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물오물 생일파티
러시아의 바이칼호수는 주변의 336개의 강으로 부터 물을 받아들이는 거대한 담수호이다. 미국의 오대호보다 양이 더 많고 세계 담수량의 20%가 이곳에 있다. 호수가 깊은 곳은 세계 최대 깊이로 1,637m 이다. 세계에서 가장 깨끗하고 맑은 호수라고 한다.
이곳에는 오늘도 크고 작은 지진이 매일 50여회씩 진행되는데 대개는 느끼지 못한다. 그러므로 주변에는 3층 이상의 건물을 짓지 못하도록 한다. 바이칼 호수는 그 크기가 워낙 거대해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인지는 알 수 없어 구글 지도로 확인하며 가늠할 뿐이다.
이르쿠츠크에서 가까운 리스트 비양카 관광지에 가보니 여러 모양의 모터보트로 호객을 하고 있으며 물을 헤치며 물보라를 일으켜 눈을 즐겁게 해주기도 한다. 길가에는 생선을 말려서 파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반 건조식의 서대와 같은 모양이다. 식당에서 바로 그 물고기를 시켜 먹었다. 구워서 나오는데 다른 반찬이 필요 없는 짭짤하게 구어진 것이 아주 맛이 있었다. 전 세계에서 이곳 바이칼호수에서만 서식하는 물고기라는데 그 고기 이름이 '오물'(Omul)이다. 우리가 듣기에는 발음이 불편하지만 맛은 좋은 물고기였다. 바이칼 호에는 2,500여 종의 동식물이 사는데 이 중 상당수가 이 호수에만 사는 고유종이다. 세계 유일의 민물 바다표범을 비롯해 철갑상어, 하리우스 등의 어종이 이곳에 서식한다.
시베리아 전설에 의하면 바이칼 호수는 아버지이고 앙가라 강은 딸인데 앙가라 강이 큰 강인 애니세이를 좋아해서 결혼하려고 하자 바이칼 아버지가 반대하여 바위(스칼라)를 던져서 방해 했는데 앙가라는 그래도 애니세이를 따라가 큰 강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 바위가 조금 솟아난 것이 바이칼호수와 앙가라 강의 시작점인 샤먼 바위라고 한다. 지금도 사람들이 보트를 타고 그 바위를 돌며 돌아가는 것을 보니 아버지의 생각을 꺾고 자기 생각대로의 배우자를 찾는 것을 선호하는 젊은이들의 반항적 선택을 보는듯하다.
자연은 아름답고 그것을 바라보는 이들의 경험은 그림이 되기도 하고 소설이 되기도 하고 시가 되기도 한다. 엄청난 위력의 자연 현상에 두려움을 느껴서 샤먼을 찾는 이가 있는가 하면 하나님의 자연물을 찬양하는 노래가 만들어 지기도 한다. 유람선을 탔더니 그 배는 바닥이 유리로 되어 있어 호수의 바닥을 내려다보게 되어있는 멋진 배였다. 그 배를 안내하는 젊은 처녀는 회색빛의 깊은 눈을 가진 작은 키의 스니애자나라는 이름을 가졌는데 러시아어로 설명하다가 영어로도 말했다. 그의 설명을 잘 듣던 우리가 그에게 이런 자연을 주신 하나님을 알 수 있는데 그분이 그리스도시고 이 땅에 예수로 오셨으니 그분을 영접하면 하나님의 딸이 된다고 하자 자신이 믿겠다고 하였다. 자칫 놀라운 자연을 보며 많은 이들이 그러하듯 귀신의 두려움으로 문제를 찾기 쉬운 안내양이 성경속의 복음을 단순히 받으므로 귀신을 정복하는 능력을 얻은 것이다. 여행은 이렇게 생명을 살리는 존귀한 만남을 주기도 한다. 시베리아의 이르크추크와 브리야트 공화국의 수도인 울란우데를 8시간씩의 야간 침대 기차로 왕복하며 바이칼 호수를 바라보면서 이 땅에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예수가 그리스도이신 복음이었다. 그 현장에서 마침 생일을 맞았기에 '오물'(Omul)로 생일파티를 하며 구운 고기를 오물오물 씹으며 머무를 수 없는 전도자의 걸음 속에서 남들이 맛보지 못하는 맛있는 오물을 먹으며 오물거리는 입속에서도 아름다운 자연을 보니 맛있는 감사가 절로 나왔다.
정현국(복음칼럼니스트)