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초등학교는 지난 주 토요일에 종업식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한 학년을 무사히 마치는 축복된 날입니다.
종업식을 하면 봄방학(학년말 휴가)이 시작됩니다.
종업식보다는 방학식의 의미로 더 생각되어지는 날입니다.
**종업식 날........아이들은 통지표를 가지고 옵니다.
여름방학식 때도 통지표를 가지고 오지만
그 때는 1학기의 성적이고
종업식의 통지표는 1년을 평가하는 내용입니다.
보통 2학기 통지표의 내용이 아이들 생활기록부에 기록되어
50년동안 보존됩니다.
**지난 여름방학을 앞두고 우리 학급의. 김기영이란 학생이
엄마와 함께 미국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6월 말부터 학교에 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거의 한 달간 학교을 결석하게 된 것이지요.
예전 같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요즘엔 많은 아이들이 방학이 되기 전에 외국 여행을 갑니다.
그만큼 학교 공부를 가볍게 생각하게 되었단 것이지요.
**김기영이는 여름방학식 때도 외국에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가족에게 연락을 하였더니...
평소 친하게 지내는 정재홍이라는 아이에게 보내주면
귀국하는 즉시 찾아가겠다고 하더군요.
나는 다행이란 생각에 김기영의 통지표를 정재홍에게 주었습니다.
며칠 안으로 김기영이가 찾으러 올 것이라고 하며......
**그리고....8월말 개학을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나누어준 통지표를 다시 거두었습니다.
그런데 김기영이가 통지표를 가지고 오지 않았습니다.
김기영이의 말.........
"선생님...저는 아직 제 통지표 보지도 못했는데요?"
김기영이는 아직 자기의 통지표를 정재홍에게 찾아가지도 않았습니다.
"기영아.......넌 네 통지표가 궁금하지도 않았니......?
엄마가 재홍이네 집에 가서 찾아가신다고 했는데...?"
곧 이어진.. 기영이의 말에 저는 얼굴이 확끈했습니다.
"엄마가요......통지표는 볼 필요도 없데요"
"통지표에는 무슨 말은 많은데...아무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른데요"
**기영이는 7월말에 귀국을 했는데도
통지표를 찾아가지도 않았습니다.
이유가 요즘 통지표는 보나마나 뻔하다는 것이지요.
통지표의 내용을 아무리 읽어도......
우리 아이가 공부를 잘 하는 것인지..못 하는 것인지? 알수가 없습니다.
**국어 : 글을 읽고 중심 내용을 바르게 알고 이야기합니다.
수학 : 곱셈의 계산 과정을 바르게 이해하고 계산을 잘 합니다.
사회 : 자료 수집을 잘하고, 환경보전을 위해 해야할 일을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과학 : 주변 현상에 호기심이 많고 실험활동을 좋아하고 즐겨 참여 합니다.
....도데체 무슨 소린지...?
수학에서 곱셈을 잘 한다면 그 나머지 나눗셈은? 분수는? 도형은?
요즘의 통지표이 내용이나 생활기록부의 내용을 보면
평가를 하는 교사 입장에서도 기가 찹니다.
그러니......고학년 부모님들은 아예 통지표를 읽지 않는 분이 많습니다.
기영이 엄마가 한달이 넘는 기간동안 자기 아이 통지표를 찾아가지도 않고
궁금하지도 않은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어느 아이의 아빠가 찾아오셨습니다.
"선생님...우리 아이의 통지표를 읽어보니...
우리 아이에 대해 좋은 말을 많이 써주셔서 참 고맙습니다."
"....."
"그런데......우리 아이가 공부를 잘 하기는 하는 건가요?"
",,,,,,,,,,"
솔직히..."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럴 용기는 없었지요.
**우리 학교는 통지표에 직접 내용을 기재하지 않고.....
스티커 종이에 내용을 프린터로 출력하고 오려서 붙입니다.
약간 이상한 학교입니다.
그런데............
종이를 오려서 통지표에 붙이다가 그만 실수를 했습니다.
여자 아이들의 내용을 번호가 한 개씩 뒤로 밀려 붙였습니다.
2번 것을 3번 아이에게.....3번 것을 4번에게.......
5명 아이 것을 잘 못 붙이고 나서 발견을 하여
붙은 종이를 떼려하니 잘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정말 큰일이더군요.............
**그런데 ....코메디 같은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2번 아이 것을 3번 김지영 아이 통지표에게 붙였는데.......
그 내용이 지영이에게도 해당되는 내용이었습니다.
잘 못 붙인 내용이지만 그 내용이 다른 아이에게도 해당이 되더군요.
3번 지영이 것은 4번 지현이 통지표에 붙였는데....
그 내용도 지현이에게 전혀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학부모님에게는 정말 미안한 이야기지만......
5명의 아이가 다른 아이의 평가 내용을 받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놀라운 것은
전혀 틀렸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맞아떨어지더군요.
그만큼 요즘의 통지표의 내용은 읽을 내용은 많은데.......
그 말이 그 말 같고...모두 잘 하는 것 같고,,,
그런데 우리 아이가 얼마큼 잘하고 못 하는지는 모르는..
두리뭉실한 내용입니다.
**요즘 우리나라 초등학교 평가를
운동회 때...... 달리기 시합을 예로 들겠습니다.
아이들 8명이 열심히 달렸습니다.
그런데.....결승점에는 1등 2등 3등을 판별하는 선생님이 없습니다.
1등으로 들어와도 상품도 없고
누가 1등인지..2등인지...가리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빨리 달린 아이는 썰렁하고 후회를 하기도 합니다.
괜히 열심히 달렸다는...바보가 되었단 생각이 듭니다.
**달리기 대회의 평가 내용이 나왔습니다.
박모희: 의욕적으로 달리기를 하여 모범이 되나 지나치게 오래 달림.
최모하: 달리기 대회에 흥미를 갖고 참여하나 남의 눈치를 봄.
전모환: 기록은 매우 우수하나 달리는 자세가 바르지 않음.
노모우: 달리는 자세는 바람직하나 가끔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달림.
**달리기 평가를 이렇게 한다면........
어떤 아이가 체육대회 때 열심히 달리기를 할까요?
달리기 대회의 성취는 정확히 자기 능력대로
1등, 2등 ...가리는 것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못 달리는 아이는 그 나름대로 다음 기회를 위해 다짐을 하기도 하지요.
**요즘처럼 이런 식으로 평가가 이루어지는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를 하기를 바란다는 것이
어리석은 바램이겠지요.
1등, 2등...가리지 않는 달리기 대회에서
열심히 죽어라 뛰어보라고 시켜도, 아이들은 뛰지도 않을 것이고
그렇게 시키는 사람도 정상은 아니겠지요.
........
우리 나라 어른들 ...모두 제 정신이야?
하나같이 모두 바보들 아냐...?
**Visions --- Cliff Richard (내한 공연이 있다는군요)
첫댓글 많이 웃고 가네요. 가입한지 얼마 안돼어 요즘엔 현선생님 글 보느라 시간가는줄 모릅니다. 초보 학부모로써 배울점도 많구 좋은글 열심히 읽고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