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판> 보이지 않는 이의 손길‥ [31]
"여길 빨리 빠져나가야 해. 시간이 없어."
세크메트는 말을 마침과 동시에 철수의 손목을 잡고 서둘러 이곳을 탈출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지하에서 위로 올라온 그녀는 철수를 데리고 빠른 걸음으로 저택 밖을 빠져나왔다.
다행히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정원을 지났을 때는 잠시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저택을 둘러싸고 있는 커다란 장벽이 철수와 세크메트 앞을 막고 있기에…….
세크메트는 마음만 먹으면 피아노 줄을 이용해서 장벽을 단번에 뛰어넘을 수 있지만, 곁에 철수가 있기에 그러지 못했다.
아무리 그녀라도 자신보다 무거운 사람을 들고 8m 높이에 달하는 장벽을 뛰어넘는 건 무리다.
"앞에 장벽이 가로막고 있어. 일단 내가 먼저 뛰어올라서 로프를 내려줄 테니 잠시만 기다려……."
세크메트는 말을 마침과 동시에 무릎을 살짝 구부리더니 이내 높이 점프해서 몸을 공중에 띄웠다.
그녀는 공중에 떠 있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오른쪽 옷소매에서 수십 개의 피아노 줄을 꺼내더니 하늘 향해 빙빙 돌려 빠르게 회전시켰다.
방금 점프한 반동과 더불어 프로펠러같이 빠르게 회전하는 수십 가닥의 피아노 줄들의 양력(揚力)에 인해 세크메트는 공중으로 부양했다.
그런 식으로 장벽 위에 올라선 그녀는 자신의 코트 안에서 돌돌 말아져 있는 로프를 꺼내더니 이내 그걸 길게 늘어뜨려 철수를 향해 밑으로 내려 줬다.
그녀가 내려준 로프는 바람에 흔들리더니 철수의 얼굴을 살짝 건드렸다.
세크메트는 장벽 밑을 내려다보며 철수에게 말한다.
"어서 로프를 잡아."
세크메트의 말에 철수는 손을 뻗어 바로 앞에서 흔들거리는 로프를 잡았다.
"절대 손을 놓으면 안 돼. 알았지?"
말을 마침과 동시에 세크메트는 로프를 잡아당겨서 철수를 위로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비록 여자의 몸이지만 상당한 힘을 가지고 있기에 너무나 수월하게 철수를 장벽 위로 끌어올렸다.
세크메트와 철수……, 이렇게 두 사람은 8m나 되는 장벽 위에 나란히 서 있게 되었다.
"올라왔으니 이제 반대쪽으로 내려가야겠지?"
세크메트는 철수의 손을 잡으며 말을 잇는다.
"준비해. 뛰어내릴 거니까."
"뭐?!"
세크메트의 말에 철수가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그는 비록 앞을 볼 수 없지만, 방금 로프를 통해서 올라오는 속도나 시간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높은 곳에 있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괜찮아. 내 손만 꽉 잡고 있으면 다치지 않을 거야……."
세크메트는 그렇게 안심시켜주듯이 말하더니 철수의 손을 잡은 채 그대로 장벽 밑으로 뛰어내렸다.
몸이 낙하하는 동시에 그녀는 옷소매에서 수십 개의 피아노 줄을 꺼내서 하늘 향해 빠르게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프로펠러같이 빠르게 회전하는 수십 가닥의 피아노 줄들의 양력(揚力)에 인해 세크메트와 철수는 안전하게 바닥으로 착지할 수 있었다.
그렇게 무사히 조직의 본거지를 빠져나온 이들은 근처에 주차해 놓은 차가 있는 곳으로 갔다.
철수를 조수석에 태운 그녀는 운전석으로 들어가더니 그대로 급하게 차를 몰고 어디론가 가버렸다.
그 무렵, 어두운 저택 로비 안에 누군가의 무거운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그 발걸음 소리의 주인공은 다름이 아닌 헤르메스였다.
그는 한 치의 앞도 볼 수 없는 이곳을 아무렇지도 않게 유유히 걸어가고 있었다.
"헤… 헤르메스 님……."
바닥에 쓰러져 있는 조직원들 가운데 그나마 의식이 남아있는 한 명이 힘없는 목소리로 헤르메스를 불렀다.
그는 발걸음 소리만 듣고도 지금 로비를 걷고 있는 사람이 헤르메스라는 걸 알아챘다.
"헤르메스 님, 방금 침입자가…… "
"알고 있습니다. CCTV를 통해서 다 봤거든요.
바깥세상의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실력을 갖췄더군요.
너무 빨라서 CCTV가 그 사람의 움직임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했으니……."
헤르메스가 조직원의 말을 자르며 차분히 말을 잇는다.
"어쨌든 지금 당장 그자를 추격해야겠군요. 지금이라면 멀리 가지는 못했을 테니……."
"하… 하지만, 이미 저택 밖으로 나갔기에 그자가 어디 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조직원의 말을 들은 헤르메스가 기분 나쁘게 웃으며 입을 연다.
"그 사람은 실험체로 쓰일 김철수를 데리고 도망쳤습니다.
이번 실험체의 머리부분에는 EEG(electroencephalogram:뇌파) 기술과 접목한 무선 단자를 착용시켰는데 거기에는 발신기능까지 가지고 있지요.
따라서 위치를 추적하고 따라갈 수 있습니다. 아무튼, 이번에는 내가 직접 나서야겠어요."
헤르메스는 자신의 부하에게 그렇게 말을 내던지고는 저택 밖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한편, 철수와 세크메트를 태운 차는 시내에 도착하는 순간 멈춰 섰다.
차에 기름이 떨어져서 시동이 멈춰버린 것이다.
할 수 없이 세크메트는 철수와 같이 차에서 내려 시내를 걸었다.
철수는 비록 장님이라 앞을 볼 수 없지만, 그동안 훈련하며 상당히 적응된 상태이기에 세크메트를 따라 걷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그들은 그렇게 한동안 시내를 걷다가 어느 한적한 곳을 지나게 되었다.
문뜩 철수는 세크메트와 나란히 걷던 중 머리가 가려워 긁다가 머리카락 사이에 뭔가 손에 잡히는 감촉을 느끼게 되었다.
"응? 뭐지?"
철수는 의아하며 머리카락 사이에서 잡히는 물체를 손톱 사이에 끼워 꺼냈다.
그것은 둥근 쟁반 모양의 무선 단자였다.
크기는 5mm 정도에 검은색 물체인 그것이 철수의 머리카락 사이에 숨어있던 거다.
"EEG 기술과 접목한 무선 단자야.
아무래도 인체실험을 하는 과정에서 너의 뇌파를 측정하기 위해서 부착시켜 놓았겠지.
이거 난감한걸……, 거기에는 발신기능까지 가지고 있기에 우리가 있는 위치를 추적할 수 있어.
아마도 지금쯤이면…… "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말을 잇던 세크메트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그대로 표정이 굳어졌다.
저 멀리 100여 m쯤 떨어진 곳에서 누군가가 자신에게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것을 목격한 거다.
190cm의 장신에 검은 중절모와 검은 코트를 입고 있는 그는 다름이 아닌 헤르메스다.
상당한 시력을 가지고 있는 세크메트는 100m도 넘게 떨어진 곳에 있는 헤르메스를 단번에 알아봤다.
"도망쳐야 해……."
세크메트가 작은 목소리로 철수에게 말했다.
그녀는 그 와중에도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헤르메스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갑자기 왜 그래?"
철수가 의아하며 말했다.
앞을 보지 못하는 그는 바로 저 멀리 헤르메스가 있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헤르메스 님이 여기까지 따라오셨어. 아마 우릴 죽이려 할 거야……."
세크메트가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평소랑은 달리 그녀조차도 이번만큼은 긴장하고 있는 듯했다.
"뭐 하나 물어볼 게 있는데……, 헤르메스는 너보다 강하냐?"
철수가 조심스레 세크메트에게 물었다.
그는 헤르메스가 세크메트보다 강할 거 같다는 생각이 내심 들었지만, 그걸 직접 들어서 확인하고 싶었다.
"내 전투방식은 모두 헤르메스 님한테서 전수받은 거야. 따라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분도 모두 다 할 수 있지.
게다가 헤르메스 님과 나는 힘이랑 잔인성에서 압도적으로 차이가 나…….
넌 나한테 느끼지 못했던 살기를 헤르메스 님한테서 확실히 느꼈어.
그 의미가 뭔지 알지?"
"……."
"알아들었으면 어서 도망가.
뒤돌아서지 말고 그대로 앞으로 달리는 거야, 알았지?"
세크메트가 다소 부드럽게 속삭이듯이 말했다.
"하… 하지만, 너는? 너는 어쩌려고?"
철수가 불안해하며 세크메트에게 물었다.
"난 어떻게든 헤르메스 님을 막아 보려고……. 넌 그 사이에 도망치면 돼."
세크메트는 철수가 안전하게 도망칠 수 있도록 헤르메스와 맞서 싸우기로 결심했다.
"같이 도망가. 너도 위험하잖아."
철수는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세크메트에 대해 걱정했다.
잘은 모르지만, 헤르메스를 상대하는 건 세크메트한테도 매우 위험하다는 걸 느꼈다.
"내 걱정은 말고 어서 도망가.
내가 전에 너한테 했던 말 기억 안 나? 무조건 내가 시키는 대로 하기로 했던 거…….
이건 내 마지막 명령……, 아니 부탁이야.
어서 도망가줘……."
세크메트는 점점 가까워지는 헤르메스를 불안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철수는 그녀의 말이 별로 내키지 않는 듯 여전히 가만히 서 있는 채로 중얼거린다.
"하… 하지만……."
"너한테 약속 하나 할게.
나중에 우리 둘이 무사히 살아서 만나게 된다면……, 그때 내가 너한테 진짜 안구를 이식시켜줄게.
그러니까 절대 희망을 잃지 말고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살아야 해.
내 말 알겠지?"
세크메트의 말에 철수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고 세크메트가 흡족해하는 미소를 띠며 말한다.
"착하네, 말 잘 듣고…….
그럼, 꼭 살아서 그때 다시 만나자……."
그렇게 세크메트의 바람대로 철수는 무조건 앞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문뜩 그는 아까 자신이 했던 행동에 대해 강한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저 계집애 무사해야 할 텐데…….
가… 가만! 내가 왜 저 망할 계집애 걱정을 하는 거지?
그동안 연구소에서 혹독한 훈련만 받아서 내 정신이 이상해 진 건가?
그리고 아까부터 왜 자꾸 내 가슴이 시린 걸까?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네. 쌍!'
철수는 강한 의문을 떨치지 못한 채 계속 달리고 또 달렸다.
세크메트는 자신에게 천천히 걸어오고 있는 헤르메스를 보며 본격적으로 전투태세를 갖췄다.
그녀는 선글라스 렌즈 안에 있는 화면을 통해서 헤르메스의 모습을 유심히 살폈다.
선글라스 렌즈 화면 안에는 '위험요소 - 99.9%'라는 문구가 빨갛게 뜨며 경계 신호를 무섭게 보내고 있었다.
그건 바로 앞에 있는 적이 자신에게 매우 위협적이라는 걸 뜻한다.
하지만 세크메트는 그걸 무시하고 선글라스 옆에 달린 파워버튼을 눌러 전원을 꺼버렸다.
전원이 꺼지면서 선글라스 렌즈 화면이 검은색으로 덮여 일순간 그녀의 시야를 가렸다.
이윽고 렌즈 화면이 투명해지면서 시야가 뚫렸을 때는 헤르메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다가오고 있던 헤르메스는 0.5초도 안 되는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어디론가 몸을 숨긴 것이다.
세크메트는 고개를 좌우로 움직여 주변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숨을 죽인 채 언제 어디서 갑자기 나타날지 모르는 헤르메스의 기습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자신의 시각과 청각을 극도로 집중시켰다.
-----------------------------------------------------------------------------------------------------------
많이 기다리셨습니다.
다음편부터 드디어 시작이군요.
|
많이 기대해.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헤르메스가 세크메트 그동안 키웠으니 매너는 좀 하겠지?..헤르성격보면 내 착각인가 ㅋㅋ
뭐 매너는 은근히 있죠.
재밌게잘봤어
떙큐.
재밌네요
감사합니다.
아 헤르메스가 졌으면 좋겠으나 지지않겠지
감사합니다. 많이 기대해요.
잘 보고갑니다~ ^^
감사합니다.
ㅇㅇ 드디어 근데 철수는 한동안 장님으로 ㄷㄷ
그래도 어느정도 적응을 했을듯 싶네요.ㅎ
드디어 최강캐들끼리 1대1의 대결이군요.. 헤르메스가 확실히 더강하겠지만 세크메트도 호락호락하지 않을거라봐요..
감사합니다, 많이 기대해요.
세크메트도 헤르메스한테 안되는군요
철수 세크메트 좋아하는듯하네요.
긴장되는 순간입니다. 제발 세크메트가 무사하길
두사람이 다시 무사히 재회할수있을까요?
저런 변장이면 들킬텐데.. 분위기가 딱 세크메트자나.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