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뉴월의 무더운 땡볕이 내리쬐는 어느 날...
뜨겁고도 노란 기운이 절정에 이르는 점심 무렵 다시터미널에 도착했다.
잠도 자지 않고 계속 이리저리 돌아다녀 숨조차 못 쉴 정도로 많이 지친상태에서,
쭉쭉 뻗은 1번국도와 확 트인 풍경을 감상하고 있으니 잠시 피로가 풀린다.
사실 여기는 다른 이유로 들렸기 때문에 터미널에서 크게 볼 일은 없었다.
게다가 말만 터미널이지 거의 휴게소처럼 생긴 '정류장'으로서 버스가 간간히 드나드는 조용한 슈퍼마켓이나 다름없다.
아무리 이리저리 둘러봐도 국도변의 조용한 휴게소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다시터미널.
공식이름도 터미널이 아니라 무려 '다시휴게소·매점'이다.
그런데 뜬금없지만 휴게소에 택시가 주차를 하는 경우도 있었나 싶기도 하다.
전라남도에서 제1의 물류량을 담당하는 곳은 광주-목포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광주-목포를 연결하는 고속도로가 없어 모든 차들은 1번국도로 오가야만 했다.
버스도 예외는 아니었기에 약 30분 간격으로 오가는 시외버스들이 죄다 이 곳을 거쳐갔고,
별 볼 일 없던 마을이지만 버스만큼은 무척 손쉽게 이용할 수 있었다.
2008년 광주-무안 고속도로가 완전개통이 됨으로서 대부분의 차들은 고속도로로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광주와 목포를 오가는 대부분의 버스도 고속도로를 이용하면서 1번국도변의 버스정류장은 큰 타격을 입었다.
결국 지금은 거의 1시간에 1대꼴로 배차가 크게 늘어남으로서 수시로 버스를 타는 것은 완전 옛 일이 되어버렸다.
광주로 가는 180번 시내버스가 꽤 자주 오기는 하지만 이를 빼고 들리는 버스는 눈에 꼽을 정도로 찾기 어렵다.
지금도 인구 감소와 자가용 보급 확대로 점점 배차가 줄어들고 있으니, 찾는 사람도 점점 뜸해지고 있지 않을까 싶다.
같은 1번국도 상의 사거리터미널도 마찬가지다.
함평읍내와는 조금 떨어져 있는 또다른 '함평'으로서 실질적인 교통의 수도이기도 했던 곳.
광주-목포간 1번국도와 영광-나주간 23번국도가 교차하는 교통의 요지로 수많은 차가 드나든다.
하지만 이 곳엔 버스정류장만 있는게 아니다. 함평군 전체를 휘어잡는 호남선 철도도 있다.
다시에도 호남선이 있지만 별로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반면 이 곳은 하루 몇 대 안 되는 새마을까지 설 정도로 나름 비중이 큰 역이다.
이름도 무려 '함평역'이다. 그래서 사거리터미널은 먼 거리보다는 주로 이웃 마을사람들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자동발매기가 들어오기는 했지만 꽤 오랜 세월 덕지덕지 붙은 전단지로 많이 지저분해졌으며,
고속도로가 뚫린 줄도 모르고 아직도 20~30분 간격이라는 광주-목포간 버스 안내판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고속도로가 뚫린 후의 광주-목포간 배차는 무려 1시간까지 벌어졌다.
그 사이에는 다시, 사거리같은 조그만 정류장 말고도 나주, 무안이라는 제법 큰 수요처도 있으니 제법 충격파가 크다고 본다.
하지만 '교통의 요지'라는 사거리터미널은 이들 말고도 제법 많은 노선이 있다.
무안의 지도까지 넘어가는 버스도 있으며, 이웃 무안가는 시내버스도 자주 들어온다.
이들 모두를 타보고 싶어 발이 떨어지지 않지만, 체력+금전의 문제가 더해져 여기까지만 하고 싶다.
함평역으로 돌아가는 길에 말로만 듣던 '사거리'를 찍어본다.
학교면이라는 곳에 속해있는데, 오히려 학교면사무소가 있는 학다리 부근보다 여기가 더 큰 것 같다.
지나다니는 차들도 수없이 많고 그 중엔 정류장으로 들어오려는 하나의 빨간 버스도 있다.
길가에 나와서 사거리정류장의 모든 것들을 담아본다.
넉넉하지만 소박하고, 냉철하지만 착하기 그지없는 사람들의 모든 시선이 한 곳에 담겨있다.
이 것이 버스터미널의 평범한 일상이자 쉼없이 지나가는 하루이기도 하다.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려는데 갑자기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무언가의 비석이 눈 앞에 꽃힌다.
벌써 횟수로는 30년이 지난 아픈 역사의 현장... 5·18 민주항쟁 기념비이다.
이 곳 뿐만 아니라 나주터미널, (구)학교역 등등 주변 동네에서도 어렵지 않게 비석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만큼 참극의 현장으로부터 멀리 그리고 다양하게 빠져나와 전남 전 지역에 소식을 알렸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언론탄압으로 당시에는 엄청난 핍박과 오해를 사야만 했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은 민주주의 수립에 중요한 한 페이지로 당당히 올랐다.
아직도 편견 속에 삐뚫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이 적잖게 있지만 진실은 시간이 흐르면서 더 빛을 발하는 법.
이 곳 뿐 아니라 곳곳에 박혀있는 비석들에 잠시 슬픈 묵념을 하면서 마음을 다잡고 좀 더 성숙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차례차례 뗀다.
두서없이 이런저런 상념의 시간들을 그린 후... 조그만 기억은 여기서 잠시 지우려고 한다.
첫댓글 이번달 초 출장갔다가 아침 해결할 곳을 찾아 들어갔던 학교면 터미널이네요. 밑에서 3번째 사진 우체국 뒷편에 있는 간장게장백반집에서 밥먹고 나왔지요. 맨 아래 비석을 보니 시간을 내어 둘러보고 오지 못한것이 아쉽습니다. 잘봤습니다~~
저 우체국 뒤로 간장게장백반집이 있었군요...^^ 저도 시간내어 맛집을 찾지 못했던게 못내 아쉽네요~
광주발 목포행은 직통이 많아서 광주-무안 고속도로 개통 이전에도 다시 정류소에 광주-목포간 버스가10분간격으로 다니지는 않았습니다. 함사거리와 같이 30~40분 간격으로 다녔었죠. 지금도 광주-목포간 직행버스는 저 루트 그대로 다니고는 있습니다만은 예전에 비해 많이 감회가 됐죠.
10분은 저도 약간 오버해서 쓴 거지만 대충 20~25분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꽤 길었군요. 바로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은 광주-목포 직행이 2시간 간격까지 나옵니다. 맥시멈님이 올려주신 터미널의 시간표가 3년전 것들인데 지금 보면 그 시간표들 엄청나게 감회되어 있습니다.
2시간씩이나 벌어졌다니... 불과 2~3년 차이인데 너무 많이 차이가 나는군요. ;;
처갓집에 가느라 자주 들렸던 다시터미널 사진으로 보니 정겹네요 그앞에서 택시타고 5분거리 인데
그리고 함평 사거리 정류장에서 엄다집까지 걸어갔던 30여년전의 추억이 있는곳 ---정류장 큰길에서 엄다방향에 바라다 보이는 변전소가 있는산 ----그리운 어머님이 잠들어 계신곳입니다
다시 함평역 사거리 정류장 전부 저하고는 남다른 인연이 있는곳이고 지금도 자주 갑니다
----맥심님의 여행기 통해서 좋은 추억 만들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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