과 외로움의 애환을 아는 산이 바람을 일으켜 그들의 슬픔 혹은 떨림을 달래고 있소.
지천으로 떨어진 나뭇잎들이 그 바람에 실려 아는지 모르는지 제 갈 길로 흘러가는데 나는 왜 가슴이 아리는지 모르겠소. 진하지 않은 감동과 애잔함. 한 쪽이 서늘해지는 느낌.
보이지 않는 문으로 보이지 않는 것들이 사라지는데 나는 보이는 곳에 보이게 있을 뿐이오.
해가 진 서녘하늘은 각혈을 해 놓은 듯 붉은 빛이오.
3신 - 길을 잃고 헤매다 잘 못 들어선 듯한 어느 곳
자주 올라 본 산이지만 오늘은 왠지 여기부터 다른 길을 찾아 오르고 싶었소. 익어버린 길을 제쳐두고 새 길을 찾는다는 건, 남들과 다른 자기를 찾는 것과 통하겠지요.
모험은 설렘과 기대를 동반하는 의욕적인 일이지만 자칫 치기어린 욕심이 되기도 하지요. 눈으로 본 짐작은 어긋나고 전에 와 본 길 인양 편하다가도 금세 그건 낯선 길이 되오. 길은 꼭, 빼도 박도 못할 중간쯤에서 헷갈리게 되는지, 선택 앞의 망설임이 거추장스럽소.
이제 곧 어두워지기 시작할 텐데, 슬며시 밀려드는 막연한 두려움이 일어 혼자임이 절실해지면 함께 오지 못한 그대가 괜히 원망스러울 것도 같소. 얘기라도 할 걸.
그렇지만 쉬이 포기할 줄 모르는(이미 나선 길에서 포기는 정말 쉽지 않아) 나는, 새 길을 찾는 재미에 매달리며 위로, 위로 올라가려 하오. 올라가면 길이 있으리라.
가파른 암벽에선 다리가 떨려 쉴 수도, 뒤돌아 볼 수조차 없는데 그저 곁에 있는 나뭇가지가 손잡이가 되어 그나마 힘이 되어주어 다행이었소. 바위틈 부족한 흙에 어렵사리 뿌리를 내리고 구부러지게 자란 그 나무는 오로지 이 순간의 나를 위해 거기 있었던 것이오. 그 오랜 기다림을 고마워하며 잠시 기대었소.
아스라한 저 아래, 희뿌연 장막 너머로 내 사는 소꿉장난의 동네가 보이오.
4신 - 드디어 다 오른 줄 알았더니 정상 앞의 작은 봉우리
조금만 더 가면 바로 저 앞이 꼭대기다, 조금만 더 참자.
잘 못 들어선 -그 아슬아슬한- 길이 아닌 길에 매달리다시피 헉헉대며 쫓기듯 올라서 드디어 저 앞에 꼭대기가 보일 때 나는 안도하며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소.
급경사의 바위를 간신히 기어오른, 하늘빛이 마중 나온 그 곳은
아니더이다. 내가 처음 오르려던 정상이 아니었소. 어차피 모든 길은 이리저리 얽히고설키며 다 정상으로 통하는 것이겠지만 여기는 정상 전에 지친 몸을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작은 봉우리일 뿐이었소.
저 아래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정상이 저 뒤에 위풍당당하게 제 자리에 있네요. 여기까지도 힘들게 왔는데, 드러누워 숨을 몰아쉬며 결정을 해야지요. 모처럼 찾은 산에서 정상을 못 오르고 가는 것은 억울하고 아쉽고
저 보이는 정상은 아직도 먼데, 이미 어둠이 내려앉고 있으니 어찌하오.
우선은 여기서 좀 쉬어야겠소. 몸도 생각도 숨도 좀 가라앉혀야지요. 저 아래, 내가 잠시 벗어난 도시는 밀려오는 어둠에 대항하려 초라한 불을 밝히고 있소.
그래, 길은 항상 정상을 향한 목적으로만 있는 것은 아니란 생각을 하면서 이제 어쨌거나 내 둥지가 있는 저 도시로 귀환의 길을 찾아야겠소.
5신 - 어둠에 잠긴 숲 속에서 다시 길을 잃은 어느 곳
어스름의 시간은 아주 잠깐이었소.
밝음과 어둠이 교차하며 어떤 깨침을 주는 그 짧은 시간.
세상의 명암이 바뀔 때, 숲과 나무는 잠시 흔들리다가 그 안온한 물결에 순응하는 것이오. 겁을 주듯 어둠은 삽시간에 내려와 낯선 길을 가는 나그네의 발길을 더디게 해버렸소.
어리던 날 내 부모로 하여 안전했던 둥지에서 밤을 맞을 때와 다른, 홀로 나선 산중의 밤은 내 살아 온 이력이 별 것이 아니란 듯, 착각과 아집을 어둠에 뭉쳐 허우적거리게 했소.
풀벌레와도 다를 바 없는 이 생명체는 안중에도 없었소. 아니 고르게 품어주는 모습이지요. 너무 많이 인식하고 알아버려 풀벌레는 갖지 않는, 도리 없는 두려움을 애써 외면하며 이미 길이 아닌 곳을 헤매며 그저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려는 몸짓뿐이었소. 올라갈 때는 아는 길이 보이는데 새로운 길을 찾으려 잘난 체하던 자만심으로 길을 잃었고,
내려올 때는 빛에 잘 못 길들여져 어둠에선 한 치 앞을 분간하지 못하는 인간의 몽매함으로 길을 잃은 존재의 실상을 어렴풋이 느끼며, 본능의 감각과 의지에 나를 맡긴 채 비틀거리며 저 아래 인간이 무리 지어 사는 곳의 불빛을 향하여 상처 입으며 내려오는 것이오. 산은 단 한 시도 똑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음을 새삼 깨달으며 나는 반성을 해야 했소.???
산은 그래도 오름과 내림이 분명하여 다행이지 않을 수 없었소.
6신 - 1신을 보냈던 그 자리의 달라진 모습에 놀라며
?
새소리도 달리 들리는 어둠 속에서 초라하게 왜소해진 나는 다시 경건해져야 했소. 그래요.
운이 좋았던 것 같소. 올라갈 때와 전혀 다른 길 아닌 길을 헤집으며 어렵게 내려왔는데, 뜻밖에 길이 넓어지는 곳에서 처음 오를 때의 길을 만난 것이오. 어찌나 반갑든지! 길은 역시 어디로나 이어지는 모양이오. 그대에게 처음 소식을 전한 바위 턱을 찾았소. 그러나 주변은 그 짧은 시간 동안에도 몰라보게 달라졌소.
불과 몇 시간 전에 산을 오르기 위해 이곳을 지날 때는 오후의 햇살에 비친 나무와 숲, 오솔길들이 신비로운 영상처럼 내 마음을 풋풋하게 하였는데 지금은 온통 깜깜하오. 아래를 보면 도시는 불빛만이 명멸하며 그 잔영이 여기까지 밀려오고 있소.
매 순간 변화하며 새로운 모습을 보이는 수많은 현상들을 우리는 너무도 안이하게 우리의 입장에서 간과하거나 당연시 여기는 것이오. 그 하나하나가 메시지일 텐데. 난 지금 안도와 뿌듯함으로 가뿐한 행복감에 젖어 있소. 작은 일이지만 그럴 만도 하지요.
이제 길은 넓어질 것이고 도시의 불빛이 흐리게 밀려와 길을 잃을 염려도 없소.
벗어나고 싶어도 쉽지 않은 이 도시에 매인 생활이 일순 정겹게도 느껴지네요. 이제 뒷덜미에 매달렸던 공포감도 버리고 천천히 집으로 가겠소. 산에 갔다 온 것이오.
가다가 인심 좋은 선술집에라도 들러 막걸리를 한 잔 해도 좋겠소. 그대가 좀 멀리 있다 해도 더러 그리워하며, 내 살아있음에 건배! *
이양섭 general-mgr@hanmail.net --------------------------
현재/ 서울 노원구
문단/ 두레문학회원
공저/『좋은문학』『두레문학』
http://cmunhak.com./
[문예대학]
의처증? ?
강 동 화
번득이는 불안을 보았다물어뜯긴 상처들이 간덩이 위에 부풀어 올라까맣게 타버린 얼굴에 강물이 흘러갔다
?
집안에서도 자유롭지 못하고 웅크러진 어깨방구석에서 평온은 가엾게 뒹굴다가언제고 할퀴며 흘러가야할 강을 달래며차라리 버리라고 말하고 싶었다
?
타버린 재들을 주워 모아온전히 사랑도 미움도 담아낼 수 있다면마흔의 서글픈 우물 속에도 간혹 햇살이 비췰 터인데
?
돌아가라 한마디 말도 하지 못했다 속앓이 푸념을 듣고 돌아온 한나절얼굴색 타버린 빈 집이었다
?
나무를 감아쥐고 올라간 넝쿨들처럼자식, 부모, 주위의 시선들이몸통에서 너덜너덜 흔들리고 있었다?
강동화 eunseo6319@hanmail.net ---------------------------
출생/ 67년 부산 출생. 울산 거주.
동의대학교 국어국문과 졸업.
회원/ 부산 전원문학회. 시와비평 두레문학회.
공저/ 『[좋은문학』.『시와비평』.『두레문학』
?새벽 아스팔트 위의 은행나무
김 종 환
?
가로등도 들지 않는 밤을 지나
고즈넉한 한 쌍의 노란 은행나무
밤새 떨어진 샛노란 분신을 보며
잘근잘근 입술을 깨물고
엷은 비 빛에 물든 아스팔트 위를
무심히 바라다본다
깊이 박힌 새벽이슬 뒤엉긴 자리
노란 은행 이파리
빗자루를 든 청소부 아저씨
엷은 미소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목까지 차오른 알 수 없는 미로
모자이크 한 아스팔트 위의 은행잎
잠시 잊은 지난 파란 추억들 안고
은행잎 단정히 빗겨서
간간이 떨어진 미묘한 냄새의 은행 알의 시비를
이슬 먹은 새벽의 노란 정감에
가만히 태양을 끌어당겨 덮는다
김종환 dido119@hanmail.net ----------------------------
현직/ 경북 의성/교육자
문단/ 『문학저널』시와비평-두레문학회.
공저/ 『시와비평』. 『두레문학』.
홈피/ http://cafe.daum.net/emunhak
용도변경 도 희 종
거미줄처럼 촘촘한 사거리 빌딩 모서리마다 황사바람 걸려있고 태양은 방사형 빛으로 녹아내려 대형 유리창에 고비사막 들어섰다 풍요로웠던 바둑판 모양의 기억들이 폐기된 필름같이 탈색된 보도블럭으로 일어서고 처음 출근한 중년의 도시 미화원 서툰 빗자루질로 떨어진 자신의 땀방울을 뭉개고 있다 실크로드를 지우고 있다 한 방울 거품마저 게워낸 한 때 오아시스였던 맥주 깡통 빈 것은 일그러지기 마련이라며 주섬주섬 꾸깃한 몸 움추리고 있는데 꽃도 없이 과육으로만 살아온 무화과 같은 인생에 공연히 울컥하여 구부정한 몸에서 빠져나온 그림자 스포츠카 한 대 경적을 울리며 그 위를 밟고 간다
도희종 zabewon@hanmail.net -------------------
1968년 서울 출생. 인천 세종기업.
『예촌문학』동인. 시와비평-두레문학회.
공저/ 『두레문학』
뒷모습이 전하는 말
민 애 자
태평로 빌딩 19층 흡연 장소
자판기 커피에 음담패설
빌딩 사이 보이는 인왕산 청기와 집
담배연기에 쌓였는데
닿을 듯해 손 내밀면 막아서는 유리벽
가파른 계단 끝
가위 바위 보, 이기고 지며 온 스무 해
잊혀갈 흔적 삭지 않는 서글픔
추수 끝난 빈 들녘 서성이면서
젊음 두고 온 창가
홀로 그리는 마흔 여덟
민애자 ajmin0809@hanmail.net ---------------------------
1959년 경북 문경 출생. 서울 개포주공@ 대신학원.
동인/ 시와비평『두레문학』
공저/ [두레문학]
홈피/ http://cafe.daum.net/emunhak
분수대 앞에서
修賢 박 명 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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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기 천 가닥으로 갈라진다 신천분수대(新川) 물줄기보다 소크라테스를 본다 내 머리 회전각도는 지금 동그란 원을 그리고 있다 사람들은 스친 인연보다 나를 잊고 산다 거울에 환히 비치는 오늘, 그 육신의 껍질 내 속에 있는 그를 보지 못한다 누군가가 저 물줄기 이름 하여 분수라 칭하였을 때 어리석은 사람들, 저 옹골찬 물줄기 바라볼 때 저마다 가슴에 분수를 품고 자신을 알라는 심오한 뜻이 담긴 것 같아 언제나 차오르는 저 물줄기 어디서든 쳐다볼 때마다 비로소 나를 본다 내겐 저 분수대 소크라테스보다 더 큰 스승 아니겠는가
수현(修賢) 박명남 myung8028@hanmail.net ----------------
1960년 경북 의성 출생. 대구 거주.
현재/ 강원 속초/두레문학 운영자.
시와비평-두레문학회.
공저/ 『두레문학』
무당벌레
손 갑 식
노숙의 여정이 거무튀튀 멍들어
어깨와 등짝에 제 몸보다 커다란
붉은 멍에를 지고 무당벌레는
가난살이 아침 창가에 앉았다
성에가 눌러 붙은 흐린 창에서
등짝 멍에가 무거워
자꾸만 미끄러져 내렸다
작고 여린 날개가
둥근 지구 같은 몸통을 얹고 도심을 날다가
변두리 가난이 성에처럼 붙은 처마 아래서
지친 몸을 쉬었다
주황빛 백열전등보다 더 환하게
늙은 남자가 무당벌레처럼 웅크리고 있다
등에 진 붉은 멍에에
검버섯이 덕지덕지 앉아
막 쓰레기 더미를 헤치다 나온 형상이다
무당벌레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인 양
차마 떠나지 못하고 몸이 얼고 있었다
안간힘으로 쿨럭이는 늙은 남자의 기침소리가
식어가는 무당벌레의 잠을 깨울 때에도
무당벌레는 늙은이 얼굴 앞
구겨진 복약 용법을 읽듯
늙은 남자의 멈춰버린 몸놀림을 읽고 있었다
백열전구의 동그란 빛이 더해 갈수록
따스한 미소가 예뻐서
오늘밤 영하의 기온을 안내하는 기상 캐스터
십육 인치 각진 세상 속에 홀로 산다
사람들이 다녀간 흔적 대신
어둠이 자리 깔고 누운 쪽방 안과
꿈꾸듯 누운 저의 형상을 지키는
무당벌레의 주검은
다음날 뉴스에 나오지 않았다 그저
평상기온을 되찾을 것이라고
젊은 여자가 어제부터 웃고 있을 뿐이었다
?
?
손갑식 nadonse@hanmail.net ---------------------------
현재/ 울산. 교육자. 동국대학교 대학원 문학 석사.
시와비평문학회. 두레문학회.
공저/ 『좋은문학』.『시와비평』.『두레문학』
http://cmunhak.com/
가 을??
심 정 란
?
장마전선에 짓눌리어 있던 어둠
훌쩍 들어 젖히고
가을 시침을 뗀다
?
나 여기 있소
?
약속 되지 않은 방문
요즘 세상 눈치꾸러기인줄 몰랐을까
?
한두 번 방문도 아니면서
해 더할수록 심해지는 눈총
젖은 웃음으로 얼버무리고
내 옆에 선다
심정란 jl0302@hanmail.net ------------------------------
1960년 강원도 원주 출생/경상대학교 대학원(현대문학)재학.
현재/ 진주 평거 독서논술교육원.
문단/ 시와비평문학회. 두레문학회.
공저/ 『두레문학』
대문을 나서면
이 명 주
옆집 할머니 숨 쉬는 의자에 앉아
런닝 차림의 부채와 함께 졸고 계신다
얇아진 눈꺼풀엔 다크써클이 짙게 깔려 있고
대추나무에 부채의 춤은 본 일이 없다
온종일 감나무 그늘을 벗 삼아
담장 밑에 양지바른 그림이 되곤 한다
앞 집 화단에선 호박처럼 먹을 수 있는
야채들이 시끌벅적댄다
과꽃도 싫어 멸치라도 아쉬운 할머니
장미꽃 자리를 마련하고 살아간다
한눈 판 사이 하얀 얼굴에 검버섯을 보이더니
장미꽃 한 송이 화알짝 미소 지었는데
어느새 처량한 꽃잎을 떨구고 있다
유난히 많은 동네 어르신들
바람은 쉼 없이 귀밑머리 속삭이는데
꽃들이 피고 지더니
주렁주렁 열매를 맺었던 벗들은
옆집 앞집 주르르륵 줄을 선다
열반의 대열에 선 거무스름한 하늘
무표정한 얼굴로 주름진 길에서
바람과 온화하게 대화를 마신다
이명주 qorentks8481@hanmail.net/ ----------------------
1969년 춘천 출생. 현직/ 플로리스트
회원/ 시와비평문학회.
공저/『시와비평』.『두레문학』.
http://cmunhak.com/
블랙러시안 조 경 근
우리가 만나서 먼지 낀 침묵을 걷어내고 그리워할 줄은 차마 몰랐다 가슴에 불을 담고도 표정 없는 얼굴로
지나온 시간이 눈물 한 방울에 젖어 너무 쉽게 무너져 버렸다 무자비하게 흔들리는 쉐이크에서 나는 보드카이기를 너도 깔루아이기를 포기한 채 서로 섞이다가 뜨거워진 입술에 붉어진 언어가 가쁜 숨을 몰아쉬면 내 몸으로 주절주절 피어오른 커피 냄새 너 없이 나는, 내게 왔을 때
비로소 빛이 내리는 술잔에서 나의 실루엣을 본다
조경근 zabewon@hanmail.net -------------------
1956 완도 출생/광주 거주.
현재/ 『두레문학』운영위원 남도회장.
등단/ 두레문학회 남도 회장.
공저/ 『두레문학』
[문예대학]
이미지 연상에 의한 은유의 기법? ?
혜관(慧觀) 이 상 태
현대시의 창작에 임한다는 것은 순수문학을 지향해야 한다고 하여 작가의 상상이나 신화를 꿈꾸며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다 보면 국민 정서를 무시하거나 구태로 돌아가서 작가도 해설하기 힘든 슈르리얼리즘에 빠진다거나 일반 독자를 외면하고 시인들끼리 서로 시를 나누어 보는 난해한 수준으로 치부되고야 말 것이라는 우려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아무리 급변하는 시대의 요즘 세태라 할지라도 현대시는 어떠한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면 시가 관념적 추상어로 이루어진 아류에 빠져들어 직설로 허우적거리는 오류를 범하게 해서는 진정한 문학작품이라 할 수 없다는 필자의 기본 입장에서 문예대학에서 이미지 연상에 의한 환치나 변용, 은유의 기법을 탐구하는 작품에 대하여 약평해 보기로 한다.
강동화는 ‘의처증’에서 ‘까맣게 타버린 얼굴에 강물이 흘러갔다// 속앓이 푸념을 듣고 돌아온 한나절/얼굴색 타버린 빈 집이었다/~ 넝쿨들처럼/자식, 부모, 주위의 시선들이/몸통에서 너덜너덜 흔들리고 있었다’말로서 표현할 수 없는 심경이 까맣게 타버린 얼굴색에 반추되고, 넝쿨처럼 흔들리고 있는 상황 묘사로 마감하여 동감을 불러오게 한다. ?
김종환은 ‘아스팔트 위의 은행나무’에서 ‘모자이크 한 아스팔트 위의 은행잎//간간이 떨어진 은행 알 미묘한 냄새의 시비를’읽어낼 줄 아는 혜안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도희종의 ‘용도변경‘ 작품은 독특한 시안으로 이미지를 형상화 시킨 탁월한 작품이다. ’대형 유리창에 고비사막 들어섰다//폐기된 필름같이 탈색된 보도블럭으로 일어서고/서툰 빗자루질로/떨어진 자신의 땀방울을 뭉개고 있다/실크로드를 지우고 있다//구부정한 몸에서 빠져나온 그림자/스포츠카 한 대 경적을 울리며 그 위를 밟고 간다‘ 거리미화원이 쓸고 가는 보도블록 위의 그림자와 경적이 시각과 청각을 동원한 멀티미디어 표현기법을 보여주는 좋은 작품으로 한국 문단을 이끌어갈 촉망 받는 작가로 주목해 볼만하다.
민애자의 ‘뒷모습이 전하는 말’에서 ‘태평로 빌딩 19층 흡연 장소/ 자판기 커피에 음담패설//~ 담배연기에 쌓였는데/닿을 듯해 손 내밀면 막아서는 유리벽’남자의 뒷모습을 묘사하고 ‘가파른 계단 끝/가위 바위 보, 이기고 지며~’자신의 생으로 접목해 간다. ‘추수 끝난 빈 들녘 서성이면서/ 젊음 두고 온 창가’홀로 그리는 마흔 여덟의 작가는 자아를 돌아보는 혜안으로 작품을 종결 처리한 솜씨가 저력을 엿보게 한다.
修賢 박명남은 ‘분수대 앞에서’발견한 자아의식이 특이하다. 신천(新川)분수대 물줄기에서 ’소크라테스를 본다/내 머리 회전각도는 지금 동그란 원을 그리고 있다//어디서든 쳐다볼 때마다 비로소 나를 본다‘ 자아를 통찰할 수 있는 저력이 엿보인다. ’내겐 저 분수대/소크라테스보다 더 큰 스승 아니겠는가/ 귀결로 이어지는 문장 구조도 강건해 보인다.
손갑식은 오랫동안 역작을 연마해 온 전문 문학인으로 ‘무당벌레’에서 ‘노숙의 여정이 거무튀튀 멍들어/~멍에를 지고 무당벌레는/자꾸만 미끄러져 내렸다//늙은 남자가 무당벌레처럼 웅크리고 있다’무당벌레와 노숙자를 접목하여 ‘무당벌레의 주검은/다음날 뉴스에 나오지 않았다 그저/평상기온을 되찾을 것이라고/젊은 여자가 어제부터 웃고 있을 뿐이었다’마지막 종결처리까지 완숙한 표현기법을 선보였다.
심정란은 ‘가을’이란 평이한 시제에서 ‘~ 어둠/훌쩍 들어 젖히고//나 여기 있소//요즘 세상 눈치꾸러기인줄 몰랐을까’현대시가 지향하는 대화법으로 가을과의 이야기를 함축미 있게 엮어내고 있다. 이 작품은 ‘해 더할수록 심해지는 눈총//내 옆에 선다’역시 마지막에 좋은 이미지 연상법으로 표현한 마감처리가 작품의 품격을 올려주고 있다.
이명주의 작품은 별도 시평이 있어 생략한다.
이희규의 ‘觀 - 본다는 것의 그 外形’작품은 제목에서 풍기는 뉘앙스처럼 ‘아내가 부처님으로 환생한 이후로/베란다에 난향(蘭香)이 안개로 피어나기 시작했다’시작부터 무게를 느끼게 한다. ‘구구단을 외는 학원의 간판 앞에서//아내가 배광을 두르고 다가온 날 아침은//~벽면을 통째로 채우고 있어/나도 모르게 오체투지(五體投地) 몸 낮추고 있었다’바로 본다는 것은 자신을 안다는 말과도 통하여 스스로 몸을 낮추게도 한다.?
조경근의 ‘블랙러시안’은 대중성과 음악성을 고려한 작품이다. ‘우리가 만나서~/그리워할 줄은 차마 몰랐다//무자비하게 흔들리는 쉐이크에서//뜨거워진 입술에 붉어진 언어가/가쁜 숨을 몰아쉬면/내 몸으로 주절주절 피어오른 커피 냄새’작품의 이미지 형상화에도 성공한 작품인데 술잔에서 나의 실루엣을 보는 경지까지 이끌어 올린 수작이다.
현대시를 어떤 부류의 작품으로 분류하여 본다거나 특정 학파로 나누어 붙여서 논한다거나 어떤 분야를 좁혀놓고 하나의 틀 속에 들도록 강요한다는 평을 듣게 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한다면 작가는 가능한 모든 분야를 섭렵한 다음 자신에게 정착한 또는 그 작품에 맞는 어떤 기법으로 창작한다는 것 또한 시인이 풀어가야 할 어려운 과제일 것이다.
이제 한국 현대문단을 이끌어 갈 진정한 젊은 문인들이 시와 비평 두레문학회에 있고 문예대학에서 수없이 많은 산고를 스스로 겪고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고 믿음직한 일이며 남다른 시안, 독특한 발상, 더 나은 작품을 위하여 글자 한 자라도 퇴고하지 않고는 잠이 오지 않는 밤은 계속될 것이다. *
[특집]
2006년 [전국충의백일장] 보도자료
비영리민간단체 제133호 등록단체인 시와비평문학회(회장?이상태 시인)주관 울산광역시 주최 울산광역시교육청 후원 [전국충의백일장]이 문학교과연구회와 함께 6월 3일(토) 14:00부터 울산대공원 동문 연꽃 광장에서 [울산예술연린한마당]행사와 같이 열렸다. 또한 문학 행사의 활성화와 시민의 문학 사랑과 볼거리를 제공하고 시민정서 함양을 위하여 [두레문학]시화전도 병행하여 더욱 뜻 깊은 행사가 되었다.
문화예술진흥기금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겨레의 숨결인 문학의 보급발전과 문학창작을 통하여 참신하고 역량 있는 문인을 발굴하고자, 올해 제 5회째로 35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14시부터 18시까지 개최되었다.
초등부에서는 [할머니의 손]이라는 글제로 명정초등학교 6-10 최현정 어린이가 운문부에, 상진초등학교 6-3 김도현 어린이가 산문부 장원의 영예를 차지하였다.
할머니의 손/최현정[명정초6-10]
할머니 손엔
여러 가지 길이 있다
커다란 길목
그 길 끝엔
기둥이 있고
바로 옆 길목
그 길 끝엔
야시 같은 며느리 있다
그 옆 올망졸망
모여 있는 세 개의 길
그 끝엔
하하 호호 귀여운
우리들이 있다
할머니는 우리를
너무 너무
사랑하셔서
손에다 고이고이
간직하시나보다
중학부는 [거울속의 나]를 글제로 차분한 필치로 창의적인 산문 작품을 쓴 신정여자중학교[1-2] 김재경 학생이 차지하였다.
고등부 장원은 [동해의 빛]을 글제로 한 울산여자고등학교 [2-10] 박해정 학생이 영예를 안았다.
동해의 빛/박해정[울산여고2-10]
매일 밤 잠이 들 때 나는 죽는다
동해의 빛이 부드러운 손길로
죽은 나를 깨운다
새 생명을 잉태한 동해의 빛
그가 떠오를 때 나는 다시 태어난다
그의 품이 나를 안으면
따뜻함 속에 나는 자라난다
매일 마주치는?환한 웃음 속엔
나를 키워 내는 힘이 있다
내가?웃음을 깨달았을 때
그의 찬란함을 지니고
이젠 내가 동해의 빛으로 솟아난다
[학생부]의 장원은 모두 울산광역시교육감상을 수상하였다.
[대학 일반부]의 장원은 울산광역시 중구 구기선 씨가 운문부문에서 [창문을 열고]란 글제로 장원의 영광을 차지하였다.
창문을 열고/구기선[울산 중구]
겨울이 해동되는 소리
봄날의 오후를 날름 삼킨
골목길이 불규칙적으로 흐르기 시작해요
시간의 모서리를 맞잡고
왼쪽, 오른쪽 겹치면
똑같은 세상, 데칼코마니가 되죠
새소리 넣고
구름 한 줌 넣고
쓱쓱 비벼주면
탱탱한 6월의 작품이 나와요
온갖 허기가 스쳐 지나간 자리는 녹슬고
찐득한 양념?
집어 먹던 입술들이
꽃잎 열고?쾌재를 부르면
약이 다 닳은 초승달이
18평 우리들의 수족관에 불빛을 토해내요
? 많은 학생이 참석하는 초등부는 운문부와 산문부로 나누어 시상하였고, 중학생부와 고등학생부에도 많은 학생이 참여하여 성황을 이루었다. 이는 우리 문학 저변이 튼튼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좋은 결과라고 이상태 회장은 자평하였다. 최근에 학교 저변에서 문학창작 교육이 많이 활성화되고 있으며, 아울러 전국 대학 입시제도에서 백일장 입상자를 우대하여 중, 고등학생의 참여를 초등학교 수준으로 올려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축사를 위해 참석한 이충호 울산문인협회장은 주말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문학 행사 참여자가 많아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며 흐뭇한 마음을 전했으며, 꾸준한 행사 진행으로 대표적인 전국문화행사로 자리 잡아 나게 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국충의백일장] 작품 심사평
문학 작품을 창작한다는 것은 건축하는 것과?같다.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좋은 땅을 찾아 견고히 다지고 기초를 튼튼하게 하는 것부터 시작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설계한 작품에 가장 적당한 소재인가 검토해야 할 것이다.
설계도는 제대로 작성되었는가?
좋은 건축물을 올릴 수 있는 강건한 터전을 가지고 있는가?
건강한 문장구조를 가지고 있는가? 등을 바탕으로
그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어떻게 드러나 있느냐를?검토하는 과정으로 작품 심사의 눈을 먼저 돌려보기로 하였다.
[초등부]
이번 충의백일장에서는 기초가 튼실한 작품들이 많았다.
특히 참여가 가장 활발했던 초등부에서는 [할머니의 손]이라는 친숙한 시제 덕분인지 우수한 작품이 많아 수상자 선정하기가 어려웠고 특히 운문부의 장원 작품을 결정하는 데는 김용준(신천초3), 신샛별(송정초6), 최현정(명정초6)의 세 작품이 끝까지 경합을 벌였다.
장원으로 뽑힌 최현정(명정초6) 어린이의 작품은 할머니의 손 안에서 세 개의 길을 발견해 낸 새로운 시안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초등학교 어린이다운 정서와 표현법으로 할머니의 사랑을 잘 그려낸 좋은 작품이다.
[중학부]
중학부는 산문보다는 운문이 더 많이 응모되었지만 이렇다 하게 점수를 줄만한 작품이 없었다.
문학에 있어 '거울'의 이미지는 자기투시를 통한 내면적 자기성찰이라 한다면 ?이번에 장원을 차지한 이재경(신정여중1학년) 학생의 작품은 거울 속의 나를 실제 생활 속으로 끌여 들여 진솔한 심리상태를 잘 표현한 산문이다
시험기간에 컨닝을 한데 대한 죄책감을 '거울' 이미지와 적합하게 나타낸 솜씨에 가점을 실어 주기로 하였다.
?
[고등부]
고등부는?시제가 추상적인 면이 있어서인지 대다수의 작품들이 추상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관념적이며 보편타당한 면을 들추어내는데 그치고 말았다.
그 중 박해정(울산여자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쓴 시가 [동해의 빛]이라는 알레고리를 잘 살려 이미지화 하는데 성공한 작품으로 의견을 모았다.
의인법을 적절하게 구사하여 시의 긴장을 이끌어 가는데 있어서 다른 작품보다 우수하다고 평가하였다.
단지 전체적으로 느슨한 면이 있다는 것이 흠으로 나타났는데 좀 더 상징적인 이미지를 표현하는 학습을 계속한다면 좋은 작품을 쓸 것으로 기대된다.
그 밖에 산문을 써서 차상을 수상한 김예현(무룡고등학교 2학년)의 작품도 문장이 매우 탄탄하고 풍성한 어휘력이 돋보이는 수작이었으나 동해의 빛이라는 글제와 부합에 조금 무리한 느낌을 받아서 차상에 머물게 되었다.
[대학/일반부]
일반부에 응모한 작품은 자유시와 시조 그리고 산문 등으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
[창문을 열고]라는 시제를 가지고 생활 속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갈등과 해소에 관한 이야기를 잔잔하게 그려준 작품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장원을 차지한 구기선(울산 중구)님의 작품은 ‘한마디로 참 맛깔스러운 작품이다‘라는 평을 받았다.?봄날의?오후를?맛깔스런 요리로?만들어 낸?형상화 솜씨에 점수를 주었다. 글의 중간에 주제가 조금 흩어지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시적인 맛을 미각적인 표현으로 드러내는 노력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한편 차상을 차지한 박홍재(부산 연제구)님의 시조작품도 아마추어답지 않은 달필의 여지를 엿볼 수 있는 우수한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자신만의 텃밭에 문학이라는 건축물을 올리기 시작한 학생과 일반 작가들의 출발에 격려와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새로운 것을 발견해내려는 부단한 노력과 각고의 인내로 작품을 다듬어 나가길 바라며 정진을 빈다.
[전국충의백일장] 작품 심사위원을 맡았던 김정숙시인, 박희곤시인, 권기만시인과?이민화시인, 이상식시인, 이용일시인, 추창호시인?등의 심사평을 간략하게 모음
- 2006.06.03. 혜관 이상태
『두레문학』문예대학 안내
문화예술과 제133호 비영리민간단체(NGO)등록 시와비평문학회 공인단체가 운영하는 http://cafe.daum.net/emunhak 시와비평[두레문학회]입니다. 매년 한국문화예술진흥기금 수혜 [전국충의백일장], [문학강좌], [두레문학] 발간.
[두레문학회] 회칙
[제2장 회원]
제 5조(자격) 회원은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첨부된 소정의 입회원서를 제출하고 연회비 납부한 다음 날부터 회원의 자격이 있다.
[제8장 문예대학]
제 24조(수강)
① 회원끼리 퇴고 도움말&답글로 장학차원에서 창작&퇴고 연구한다.
② 수강료, 경비 등 일체의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다.
③ 임의로 퇴고 도움말이나 사사 방법으로 개별 수강을 받을 수 있다.
④ 퇴고 도움말을 받고 토론하며 퇴고과정을 올리지 않거나 무단 삭제하는 회원은 자격을 제한한다.
⑤ 수강 기한은 등단 1년까지를 원칙으로 한다.
제 25조(등단)
① 상장과 상품, 상금 등 권위 있는 공모에 응모를 권장하며 등단은 자유로 한다.
② 등단을 위한 응모&투고 전에 필히 투고문단에 대한 사전 문의&협의한다.
③ 무단등단에 따른 피해는 책임지지 않으며, 등단으로 공인하지 않는다.
④ 우수회원은 가입하여 활동하는 문단[지령10년 이상]에 등단&추천할 수 있다.
[두레문학]http://cafe.daum.net/emunhak
[천우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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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비평문학집 『두레문학』2006년 제 5권
초판/1쇄 발행 200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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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인/박봉준
? 주간/김정숙
? 편집국장/이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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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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