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박스에 진실 하나 더 얹어서

[이음전]

진실 하나 더 택배 박스에 얹어서

경북 문경시 농암면 화산리 중리길32 이음전

(“먹거리 불신시대에 저를 믿고 00을 구입해주셔서 너무나 고맙습니다

000택배를 이용했으며 신경 쓰셔서 내일 잘 받으시면 됩니다.

물건 보내드린 후 다시 한 번 배송에 관한 여부를 문자로 알려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주문게시판에 뉴 표시가 밤하늘의 별빛처럼 깜빡거리면 나는 설레는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리고 혹여 무얼 잘못 건드려서 소중한 글이 날아가기라도 할까봐 조심조심하며 클릭하고 그 문을 연다.

전화번호와 주소 이름등 주문서 3종 셋트를 저장한 뒤 예의 위 문장을 댓글로 일일이 적는 게 일상이 되었다.

한 번도 대면한적 없는 나를 믿고 귀한 돈을 송금하고 다른 것도 아닌 먹거리를 구입해주니 얼마나 다행하고 고마운 일인가?

컴퓨터만 켜면 전국의 농부들이 쏟아내는 같은 품목의 품질 좋은 농산물이 지천인데 하필이면 우리 것을 선택해주는 감사함도

충분히 나의 고객에게 전달하고 싶은 것이다.

오래 되었나 보다.

아들이 컴퓨터를 사야겠다고 말했을 때 나도 이 참에 배우면 되겠다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농산물을 판매해야겠다는 계획은 감히 세우지 못했다. 컴퓨터를 통해 농산물의 판매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도 않는 시기였다. 신기한 기계임에는 틀림없을지언정 세상의 소식이나 접하고 친구들에게 메일이나 보내서 안부를 물으면 된다. 라는 정도의 생각 뿐.

더듬더듬 메일 주소를 만들고 지인들에게 글을 써서 성공적으로 전송했을 때의 환희는 지금도 잊혀 지지 않는다.

내 컴퓨터 배우기의 동기는 그토록 시시했다.

주부들이 많이 모이는 까페나 요리 사이트에 자주 접속하면서 나의 생각을 짧은 글로나마 표현할 수 있었다. 글 외에 차츰 음악과 사진까지 올리게 되었고 생각의 빛깔도 급속도로 달라졌다. 내가 올린 게시물에 달린 댓글과 엄청난 조회 수에 놀라면서 그들을 상대한 직거래의 진한 힌트를 얻게 되었다.

‘우리 집에서 생산해낸 농산물을 이렇게나 많은 도시 주부들에게 제 값 받고 팔아보리라’

복합 영농을 추구하는 우리는 작물마다 100퍼센트 수매가 가능했지만 노력에 비해 턱없이 낮게 책정되는 가격이 늘 억울하던 터였다. 정월부터 고군분투해서 지은 농사이므로 정당한 가격으로 보상받고 싶었다. 공산품의 가격은 해마다 올랐지만 어떤 농산물은 10여 년 전의 가격에 그대로 머물기도 했다. 나는 직거래의 특성을 살려 망설일 것 없이 그 해 가을 추수기를 맞으며 본격적으로 판매에 돌입했다.

-생산자는 산지보다 다소 비싸게, 소비자는 앉아서 시장보다 훨씬 저렴하게 좋은 물건을 살 수 있는-

이 원칙을 잊지 말자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저녁마다 농산물을 설명하는 글을 이성적으로 얽는 데도 공을 들였다. 척 훑어보기만 하면 작물의 성장 과정을 알 수 있는 구체적인 사진 찍기에도 서툴지만 심혈을 기울였다. 사진으로 하여 수입산 이냐며 재차 묻는 사람도 자연스레 사라졌다.

그 무렵은 기교를 부릴 줄 몰라 밋밋한 개인 까페도 이미 개설했지만 그보다 장터가 형성된 사이트라면 적극적으로 한 단계 나아가 스스로 찾아가 파는 걸 나는 목적했다. 회원 수가 10만이 넘는 곳이 있는가하면 몇 백 명에 불과한 작은 사이트 여러 곳이 나의 판매처가 되었다. 가입한 후 일정기간은 소원하지만 가는 곳마다 우수농산물만을 선별해서 파는 신뢰 농민으로 점점 인정받는 느낌이었다. 판매자인 내가 열 번 광고를 하는 것보다 구매자가 쓴 한 번의 솔직한 후기가 파급효과가 컸다. 즐겨찾기 해놓고 하루에도 몇 번씩 줄기차게 나든다. 인간적인 교류가 판매에 한 몫 한다는 사실도 둔한 나는 훨씬 나중에 알게 되었다.

가보고 싶은 관광지 1위의 고장인 우리 지역을 찾는 분들에게는 부족하지만 상황에 맞게 직접 가이드해주거나 숙식도 조건 없이 제공했다. 세상에서 가장 품질 좋은 물건을 생산해서 청결하게 포장하고 진실 하나 더 얹어 빠르게 배송하는 나름의 상도를 철저히 지켰다. 받은 물건이 사진과 다르거나 마음에 들지 않아서 파생하는 반품에 대한 나의 신속한 처신이 고객들은 의미 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것도 경험으로 터득하게 되었다.

가을 추수기를 맞아 홍수 출하로 가격이 떨어지는 작물은 이듬해 봄과 여름에 분배해서 판매하는 방법도 있었다.

주부들이 모이는 인터넷상에서는 복잡다난한 문제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첫 번째 댓글을 쓴 사람이 예를 들어 오미자 알이 굵지 않다는 문제를 제기했다면 침묵하던 사람도 덩달아 판매자를 공격하는 상황은 비일비재하다. 절대 맞서지 않고 한 발자국 물러서며 조목조목 근거에 의한 부드럽고 설득력 있는 설명이 필요한 것도 판매하면서 배운 사실이다. 그럴 때 일방적인 공격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는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는 믿음이 가는 좋은 물건을 선별하여 포장한다. 평소에 인간적인 소통 또한 그런 상황일 때 절실히 필요했다.

절임배추나 고추, 오미자 등이 절정인 시기에는 하루에 트럭 1대분의 양을 거뜬히 보내기도 하지만 처음은 아주 미약했다.

작은 택배박스 하나를 달랑 싣고 우체국을 향한 적도 많아서 기름 값에도 미치지 못한 나날도 허다했다. 하지만 나는 실망하지 않고 직접 농사지었다는 점과 친환경 인증 품목의 번호를 첨부 한 후 강조하면서 주부들을 설득했다.

한 해 두 해 시간이 흐르면서 단골 고객이 생겼고 판매금액이 어느새 주 농사로 얻는 수익을 추월한 해도 있었다. 순수하게 농사에서 수입을 얻어 생활할 때에는 저축은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가을에나 잠깐 돈 구경을 하고 이듬해 봄부터는 다시 빚으로 시작하는 반복이 되풀이되었으니까. 다소 들쭉날쭉했지만 고추나 잡곡류, 오미자등을 꾸준히 팔아서 수입이 생기자 결혼 이후 처음으로 적금을 들어 목돈까지 마련할 수 있었다. 외국에서 연수 중이었던 아들에게 돈 걱정 없이 공부에만 전념하게 할 수 있게 한 부분은 지금도 무한한 자긍심이다. 짠! 하고 어느 해는 남편에게 선물처럼 큰돈을 내밀었는데 만성적인 부채를 깨끗이 정리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 때의 기쁨이 여간 큰 것이 아니어서 두고두고 이야기할 것 같다.

지금은 인터넷을 이용한 판매 농민들의 수가 가히 폭발적이다.

어느 지방을 막론하고 인터넷 교육은 필수적으로 마련되고 그 걸 배우려는 농민들의 의식도 깨었다. 농사의 품목도 비슷해서 나에게는 팽팽한 경쟁자일 수밖에 없지만 그럴수록 최선을 다한다. 어느 한 부분이라기보다 생산에서부터 청결한 관리, 깔끔한 포장, 재빠른 배송에 이르는 전반적인 분야에 소홀했던 기억이 별로 없다.

판매에 나름의 성공이라 확신한 나는 농사지은 재료를 이용해 가공하는 식품허가를 얻기도 했다. 콩이 많은 우리 집의 특성을 살려 된장도 담근다. 나이 지긋해진 내가 수많은 경쟁자들 틈바구니에서 젊은 도시 주부들을 상대로 또 팔지 않으면 안된다는 부담감이 매순간 가슴을 짓누르곤 한다. 그렇지만 시작 때와 같은 마음으로 다시 한 번 용기를 내려한다. 그래서 마켓팅에 관한 공부도 체계적으로 전문가에게 배우는 중이다.

판매에는 꼭 인터넷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내안에 있다면 이제 그 마음을 접지 않으면 안되는 시점임도 느끼겠다. 인터넷 이상의 효과를 가져 오는 sns와 같은 매체도 진작부터 눈여겨보았었다. 이 나이에 무얼 새롭게 시작하는 건 너무 벅차지만 모를 때의 두려움과 아쉬움보다 버리더라도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아직은 남아있으니까.

판로가 없어서 땀 흘려 생산한 농산물이 창고에 그대로 쌓여있었던 예전 생각이 문득 떠오르면 나는 명치끝이 지금도 아리다. 고객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끊임없는 관리가 예삿일은 아니지만 재고 없이 무엇보다 제 값을 받고 돈을 사는 일이 얼마나 뿌듯한지.

날마다 택배를 보내는 우리는 인근 우체국의 vip 고객인 동시에 택배 체결의 대표이다.

우리 면내의 농가가 부치는 모든 택배는 나의 이름으로 계약되어있다.

메일과 댓글과 쪽지 그리고 막 새롭게 눈 뜬 sns의 통로.

고객들로부터 소통되는 모든 길에 나는 날마다 서서 손님 맞을 채비를 한다.

직거래 이전의 우리는 미래가 불투명한 농가일 뿐이었다. 지금은 그 무엇도 부러울 것 없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되지만 현재보다는 좀 더 윤택했으면 한다. 그리하여 농사꾼을 떠올리면 과도한 일과 궁핍에 찌들어 문화생활 따위는 생각할 수 없다는 선입견을 깨고 싶다. 도시민 못지않은 전원에서의 인생을 향유하는 농민의 모습으로 우뚝 서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그리고.

이 계획은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았는데 나의 컴퓨터 실력이 보다 진전된다면 이웃도 함께 판매에 동참하는 마을 홈페이지 같은 것도 운영해 보고 싶다. 마을 단위로 물건을 팔고 신뢰를 얻어서 부촌으로서 명성이 자자한 곳이 전국적으로 많다는 걸 나는 알고 있어서다. 자신이 시작 때 무식이 용맹이었듯 성실한 농부들로 구성된 마을이라는 장점까지 있는데 되지 않을 까닭이 있겠는가?

나의 판매경험이 작은 불씨가 되기를 소망하는 것이다.

고령의 이웃 농부들에게 도시민과의 직거래가 얼마나 현실적이며 소득 또한 높다는 걸 알려주고도 싶다.

꼭 그러고 싶다.

-끝-

2014,7.1 (경상북도 농업 사이버 대회)

[벨라]

홈페이지관리해드리면서 문경가서 살고싶은데요~ㅎ

[이음전]

누구실까요?
저는 홈피를 관리못해요.
지금도 여러부분 미비해서 손해 많이 보죠.
저는 글에서는 잘하는것처럼 묘사했지만 반대에요.
저에게 그 실력을 나눠주세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진심.

[벨라]

ㅎ 이복례입니다 ㅡㅡ다음에 새로 가입하면서 아이디를 바꿔서 모르시는구나
제가 본격적으로 컴 공부를 시작해요
도움드릴 날이 오면 좋겠어요^^

[이음전]

에구,그렇구나 몰랐어요.

[장미]

하이고, 반가워유...
ㅎㅎㅎ

[이음전]

ㅎㅎㅎ장미님 여름병 나지 말고 건강하셔야 해요.

[심미성]

여기오니 반가운 분들 많으시네 바쁘신 복례언니랑 옷장사 열심한 황보언니랑 음전언니캉 .......... 여름 잘 견디시와요 후배가 바라옵니다

[이음전]

미성씨 왔네?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