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현대 뮤지컬 ‘디에-버터플라이즈’는 중국 4대 설화 중 하나로 꼽히는 ‘나비탄생설’을 모티브로하여
중국 전설의 하나인 ‘양축(梁祝)’의 줄거리를 차용한 작품입니다.
양축(梁祝)은 '중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축영대(祝英台)와 양산백(梁山伯)의 슬픈 사랑이야기입니다.
항주의 서호(西湖)라는 호수의 장교(長橋)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장교애련(長橋哀戀)이라고도 합니다.
이 다리는 연인이었던 축영대(祝英台)가 양산백(梁山伯)과 수없이 작별하던 곳이기도 합니다.
========================
< 양축(梁祝) 전설 >
세도가의 천방지축인 축영대(祝英台)를 명문세가에 시집보내기 위해 그녀의 부모는 남자만 학생으로 받는
서원에 남자로 변장해 입학시킨다. 축영대(祝英台)는 그곳에서 양산백(梁山伯)과 운명적으로 만나 3년간
함께 공부하며 우정을 나눈다. 어느 날 축영대는 아버지의 급한 부름을 받고 집으로 돌아가게 되고 양산백은
그녀가 떠날 때에야 축영대가 여자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평생을 함께 할 것을 약속한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은
양산백의 죽음과 신분 상승을 노린 아버지에 의해 축영대가 마원재에게 출가함으로 비극적인 상황이 된다.
=================================
작품을 감상한 느낌을 몇 가지로 나누어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먼저 음악적인 부문과 출연진에 대한 느낌입니다.
극의 처음은 웅장한 행진곡 풍으로 시작합니다.
그런데, 주의 깊게 들어보면 뮤지컬 ‘캣츠’와 노트르담 드 파리의 프롤로그와 시작 부분을
교묘하게 섞어 놓은 듯한 분위기가 납니다.
군무에 이은 합창은 노트르담 드 파리의 시작 부문과 너무 흡사합니다.
또한 2~3 곡을 제외한 모든 음악이 지나치게 서양적입니다. 모티브와 줄거리 및
주인공을 중국 설화와 전설에서 차용했다면 음악도 보다 중국적이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양산백 역 리우얜 (刘岩 LIU YAN)
남자 주인공 양산백 역을 맡은 리우얜 (刘岩 LIU YAN) 은 극의 전반에는
맥 빠진 한량처럼 보여서 조금 실망을 주었습니다만,
후반으로 갈수록 주인공으로서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 줬습니다.
외모도 상당히 준수하여 서울 공연에서는 팬 사인회에서 단연
인기 최고였습니다.
축영대 역 딩베이베이 (丁蓓蓓 DING BEIBEI)
여자 주인공 축영대 역을 맡은 딩베이베이 (丁蓓蓓 DING BEIBEI)은
중국의 인기 TV 프로그램 진행자에서 뮤지컬 배우로 탈바꿈한 여성입니다.
섬세한 연기가 돋보였으나 양산백을 두고 낭화와 벌이는 감정 씬은 조금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뮤지컬 ‘디에(蝶)의 음악적 주인공은 ’醉客‘과 ’老翁‘-族長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老醉客 역 후쾅 (胡矿 HU KUANG)
앨토의 저음과 소프라노의 고음을 자유자재로 넘나든
老醉客 역의 후쾅 (胡矿 HU KUANG)은 중국 대중가수 출신인데
클래식 창법을 너무도 훌륭하게 소화해 냈습니다.
능글맞은 취객의 연기도 일품이었습니다. 팬 사인회에서도
어찌나 서글서글한지 아저씨 팬들이 많았습니다^^
족장 역 량칭 (梁卿 LIANG QING)
족장 역을 맡은 량칭 (梁卿 LIANG QING)은 클래식 바리톤 가수 못지않은
실력을 보여 줬습니다.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와 중후한 저음의 노래로
비정한 야심가로서의 풍모를 잘 표현해냈습니다.
노트르담 드 파리의 주교 '프롤로'를 연상케 하는 연기가 멋졌습니다.
랑화 역 리우양 (刘杨 LIU YANG)
족장의 또 다른 딸 랑화는 양산백을 보자마자 사랑에 빠지고 맙니다.
아버지의 계략을 모른 체 독주를 마시고 양산백의 품에서 슬픈 운명을 마감합니다.
이 후 나비소녀에게 빙의(憑依)되어 아버지의 계략을 고발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랑화 역의 리우양 (刘杨 LIU YANG)이 너무 매력적이었습니다.
도발적이면서도 처절한 연기와 노래는 아마도 서양 관객에게 상당히 어필하지
않을까 짐작합니다^^
나비소녀 역 자오홍잉 (赵鸿英 ZHAO HONGYING)
뮤지컬 ‘디에(蝶)’에서 나비소녀의 비중은 대단히 큽니다. 妈妈 說 (마마 셔얼)~~!!
하고 시작하는 노래는 중독성이 강해서 극이 끝날 무렵에는 모든 관객들이
저절로 따라 부르게 됩니다. TV 드라마 <아내의 유혹>에 ‘하늘’이와 비슷한
이미지의 캐릭터입니다^^ 나비소녀 치고는 얼굴이 좀 들어보여서 처음엔 적잖이
의아했는데 극 후반에 랑화가 빙의된 장면에서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나비인간들의 군무
나비인간들의 군무와 합창은 힘 있고 우렁찼습니다.
40명 단원을 뽑는데 무려 1만 여명이 지원을 했다니 뽑힌
단원들의 역량을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군무와 합창이 전반적으로 서양적인 느낌이 강한 것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중국 전통의 기예와 경극의 한 장면 정도를
차용했다면 색다른 느낌을 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모든 곡들이 하나같이 공들인 티가 역력했는데,
마지막 곡인 ‘我相信, 于是我堅持! (I believe, therefore I insist!)'는
다분히 앵콜을 염두에 두고 만든 곡인 듯합니다. 멜로디도 쉽고
가사도 반복적이기에 3번을 본 제가 별 어려움없이 흥얼거리며
따라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두번째로 무대, 의상 부문입니다.
뮤지컬 ‘디에(蝶)’에는 <노트르담 드 파리>의 연출가 질 마으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참여했고,
<태양의 서커스>에 참여한 조명 디자이너 알랭 로르띠와 비디오 아티스트 올리비에 굴레,
<돈주앙>의 예술감독 웨인 폭스가 함께 모여 무대를 만들었습니다.
모두들 자기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명장들입니다.
그러다보니 무대는 신비롭고 환상적으로 꾸며졌지만 모티브와 줄거리 등이 중국적인데 비해서
무대와 의상은 지나치게 서양적이라 조화롭지 못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취객과 랑화의 의상을 제외하면 배우들의 의상은 ‘노트르담 드 파리’와 ‘로미오와 줄리엣’
또는 ‘십계’를 보는 듯하고, 세트는 흡사 노트르담 드 파리가 아닌가 착각하게 만들고
나비소녀가 꿈꾸는 장면은 태양의 서커스 알레그리아를 연상케 하는 등
기존 서양 작품들과 차별성이 좀 모호했습니다.
나비의 애벌레와 나비소녀의 꿈꾸는 장면에서의 팬더, 마지막 군무의 나비 날개 등이 그나마
중국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양산백과 축영대가 화염에 쌓여 죽어가는 장면과 나비로 환생하는 장면에 활용한 LED와 스피커가 터질 듯한
음향은 참으로 멋졌습니다. 불을 표현하는 빨간색 봉과 LED전광판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염을 보노라니
역시 중국 사람들은 붉은 색을 참 좋아하고 또 잘 쓴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세번째로 내용 부문입니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뮤지컬 ‘디에(蝶)’는 중국 설화와 전설을 차용한 작품입니다.
중국 현지인들에게는 너무도 친숙한 내용이겠습니다만, 외국인에게는 낯 선 내용일수 있습니다.
이를 중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각색을 한 점은 높은 점수를 줄만 합니다.
뮤지컬을 감상하기 전에 줄거리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가는 관객에게는 별 문제가 될 것이 없겠지만
미처 줄거리를 파악하지 못한 관객들은 자칫 축영대와 랑화의 관계, 축영대와 취객의 관계,
취객과 족장의 관계 등을 이해하지 못하여 줄거리를 놓치는 실수를 범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세종문화회관처럼 첨단 시설이 갖추어져서 앞자리 등받이에 해설 자막과 우리말 가사가 서비스된다면
모를까 구미문화예술회관의 공연처럼 무대 양 옆에 자막 스크린을 설치한다면 무대 위 공연을 보랴
자막을 보랴 시선이 분산되어 자칫 공연의 재미를 반감시킬 수도 있을 겁니다. 막이 오르기 전에
간단하게나마 출연진과 줄거리를 스크린을 통해 미리 보여주면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양산백의 노래 가사는 조금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시적(詩的)입니다.
예민한 분들은 조금 느끼했지 않을까 싶습니다.
취객과 족장의 노래 내용도 은유적인 표현이 너무 많아서 관객들이 즉시 이해하기에는 조금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뮤지컬 ‘디에(蝶)’는 오는 10월에 미국의 브로드웨이에 진출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는데
서양 관객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나비소녀를 등장시켜 몽환적이고 동화적인 내용을 가미한 것은 꽤 재밌는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이 것 역시 다분히 서양 관객을 겨냥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길기만 길고 그다지 깊이 있는 감상문이 못되었습니다.
생각나는대로 부분 수정을 계속하겠습니다^^
첫댓글 ㅎㅎ 역시나 멋진 감상글... 다시 그떄의 공연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다시한번 디에 버터플라이즈를 알게된 느낌...전 마지막 무대인사때 감독님이 너무 귀여워서..ㅎㅎ 사진에 나온 그모습 그대로네요... ^^&
그 양반은 음악감독겸 지휘자랍니다. 큰 공연장에서는 오케스트라 피트가 무대 앞 아래쪽에 위치하지만 구미는 작은 규모의 공연장이어서 무대 뒤에서 약식으로 연주를 했습니다. 고개를 돌려서 2층 난간을 보았다면 양쪽에 TV 모니터가 있고 그 곳에 지휘자의 모습이 화면으로 보여서 배우들이 박자와 연기 타이밍을 잡을 수 있게 했다는 것을 아셨을텐데... 보셨나요????^^
저도 노트르담 드 파리와 음악이 너무 흡사하다 생각했는데..... 역시나 대단하십니다..... 이렇게 멋지게 후기를 올려주시고.... 저그날의 공연 본 것보다 듀서님의 글귀가 더 와닿는데요^^
그냥 저냥 느낌을 적어 본 것입니다^^ 중국이 현대 뮤지컬까지 진출한다면 '한류(韓流)'는 머지않아 강적을 만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역쉬... 사람들은 똑같지는 않아도 비슷하게 느끼고 공감을 하는것 같아요 저도 그랬으니깐요~~ 후기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그 음악을 듣고 있는데... 순간순간 모습들이 생각이 나네요....^^
사람의 기본 느낌이야 별 다를 것이 없습니다. 더군다나 같은 말과 글을 사용하는 민족이니 정서가 비슷한 것은 당연한 것이지요^^ 마지막 곡을 열심히 외우고 있습니다. 언제 함 듀엣으로??? ^^
저는 종일 마~~마~~♪나비소녀 생각만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