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112일째.
혜정과 준호의 아주 소심한 연애일기.
혜정의 일기
이번달은 설날이 끼어서 부모님 봉투도 드리고..
이것저것 지출이 많았다.
그렇지만..낼모레가 준호의 첫 출근인데 아무래도 그냥 넘어가는건 마음에 걸린다.
명색이 하나밖에 없는 여자친구고..직장생활을 해도 내가 몇 년을 더했는데..
비싼건 아니더라도 양복한벌 화끈하게 질러줘야 속이 편할거 같다
이준호 진짜...너 여자친구하난 잘 둔줄 알아라
혜정- 이거 디자인이 너무 잘 빠졌다..소재도 좋고~..이건 얼마에요? 네???백..이십..구... 아.. 네.. 네 잘봤습니다
준호- 거봐 비싸잖아~ 여긴 비싼데야 나 양복있어~ 괜찮다니까~ 그냥 넥타이나 하나 사줘~
혜정- 그럼 저쪽..세일하는데로 한번 가보까? 이런 미친... 가격표 같으니. 아니 뭔놈의 양복이 이렇게 비싸??
남자 양복이 원래 이렇게 비쌌었나? 그래서 우리 회사 남자직원들이 그렇게 구린 양복만 입고 다니는 거였구나...
옷 못입는다고 함부로 욕하지 말아야겠다.
혜정- 와~~잘어울린다~ 양복빨좀 받는데?
준호- 괜찮아?
혜정- 어~~ 완전 잘어울려~ 이걸로 하자!!
아까 그양복의 반의반 가격이지만. 준호가 입으니 옷이 훨훨 나는것 같다
그러고보니까 양복입은걸 처음 봤는데...예상했던거 보다 훨씬 훨씬 멋지다.
같은 회사 여직원 들이 눈독들이면 어떡하지?
아후 ~누구 애인인지 진짜 잘났다~ 멋있다 멋있어~
준호의 일기
혜정- 이거 디자인이 너무 잘 빠졌다..소재도 좋고~..이건 얼마에요? 네???백..이십..구... 아.. 네.. 네 잘봤습니다
준호- 거봐 비싸잖아~ 여긴 비싼데야 나 양복있어~ 괜찮다니까~ 그냥 넥타이나 하나 사줘~
혜정- 그럼 저쪽..세일하는데로 한번 가보까?
혜정이의 얼굴이 순간 흙빛으로 변했다.
이걸로 사달랬다간 아주 울겠구만 울겠어 ㅋㅋ
이제 진짜 니돈이 내돈같아서 돈 쓰게 하고 싶지 않은데
혜정이는 가격 대비 괜찮은 옷을 고르기 위해 나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고 있다.
초반에는 무조건 양복 넥타이 착용이라..안 그래도 단벌 신세가 좀 걱정되긴 했지만..
이렇게 비쌀줄은 몰랐다. 그냥 백화점 말고 할인매장 같은데로 갔어도 되는데..
혜정- 와~~잘어울린다~ 양복빨좀 받는데?
준호- 괜찮아?
혜정- 어~~ 완전 잘어울려~ 이걸로 하자!!
솔직히..아까 그 비싼걸 보고 눈을 버렸는지..옷은 뭐 맘에 쏙드는건 아니다.
그치만 막상 걸치고 나오니..옷태가 워~낙 잘나니깐. 그런데로 봐줄만 하다
혜정이 뿐만 아니라 매장 여직원들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해준다.
크~..내가 양복빨이 잘받긴 잘받아~ 회사가서도 여자들이 귀찮게 굴면 어뜩하지?
혜정- 너~ 회사 여직원들이 찝적대도 꿈쩍도 하지마
준호- 히히히히 너무 멋있으니까 벌써 경계하는구나~~?
혜정- 눈길도 주지마 아주 죽어~
음..나야 가만있겠지만..여자들이 날 가만 놔둘래나 모르겠다~
노력은 할게 혜정아. 너무 심하게 들이대면 어떻게 해야 되나 나도 걱정이다~
암튼. 이제 중요한 날엔 꼭 이 양복을 입어야겠다.
혜정이의 사랑이 듬뿍 담긴 취업선물. 고맙고 기쁘긴 한데..한편 살짝 부담스럽다
첫 월급 타면..혜정이한테 완전 다 뜯길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